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12/28 01:52:23 ID : pVhvyNAkk5T 0
별로 행복해본 기억이 없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내 천성이 병신이라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나를 껄끄러워했다. 차라리 매몰찼더라면 좋았으련만, 어색한 웃음과 경직된 고갯짓. 그게 최악이었음을 나는 몰랐었다. 나는 천치였기에 되돌릴 수 있는 줄로 알았다. 나는 그 이후로도 친구를 거의 사귀지 않았다. 평생 기억을 끌고다니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와 더 이상 기억할 만할 일을 만들지 않았다. 그런 내게도 꿈은 있었다. 나는 어떤 분야에서 수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를 나름 열심히 했던 때가 있었다. 부지런하지도, 머리가 영민하지도 못했던 나는 그곳에서도 또래와 선생들의 무시를 받았고 때때로 몇몇 또래와 선생의 폭언에 시달리기도 했다. 정말 뛰어난 아이들을 보며 막연히 알았다, 나는 안된다는 것을 나는 안된다는 것을, 그때 나이 15살이었다. 천치는 문 밖까지 걷어차이고 나서야 배척받았다는 것을 안다. 왜 그렇게들 쉽게 꿈을 가지라고 할까, 지금까지 내가 꿔온 꿈들은 산산조각이 났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내가 꿈꾸지 않은 것 뿐이었다. 예상치 못한 불운과 쭉정이같은 수확. 작년도 입시를 실패했다. 추가 합격을 거쳐 유일하게 붙은 대학에 기어들어갔다. 올해 입시는 도전하지 않았다. 문 밖의 공간에 안주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욕심내는 법을 잊고 살다가, 그럼에도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병신이 되었다. 대학은 내가 꿈꾸지 않았던 곳이다. 실제로도 형편없는 곳이다. 나는 또 다시, 매번 그랬듯이 대학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 죽으려고 몇 번 시도해보았다. 이 병신은 아픈 게 무서웠다. 그래서 자해조차도 얕게 긋는 수준에서 그쳤다. 근 몇 년간 혼잣말로 죽고싶다는 말을 하지 않은 날이 없다. 하지만 여태껏 죽지 못했다. 공부해야 되는데 염불을 외면서 책상에 앉지도 않는 것과 같다. 나는 죽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2 이름없음 2021/12/28 01:55:10 ID : pVhvyNAkk5T 0
하루하루 죽느니만 못하게 살아갈 바에야 눈 딱 감고 죽는 게 낫다는 걸 이 병신은 언제 실감할까
3 이름없음 2021/12/28 16:00:41 ID : bctyZdBdWkl 0
힘내. 그리고, 더 자세히 써줄 수 있을까? 입시 공부하다 보면 그런 문제도 있었잖아. 글 쓰기는 트라우마적 경험의 치유 과정이다라고 하는 거. 나는 레주가 정말로 하소연하기를 원해. 내가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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