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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01/09 18:50:50 ID : 43XBs7bCmIG
일단 쓴 건 프롤로그—1화 정도까지인데 평소에 생각하던 스토리로 적어 봤어. 여기다가 올려보는 건 처음이고, 글이 좀 구릴 수도 있어서 양해 부탁해ㅠㅠ
이름없음 2023/01/09 18:51:25 ID : 43XBs7bCmIG
“도와줘, 시리야.” 「부르셨어요, 주인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돼?” 「대답해 드릴 수 없네요.」 이 쓸모없는 인공지능 새끼… 폰을 집어넣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캘리포니아산 인공지능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답을 알 수 없었다.
이름없음 2023/01/09 18:51:46 ID : 43XBs7bCmIG
“에, 어, 음……” 눈앞에는 같은 학교의 여자 교복을 입은 것이 보인다. 방송에 나온 대선 후보처럼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한다. 평범한 인간이어야 했다. 분명 평소대로 말도 걸지 않고 지나쳐 헤어졌을 사람이어야 했을 테지만, 더는 아니었다.
이름없음 2023/01/09 18:52:35 ID : 43XBs7bCmIG
—몸이 반투명하다. 보일 수 없는 것이 보인다. 지하철 승강장이 교복 뒤로 비친다. 누구도 싣지 않은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죽음을 막는 플라스틱 강화유리 문이 보인다. 이제 겨우 시청에서 출발한 열차는 선로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름없음 2023/01/09 18:52:50 ID : 43XBs7bCmIG
“…저게 뭐야?”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쓸모없는 인공지능이 또 쓸모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엔 화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았으니까.
이름없음 2023/01/09 18:53:13 ID : 43XBs7bCmIG
‘튀자.’ 그러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날 괴롭혔던 생물들을 피해 질주하던 능력이 무생물 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넘어진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말았다. “저기….” “—! ” 발이 얼어 버린 나를 향해 다가온다. 단 한 명만이 존재하는 승강장을 15센티미터씩 나아가 금세 거리를 좁혀온다.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름없음 2023/01/09 18:53:37 ID : 43XBs7bCmIG
“…너, 너… 대체 뭐야?” “잠깐, 뭐냐…니?” 누가 봐도 유령이잖아! 이젠 입도 안 움직인다. 거리는 계속해서 좁혀진다. 어느새 15센티미터 앞에 멈춰서자 공포에 할 말을 잊어버렸다. —설마 나 죽어? 지금까지 본 넷플릭스의 모든 공포물이 스쳐 지나간다. 유령을 만났다가 죽었던 인간들에게 내 얼굴이 덮어씌워진다. 생각해 보니 억울했다. 담력 테스트를 하러 폐건물에 간 것도 아니고, 겨우 지하철 승강장에 올라왔는데 뜬금없이 죽는다니. 이딴 전개는 너무 불합리하잖아. 작가 어떤 놈이야?
이름없음 2023/01/09 18:53:51 ID : 43XBs7bCmIG
“ㄴ,느, 느어, 너—” “뭐야, 한국말 잊어버렸어?” 제발 뒤로 가, 반투명인 거 보기 싫어. 다가올수록 반투명한 몸 뒤로 비치는 풍경이 싫어도 눈에 들어온다. 분명 옷을 입고 있는데 옷이 없는 치한을 마주한 것만 같았다. 혀가 떨린 나는 한국어 구사 능력마저 상실했다.
