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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울증이랑 공황 장애, 불안 장애가 있어. 지금 사귀고 있는 애인은 조울증까지 있어서 나보다 엄청 힘들어했었어. 그런데 애인이 지금 상태가 엄청 좋아졌어. 전애는 자살을 고민했었다면 지금은 행복을 찾아서 일하고 있는 중이야. 그래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하고 싶은 활동도 엄청 열심히 해. 그에 비해서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 매일 같이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어떻게 죽을지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애인이랑 나는 항상 같은 상처를 안고 같이 힘들어했는데, 애인이 나아지고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니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괴리감이 느껴져. 내 자신이 더 싫어지고 한심해 보이는 것 같아. 그래서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애인이 나아지면서 나의 상태를 점점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내가 힘들어하면 전화 너머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게 느껴지고, 항상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정작 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곁에 있어주지 않아. 나랑 항상 만나는 날도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가득 찼고, 연락도 현저히 줄어들었어. 항상 내가 먼저라고 했던 사람이 날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뒀어.
나는 항상 애인을 우선으로 생각했고, 내가 죽을 것 같았던 날에도 애인을 먼저 생각했고, 조금 나았던 날에는 애인이 나의 밝은 모습을 보고 괴리감을 느낄까 봐 말도 아꼈어. 그런데 애인은 내가 힘들다고 한 날에도 자기는 너무 즐거웠다며 신나서 이야기하고, 내가 조금이라도 힘든 티를 내면 나 때문에 눈치 보느라 힘들다고 말해. 그리고 둘이서 잘 지내기 위해서는 내가 어서 나아야 한대. 쉽게 나아지지 못한다는 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애인일 텐데 말이야. 내가 힘든 티를 너무 많이 낸 거일 수도 있지. 그래서 애인이 지친 거일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의지할 사람이 애인 한 사람뿐이야. 내가 너무 징징댄 걸까. 내가 너무 힘들어한 걸까. 더 숨기고 이야기하지 말았어야 하나. 애인이 너무 좋은데 그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기도 해. 내가 잘못한 걸까?
너무 답답해서 써 봤어. 생각나는 대로 써서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잘 몰라서 고민 상담에 쓰긴 했는데,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면 옮겨서 적을게.
스레주 많이 힘들겠다... 어떤 마음일지 전부는 힘들지라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 정신차리고 잘 살려면 빨리 회복해야하는데 회복할 정신이 없고 제자리걸음이 평생 반복될 거 같은 불안감만 있고...
하지만 이건 알고 있었으면 해. 감정에는 반드시 끝이 있어. 생리학적, 심리학적, 철학적 관점에서 모두 평생 한결 같이 유지되는 감정은 없다고 해. 그러니까 네가 나아지고자 하는 의지만 놓치지 않는다면 언젠간 너도 네가 가진 우울감과 불안감을 전부 소비하고 나아질 수 있을 거야.
조금 쓴 소리일수도 있지만 사람의 고통은 엄청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라 우울을 한번 겪었다해도 낫고나면 우울을 겪는 사람의 고통을 전부 공감할수는 없게 돼. 왜냐면 지금의 나는 우울하지 않고 내 우울감은 이미 지나간 일인걸. 너는 어릴 때 넘어져서 다친 무릎의 고통과 감각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어? 그런 사람이 있다면 온세상을 뒤져봐도 정말 극히 소수일거야. 사람의 뇌는 고통스러운 감각일수록 빠르게 잊으려고 하는 성질이 있거든. 그래서 내 고통을 항상 타인에게 공감받을 수는 없는 거야. 세상에 나보다 힘든 경험을 하고 고통받는 사람이 하늘의 별을 셀만큼 가득하지만 나에게는 지금 당장 내가 받는 고통이 가장 크게 느껴지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은 얘기지.
물론 네가 애인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애초에 네 우울을 전부 털어놔도 그걸 네 자신이 아닌 타인이 모두 감당해주기는 어려울 거야. 아무리 애인이라고해도 말이야. 이것만은 어쩔 수 없어. 애인이 배려가 부족하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저 우울로 인한 고통의 기억이 흐려져서 무심코 네 우울에 대한 공감보다 자신의 경험을 너에게 투사해버린 게 아닐까 해. 나는 빠르게 잘 일어섰는데 왜 너는 안되지? 같은 생각으로 말이야. 네 애인도 조금만 잘 생각해보면 애인 자신과 네가 같지않다는 걸 알 수 있겠지.
너는 네 애인처럼 빨리 회복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네 속도로 천천히 일어서면 돼. 애인은 애인대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라며 흘려보내고 너는 너대로 괜찮은 하루를 보내려고 해봐. 밥 잘 챙겨먹고!
참고로 이건 내가 우울증이 도질때마다 쓰던 방법인데 하루 중에 정말 사소하게라도 재미있거나 행복을 느낀 일이 하나라도 있다면 어딘가에 기록해보는 거야. 글씨를 쓰거나 타자를 치는 것조차 힘들 땐 시리나 빅스비 음성명령 메모 기능도 좋고. 나 같은 경우는 나중에 보니까 시계를 봤더니 정확하게 정각이었음, 과자 바닥에 떨구기 전 개쩌는 순발력으로 캐치함, 오늘 운세굿, 코를 시원하게 풀었다 뭐 이런거나 쓰여있더라고ㅋㅋ 중요한 건 관성적인 우울감을 끊어내는 것 같아. 별거아닌 긍적적인 기분을 놓치지않고 끄집어내서 곱씹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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