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그래서 열심히 번역기 돌려가면서 오빠랑 진짜 열심히 카톡으로 대화했어. 그런데 오늘 오빠가 전화할 수 있냐고 물어봐서 나는 아직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한다고 했더니 자기가 한국말을 잘하니까 괜찮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바로 독서실 뛰쳐나가서 계단에서 오빠랑 50분 정도 전화했는데 내가 미안해지더라고..

처음에 전화 딱 받았을 때 오빠가 ‘여보세요?’ 하는데 진짜 일본인 티가 하나도 안 나서 진짜 당황하고 물론 약간씩 말하다보면 티나긴 했지만 완전 잘했고 목소리도 완전 중저음이여서 개설렜어. 나름 펜팔인데 내가 한국어를 더는 봐줄 수가 없더라고..? 알고 보니까 그 오빠는 한국 유학생이었고 계속 한국어로 장난 치면서 대화했어. 막 오빠가 춥다고 하면서 장난으로 안아달라고 막 하기도 하고ㅋㅋ

난 연애할 때도 그런 말 잘 못하는 편이여서 막 당황하긴 했었지만.. 그 오빠는 계속 귀엽다 예쁘다 해주고 그랬는데 솔직히 말하면 개설렜어. 일본인들이 원래 이렇게 막 훅들어오게 설레게 말하나..? 나 심근경색 올 뻔했어..

그런데 그 오빠는 내가 일본어로 말하는 걸 듣고 싶었나봐. 그래서 일본어 아무거나 말해보라고 했는데 나 진짜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했거든? 그랬더니 오빠가 장난으로 빠가~이러면서 해주긴 했는데 너무 미안하더라고 그리고 그게 반복되다가 막 정적도 오고ㅠ 진짜 나 아이패드로 파파고 번역기 돌리고 있고.. 근데 그래도 그 오빠는 막 휘파람으로 애국가 불러주거 막 그래서 재밌긴 했었어ㅋㅋ 내가 뭐하고 있냐고 하니까 혼자 가위바위보 한다고 하고ㅋㅋ

그러다가 그 오빠가 계속 졸리다고 일본어 한국어 계속 섞어서 말하더니 잠깐 잠들었나봐 아무 말 없길래 나도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깨더니 일본어로 고멘나사이(?)였나 그러더니 진짜 졸려서 미안하다고 자야겠다고 해서 내가 좋은 꿈 꿔라고 말하고 그 오빠가 고맙다고 말한 뒤 전화를 내가 얼레벌레 끊어버렸거든..

근데 걱정이 되는거야 혹시 나랑 전화한 게 재미없어서 돌려서 말한건가 나름 펜팔인데 그 오빠만 한국말로 해서 좀 기분이 좋지 않았으려나 하는 생각에 심란해서 공부도 손이 안 잡혀.. 진짜 돌겠다 일본인이랑 펜팔 경험 있으면 이거 어때..? 이 오빠가 기분 나빴을 것 같아?? 첫 펜팔이라 나는 서툴려서 진짜 횡설수설 하고 이 오빠는 한국말 잘하는데 나는 야매 일본어하고..ㅠㅠ 기분 나빴을 것 같아??

일본 사람들은 옷깃만 스쳐도 스니마셍하고 지나갈 정도로 예의를 중시한다고 들어서ㅠㅠ 너무 걱정되는데 내가 또 한 삽질이랑 한 걱정하거든ㅠ 진짜 미치겠네..삽질 중..지하 500m…

아냐 걍 그만 통화해야겠더 싶어ㅓㅅ 그런거임

그사람이 전화하자 했을때 원래 먼저 전화 요청한 사람이 상대방 나라 언어로 맞춰주는게 오히려 예의임

>>9 다행이다…ㅠ

>>10 그런가?? 그렇겠지?? 좋아 조금 당당해질 수 있겠어!!

펜팔이 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