이름없음 2023/01/09 18:54:03 ID : 43XBs7bCmIG
“진짜 이상하네, 너.” “ㅈ, 제…발, 좀… 떨어… 져!”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내 한국어 능력을 겨우 되찾았을 때, 「지금 들어오는 열차는, 우리 역을 통과하는 열차입니다. 다음 열차를—」 —슈우욱. 전광판에 표시되지 않았을 통과 열차가 질주한다. 완전 밀폐가 아닌 승강장을 휩쓴 열차풍이 유령의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이름없음 2023/01/09 18:54:23 ID : 43XBs7bCmIG
“아, 안 보여…!” 시야를 차단당한 유령이 뒷걸음질친다. 눈가의 머리카락을 걷어내려는 것 같았지만, 왜인지 여전히 볼 수 없는 듯 나에게서 멀어져 승강장을 배회하고 있었다. 공포심에 도망칠 기회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주저앉은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 눈가를 감싸고 배회하던 유령은 벽면 거울 앞에 도달했다.
이름없음 2023/01/09 18:54:54 ID : 43XBs7bCmIG
“갑자기, 갑자기 왜 바람이—” 마침내 유령이 겨우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냈을 때, “……..?” “……..” 거울에는 반투명한 여자 유령 한 명과, 벌벌 떠는 불투명한 인간 남자의 모습이 반사되고 있었다. “어, 어… 어?” “…, …., …..!” 갈 곳을 잃은 시선들이 거울 속에서 마주쳤고, —비명이 섞여 터져나왔다. 열차의 브레이크 소리와 구별할 수 없는 날카로운 소리였다.
이름없음 2023/01/09 18:55:14 ID : 43XBs7bCmIG
열차는 멈추지 않고 승강장을 통과해 밤의 한강 너머로 사라졌다. 「긴급 상황을 감지했습니다. 표시된 시간 내 응답이 없으실 경우 자동으로 긴급 전화를—」 “넌 꺼져!” 비명 소리를 감지한 인공지능이 쓸모없는 짓을 했다. 터치로 긴급 전화를 끄게 했다. 119나 경찰을 불러도 이 상황을 해결할 순 없다.
이름없음 2023/01/09 18:55:28 ID : 43XBs7bCmIG
“잠깐, 뭔데. 아니, 몸이 왜…!” 유령이 자신의 반투명한 신체를 보며 혼란스러워한다. 손으로 어두운 전등을 가리거나, 스크린도어에 붙은 노선도를 가리기도 하며 뭔가를 확인하려 한다. 나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왜 갑자기, 지금…!” 신체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춘기 청소년이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저게 누군지도, 왜 저러는지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
이름없음 2023/01/09 18:55:47 ID : 43XBs7bCmIG
그러나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었던 건, ‘지금이라면 튈 수 있어…!’ 이미 한 번 놓쳐 버린 답안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영어 듣기평가도 문제 두 개는 한 번 더 들려주잖아? 지문을 읽는다.
이름없음 2023/01/09 18:56:06 ID : 43XBs7bCmIG
‘출구.’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유령 앞을 지나쳐야 한다. 기각. 반대편을 보았다.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거리가 멀었고 뛰어가는 도중에 정신을 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는 선택지가 없다. “밖에서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대체 언제부터야?!” 떨어진 가방을 떨리는 손으로 주웠다. 여전히 날 인지하지 못한 채 이해 못 할 소리를 늘어놓는다. 바닥을 엉덩이로 기어간다. 소리 없이 거울에서 빠져나간다. 여전히 나를 보지 않는다. 숨을 아주 작게 들이쉬고 떨리는 몸을 살짝 일으킨다.
이름없음 2023/01/09 18:56:24 ID : 43XBs7bCmIG
—달린다. 1초에 4미터를 나아간다. 승강장에 운동화 소리가 울린다. 중얼거리는 말소리가 멀어진다.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에스컬레이터까지는 앞으로— 80미터. ‘설마 들켰나?’ 운동화 소리가 청각을 점령해 간다. 유령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른 발소리조차 없다. 등골이 서늘하다. 하지만 돌아볼 수는 없다. 질주한다. 60미터. ‘들켰으면 이미 따라오고 있을 텐데…!’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한다. 거리가 멀어져 들리지 않는다 단정한다. 혼란이 멎었어도 인식은 못 한다고 믿는다. 불안이 등을 타고 기어오른다. 달릴 수밖에 없다. 40미터. ‘유령이라 발소리가 없는 건 아니고?’ 불길한 생각이 뇌를 점령하기 시작한다. 도주의 본능이 억누른다. 여전히 뒤쫓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나를 붙잡는 손도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짧은데, 짧아야 할 텐데. 16미터. 다 왔다. 이걸 타면 끝난다. 탈출할 수 있다. 멈춰선다. 0미터.
