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간략한 설명을 하자면 어딜가던 있는 버스랑 다를게 없는 그냥 평범한 버스야 다만 몇대 없는버스 (라고해야하나? 만약 1번버스라하면 다른 지역보다 버스가 적어 ) 라고 할수 있겠다. 1년반정도 계속 타가지고 그 시간대 타는 사람이나 기사님 몇명은 얼굴 한번씩 봤던 얼굴이야
작년엔 거의 거리두기 시간제한이 있어서 일찍 집에 왔지만 요근래 시간제한도 풀리고 실외마스크해제도 되었잖아 살짝의 내 하루 일정을 말해주자면 아침에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서 수업을 듣고 끝나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저녁엔 번화가나 종점역에서 술을 먹어. 나이도 나이인지라 반주하는 일이 대다수지만, 가끔 왜 만취하고싶은 날들이 있잖아. 그럴땐 막차를 타거나 아침 첫차를 타고 집에 오지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약간의 인사를 드리고 버스에서 내렸어. 기사님이 말을 거시더라고
“ 학생 담배 태우나?”
흡연자인 내 입장에선 아네 담배 피우죠 . 기사님은요? 하고 되물었지.
기사님이 말하길 “ 학생 나랑 담배하나만 같이 피워줄 수 있나?”
이게 뭐 불편하지도 않고 그냥 같이 마음속 짐을 날려보내는 거니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새벽공기를 쐬었어
그렇게 여느때처럼 친구들과 만났다가 버스타고 집에 가는길이였어.다른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있었지. 되게 늦은 시간이였거든 . 사람도 별로 없었어. 버스 안은 켜지지 않은 형광등 몇개와 간신히 빛을 내고 있는 형광등 두세개가 버스 안을 몽환적인 색감으로 비추고 있었지. 그리고 너가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너가
얼빠진거마냥 돌이 된채로 서있던 나에게로 기사님이 말을 걸어왔어.
“ ??야 이제 집가니? 멀뚱멀뚱 서있지 말고 얼른타” 라면서.
나는 버스를 타고 기사님에게
“ 기사님 방금 뛰어가던 여자요. 제가 좋아하게된 것 같아요.”
라고 전했고, 기사님은 그런 나에게 응원한다고 말했지.
집에 도착해서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문자를 보냈어.
“안녕하세요. 아까 번호 물어본 사람이에요.”
..”아 네, 집은 조심히 들어가셨나요?”
“네 뭐 도착해서 방금 누웠어요. 근데 아까는 어딜 그렇게 뛰어가신거죠?”
..”……… 아니에요. 말할 게 있는것 같아서 다시 갔었는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려했는지 기억이 안나서요. 신경 안쓰셔도돼요. 좋은 밤 되세요.”
하며 잠에 들었다.
“아” 라는 외마디와 함께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많이 늦었구나. 조심히 가렴.”
집엔 걸어갔어. 생각이 정말 많아졌거든. 왜일까. 그냥 난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고 너도 그냥 지나가는 우연이였을 수도 있는건데. 집까지 1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난 너를 생각하며 걸었지
침묵이 오가다가 기사님이 눈물을 흘리시며 얘기를 꺼내셨지.
“ 내 아가 없어졌다. 이제 14살인데. 애엄마는 애 찾으려고 무슨 일이든 하고있다. 집에 안들어온지는 3일째고. 발벗고 나서서 내가 뭐라도 해야되는데 애비로써 해줄 수 있는게 경찰신고밖에 없다. 무슨 원칙 타령이라며 수사기간이 늘어날 수 있대네. 그럼 난 할 수 있는게뭐야. 그냥 버스 운전만 계속하네.”
“…네.” 수신음이 끊기며 네 목소리가 들렸지.
“ 내가 없는 날들은 어땠나요?” 너에게 물었어
“…그냥 똑같은 일상의 날들이였어요. 변함없는 그냥 평범한 .”
난 그 말을 듣고 아직은 내가 네 생에 큰 관여를 하지 못했구나 생각했지.
“ 저는요, 그쪽 연락을 며칠이나 기다렸어요. 시간이 오래 지나서 잊을만도 하겠지라고 생각했을 때 다시 그쪽이 떠올랐구요. 그 이후로는 계속 우리가 만났던 정류장에 앉아있었어요. 하루도 빠짐없이요. 오늘도 예외는 아닙니다. 내가 그 쪽을 좋아하게된 것 같아요. 아니, 좋아한다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복잡한 감정들을 느끼고있어요.”
난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한채 쏘아붙이듯이 빠르게 말을하고, 그리곤 후회했지. “ 미안해요. 내가 좀 흥분했나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