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회성으로 소소하게 하소연하는 스레 2판 (731)
2.구남친과 현썸남을 겹쳐보는 여자가 있다?!?!?! (n) (5)
3.돈 걱정 언제 안 하고 살 수 있지 (1)
4.아니 점보러 갔는데 이게 손님한테 할태도야? (3)
5.이게 시발 제대로된 부모가 맞음? (5)
6.엄마가 아픈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1)
7.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인 건 아는데.. (1)
8.자살하면 다 편해질라나 (12)
9.엄마너무싫어 끔찍해서 죽어버릴거같아 (16)
10.우리나라 망한 것에 대해 하소연하는 스레 (90)
11.이건 지나가는 우울감일까 우울증일까 아니면 그냥 내가 씹프피여서일까 (2)
12.태어났을 때부터 했던 짝사랑을 끝내려고 해 (24)
13.부모님이 너무 부담스러워 (4)
14.아빠 말에 참 서운하고 속상하다. (3)
15.Ai 중독인가봐 (10)
16.재외국민으로 들어온 애가 나한테 찡찡대는데 ㅈㄴ열받음 (2)
17.아니 ㅅㅂ 내 옷 빨래 진짜 (1)
18.원래 이렇게 사는게 감흥이 없냐 (21)
19.애매한 재능은 진짜 존나 저주다 (30)
20.5년동안 써보는 스레 (134)
불편하거나 화나는 상황에서 도리어 입을 다물고, 무표정을 유지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말만 하게 됐어. 이유는 다음과 같아.
'피곤하다'는 게 제일 커. 사람 마음 뜻대로 하기 얼마나 어려운데. 설득하고 해명하고 내 주장을 관철시키고 네 주장의 어떤 부분이 왜 불합리한지 증명하고... 피로해. 하물며 나조차도 내가 이해 안 되고 짜증나는 때가 있는데 남을 이해하고 남에게 날 이해시키려니 오죽할까.
인간은 타인을 100% 이해할 수 없어. 아무리 객관과 공정을 외쳐도 결국엔 주관이 개입되지. 각자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그 상황에서의 입장도 다 다른데 어떻게 자신은 올바르고 정의롭다고 확신할 수 있겠어? 자신은 무조건 옳다며 남을 함부로 결정짓고 그 틀 안으로 몰아넣는 것. 남을 우물 안 개구리라 생각하면서 자신이 갇힌 우물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사람 상대하는 거 자체가 시간, 에너지 소모가 지나쳐.
나는 그들에게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겠지. 그러나 나는 미워하지 않아. 분노하고 원망하는 것도 다 그럴 에너지가 있어야 하지. 난 내 일 처리하기에도 충분히 바쁘고 힘들어. 항상 평온함을 유지하고, 속마음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겉으로는 담담하게 보이려고 애써. 그래야 나를 지킬 수 있고, 침착한 체하다 보면 차츰 정말로 침착해지기도 하니까.
도망치지 않을 거야.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임무를 완수해 낼 거야. 그들은 내가 분노하고, 위축되고, 불행하기를 바랄 거야. 하지만 내가 조용히 성실히, 무엇보다 평온하게 지낸다면 그게 바로 나를 위한 일일 거야. 동요하지 않고. 그들은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걸 나의 아무렇지 않은 태도와 생활로써 증명하는 거야. 나 자신에게. 나는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걷고, 앞으로도 그러겠다고.
하지만 이렇듯 나는 알고 있으면서도, 왜 고민할까. 왜 마음이 편치 않을까. 미움받는 게 싫고 견디기 힘든, 한 인간으로서의 특성 때문일까. 그 이유도 포함되기는 해. 그러나 사람과 부대끼는 것에 지쳐 버렸다는 게 더 와닿는 생각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사람과 섞인다는 건 항상 스트레스를 유발해. 자명한 사실이지.
내가 완전한 내면의 평화를 얻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에는 나의 미성숙도 있어. 나는 많은 걸 배웠지만, 무엇에도 통달했다 보기엔 어려워. 그리고 배우면 배울수록, 세상은 심각하게 고차원적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나는 내 지성적 상태에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었어.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서 한번 흰소리 할 법한 상황에서도, 칭찬을 곧이듣고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내가 넘어야 할 벽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생각하며 기쁘지 않았어. 자신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밖으로 쉽게 내보이는 건 허세라고 느껴.
나는 아마 내게 평생 만족하지 못할 거야. 이 사실을 받아들이며 우울하지는 않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완벽이란 걸 스스로도 잘 아니까, 완벽에 근사하도록 나를 끊임없이 성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그 과정에서 타인의 도움은 불가피하고. 인간은 탄생부터 다른 사람의 덕을 보며 살아왔잖아. 병원에서 의사들 덕분에 무사히 태어났고, 이제는 필수품이 된 핸드폰도 기술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내가 입고 자고 먹는 모든 것들이 타인으로부터 온 것들이잖아.