이름없음 2023/01/09 18:56:50 ID : 43XBs7bCmIG
올라갈 수 없었다.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붙잡지도 않았고, 나를 쫓아오지도 않는다. 승강장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 소리조차 없이 조용했다. 에스컬레이터 소리조차 없이. —에스컬레이터는 아무도 싣지 않았다. 움직이지도 않았다. “고장 및 수리중” 이라는 표지판만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 끝났구나.
이름없음 2023/01/09 18:57:15 ID : 43XBs7bCmIG
그제서야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숨이 찼다. 이제 도망칠 수 없다.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반투명한 유령이 도망친 나를 향해 다가와 따라잡았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 “……뭔데?”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저항할 기력도 없다. 어차피 도망은 못 가니 이젠 죽는 길만 남았다고 생각하자 무서울 만큼 차분해졌다. 유언장 쓸 시간이라도 달라고 빌어야 하나? “진짜로 내가 지금 반투명하게 보여?” “—뭐?” 하지만 의외의 질문을 듣자 한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이름없음 2023/01/09 18:57:34 ID : 43XBs7bCmIG
“말 그대로야. 내 몸이… 유령처럼 보여?” 유령처럼. 그 말이 귀에 꽂혔다. 스스로가 유령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만약 자신이 유령인 걸 알았다면 자신이 보이는지만 물었을 테지, ‘유령처럼’ 보이는 거냐고 물어볼 리가 없으니까. “…어. 거울로 봤잖아?” “응… 그렇지.” 자신의 반투명한 양손을 내려다보는 유령은 여전히 믿기 힘들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방금 전보다는 확실히 진정한 것 같지만.
이름없음 2023/01/09 18:57:56 ID : 43XBs7bCmIG
“일단— 해 끼칠 생각은 없으니까 무서워하지 마.” “아, 어… 응.” 한순간 시리를 불러 불경이나 찬송가라도 틀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나는 1초도 되지 않아 계획을 철회했다. 적의가 없음을 확인했고 부작용을 예상할 수 없으니까. “아무래도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저쪽에 앉을까?” 유령이 이끄는 대로 자판기 옆 벤치에 앉았다. 승강장엔 여전히 사람도 열차도 없었다.
이름없음 2023/01/09 18:58:10 ID : 43XBs7bCmIG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그러면 내가 물어보는 거 대답해 줄래?” “…그래.” 조금 심호흡을 했다. 마음이 아주 약간 진정되었다.
이름없음 2023/01/09 18:58:25 ID : 43XBs7bCmIG
겨우 혼란이 진정되고 대화의 장이 열리자마자, 나는 가장 궁금한 것을 막힘없이 물어보았다. “정말 넌… 유령이야?” 옆의 반투명한 유령은 조금 생각하더니, “죽어서도 사라지기 싫어하는 인간을 유령이라고 부른다면… 응. 난 유령이야.” 별다른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는 쏟아져 나오려는 질문을 틀어막고 정리하며 차분하게 묻기 시작한다.
