1.☆☆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464)
2.청춘은 켜켜이 쌓인 하루하루의 잔상이라고 (27)
3.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 (724)
4.If you take these Pieces (487)
5.글 잘 안 쓰는 소재구걸주 (61)
6.이름 남기고 가면 간단한 분위기 대답해주기 (214)
7.ㄱ부터 ㅎ까지 좋아하는 단어 적는 스레 (103)
8.생각난 소설의 개요만 쓰고 가는 스레 (2)
9.나 로판식 제목짓기 잘함 (31)
10.요즘 글 쓰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1)
11.홀수스레가 단어 세 개를 제시하면 짝수가 글 써보자! (705)
12.✨🌃통합✨ 질문스레(일회성 스레 말고 여기!!!!!!!)🌌 (219)
13.네 홍차에 독을 탔어 (208)
14.내가 작가가 된다면 쓰고 싶은 대사 혹은 문장 (89)
15.요즘 릴레이 소설이 너무 하고 싶은데 (4)
16.제일 쓰기 어려운 게 bl 빙의물인듯 (4)
17.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 (33)
18.:D (64)
19.다치거나 아픈 사람 묘사 (2)
20.소설 써보고싶다 (1)
한 명이 글의 첫 문장을 적고 한 명이 글의 끝 문장을 적으면 한 사람이 넣어서 글을 써보는 거야
예) 2. 금붕어를 사 왔다
3. 금붕어는 여전히 살아있다
4. 금붕어를 사 왔다 ~내용~ 금붕어는 여전히 살아있다
너는 우리의 찬란했던 순간의 흔적이었고, 그랬기에 이 작은 상자에는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차있어 차마 태우지도, 가지지도 못할 것만 같았다.
자, 10년 후에 다시 와서 꺼내보는 거야! 잊으면 안 된다?
그 약속을 지키러 나는 왔다. 이제는 문닫은 폐교의 운동장 한 구석탱이를 파다보면 얼핏 모습을 드러내는 감색 상자. 넌 파랑이 좋다, 난 빨강이 좋다 해서 투닥대던 어린날의 우리가 담긴 곳.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너와 내가 함께하는 곳. 상자는 바랬고 처연했다. 자물쇠에는 축축한 흙이 달라붙어 약간은 녹이 쓸어 있었고 청록색 자물쇠는 페인트칠이 벗겨져 듬성듬성 은색이 보였다. 비밀번호는... 네 생일과 내 생일. 둘 다 한자리수라면 신기해하던 1327이다. 자물쇠를 돌리자 들어간 모래가 뭉툭한 느낌을 낸다. 어쩐지 기름칠을 해줘야만 할 것 같은 성능에 무표정하게 마지막 숫자를 내던 난 7을 맞추고도 열리지 않는 자물쇠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아닌가...? 그럴리가. 그후로도 몇 번을 더 시도해봤지만 자물쇠는 열리지 않았다. 36도 아니고 92도 아니었다. 혹시나 했던 15도 역시나.
아, 나는 깨달았다. 이건 나만이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걸 이제야 알게 된거니, 바보야. 언젠가 다시올 널 위해 메모를 해두마. 근처 문방구로 가야지. 분명 네임펜이 있을 거다. 700원짜리 두꺼운 촉만 있는 네임펜을 사서 상자에 두텁게 써놓았다.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게. 나의 비번은 우리들의 생일, 1327. 거기에 네 비번을 더하면 이 상자는 열리겠지. 선생님께 둘 다 모르게 더한 값을 자물쇠로 맞춰달라는 엉터리 요구를 난 왜 까먹었을까. 그때의 웃음을 나도 잊은걸까. 이건 여기에 둘게. 상자를 여는건 네가 될거야.
...사실, 자물쇠를 따는 것쯤이야 쉬운 일이었다. 이 가는 쇳덩이를 잘라내는 것은 일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상자를 남겨둔 것은,
너는 우리의 찬란했던 순간의 흔적이었고, 그랬기에 이 작은 상자에는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차있어 차마 태우지도, 가지지도 못할 것만 같았다.
너희들은 개미처럼 걸어갔다. 이곳에 들어온지 꼬박 일주일째, 이제는 별 반응도 없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처음에는 넷이었지만 하나는 두려움에 못이겨 내 안내도 없이 뛰쳐나가는 바람에 더이상 이곳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세 명의 인간만이 이곳을 걷고 있었다.
걸어도 걸어도 다시 같은 길로 돌아오는 것에 한번은 나를 들고 있던 인간이 크게 화를 내며 나를 내던지기도 했다. 다행히 나는 이정도 충격으로 꺼지지 않게 설계되어 있어 길 안내가 끊길 일은 없었다. 애초에 길 안내역을 맡다보면 익숙한 일이기도 했다. 그때 내가 망가졌다면 지금 여기서 이들을 이끌어주고 있진 못했겠지.
하지만 불쾌한 것은 어쩔 수 없어 다소 험한 길 쪽으로 길을 살짝 틀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길목이 나왔다 환호하던 그들은 이내 두려움에 벌벌 떨며 뒷걸음질을 치려했다. 아, 그 방향은 지금 위험한데.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빛의 세기를 줄이니 그들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처음 가던 방향으로 다시 움직이면 세기를 키우고, 뒷걸음질치던 방향으로 움직이면 세기를 줄이니 그들도 그곳이 위험함을 깨달은 듯 했다. 그렇게 내가 안내하는 대로 움직이는 개미 인간들이 탄생한 것이다.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이번에야말로 바깥 나들이를 나가볼 수 있는걸까. 선배 길잡이로부터 들었던 인간 세상이 보고싶었다. 푸른 하늘과 거기에 떠다니는 보드라운 구름, 파릇하게 살아있는 초목과 만찬이 초라해보일 정도의 인간 떼.
하나같이 신기하고 보고싶은 것들 뿐이었다.
그러니 어서 이 인간들을 안내해야지. 이곳의 주민들은 멍청하긴 해도 게으른 것은 아니라 틈을 찾기가 어려워 그나마 파악한 빈틈 속에서 일주일째 맴돌고 있지만, 금방 틈을 찾을 수 있을 거다. 초롱불 선배는 길을 안내하는데 1년이 걸렸댔다. 나도 그쯤 걸리지 않을까? 1년이면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이니 아무리 인간들이 시간에 약하다해도 버틸 순 있을 것이다.
아, 다른 선배들이 안내에 실패했을 때 시간이 얼마쯤 지났었는지도 들어볼 걸 그랬어.
한달쯤 지났을까, 인간들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유독 약한 인간들이었던 모양이다. 빨리 안내하지 않으면 돌발 행동으로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는데.
위험하지만 그래도 한번 입구를 뚫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종종 해오던 대로 입구 쪽의 길을 안내하니 주민들의 소리가 들려도 인간들은 묵묵히 걸었다. 운좋게도 주민들의 발걸음이 우리를 피해간다. 이대로면 수월하게 나갈 수 있겠는데?
종종 음식을 가지러 가는 방을 지나자 입구가 성큼 가까워진 것이 느껴진다. 아, 드디어 나도 신입 딱지 떼보겠구나.
기쁨에 겨워 화사한 빛으로 길을 비췄다. 그곳에는 수십의 인간들이 어리둥절한 낯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아, 이런. 하필 오늘이 만찬 날이라니. 있지도 않은 혀를 차며 인간들을 다른 길로 보내려는 차, 이번 만찬의 주최자일 존재가 붉은 등을 들고 우리를 비췄다. 허공에서 내리쬐는 붉은 불빛에 인간들이 고개를 드는 것이 그들에 대한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너희들은 그렇게 짓이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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