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체형. 살이든 근육이든 뭐든 일단 몸의 부피가 큰 거.
자극적인 패스트푸드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충실하게 쌓여간 지방이 특히 좋아. 배만 나온다? 안됨. 허벅지만 두껍다? 안됨. 전신이 골고루, 건강하게 쪄있어야 함. 손은 커다란 것도 좋지만, 짧고 몽땅한 손가락이 귀여워서 좋아. 손으로 가볍게 쥐면 뼈에 닿기 이전에 몰캉하고 느껴지는 가죽과 피하지방이 좋아. 손톱은 특히 짧게 깎아서 작은 조약돌처럼 생긴 것도 좋아해. 주먹 쥐면 31일 30일 세는 관절 부분이 살에 파묻혀서 도라에몽처럼 되는 그 상황이 너무 좋아. 귀여워. 많은 사람이 고양이 손을 좋아하는 것처럼, 이런 형태의 손도 분명 언젠가 대유행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 그야 둘 다 귀엽고, 몰캉몰캉하다고. 왜 유행 안 하는 거야.
가로만 긴 게 아니라 세로도 길 때 체급 차이가 나면서 팔을 두르면 품에 완전히 갇혀버리는 모양새가 되는데, 그때 느껴지는 적당한 압박감이 좋아. 특히 운동해서 살+근육일 경우 얼마나 힘을 줘야 하는지 몰라서 차마 힘을 주지 못하는 바람에 어정쩡한 자세가 되는 게 엄청 귀여워. 반대로 고통스럽지 않은 선에서 세게 안는 것도 좋아. 맞춤형 안마의자에 들어간 기분. 물론 안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안는 것도 좋아. 기왕 이라면 품에 다 들어올 정도가 딱 좋아. 이 경우에는 근육이 없고 지방으로만 이루어진 체형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 인형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인형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육중함, 무게감이 좋아. 체온이 높아서 안고 있으면 덩달아 몸이 따끈따끈해지는 것도 좋아. 팔을 감고 천천히 끌어당겨서 몸에 밀착시키면, 저항력 없이 꺼지는 폭신한 지방이 느껴져서 좋아.
겨울에는 옷을 껴입는 바람에 몸집이 더 커 보여서 좋아. 추운 바깥을 낑낑거리며 헤쳐 나가다가 비교적 따듯한 실내로 들어온 뒤에 슬슬 체온이 올라서 패딩을 벗은 그 순간, 따끈따끈한 몸과 시원한 공기 양쪽을 느낄 수 있는 게 좋아. 에어컨 강하게 틀어놓고 얇은 이불 덮는 느낌. 그렇게 비유한다면 다들 이해하겠지. 물론 여름도 좋아. 짧은 옷을 입어서 피부끼리 맞닿는 점이 좋아. 손으로 만질 때랑 팔과 팔이 닿을 때의 감촉이 다르게 느껴져서 땀 삐질삐질 날 때까지 꾸우욱 힘주고 밀착해서 안고 있는 게 좋아.
얼굴이 둥글둥글한 게 좋아. 두둑한 볼살을 만지고 싶어. 음식 먹을 때가 너무 귀여워. 입 작으면 두 배로 귀여워. 특히 식욕이 적당히 강한 사람이 너무 게걸스럽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속도로 먹는 게 좋아. 복스럽게 먹는다고 해야 하나. 내 밥까지 주고 싶어져.
애당초 지방질의 몸이야말로 근-본 미인이다. 비너스 상도 그렇고 옛날 옛적부터 통통한 체형이 미의 기준이었지. 건강함! 생명력이 느껴지는 단단 때로는 몰캉한 몸이야말로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