이름없음 2023/01/09 18:58:40 ID : 43XBs7bCmIG
“유령이라면… 보통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거 아냐? 나한테 보이는 건 뭔가 특별한 일이라고 쳐도, 왜 ‘내가 보이냐’가 아니라 ‘유령처럼 보이냐’고 물어본 건지 모르겠어.” “역시 예리하네.” 반투명한 유령이 천천히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믿기 힘들었지만 내 눈앞에 펼쳐지는 건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이름없음 2023/01/09 18:58:56 ID : 43XBs7bCmIG
“네 말대로… 사람들에겐 기본적으로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죽은 후에 정신을 차렸을 땐 지금처럼 반투명한 모습으로 자신에게만 보였고. 그렇지만 죽고 나서 좀 시간이 지난 후에 일정 시간 동안 사람처럼 타인에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거든.” 유령이 사람으로 둔갑하는 것을, 애초의 유령의 존재를 떠들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겠지만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름없음 2023/01/09 18:59:10 ID : 43XBs7bCmIG
“어떻게?” “사람들과 접촉을 하면 돼.” “안 보인다며?” “굳이 모습을 안 드러내도 접촉할 방법은 많거든.”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아. 살짝 고민하던 유령은 자신의 교복 주머니에서 불투명한 메모장과 펜을 꺼낸다. “예를 들면… 이렇게.” 유령은 메모장의 빈 페이지를 펼치고 벤치 위에 올려놓는다. 메모장 위에 펜을 직각으로 세우고선, 눈을 감고 수상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름없음 2023/01/09 18:59:31 ID : 43XBs7bCmIG
「親友さま、親友さま、私が来ました。答えてください…」 “친구님, 친구님, 제가 왔습니다. 대답해 주세요…” 훌륭히 갓반인의 연기를 성공해낸 씹덕이었던 나는, 뇌에서 저절로 익숙한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있었다. 저절로 유령이 뭘 하려는 건지도 알 듯했다. “그거 혹시 분신사바 하는 거야?” “정답이야.”
이름없음 2023/01/09 18:59:44 ID : 43XBs7bCmIG
‘분신사마, 분신사마, 오이데 쿠다사이’ 라는 일본어 주문을 외우는 한국의 유서 깊은 강령술이었다. ‘사마’가 어째서 ‘사바’로 바뀌어 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유령이 눈을 뜨고 메모장을 무릎 위에 올리자, 글씨가 갑자기 종이 위에 나타났다. 나도 유령도 조금도 놀라지 않고 의식을 이어나갔다. ‘한서월.’
이름없음 2023/01/09 18:59:58 ID : 43XBs7bCmIG
펜을 잡고 부드러운 글씨체로 유령이 이름을 적자, 밑에 또 다른 글씨가 생겨난다. —나이는요? ‘16살.’ 질문은 계속해서 나타났고, 유령은 계속해서 답을 적었다. —지금 저희가 보이세요? ‘아니.’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셨나요? ‘바질.’ —싫어하는 건요? ‘호두.’ 분신사바를 하는 사람들의 질문 70퍼센트는 유령의 개인정보를 캐묻는 것이었고, 유령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개인정보를 술술 유출했다.
이름없음 2023/01/09 19:00:23 ID : 43XBs7bCmIG
그렇게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고 페이지가 넘어가던 메모장에 19번째 질문이 나타났다. —어쩌다가 죽으셨나요? 유령은 펜을 움직이지 않았다. 무엇이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걸까. 아니면 대답하기 싫은 걸까. 저주를 내리려는 걸까. 다시 펜이 움직였다. ‘ㅣ,ㄹ, ㅔ, ㅇ’ 의미를 추측할 수 없었다. 종성이 존재하지 않았고 초성 혹은 중성만 남아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다시 문자가 떠올랐다. 하지만 질문이 아니었다.
이름없음 2023/01/09 19:00:43 ID : 43XBs7bCmIG
—안녕히 가세요. “잘 가.” 유령은 마침내 다시 입을 열고선, 사용한 페이지를 메모장에서 전부 뜯어냈다. 더 이상 방금 전의 문자열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분신사바를 한 걸로, 모습을 보이게 만들 수 있는데—” 뜯어낸 메모지 몇 장을 유령이 머리 위 허공으로 날리자, 조각조각 분해되기 시작하더니 별가루처럼 반짝이며 유령의 몸에 안착했다. 이렇게 하면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 걸까.
