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달간 감정 통제가 힘들어진 것 같다고 스스로도 생각하긴 했었어
정말 별 거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고, 정말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런데 이게 번아웃 증상이라고 하더라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번아웃 관련 영상이 뜨길래 봤거든..
이름없음2021/09/10 02:54:56ID : E8kk9tjy43P
난 감정 조절이 힘들어진게 우울증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번아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사소한 일조차 하기 힘들어지고, 자기 관리도 소홀해진다고 하던데.. 정말 그래. 최근 들어 자기 관리도 잘 안했거든. 이래도 되나 하고.. 스스로 생각할 정도로
이름없음2021/09/10 02:56:43ID : 9wLdTVdSNs8
근데 우울증이든 번아웃이든 사실 중요하지 않잖아 병명달라진다고 너도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이름없음2021/09/10 02:59:21ID : E8kk9tjy43P
수면 패턴이나 식욕도 영향을 끼친다던데. 최근에 밥 먹는 게 정말 힘들거든.. 밥 먹다가도 갑자기 비위가 상해서 토할 것 같고 그래
비슷한 일들로 여러모로 스트레스 받기도 했고.
수면 패턴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이 자게 되더라
어제도 자고 일어나서 밥 먹자마자 또 잤어
그저께였나..? 오후 3시 즈음에 자고 일어났더니 다음날이더라고.
엄마 말로는 20시간 넘게 잤다고 그랬어...
이름없음2021/09/10 03:09:07ID : E8kk9tjy43P
물론 내 생각으로도 우울증이랑 번아웃이랑 증상이 비슷하긴 하지만.. 사실 번아웃이 좀 더 힘든 거 같아. 너무 무기력해서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까지 돼...
사실 우울증으로 사는 건 그닥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거든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거.. 좀 괜찮다고 생각했어
근데 번아웃은,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게 좋아서 안 하고 사는 게 아니잖아
나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거잖아.. 이대로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나 혼자서 절대로 바뀔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무서워졌어
우울증은 비슷해도 조금 다른 거 같아.. 내 생각이지만.
그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어렵네
이름없음2021/09/10 03:09:57ID : 9wLdTVdSNs8
뭔소리지... 무기력증은 우울증 증상이기도 해
이름없음2021/09/10 03:48:10ID : E8kk9tjy43P
그거야 나도 알지..
내가 우울증이 제일 심했던 때는 중학생 2학년때거든
근데 그때 겪었던 증상들은 지금이랑은 좀 다른...? 식이였어
그때도 감정 컨트롤이 좀 힘들긴 했지만 지금처럼 심하진 않았거든
울기도 했지만 빈도도 달랐지, 우는 이유도 그때는 명확했지만 지금은.. 좀 이상해. 고작 이런 걸로 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어
그땐 상황이 정말 극에 달하면 못 견뎌서 폭발하듯이 우는 거였는데.. 요즘은 내가 왜 우는지 알아??
반찬이 맛없어서, 얘기하던 도중에 엄마가 잠들어서, 게임하다가 져서.
이런 걸로 우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 난 어린애도 아니잖아
근데 나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거라 어쩔 수가 없어.. 나도 이런 걸로 우는 거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하는데도 상황이 닥치면 눈물부터 나와
최근 밥 먹다가 운 게 5번도 넘어
새벽에는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갑자기 울기도 하고.. 이것도 최근 들어서 부쩍 그래. 원래 난 잘 안 울었거든.. 울어도 절대 남들 앞에선 안 울었지. 울고 싶을 땐 눈물이 나오지도 않았어
근데 울기 싫은데도 그냥 눈물부터 나와..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
그리고 예전에 우울증이 심했을 땐.. 짜증 낸 적은 얼마 없었어. 짜증내기보단 내 탓을 했지. 툭하면 자살하고 싶다~ 하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거든. 하루하루 정말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진심으로..
