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464)
2.청춘은 켜켜이 쌓인 하루하루의 잔상이라고 (27)
3.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 (724)
4.If you take these Pieces (487)
5.글 잘 안 쓰는 소재구걸주 (61)
6.이름 남기고 가면 간단한 분위기 대답해주기 (214)
7.ㄱ부터 ㅎ까지 좋아하는 단어 적는 스레 (103)
8.생각난 소설의 개요만 쓰고 가는 스레 (2)
9.나 로판식 제목짓기 잘함 (31)
10.요즘 글 쓰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1)
11.홀수스레가 단어 세 개를 제시하면 짝수가 글 써보자! (705)
12.✨🌃통합✨ 질문스레(일회성 스레 말고 여기!!!!!!!)🌌 (219)
13.네 홍차에 독을 탔어 (208)
14.내가 작가가 된다면 쓰고 싶은 대사 혹은 문장 (89)
15.요즘 릴레이 소설이 너무 하고 싶은데 (4)
16.제일 쓰기 어려운 게 bl 빙의물인듯 (4)
17.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 (33)
18.:D (64)
19.다치거나 아픈 사람 묘사 (2)
20.소설 써보고싶다 (1)
알람이 울리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구에 인간이 사라진지 어언 3년, 이젠 이런 침묵도 익숙해질 법하다. 삐그덕거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제일 먼저 할 일은 면도다.
거울을 보며 얼마 남지않은 비누를 비벼 거품을 만든 뒤 턱에 바르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나는 사람도 안만나는데 면도를 한다. 무의식적으로 기대하는건가, 인간적인 행동이 필요한건가, 아님 아야. 잡생각을 하며 면도를 하니 상처가 났다. 수건으로 대충 닦은 뒤 서랍을 열어 구급상자를 꺼낸다. 거기엔 후시딘, 소독약, 붕대, 반창고, 가위, 테이프, 각종 약들이 있다. 반창고를 꺼내 붙인다. 여전히 고요하다. 아무도 그에게 왜 다치셨어요, 안아프세요? 라고 말하지 않는다. 긴 복도를 지나 문을 열자 빠르게 움직이는 기계들이 보인다. 그리고 앞엔 거대한 기둥이 있다. 여기는 원자력 발전소, 그는 냉각수 점검자다. 좋아, 오늘도 정상이군. 그러나 이 정상도 전기가 끊기면 사라진다. 그럼 정말 인간멸종이 되겠네. 그의 책상 위엔 가족사진이 있다. 그의 아내가 품에 안겨 활짝 웃고있다. 나도 그냥 당신 곁으로 갈까? 그는 작게 중얼거린다.
“밥은?”
“안먹어도 돼.”
“오늘은 몇시에 들어와?”
“글쎄.”
“오늘은 최대한 일찍 들어와줘. 모처럼 특별한 날이잖아!”
“노력해볼게. 다녀올게.”
시끄러운 차소리가 들리고 강아지들의 아침 산책길이 보인다. 인간이 사라지기 3년 전 그날, 그는 아내인 마희의 손인사를 뒤로한 채 택시에 탔다.
“종분역으로 가주세요.”
택시안의 온도가 적당하다. 햇빛이 들어오며 따스한 공기가 느껴지고 작은 먼지들도 보인다. 창문 밖으로 시선 옮기니 휙휙 지나가는 나무들이 보인다. 빛나는 초록잎. 작은 새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라진다면 오늘을 어떻게 사실건가요? 라는 사연입니다. 참.... 신기하죠? 끝나지 않을 것들이 끝난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무서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소중함이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저는 이 무서움과 소중함을 뒤로하고 평범한 하루를 보낼 것 같아요. 못해본 거 다 하자하면 다음날을 살고 싶어할 거 같거든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신청곡을 들으면서 오늘의 답변을 내려보시길 바랍니다.“
지하철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머리를 보라색으로 염색한 사람, 코피어싱을 뚫은 사람, 화장을 급하게 하느라 머리 구르프도 못 보는 사람, 아침부터 누구와 전화로 싸우는 사람, 초조하게 전광판만 바라보는 사람... 그중에서 제일 재미없는 사람은 그일 것이다. 그는 핸드폰도 익숙치않아 그저 멍 때린다. 귀 아픈 진동소리와 함께 바람처럼 들어오는 지하철이 유일한 그의 이동수단이다.