이름없음 2023/01/09 19:00:56 ID : 43XBs7bCmIG
하지만 유령은 불투명해지지 않았다. “이젠 안 되네.” 거창하게 별가루를 뿌려 온 몸에 날렸는데도, 불투명해져 사람처럼 된 곳은 오직 양손 끝과 양 발뿐이었다. 그곳마저 30초도 안 돼 빛이 바래듯 다시 반투명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름없음 2023/01/09 19:01:10 ID : 43XBs7bCmIG
“그럼, 유령처럼 보이냐고 물어본 것도… 불투명화가 풀려 버린 걸 알아서야?” “응.” 투명도가 0까지 떨어지지 못하는 유령이 말한다. 거울 앞에서 ‘왜 갑자기, 지금’ 이러는 것이냐고 중얼거리던 목소리가 기억난다. “원래 이 정도 길이의 분신사바를 하면 적어도 4시간 정도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었어. 근데 몇 달 전부터 점점 지속 시간이 짧아지다가… 아무래도 이젠 완전히 무력화된 것 같아.” “무력화된 건, 아무래도 내가 널 봤을 때부터?” “그렇겠지. 승강장에 올라온 직후에 거울을 봤을 땐 불투명했으니까.”
이름없음 2023/01/09 19:01:32 ID : 43XBs7bCmIG
유령은 다시 거울을 보기 전까지 불투명화가 풀린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것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었다. 겁을 줬던 건 고의가 아니었구나. “원격 분신사바를 알게 되고 전신이 이렇게 완전히 반투명해진 적은 없어서… 조금, 많이 놀랐던 것 같아.” “어쩌다가 무력화된 건지 짐작은 가?” “나도 잘 모르겠어. 일단 추측하자면… 아무래도 불투명화가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었거나, 아니면 내성 같은 게 생긴 걸지도 몰라.” 여전히 나도 유령도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이름없음 2023/01/09 19:01:49 ID : 43XBs7bCmIG
“그러면 이제 사람처럼 보일 방법은 없는 거야?”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유령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반투명한 시선을 마주하자 살짝 긴장이 되었다. “네가 도와주기만 하면 돼. 문제는… 시도해 본 적이 없어서 성공할지 모른다는 거야.” “실패하면 리스크가 커?” “최악의 경우엔 둘 다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그렇네.”
이름없음 2023/01/09 19:01:59 ID : 43XBs7bCmIG
우리 둘 다 사라질지 모른다는 말에 내가 흠칫하자, 유령은 살짝 웃으며 분위기를 푼다. “그래도 괜찮아.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니까, 실패하더라도 네가 죽을 확률은 거의 없어. 나는 틀림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겠지만.” 유령은 자신이 사라져 버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산 사람들의 세계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름없음 2023/01/09 19:02:16 ID : 43XBs7bCmIG
“죽어서도 살아야 하는 이유 같은 게 있어?” “이유… 라면.” 유령은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아직 이곳에 도착하기까진 4개 역이 남았다. “살아 있었을 때, 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들어 버렸거든.” “…….” “그러니까… 내가 더 소중한 걸로 대체되기 전엔 사라질 수 없어.” 나는 유령의 옷을 보았다. 첫 만남과 다름없이 반투명하다. 그렇지만 색과 형태는 틀림없이 내가 다니는 학교의 여자 교복이었다.
