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표 값은 부모님이 내주셨고, 가서 쓸 돈은 내가 모아둔 용돈 2/3 + 부모님이 추가로 주신 돈 1/3 해서 들고 가려고 해.
기간은 약 한 달이고 처음으로 부모님 없이 어디 멀리/오래 가는 거거든? 그래서 부모님한테 간단히 편지라도 써두고 가려고 하는데...
사실 내가 우울증이 있거든. 평소엔 막 심하지 않은데 근 몇 달간 유독 정신적으로 내몰리고 힘들더라고. 불안 장애도 심해지고...
대학생인데 전공이 좀 빡센 전공이기도 하고 (나랑 안 맞는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하고), 이제까지 여름방학 동안에도 거의 풀 학기 수준으로 여름 학기 수강신청해서 듣다 보니 이제까지 제대로 된 휴식도 없었고... 그거 아니어도 대인관계나 여기에 굳이 적진 않을 기타 등등 여러 일들 때문에 정신이 너무 피폐해져서 휴식/여행이 너무 절실해지더라. 잠시 아무것도 안 하고 어디 멀리 가서 놀면서 쉬고 싶다 해야하나. 그래서 이번에 여행 보내주신다 했을 때 진짜... 진짜 그거 하나만 생각하고 버텼던 거 같아. 다 포기하고 싶은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그거 하나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버티고 그랬거든. 조금만 더 버티다 여행 가자, 가서 놀자, 하면서.
그래서 편지에 아무 생각 없이 '사실 요새 정신적으로 좀 내몰리고 힘들어서 휴식이 절실했었는데 이번에 (여행)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딸 돼서 돌아올게요' 뭐 이런 식으로 썼었거든? 굳이 썼던 이유는 그냥 진심으로 감사하기도 하고, 실제로 내가 우울증 앓은지 몇 년 됐는데 이번을 계기로 아예 정신적으로 건강해져서 돌아오는 게 내 일차적인 목표여서 그걸 전하고 싶었어. 근데 다 쓰고 돌아보니까 이런 거 쓰면 괜히 걱정하실 거 같은데 그냥 빼는 게 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드네.
부모님은 나 우울증 앓는 건 알고 계시고 대신 근 몇 달이 유독 힘들었는지 어땠는지 까지는 잘 모르시는 거 같아. 차라리 근 몇 달간 내가 특히 힘들어했던 걸 아시면 오히려 안심하시라는 취지로라도 쓰겠는데... 그렇게까지 자세히는 모르고 계셔서 뭔가 좀 그렇네;;
어쩌지? 그냥 내 우울증에 관련된 부분은 아예 빼고 밝은 부분만 넣어서 다시 쓰는 게 나을까? 어떻게 생각해?
2이름없음2023/05/01 17:20:18ID : byHwpTRBfbB
별로 어두워보이지는 않는디
3이름없음2023/05/01 17:25:23ID : Hu9vDwHxxyL
>>2 그래? 그렇담 다행이다. 그냥 부모님은 나 이번에 좀 많이 힘들어하던 거 모르시는데 괜히 얘기하면 아시게 되니까 걱정 끼칠까 봐 좀 불안했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