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9/04 11:59:38 ID : 09By7Btcq3P 0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친구를 만들었어. 그 애는 그림쟁이었고 내가 지금 덕질하는 작품으로 날 끌어당긴 장본인이었어. 나한테 트위터를 소개해 준 것도, 라노벨과 2차창작의 세계를 알려준 것도 그 아이였어. 나는 그 아이의 무리에 들어가게 되었어. 주말마다 만나서 놀았던데 나는 부모님의 제한 때문에 따라가지 못했어. 그래서 늘 무리에서 겉도는 느낌이 들었어. 그 아이는 정말 재밌고 좋은 아이었지만 내 자존감을 깎아먹었어. 뭐든 나보다 잘했고 그 사실을 늘 나에게 말해주지 못해 안달이었어. 잘해주다가도 나를 비하했어. 나는 그 아이가 잘해주는 가끔의 일 때문에 그 아이를 놓지 못했어. 그 아이를 놓아버리면 나는 외로워질 테니까. 애써 만든 친구들을 전부 잃을 테니까. 나는 2년을 그렇게 살았어. 나쁜 관계라는 걸 알면서도 그 아이에게 제대로 이야기해볼 생각을 못했어. 그리고 1월에 이사했어. 아무도 모르는, 전혀 연고가 없는 중학교를 들어갔어. 거기에서 나를 받아들여주는 좋은 친구들을 만났어. 이제 그 아이의 지배에서는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그 아이가 남겨준 토대 위에서 살고 있었어. 그 아이가 입던 옷을 입고 그 아이의 말투로 말하고 그 아이가 쓰던 것처럼 글을 쓰고 그 아이가 하던 게임을 하고 있었어.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오는 그 아이의 연락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어. 나는 그 아이를 잊고 싶어. 연을 끊고 싶어. 그치만 그 아이를 놓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너무 두려워. 방금까지도 그 아이와 통화를 했어. 벌써 미적분을 나가고 있대. 나한테 너도 빨리 오라며 비웃었어. 연락할 때마다 힘들어. 그렇지만 내 과거와 연결된 유일한 끈인 그 아이를 놓아버리면 내 과거가 전혀 없던 일로 사라질 것 같아. 나는 어떻게 해야 해?
2 이름없음 2022/09/04 18:33:43 ID : oFeE8p89y3O 0
스레주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걔가 없으면 외로울 거라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걔가 있으면 안외로워? 스레주가 자존감 깎아먹는걸 알지만 못 빠져나오는건 이미 그 애가 하는 비하에 적응을 했고 그애한테 정도 들었고 스스로 자존감이 이미 낮아져서 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거처럼 보여 난 거리가 멀어진 지금이 걔를 끊어낼 기회처럼 보이는데 걔는 스레주의 자존감깎으면서 자기 자존감 채우는 애야 스레주가 아마 무리에서 유일하게 그애가 비하하는거 받아주고 있을 걸 보통은 그러면 손절인데 스레주는 오히려 닮고싶어하고 자기 멋대로 굴어도 되는 사람이 되어있으니까
3 이름없음 2022/09/04 19:23:29 ID : eFba9wE7f89 0
진짜 나랑 비슷하네ㅋㅋ나도 초5때 첫 친구가 생겼고 그 첫 친구가 내 인생에 되게 많은 도움을 줘서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했었어. 내 인생에 그 친구가 있고 그 친구 인생에도 내가 있으니까 그 시절을 상기시켜주는 연결고리 같은 느낌? 더 상세하게 말하자면 그래도 남겨놓은 내 발자취의 흔적같은 느낌이라 끊어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등을 돌리지 못했지. 그리고 이걸 끊게된 결정적인 이유는 진짜 별거 없게도 그냥 행동으로 옮긴 거...감정보다 이성을 따랐고 그 결과는 생각 만큼 별 거 없었어. 오히려 비워진 그 자리를 채울려고 뭐라도 했던 거 같아. 물론 이걸 이득이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구한테 말은 안 해도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여기서 중요한 건 생각은 길어질 수록 꼬리를 늘어트리고 그 꼬리는 이런저런 변명을 만들고 덧붙이면서 합리화를 하게 되는 걸 절대 부정할 수 없더라는 점이였어. 그리고 그걸 인지한 며칠 뒤에 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나서야 선택을 제대로 했단느 느낌이 들더라구. 레주가 지금 하고 있는게 선택인 건지 방치인 건지 잘 한 번 생각해봐. 남의 인생 누가 위로를 해준다고 위로가 될 리도 없고 책임은 오롯이 본인이 진다는 거 잊지 말고 더는 고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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