이름없음 2023/01/09 19:02:33 ID : 43XBs7bCmIG
“시간이 지나서 잊어버린다면 사라져도 아무렇지 않아. 빈자리를 채울 것을 찾았을 테니 없어진다 해도 고통스럽진 않을 거야. 하지만 여전히 나를 소중하다고 기억하는데, 갑자기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어? 그 사람들이 빈자리에 슬퍼하고, 채울 것만을 찾다가, 끝내 다시 나를 만나겠다고 그런 짓을 하는 건… 내가 원하는 죽음이 아니야.” “하지만 그 방법이 실패하면 넌 사라지게 되잖아. 그 사람들을 남긴 채로…” 여전히 나는 유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유령은 잠시 고민하다가, 망설임 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름없음 2023/01/09 19:02:48 ID : 43XBs7bCmIG
“내가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되는 것과, 사라지는 건 다른 개념이야.” “뭐가 다른데?”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나는 기억 속에서 계속 존재해. 그러면 소중한 사람들의 고통을 전부 느껴야 하고. 하지만 내가 사라진다면, 나는 처음부터 없던 게 되는 거야. 그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나는 지워질 거고, 오직 나만이 그 사람들을 기억할 거야.” “그럼 처음부터 사라졌으면—”
이름없음 2023/01/09 19:03:02 ID : 43XBs7bCmIG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유령이 설명을 이었다. “간단히 끝내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악착같이 사람처럼 보일 방법을 찾아다니지 않았겠지. 네 말대로 망설임 없이 사라지길 택했을 거야. 하지만 나는…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었어.” 아직도 열차는 도착하지 않는다. 여전히 사람은 하나뿐이다.
이름없음 2023/01/09 19:03:15 ID : 43XBs7bCmIG
“나는… 그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걸 보고 싶어. 나한테,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걸 듣고 싶어. 살아 있었을 때 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었거든. 너무 많이, 오랫동안. 이기적일지라도, 리스크가 크더라도… 그걸 보지 못한 채로 사라지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 “……” 유령이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머리카락이 살짝 흘러내려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나도 유령도 더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름없음 2023/01/09 19:03:33 ID : 43XBs7bCmIG
“…강요는 하지 않을게. 나도 죽는 게 두려웠으니까. 하고 싶지 않다면… 이 역을 떠나도 저주하지 않을 거야.” 아직도 나는 지금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유령이 생전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저주하지 않겠다 약속했으니 그냥 거부해 버리면 끝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더 알고 싶었다. 유령이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 누구인지, 생전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떻게 죽게 되어 지금의 모습이 된 건지.
이름없음 2023/01/09 19:03:58 ID : 43XBs7bCmIG
그것을 영원히 알지도 못한 채로 남는다면 미련이 남을 것 같았다. 유령이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미련을 남긴 것처럼, 나도 어쩌면 내 선택에 후회하며 영원한 무지에 고통스러워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의 행복을 보지 못한 인간의 비참한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름없음 2023/01/09 19:04:11 ID : 43XBs7bCmIG
“하자.” “…어?” 나는 목숨을 걸고 행복이라는 상금이 걸린 도박을 하기로 했다. 유령이 고개를 들었다. 놀란 표정을 하고 있다. “그 방법 말이야. 내가 도와줄게.” “정말로? 하지만 네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네가 말했잖아, 내가 죽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조금 다리가 떨리지만, 기분 탓이다. 유령의 말대로 내가 죽을 확률은 거의 없었던 것도 도박을 결심한 이유였다. 0이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
이름없음 2023/01/09 19:04:30 ID : 43XBs7bCmIG
“그래, 고마워.” 유령은 살짝 웃었다. 비현실적인 미소가 내 동공에 비쳤다. “방법이라는 게 뭔데?”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간단하다면 간단한데…” 생각하는 듯 동공을 굴리다가, 뭔가를 깨달은 듯이 메모장을 꺼낸 반대편 주머니에서 유령은 포스트잇을 꺼내고 말을 이었다.
