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좀 특이하기는 해. 나는 걔를 봇이라는 걸 돌리면서 만났거든. 메신저를 이용해서 좋아하는 캐릭터에 이입하는 놀이 문화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나는 그당시 좋아하는 만화로 해봤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더 깊이 해석하는 나름의 방법으로 덕질하는 걸 취미로 삼고 있었거든. 팔로워가 붙는 게 재미있기도 했어. 평판이라거나 결과를 고민해야하는 현실 인맥과의 대화와는 달리 가벼웠으니까. 가벼운 소통으로 즐거움을 얻고 있었지. 그러다가 걔를 만나게 되었어. 같은 장르의 다른 캐릭터의 봇을 운영하고 있던 애랑. 우연히 만나게 되어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지.

캐릭터에 이입한다고는 해도 본연의 말투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어. 성격이 묻어나온다고 해야하나. 나는 오래 지나지도 않아서 걔가 무척 다정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무엇을 먹었는지 시간을 맞추어서 물어본다거나. 지나가다가 예쁜 꽃이 보이면 찍어준다거나. 마음에 들어할만한 풍경 사진을 저장했다가 보내준다거나. 상대를 때때로 떠올리기에 보이는 친절같은 게 신기했어. 나는 정말 어렵거든. 그런 게. 남자와 여자를 둘 다 만나보면서 내내 파악하게 된 내 단점을 알고 있으니까. 난 무기력하면 타인을 보지 않고. 무신경하고, 또 무심해. 그러면서도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하지. 결국 모든 연애에서 고백은 내가 받으면서도 상대는 먼저 떠나가고 그랬어. 애인에게도 그러다보니 내 주변 지인은 대체로 무덤덤한 사람이 많고. 그래서 걔가 정말 신기했던 거야.

친구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인가 보구나.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지. 걔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어. 애초에 한꺼풀 가면을 쓰고 있는 관계에서 만난 거니까. 우리는 그냥 오묘한 친구로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던 거 같아. 게임을 하기도 하고. 새벽에 침대 안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천둥이 떨어지는 밤이면 일부러 잠에 들지 않고서 같이 지새워주기도 하고. 영화도 같이 봤었지. 아가씨와 뷰티풀 선샤인. 원래 영화를 볼 때는 새벽에 의자 위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서는 멍하니 노트북만 바라보곤 했는데. 장면마다 걔가 반응을 내놓는 게 정말 재미있더라. 이상하지. 그러다가 전화 통화도 했어. 뭐가 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기억나. 나는 목을 가다듬느라 한동안 기침을 하다가 전화를 받았고. 걔 목소리는 오묘하게 중성적이면서도 낮았는데. 듣기 좋은 목소리였어.

우리는 어느 가을에 처음 만났고. 그때까지도 분명 친구였어.

나는 아직도 개가 했던 말이 떠올라. 네 사진을 찍고 싶어. 네가 좋아하는 곳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고 싶어져. 네가 들뜨는 때 어떤 얼굴을 하는지 넌 정말 모를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앞으로의 내 인생에 로맨스는 존재할 테지만. 로맨틱은 걔가 마지막이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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