감사함을 느끼기란 드물어. 대부분의 것들에 있어 결핍을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정신적 의무로 '감사해야 한다'고 어디 적힌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사소한 물건에 감사할 줄 안다는 건 긍정적인 태도지. 매우 바람직하고. 당연하게 주어진 듯 보이는 권리도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으로 내가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때때로 느끼고 있어. 그러나 이런 지극히 윤리적이고 도덕적으로 치하할 만한 태도가 항상 좋은 건 아니야.
세상은 이론대로만 흘러가지 않으니까. 그리고 나 역시도 내가 경멸하는 인간들과 다를 바 없이, 주관을 갖고 있으니까. 주관이란 건 이기심과 아주 가까워. 내게 기꺼운 쪽으로 상황을 주도하려는 생각 말이야.
나는 그들을 경멸하고, 그들의 행태를 비웃고, 내가 내 평온함을 지키려 드는 것이 내게 합당한 심리라고 여기고 있어. 그들을 우물 안 개구리에 비유하며,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나는 그렇지 않다고, 나는 한 발 물러서서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는 양 얘기했지.
사실은 나도 하나의 어리석은 인간에 불과한데.
이기적인 나 자신에 희열을 느낀 때도 있어. 지금도 여전히 이기적이고. 정확하게는, 나를 지켜주는 이기심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나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고, 내게 쓸모없는 것들은 가볍게 무시해 버려도 되고, 이렇게 하는 모든 행위가 결과적으로 나의 행복과 우월로 이어진다'는 이기심. 살아온 시간 이래 나를 이루고 있어서, 당연히 사랑하게 된 내 욕구. 그러나 이 이기심 탓에 나는 타인을 좌절시키거나 분노하게 했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나를 조금 손상시키더라도 타인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더 해야 나는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욕심이 과해. 늘 그랬어. 그래서 최고의 성과를 낸 적도 많고, 여러모로 나와 분리할 수 없는 게 완벽주의야. 계획대로 진행이 안 되고, 중간에 우그러지기라도 하면 난 여전히 짜증이 심하게 나. 타인과 매여 있다는 점이 이럴 땐 애석해. 나는 나의 모든 걸 예측하고 이해하지만, 타인은 변수니까. 그도 그만의 생각과 사정이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나는 그것 때문에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아직도, 분노를 금하지 못해. 내가 원하는 대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불쾌함은 어떤 것으로도 메울 수 없어. 하지만 제일 무서운 건, 그게 남이 아니라 바로 내게서 비롯되었을 경우야.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이런 생각.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내 미흡함 때문에 나를 궁지로 몰았을 경우. 궁지란 건 내가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정도의 상황. 누군가 방해한 것도 아니고, 내게는 충분한 시간과 능력이 있었는데, 순전히 내 나태함으로 인해 일을 그르쳤을 때 속에서 우러나오는 비참함. 꽤 최근에 겪었는데 여파가 남아 있어.
그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아주 여유를 부리며, 게으르게 준비했던 거구나. 아니, 그때도 최선이라곤 생각지 않았을걸. 최상을 원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과거의 나는 결국 현재의 내게 부끄러움과, 자책과, 해소할 길 없는 분노를 줬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더 잘했어야 했는데. 내가 이것밖에 안 될 리가 없잖아. 이게 내 최선인가. 이게 내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인가. 아니. 전혀 아니야... 거듭 되뇌었어.
스스로에게 규정한 기대가 '완벽'인데, 타인에게 완벽을 기대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겠어. 애당초 나는 나만이 우월하고 타인은 나만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착각을 내 일부로 삼아 온 사람인데. 위에 쓴 글에도 내 오만함이 배어 있잖아. 나와 별 상관없는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로 이런 내 이기심을 충족해 줄 만한 사람이야. 내 얘기를 경청하고, 나를 존경해 주는 사람.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야. 솔직한 게 좋아. 감정이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나서 대처를 쉽게 할 수 있는 사람.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내가 존경할 만한 사람. 사람에게는 다 장점이 있지만, 내가 눈여겨보는 장점을 가진 사람은 희소해.
이야기가 길어졌네. 원체 생각이 많아서 글로 쓰기 시작하면 끊기지가 않아. 말수가 적은 대신 생각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일까. 잡생각을 없애야 덜 피곤할 텐데 말이지. 근데 여기다 글로 썼다고 해서 그만큼 머릿속이 비워지진 않았어. 더 늘어났다면 모를까.