이름없음 2023/01/09 19:04:44 ID : 43XBs7bCmIG
“이건 오직 너처럼, 내가 반투명해진 상태에서도 나를 볼 수 있는 사람과만 할 수 있는 방법이야.” 그래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거부했다면 아마 소녀는 영원히 반투명한 채로 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땅에서 떨어진 곳에서, 물 위에서 빠지지 않은 채로 손을 잡고 눈을 감은 후에… 마음속으로 내 모습을 보여달라는 소원을 빌기만 하면 돼. 14초가 지나면 바로 눈을 뜨고, 눈앞에 내가 사람처럼 보이면 성공이야.” “다리 위… 강에서 해야 한다는 거네.” 나와 유령은 승강장 너머를 바라보았다. 다리 위의 한강을 가로지를 철로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름없음 2023/01/09 19:04:59 ID : 43XBs7bCmIG
“지하철 타고 나서, 출발할 때 시작하면 될 거야.” “근데 지금 지하철이 어느 역ㅇ—” 내가 안내 방송 전광판으로 시선을 돌리자마자 익숙한 멜로디가 승강장에 울리며, 감정 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성수— 성수 행, 외선순환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딱 맞춰서 왔네?” 유령은 일어서서 스크린도어 앞으로 다가갔다. 나도 유령의 옆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와 바람이 느껴진다.
이름없음 2023/01/09 19:05:13 ID : 43XBs7bCmIG
“근데, 소원을 빌 때 이름을 알아야 하지 않아?” “이미 알고 있잖아.” 아까 분신사바를 할 때 적었던 이름이 떠올랐다. 다시 한 번 내 기억을 확인했다. “한서월…이지?” “넌 서유현이고.” “응…… 잠깐, 어떻게 알았어?!” 이름을 가르쳐 준 적 없단 사실을 깨닫고 놀란 나를 보고 한서월이 웃는다. 그러더니 가볍게 대답해 준다.
이름없음 2023/01/09 19:05:30 ID : 43XBs7bCmIG
“네 교복에 붙어 있잖아? 명찰.” “아.” 왼쪽 가슴을 보았다. 마의의 왼쪽 가슴 위에는 핀으로 고정된 직사각형 흰색 플라스틱 위에 “서유현” 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마음의 준비는 다 했어?” “내가 죽을 확률은 거의 없다며. 너는?” “……해야지.” 천천히 속도를 줄여 오는 열차의 바람이 시야를 차단시키는 일은 없었다. 마침내 열차가 승강장에 정지했고,
이름없음 2023/01/09 19:05:42 ID : 43XBs7bCmIG
“근데…… 지하철 안에 딴 사람 있으면, 갑자기 너 나타나는 거 보고 놀라는 거 아냐?” “맞다. 그걸 잊었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는 없었다. 「출입문이 열립니다. 안전하게 승차하시기 바랍니다.」
이름없음 2023/01/09 19:05:55 ID : 43XBs7bCmIG
운 좋게도 나와 한서월이 탄 칸에는 사람이 없었다. “다행이네, 사람이 없어서.” “있었으면 구석에서 가린 채로 해야 하나 싶었는데…” “어차피 현대인들은 스마트폰 중독이라 우리한텐 관심 없을걸?” “하긴 그러네.” —연속적인 멜로디가 울리고, 「출입문 닫습니다.」 열차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천천히 시동을 걸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름없음 2023/01/09 19:06:08 ID : 43XBs7bCmIG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내 손 잡아.” “…응.” 심장이 떨렸다. 그러나 다리는 떨리지 않았다. 나는 한서월과 반투명한 양 손을 맞잡고 함께 창 밖을 바라보았다. 열차는 지하의 터널 속을 달리고 있다. 점점 밖이 밝아지더니, —지상으로 나왔다. 염원이 쌓아올린 강변의 야경 위로 올라왔다.
이름없음 2023/01/09 19:06:20 ID : 43XBs7bCmIG
“이 칸이 강 위로 올라가면 내가 셋을 셀게. 하나, 둘, 셋 하면 눈을 동시에 감고— 14초 후에 눈을 떠.” “하지만 어떻게 동시에 떠야 해? 주문을 외우는 중에 시간을 정확히 셀 수 있어?” “못 하지.” 무책임한 발언에 경악한 나를 보고선, 한서월은 살짝 웃더니 말을 잇는다.
