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VcMmMnQq5bA 2018/01/15 00:22:40 ID : dO4E9zglDs1 3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익명의 힘을 빌려 글 적어본다. 본 글에는 내가 기억하는 한에 있어 최대한사실만을 쓸 거야. 했던 일은 했다고 안 한 일은 안 했다고. 나는 이제 와서 내 행동을 정당화할 생각도 미화할 생각도 없어. 이 점 알아주기를 바란다.
2 ◆VcMmMnQq5bA 2018/01/15 00:40:40 ID : dO4E9zglDs1 0
모든 이야기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초등학교 3학년 때도 왕따 피해자였던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그 때 일은 10년이나 지난 지금 기억에도 거의 없고 앞으로 꺼낼 이야기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니 일단 넘어가자.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초중반쯤의 일이었을 거다. 당시 나는 반 아이들 대부분이랑 적당히 원만하게 지내면서도 특별히 친하달 만한 친구는 얼마 없는 아이였다. 한여름 무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던 2학기의 어느 날 우리 반에 어떤 여자애 하나가 전학왔다. 지금 와서는 사회성도 좋지 않았던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 때의 나를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친한 친구가 많지 않았던 나는 그 애를 필두로 해서 하나씩 친구를 늘려보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그 아이에게 다가갔고 놀랍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그 아이는 꽤나 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3 ◆VcMmMnQq5bA 2018/01/15 01:16:24 ID : dO4E9zglDs1 0
편의상 그 아이를 ㄱ으로 칭하자. ㄱ이 전학 온 바로 그 날 나는 ㄱ이 우리 집 아파트 건물 바로 옆 건물에 이사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날 이후로 우리는 함께 등하교를 했고, 내 동생까지 끼워서 자주 같이 놀았으며, 학교 급식도 함께 먹었었다. 방과 후 활동을 고민하는 ㄱ을 꼬드겨서 내가 속해 있던 합창부에 들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친했던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ㄱ에게 내가 정말 못할 짓을 했구나 하는 자괴가 올라오면서 사람 일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말한 대로 얼마 정도의 기간 동안 ㄱ과 나는 그런대로 제법 잘 지냈다. 서로 웃고 떠들고 농담도 해 가면서. 간혹 ㄱ이 복도에서 내가 브래지어를 했네 안 했네의 문제를 큰 소리로 떠들거나 과한 장난을 칠 때가 있었고 나는 그게 때때로 불편했다. 하지만 그건 그냥 넘길 수 있을 만큼 사소한 문제였다. ㄱ과 내가 멀어진 계기......아니. 그 아이와 내 관계가 완전히 박살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4 ◆VcMmMnQq5bA 2018/01/15 01:51:15 ID : dO4E9zglDs1 0
더위가 어느 정도 가시고 날이 슬슬 쌀쌀해질 무렵이었을 거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그 날 느지막한(지금은 아니지만 12살의 내게 그 시각은 충분히 느지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각이었다)오후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다. 혼자 남은 것은 아니고 같은 반 아이들 몇 명과 함께 남았다. ㄱ만큼은 아니어도 나와 그런대로 친했던 아이들과 내게 충분히 우호적인 아이들이었다. 항상 그렇듯 그 아이들은 내게 적당히 친근하게 굴었고, 나도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동화되어 적당히 웃으며 그 아이들의 대화에 동참했다. 그 아이들이 ㄱ에 대한 험담을 꺼내들었을 때 내가 정색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로 그 아이들은 조심스러운 듯하면서도 자연스럽게 ㄱ에 대해 좋지 못한 얘기를 했다. 나한테 그렇지 않느냐고 동의를 구하는 질문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의 나는 에이 ㅋㅋㅋ말도 안 돼 ㅋㅋㅋ 이 정도로 넘겼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그 때 나는 학업적 능력과 별개로 또래 아이들보다 판단력이나 생활감각, 그리고 눈치가 좀 떨어졌던 편이다. 정신연령도 많이 어렸고 거기다가 이기적이기까지 했으니까. 당시의 나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확실히 그렇다. 그 아이들이 내 앞에서 대놓고 그 아이를 따돌릴 계획을 세우는데도 그걸 일종의 장난 비슷한 걸로 생각한 것도 그래서가 아니었을까. 애초에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 특유의 은밀하고 계획적인 분위기가 아닌 서로들 까르륵대며 웃고 농담이 오가는 자리에서 꺼낸 이야기인지라 더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5 이름없음 2018/01/15 02:32:46 ID : dO4E9zglDs1 0