그런데 최근엔 달라.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말도 하기 껄끄러워졌어. 아무래도 이건 우울증이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 장난으로도 자살 얘기는 잘 안 하게 되고 나서 안 사실인데.. 누구든지 장난으로 자살하고 싶다는 얘기는 안 하더라? 난 다들 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 해. 그때 친구한테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약이 있다면 먹을 거냐고 농담식으로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걔는 안 먹을 거라고 했거든. 그땐 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내가 이상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
그리고 무기력도.. 분명 우울증 증상 중엔 무기력도 있어. 그래서 내가 번아웃이 아니라 우울증이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하지만 내가 느꼈던 무기력은 이런 게 아니었어. 그때의 무기력은.. 비유하자면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게임만 하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면 하기 힘들어. 그래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출근하기를 기다렸다가 5시가 되어서 엄마가 나가면 항상 셧다운제가 걸릴때까지 게임만 하고 뭐라고 할 엄마도 아빠도 없으니까 밥도 거르고 게임만 계속... 비유가 아니라 정말 그랬네 ㅋㅋ..
그런데 지금은 게임도, 밥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도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어
자고 깨고 아침에 엄마랑 같이 밥 먹었다가 자고 깨고 잠시 그림 그리려고 종이 꺼내두곤 아무것도 안 하다가 잠들고 깨고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
생활 패턴도 깨지고
적어도 우울증만 있었을 땐 이러진 않았어 게임 할 때 즐겁기라도 했어
근데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나도 이렇게 살고싶진 않은데 나 스스로 통제 할 수가 없어 너무 힘들어
이름없음2021/09/10 04:04:33ID : E8kk9tjy43P
병원을 가서 상담을 해 보는 게 좋을까 싶다가도.. 그건 또 싫어
내 뒤에도 사람들이 많단 말이야
내가 이런 상담 한다고 시간 잡아먹으면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없이 기다리기만 해야해 내가 그랬어
저번에 내 앞사람이 상담하면서 우느라 1시간 가량을 앉아서 기다렸어
그때 정말 짜증났어 혼자서 상담실 쓰는 것도 아니고.. 엄마는 출근하느라 시간도 빠듯한데 나 때문에 병원에서 시간 잡아먹는것도 미안했고..내가 우울증이 아니었다면 병원에서 몇 시간 대기하는 일도 없었을거잖아?
엄마도 앞 사람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짜증냈어
근데 그때 내가 그렇게 짜증내놓고 똑같이 상담하면서 질질 짜느라 시간 잡아먹게 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난 남 앞에서 우는 거 싫어해
이 병원 오기 전 다른 병원에서도 똑같은 얘기 하느라 울었고 그 때문에 엄마도 울었어
그 전에 어디였는지 모를 곳에서 상담 받았을때도 울었고 엄마도 울었고 그 전에 학교에서 상담 받았을때도 울었고 더 이상 상담 받으면서 우는 건 지긋지긋해 엄마가 우는 것도 이제 보기 힘들어 우리집은 사실 나 같은 애 낳느라 다 망했다고
나만 없었으면 엄마는 더 행복했을건데 나처럼 정신병자 딸 낳아서 매번 내 짜증 변덕 다 받아줘야하잖아 너무 불쌍해.. 나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 계속 이렇게 살아가고 있잖아 나만 없었으면 진작 이혼하고 이모랑 할머니랑 잘 지내면서 그나마 더 나은 삶을 살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미 내가 태어난 이상 엄마는 내가 없어지는걸 바라지 않잖아
나 정말 힘들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약 먹는것도 힘들어 이제 번아웃때문에 약 먹는것도 힘들어져서 저번에 받아온 약이 아직도 수십봉지가 쌓여있어
약을 먹었다가 안먹었다가 하니까 식욕은 땅을 쳤다가 수면패턴은 아작났다가 난 또 약 때문에 그런 줄 알았고 그래서 이지경까지 온 거 아니야 번아웃일수도 있는데 우울증 때문이라고 착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