타인에게 심하게 자기 하소연만 하면, 남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지 말고 일기장에나 쓰라는 말을 듣게 될 수도 있어. 공감해. 나도 내 얘기를 타인에게 할 때는 아주 드물고, 만일 한다면 정말 신뢰하는 사람이란 뜻인데 요즘은 거의 없어. 다들 자기 삶 사느라 바쁘기도 하고. 열심히 살면서 힘듦이 왜 없겠어. 다 나름의 방식으로 참고, 견디고, 해소하고 있겠지. 자기 감정으로도 충분히 버거울 사람들에게 타인의 아픔을 알려주고 공감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 너무 부담스럽고 배려 없는 일일지 몰라. 그래서 나는 친한 사람들에겐 힘들다는 얘기를 오히려 잘 안 했어. 대신 그랬어.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도 좋다고. 기꺼이 들어주겠다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내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나랑 너무 비슷하네.. 정말로 비슷해. 하소연 판이라 더 쓰지는 못하겠지만... 더 말하면 쓸데없이 끼어드는 말로 들릴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아냐, 괜찮아. 애초에 여기에 올린 게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 거니까. 정말 혼자만의 것으로 남겨두고 싶었다면 개인 노트 앱에 썼을 거야. 비슷하다고 공감해줘서 고마워.
지나간 일을 떠올리고 후회하는 데 현재를 낭비하는 짓. 아주 한심한 짓인데. 나는 그 한심한 짓을 매일 해. 현재가 과거를 돌아볼 수밖에 없는 처지거든. 나는 잘 살아왔는지. 내 본분에 맞게 성실했는지.
나보다 못한 누군가의 '넌 나에 비하면 잘 살아왔다'는 하등 고려할 가치가 없어. 까마득한 아래를 굽어보며 어떻게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나는 저 위를 갈망하는데. 내가 어느 가능세계에서는 닿을 수 있었을 곳. 차라리 열패감이 나아. 내 생각보다 나는 훨씬 더 게으르게 살아왔다는 것을, 나는 생각보다 그리 멋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매 순간 명심하며 살아야 해. 남의 실패와 불행을 쳐다보려 하지 말고 오직 나만의 성공,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야 해.
나는 지금 여기에 있어. 내가 해 온 행동들이 쌓여 내 현재가 됐어. 나는 예전에는 상상치도 못했던 곳에 있어. 내가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위치에. 나는 더 떨어질지도 몰라. 작년의 겨울이 그랬던 것처럼 심연 속의 심연에 웅크릴지도 몰라. 살아야 하는 이유를 계속 고민하고, 인간이 결국 죽는다면 일찍 죽고 고통을 불식시키는 게 나을 거라고 되뇌던 나날로부터 나는 지금 여기에 있어. 그건 분명 나아진 거지. 하지만 반지하에 있다 지상으로 나온 게 칭찬해 줄 만한 일은 아니야. 나는 당연히 그래야 했어. 시간을 허비하는 데 제일 좋은 건 상념인데, 생각에 깊게 빠질 시간이 없어지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게 됐지.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비참해. 하지만 이 비참함이 좋기도 해. 나보다 지성적 우위에 서 있는 사람들을 존경하며 나를 성취욕과 승부욕으로 고양시키니까.
잘하는구나. 나보다 훨씬 잘 살아왔구나. 나도 더 잘해야겠다. 더더욱 잘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은 거의 매일 하지.
이제야 깨닫고 있는 중이야.
살아야 할 이유 같은 건 원래 정해져 있지 않아. 인간이 의미를 부여해 가는 거지. 아무것도 없는 빈 캔버스를 보고 속뜻을 찾아내려 애쓸수록 회의감에 빠질 뿐이야. 삶의 행복과 아름다움은 내가 거기에 칠해 나가는 거야. 태어난 건 자의가 아니었지만, 이왕 살기로 했다면, 근사한 빛으로 물들여 완성해보자. 그런 의지.
슬픔과 고통이 너무 많이 칠해졌어도, 결국은 시간이 흐르며 다른 색들이 겹쳐 더해지게 돼. 그걸 혹자는 망각이라 불러. 그리고 만일 퇴색되지 않는다 해도, 그 자리에 칙칙한 회색으로 남아 있다 해도, 캔버스 전체의 풍경이 새까맣진 않을 거잖아. 군데군데 그림자가 있어서 더 눈부신 색이 있어. 추억.
한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하잖아. 나는 지난날을 떠올려보면 기쁜 일보단 슬프고 화나는 일이 더 많았던 듯해. 허나 모르지. 좋은 일은 거의 잊어버리고 자기연민이나 하고 싶은 건지. 물론 뛸 듯한 환희도 어느 순간에는 있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흘러갔던 일상이 이제야 가치롭게 느껴져. 감정의 굴곡 사이 평온함이 소중해. 나 혼자 있어도 전혀 불안하지 않은 기분.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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