바위에 틈이 생기게 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틈에 정을 대고 크랙을 키워 마침내 박살을 내는 것은 쉽다. ㄱ에 대한 내 호감에는 이따금씩 ㄱ이 내게 한 불쾌한 행동으로 인해 약간의 금이 가 있었다. 무의식 속의 일이었지만, 그 애들의 말이 거기에 도끼질을 한 셈이다. 나는 발도 좁았고 새로운 정보에도 느렸다. 내가 모르는 자리에서 ㄱ에 관해 돌았던 악소문. 그건 그 애들이 낸 거였을까.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나는 ㄱ을 밀쳐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ㄱ과 나의 사이는 지나치도록 극단적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내가 결국 ㄱ을 싫어하게 됐다는 거였다. ㄱ과 노는 것보다 ㄱ의 험담을 하던 그 아이들과 노는 것을 훨씬 즐겁게 여겼다는 거였다. 그 애들이 기어이 ㄱ에게 면전에서 대놓고 모욕과 면박을 줄 때, 거기에 동참하게 됐다는 거였다. 전학 와서 가장 친했던 친구가 자기를 괴롭히는 아이들과 한패가 되어 똑같이 자신에게 창피를 주고 모욕하는 것을 고스란히 겪어야 했던 ㄱ은 그 때 내가 얼마나 증오스러웠을까.
6 ◆VcMmMnQq5bA 2018/01/15 03:03:04 ID : dO4E9zglDs1 0
ㄱ을 모욕하고, ㄱ바이러스 운운하며 더럽다는 듯이 굴고, ㄱ의 말에서 조금이라도 꼬투리 잡을 구석을 발견하면 거짓말이라고 몰아갔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ㄱ의 시험 점수를 끄집어 내 그걸로 창피를 주기도 했다. 나 혼자서 그랬다면 그건 ㄱ과 내 싸움으로 그쳤겠지만, 문제는 반 아이들의 상당수가 그랬다는 거였다. 그러지 않은 아이들도 차라리 방관을 했으면 했지 말리지는 않았다. ㄱ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로 부끄러운 것은 내가 그 주동적인 아이들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ㄱ이 전학 온 뒤로 가장 ㄱ과 친한 아이였던 내가. 위에서 내가 ㄱ을 합창부로 꼬드겼다는 것을 기억하나. ㄱ과의 관계를 내 쪽에서 완전히 박살내버린 이상 합창부에서라고 우리 사이가 좋아질 리 없었다. 합창부에서도 ㄱ을 향한 좋지 못한 시선은 계속 이어졌다. ㄱ에게는 불행하게도 합창부에는 나를 포함, 우리 반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나마 내가 다행스럽게 여기는 건 그래도 ㄱ이 합창부에서는 우리 반 아이들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과 나름대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거였다. 혹 이 기억이 내 뇌 속에서 왜곡된 거라면 정말이지 백 번 죽어도 할 말 없지만. ㄱ과의 육탄전도 합창부 연습이 끝나고 있던 일이었다. 계기는 사소했다.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신발들 사이에서 신발을 신고 나가던 ㄱ이 내 신발을 밟은 것. 그게 나에게는 굉장히 불쾌한 일이었나 보다. 보복으로 내가 ㄱ의 신발을 밟았고, 그렇게 신발 밟기부터 시작해서 나와 ㄱ의 몸싸움은 서로의 겉옷으로 얼굴 때리기까지 번져갔다. 옆에서 내 친구 두 명이(ㄱ을 괴롭히는 과정에서 나는 다른 아이들과 매우 빠르게 친해졌다. 그리고 그 때의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나와 ㄱ을 뜯어말리면서 이따금씩 ㄱ에게 말로 공격을 가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날의 내게는 불행한 일이었고 ㄱ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동네 문구점 앞까지 가면서도 싸움을 멈추지 않던 나와 ㄱ의 앞에, 합창부에서 나와 사이가 좋지 않던 6학년 선배들이 몰려온 것은. 그 선배들은 단체로 내게 좋지 않은 소리를 했고, 몇 분간 그들을 상대하던 나는 결국 울면서 집에 갔었다. 그 선배들의 행동 자체는 나 한 명을 둘러싸고 공격하는 일이었으니 그것을 좋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이 그렇게 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다행스럽다. 내가 ㄱ에게 더 나쁜 짓을 하는 걸 사전에 방지한 일이었음을 생각해보면.
