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넘는 시간동안 깊은 우정일 뿐이라고 애써 부정하고
절대 사랑은 아닐거라고 내 자신을 속여왔다
사실 이 감정이 우정이 아니란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만큼은 죽도록 인정하기 싫었다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가장 친한 친구니까
이름없음2023/01/18 02:55:46ID : Zcty0la7862
이젠 더 이상 내가 느끼는 감정을 우정이라고 합리화할 수 없을만큼 너를 좋아한다
애초에 나는 배려깊은 사람이 아니라서 친구를 그렇게 생각하고 챙겨주지 않는다
항상 널 생각하고 챙겨주는 그 시점부터
나는 너를 친구 이상으로 대하고 있었나보다
이름없음2023/01/18 03:01:16ID : Zcty0la7862
최근 몇 년간 내가 너에게 잘해준 모든 행동들은
너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여서가 아닌,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반면 너가 나에게 잘해준 모든 행동들은
내가 너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넌 어떻게 가장 친한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나한테 이렇게 잘해줄 수가 있을까
역시 넌 나와 다르게 배려심 넘치고 천성이 착한, 좋은 사람이다
이름없음2023/01/18 03:05:36ID : Zcty0la7862
너가 이성애자고, 동성애에 포비아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널 좋아하는 감정은 절대 내비치지 않는다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도 전부
깊은 우정으로 포장한다
내 마음이 흔들릴수록 우리가 친구임을 강조하고
널 가족이라 칭한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넌 내가 좋은 친구라 생각하겠지
이름없음2023/01/18 03:11:25ID : Zcty0la7862
미안하다
너가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일 뿐이었다면
난 너에게 이렇게 잘해주지 않았을텐데
결코 너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없었을텐데
역설적이게도 우정인 척 하는 사랑 덕분에
오히려 우리 우정을 다질 수 있었다
이름없음2023/01/18 03:14:20ID : Zcty0la7862
앞으로도 내가 잘할게
평생 너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의지할 수 있는 자매처럼
너 곁에 남아있을게
널 좋아하는 내 감정을 억눌러야 해서 참 힘들겠지만
그래도 너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싶어
이름없음2023/01/18 03:16:51ID : Zcty0la7862
우리가 친하게 지낸지도 10년이 다 되어간다
10년 전엔 내가 널 좋아하게 될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너 옆에 있기만 해도 정말 행복하고 즐겁지만
가끔은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건지
이 상황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이름없음2023/01/18 03:20:38ID : Zcty0la7862
왜 하필 널 좋아하게 된걸까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커져서
어느 순간 실수할까봐 무섭다
멍청한 나 때문에 우리 우정에 금이라도 갈까봐
너무나도 걱정된다
이름없음2023/01/18 03:26:28ID : Zcty0la7862
내가 너에게 고백할 일은 평생 없겠지만
아주 만약에, 고백하고 차이는걸 상상해보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하는 것보다
가장 친한 친구와의 우정을 잃는게 더 무섭다는 거였다
이름없음2023/01/18 03:27:59ID : Zcty0la7862
넌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다
단지 내가 널 좋아하기 때문뿐만 아니라
친구로서도 정말 소중한 사람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도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절대 친구로서의 널 놓치고 싶지 않기에
나는 내 마음을 숨겨야만 한다
이름없음2023/01/18 03:30:51ID : Zcty0la7862
내가 널 좋아하는걸 넌 꿈에도 모르겠지
알고 나면 역겹다고 생각하겠지
널 좋아해서 정말 미안하다
이름없음2023/01/18 03:38:55ID : Zcty0la7862
진짜 많이 좋아해
내가 남자였다면 너랑 사귈 수 있었을까
너랑 결혼해서 평생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내 평생을 바칠 자신있는데
너가 걱정없이 공주처럼 살게 해 줄 자신있는데
이런 허무한 상상을 끝없이 한다
이름없음2023/01/18 03:41:26ID : Zcty0la7862
허무한 상상 끝엔 늘 한숨만 남는다
이러다 선을 넘는건 아닌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그러다 내 마음을 숨기기 위해
너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 대신
장난섞인 농담 한마디를 더 한다
위험한 줄타기는 계속된다
이름없음2023/01/18 03:46:58ID : Zcty0la7862
내가 너의 가장 친한 친구인 것 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너가 남자친구를 사귀는 그 날이 오면
남몰래 조금 울 것 같다
남친 만들고 싶다는 너의 바람을 진심으로 응원해주지 못해서,
친구로서 너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주지 못해서,
이렇게 못난 나라서 정말 미안하다
이름없음2023/01/18 03:49:56ID : Zcty0la7862
나중에 이왕 남친 사귀고 결혼이라도 할거면
무조건 나보다 나은 사람이랑 해라
나보다 더 능력있고, 더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인정하기 싫어서 미쳐버릴 것 같다
그러니 제발 좋은 사람이랑만 만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가 평생 연애도, 결혼도 안하고 내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
나랑 사귀어주면 좋겠다
이런걸 바라는 내 자신이 나도 한심하다
이름없음2023/01/18 03:55:49ID : Zcty0la7862
언제쯤 내 지긋지긋한 마음이 정리될까
아무리 접으려 해도 접을 수 없다
매일 너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난 언제까지 이렇게 고통받는걸까
이름없음2023/01/18 03:58:22ID : Zcty0la7862
정리는 커녕 요즘은 널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져가기만 한다
내가 널 좋아한다고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순간의 리액션, 무의식적인 말 한마디, 찰나의 눈빛으로
내 마음이 들킬까봐 무섭다
제발 날 의심하게 되더라도 모른척해주라
이름없음2023/01/18 04:06:13ID : Zcty0la7862
너에게 우정을 표현하는 편지는 많이 써줬지만
솔직한 내 마음을 표현한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
그리고 절대 줄 수 없는 편지라는 것도 안다
익명의 힘을 빌려야만 솔직해질 수 있는 내가 초라하다
이름없음2023/01/18 04:10:19ID : Zcty0la7862
사후세계나 환생 같은 걸 믿진 않지만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제발 너와 이성으로 만나 평범한 사랑을 하고싶다
좋은 배우자가 되어주고 평생 함께하고 싶다
정말 행복할텐데
왜 항상 난 가질 수 없는 것만 바라는걸까
내 눈엔 오르지 못할 나무만 보인다
이름없음2023/01/18 04:15:08ID : Zcty0la7862
내 속이 썩는줄도 모르고 자고있을 너가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너를 정말 사랑한다
사랑해
평생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겠지만
정말 사랑해
이제 이만 줄일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