이름없음 2023/01/09 19:06:40 ID : 43XBs7bCmIG
“사람 둘이서는 말이야.” 나는 그제서야 해결 방안을 찾았다. 아직 열차는 땅을 떠나지 않았다. 폰을 꺼내려다 꺼내면 안 되는 걸 알았고, 열차가 강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할게. 하나,” “시리야, 타이머로— “둘.” —14초맞춰줘!” “셋.” 「14초 타이머를 지금 시작합니다.」
이름없음 2023/01/09 19:06:55 ID : 43XBs7bCmIG
이럴 때만 쓸모있는 인공지능에게, 랩을 하듯이 외친 직후에 눈을 감았다.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손을 잡고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한서월을, 한서월의 진짜 모습을… 내 눈 앞에 보여주세요.
이름없음 2023/01/09 19:07:09 ID : 43XBs7bCmIG
00:04– 00:03– 00:02– 00:01– 타이머 종료 벨소리가 울렸고, 나는 바로 눈을 떴다. “시리야, 타이머 꺼…” 효과음이 멎었다. 눈 앞에 천천히, 내 손을 맞잡은 존재가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름없음 2023/01/09 19:07:27 ID : 43XBs7bCmIG
살짝 길고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 흑색의 눈동자. 약간의 분홍빛이 도는 밝은 피부, 같은 학교의 여자 교복. 전에 본 모습과 다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성공한 모양이네.” —몸이 불투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손에서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름없음 2023/01/09 19:07:43 ID : 43XBs7bCmIG
“…그러게.” “네 인공지능은 꺼지라고 했는데도 주인 말을 듣는구나.” “그건 당황해서 그런 거고…” 그런 욕을 밖에서 내뱉은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살짝 부끄러워졌다. 눈앞에는 전혀 유령으로는 보이지 않는 소녀가 서 있었다. “아무튼, 이것도 인연인데… 한 가지 부탁만 더 들어줄 수 있어?” “부탁이 뭐야?” 한서월은 나에게서 손을 떼고, 창 밖을 바라본다. 빌딩의 조명과 불빛들 사이에 흐르는 한강이 차창을 가득 채웠다.
이름없음 2023/01/09 19:08:10 ID : 43XBs7bCmIG
“나랑… 친구가 되어 줘.” “아까도 말했듯이, 난 그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걸 본 후에 사라질 거야.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내가 누구인지 말을 못 해서 외로웠거든.” 아직 한강을 다 건너기까지는 한참 남았다. 말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만. 그때까지만 나랑 같이 친구처럼 지내 줄 수 있어?” 도박의 결과는 승리로 끝났지만 여전히 한서월에 대해서는 알고 싶은 것이 많았다.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이름없음 2023/01/09 19:08:26 ID : 43XBs7bCmIG
“응. 네 친구가… 되어 줄게.” “고마워.” 이렇게 나는 알아 버리고 말았다. 도시의 야경 속에서, 불투명하지만 사람이 아닌 유령 소녀를.
이름없음 2023/01/09 21:09:07 ID : fPjwLcGoJQm
일단 써놓은건 여기까지야. 다 읽었다면 감상도 솔직하게 들려줘!
이름없음 2023/01/09 21:27:51 ID : rhBusjh9bhc
두 번 보니까 확실하게 이해되고 재밌는 거 같아. 두 번 보니까 확실하게 이해했다-라는 부분은, 초반 전개에 살짝 불친절한 부분이 있다는 의미야. 나머지는 진짜 좋다... 필력이라고 밖엔 못하겠는데, 특유의 분위기? 가 느껴져서 좋아.
이름없음 2023/01/09 21:32:58 ID : rhBusjh9bhc
나 벌써 이 소설 좋아하는 듯...그만큼 좋아.
이름없음 2023/01/09 21:36:07 ID : fPjwLcGoJQm
필력이라니...이런 칭찬 처음이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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