7 ◆9wJSLgpbBhu 전체가 흑역사로구나 2018/01/19 03:57:48 ID : dO4E9zglDs1 0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있었더라. 아. 나를 포함, ㄱ을 괴롭히는 데 적극적이던 반 아이들이 작당해 ㄱ을 엿먹이려고 한 일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일은 내가 주도적으로 한 일이 아니었다. 어쩌다가 그런 상황이 됐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거기에 동참했었다는 건 분명하다. 거기에 무슨 계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정보에 느린 내가 얘기를 듣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기억 속에서 지워져 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후자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다만 그날 나는, 그날 있었던 ㄱ과의 마찰을 계기로 ㄱ을 더욱 수세로 몰았었다. 어쩌다가 단독으로 ㄱ과 마주하게 됐는데, 그때 나와 말다툼을 하던 ㄱ이 이런 말을 했었다. '너 엄마 없잖아.' 내 생애 첫 패드립이었다. 그 때도 그랬지만 우리 엄마는 아직도 아픈 데 하나 없이 멀쩡하게 살아계신다. 그 때 나는 정말로 화났었다. ㄱ이 그런 말을 한 원인은 내가 제공한 거였겠지만, 한참 ㄱ을 왕따시키는 데 익숙해 있던 내가 그런 데 신경이나 썼겠는가. 곧바로 내 친구들에게 달려가서 ㄱ이 이런 소리를 했노라고 신나게 떠들어댔다. 나와 그애들은 단체로 ㄱ에게 몰려가서 악의어린 말을 ㄱ에게 퍼부었고, ㄱ은 그날 학교로 도망가 선생님을 동원했었다. 선생님이 상황에 개입되자 나와 그애들은 일이 커질 것이 두려워 떨었다. 집단괴롭힘 자체부터가 이미 큰일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일이었다. 날이 갈수록 둔감해져만 갔던 것이다. 그런데도 결말이 흐지부지했던 것은 어째서였을까. 그 정신적 폭력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물리적인 집단폭행은 일어나지 않아서였을까. 5학년 때의 담임, 내 기억 속에서는 정말 좋으신 선생님으로 남아 있는데. 담임은 그 사건을 덮으려고 했을까, 들추려고 했을까. ㄱ에게 그 담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그 날 이후로도 왕따는 근절되지 않았다. 나를 포함 그 어떤 아이도 처벌받지 않았다. ㄱ을 향한 괴롭힘도 그대로였다. 더 심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그리고 나는 전학을 갔다. ㄱ때문이 아니었다. 우리 집이 이사를 했다. 이렇게 ㄱ과 나의 관계는 최악으로, 아무 결말도 없이 끝났다. 이후 중학생 시절 풍문으로, ㄱ이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친구를 사귀었다, 그러나 걘 아직도 찐따다, 따위의 말을 전해 들은 일이 있다. ㄱ과 같은 중학교 출신 아이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이제는 스무 살. ㄱ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으련지 모르겠다. 연락도 닿지 않는다. ㄱ만 생각하면 여전히 깊은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아직도 ㄱ에게 사과하지......못한 걸까, 않은 걸까. 모르겠다. ㄱ을 만나기만 하면 당장에 무릎이라도 꿇고 사과하겠지만, 수소문해서 ㄱ을 찾아갈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다. 아니 사실, 만나기 싫다. 사과하기가 싫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사과하고 싶다. 용서의 여부와 관계없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그러나 ㄱ을 만날 자신이 없다. ㄱ을 볼 면목이 없다. 그래서 ㄱ을 보고 싶지가 않다. 그 때문에라도 그것만 생각하면, 내가 피해자였던 경우와의 비교를 통해, 끝없이 스스로를 합리화하게 된다.