"여어-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응."
그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들어봐 내가 오늘 아침에 커피를 샀는데 행사에 당첨이 된거야! 그래서 커피를 하나 더 준다길래 아침에 커피 두잔을 마실 필요는 없으니까 괜찮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그런 내 모습에 직원이 반했는지...."
빈립, 항상 자신감이 넘쳐있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실 나는 이 모든게 허풍이라는 걸 안다. 그는 남몰래 외로워하고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어린남자아이다. 하지만 어른은 사랑을 받기 어렵다. 빈립은 아직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가보다.
"빈립, 그건 그냥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봐 확인을 받으려는 것 뿐이야. 내가 항상 말하잖아. 세상은"
"생각보다 나한테 관심없다? 알아 그건 나도 안다고. 근데말야 난 적어도 너처럼... 음 그러니까... 너.... 너 이름이 뭐였지?"
나? 그러게. 내 이름이 뭐였을까.
다시 눈을 뜨니 그는 조잡한 기계실에 있었다. 인간이 사라진 후부터 잠만 자면 사람이 득실거리던 세상을 꿈꾼다. 그는 막막한 마음에 숨을 깊게 내쉬곤 자리에 일어났다. 그의 계산이 맞다면 이 냉각수도 버티기까지 약 7년...
"이 7년동안 내가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눈 앞에 보이는 건 그의 키와 맞먹는 커다란 문. 이 문만 나가면 그는 바깥세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밖을 나가면 마희가 없다는 게 진실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잔잔한 기류가 싫어 노래를 크게 튼다. 박자에 맞춰 조금씩 고개를 흔든다. 발바닥도 위아래로 내려친다. 점점 진동이 퍼지며 팔, 어깨, 골반을 타고 흐른다. 눈초점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빙빙 돌며 팔을 더 거세게 흔든다. 이건 마희가 알려준 슬픔을 떨쳐내는 방법이다. 이내 그는 조금씩 무너지며 지쳐 쓰러진다.
"이 방법도 거짓말이었어. 마희, 내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벌을 받는걸까. 내가 바보같이 착하다던 너의 말도 거짓말, 평생 내 옆에 있어주겠다던 말도 거짓말, 그때의 우리 여행 계획도 거짓말, 나의 행복도 거짓말이었어. 난 혼자 남겨지는 외로움보다 죽음이 더 무서운 찌질이야 그러니 찌질하게 혼자 살아있지. 너라면 어땠을까, 날 너무 보고싶어서 바로 죽어버렸을까. 난 결국 싸구려 사랑을 했던거야. 싸구려 사람이 하는 싸구려 사랑. 그거였어. 그래서 벌 받는거야. 난 천사에게 싸구려 사랑을 하고있으니..."
두개골이 쩍하고 달라붙은 것만 같은 기분이다. 얼마나 오래 잔거지? 시계를 보니 벌써 4시간이 지나있었다. 배는, 별로 고프지 않다. 어젯밤에 먹은 통조림이 체한 것 같다. 핸드폰 대신에 넣고 다녔던 책이 이렇게 도움될 줄이야. 그는 다시 읽다 만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는 강아지를 끌어 안았다. 그리곤 울며 속삭였다. "다행이야. 너가 있어서 다행이야.."그는 그 생명체로 이 지구에 또다른 생명체가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됐다. 신의 작은 선물이었을까, 강아지의 귀아픈 울음에도 놔주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하다. 이 책.. 내가 읽고있던 책이 맞나? 그는 맨 앞장으로 넘겨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
「지구에 인간이 사라졌다. 그러나 여기 한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 사람들이 사라졌을 때 아내를 찾으려고 일주일이나 밤새운 사람이다. 소름끼치도록 아무도 없는 세상에 그는 무슨 미련이라도 있던 것일까」
이거 내 이야기다. 그럼, 난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거지? 여러장 넘겼지만 뒤는 공백이다.
그 순간 밖에서
"멍- 멍-!"
거짓말. 사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실이길 바랬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눈이 타 들어갈듯한 노을의 햇빛과 함께 정말.. 작은 강아지가 있다. 생명체다 아니 천사다. 그는 강아지를 끌어 안았다.
"다행이야. 너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의 눈물은 폭포수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닦고 닦아도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그의 손보다 흐르는 눈물이 더 빠르다.
"그럼, 마희도 있을 수 있어.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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