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얘랑은 고1때 처음 같은 반 됐었어. 첫날에 반 들어가서 선착순으로 원하는 자리 앉아서 골랐거든,

난 중학교에서 같이 올라온 친구가 있어서 짝 했고 며칠 지난 다음에 보니까 성다월은 좀 오타쿠같은 남자애랑 앉았더라고

다른 고는 모르겠는데 우리는 첫 시간만 인사 나누고 뭐 활동하고... 2교시부터는 선생님들 내신 잔소리랑 수시 정시 설명해서 대부분 친구들은 집중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을거야

그래도 나랑 친구는 선생님 말 하시는 거 다 들었는데 우리 앞에랑 옆 자리 앉은 애들은 다 손장난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서로 말 막 걸더라고.

특히 여자애들은 더 그랬어. 첫날인데도 속눈썹 고정하면서 자기들끼리 속삭이기만 했단 말이야.

보고있으

근데 걔는 원체 조용한 건지 숫기가 없는 건지 그냥 딱 선생님 보고만 있었는데 내가 진짜 신기했던 건 성다월 자세였어. 진짜 모델처럼 허리는 꼿꼿하게 세우고 턱 살짝 들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도 않고...

이렇게 뒤에서 말하면 좀 미안하긴 한데 걔 얼굴도 진짜 예뻤거든. 눈동자도 연한 갈색하고 가끔은 고동색으로도 보여서 좀 눈길이 갔어. 진짜 연예인인 줄 알았어ㅋㅋ

2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 자기들끼리 친해졌다고 모여있는 애들도 있고, 아직 친구 못 만들어서 자리에만 있는 애들도 있는데, 성다월 짝이 계속 성다월한테 말을 걸더라고.

근데 '너 되게 예쁘다' '어디서 왔어?' 이런 것도 아닌 진짜 자기가 보는 애니 얘기랑 자기가 그린 그림 어떠냐고 그러고 수업시간에 너 그렸다면서 공책 찢은다음 테이프로 성다월 의자 뒤에 붙이고ㅋㅋ 하여튼 좀 사람 귀찮게 하는 그런 거 있지

ㅂㄱㅇㅇ

그렇게 걔 짝의 일방적인 수다가 이어지고, 난 사실 성다월이 무시하거나 비꼬듯이 대답하거나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다 짝이 성다월 어깨를 툭툭 건드리면서 리액션을 요구하더라고. 솔직히 걘 남자애였는데 처음 보는 애가 그러면 불편하잖아

근데 계속 걔 얘기만 듣고, 그림만 보던 성다월이 딱 그 짝이랑 눈 마주치면서 눈웃음 짓고 '응, 멋있다.' 대충 이런 뉘앙스로 칭찬을 하는거야

헐 이름개이쁨 성다월....뭔가 이쁘게생겼을거같음

진짜 이름인지 모르겠다는 건...뭔가 비밀이 많은 앤가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