8 ◆WrzeZeINwIG 2018/02/23 03:59:03 ID : dO4E9zglDs1 0
이 스레는 오랜만에 들어온다.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회피라기보다는 지구력 부족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끊긴 곳에서부터 다시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 보련다. 그러니까......내가 피해자였던 경우. 정말이지 죽고만 싶었던 1년간의 일이다. 그걸 생각하면 할수록 ㄱ에게 미안해지지만, 이제는 내 이야기를 할 차례이니 ㄱ에 대한 이야기는 한켠에 미뤄 두자. ㄱ과의 관계를 마무리짓지 못한 채 나는 전학을 갔다. 정확히 6학년 1학기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이루어진 전학이었다. ㄱ과의 관계가 그랬듯, 처음에는 모든 것이 평범했으며 또 좋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갓 전학 온 아이에게 다짜고짜 악의를 품을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교뒷천이 아니고서야. 그러나 당시의 나는 몰랐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내 언동은 여러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했다. 전학 간 학교와 이전 학교를 대놓고 비교한 적도 없지 않고(이전 학교가 더 좋았어, 가 아니라 이전 학교는 이랬어, 쪽이었지만) 심심치 않게 이전 학교를 언급했으며 또한 스스로를 굴러들어온 돌이라고 인식했었는지 그에 대한 방어기제로 여러 곳에서 더 필사적으로 이익을 보려고 안달했었다. 그 과정에서 남들을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책으로 (심지어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고 또 너무 자주 울었다. 울었던 이유의 대부분에 대한 기억은 명확지 않다. 다만 거의 하나같이 매우 사소한 것이었다는 기억,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내가 대성통곡을 터뜨렸다는 기억, 그 탓에 나에 대한 여론이 계속 악화되었다는 기억, 은연중에 그를 감지한 내가 그 때문에 울적해진 나머지 더 자주 울었다는 기억,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뿐이다.
9 ◆WrzeZeINwIG 2018/02/23 04:25:33 ID : dO4E9zglDs1 0
유일하게 내가 기억나는 사연이 한 가지 있다. 가정 서럽게 울었지 않았나 싶은 사연이고, 동시에 내게 있어 매우 부끄러운 기억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마 점심시간 때의 일이었을 것이다. 그날 내가 밥을 굶으려 했는지 좀 여유를 두고 늦게 먹으려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내가 그 때 혼자 교실에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우연히 복도를 살피다가 그나마 나와 좀 가깝다고 생각되는 아이가 다른 친구와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들은 것이 정확했는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확신할 수 없지만, 그때 나는 그 아이가 나를 두고 "스레주? 걔 완전 또라이야." 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생각한다. 가뜩이나 친구가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 마당에 나름 믿었던 그 아이까지 나를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그 때의 나는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제대로 들었음을 확신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 번 터져나온 울음은 걷잡을 수 없었고, 그래서 나는 급식실에 당연히 가지 못했고, 심지어 급식을 다 먹고 온 아이들이 교실로 하나 둘 모여들 때까지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아까 말한 아이를 포함, 아이들은 이유를 물었고,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막상 이유를 말하려고 보니 그 아이가 정말 날 보고 또라이라고 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고, 말했다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불안감이 앞섰고, 또 그 아이 면전에서 네가 나 보고 또라이라며 하기도 어려웠던 거다. 그래서 나는 침묵을 택했다. 당시에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이유도 없이 왈칵왈칵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그 어느 누가 가까이하고 싶어할까. 수습할 수 없는 울음은 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 때의 나는 몰랐다.
10 이름없음 2018/02/23 06:22:28 ID : rteLaldyJPj 0
계속써줘 필력은 좋네. 그리고 평생 ㄱ한테 미안해하면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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