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ㅂㄱㅇㅇ

일단 나랑 내 여친은 초딩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임 여친이 20년 전에 우리집 근처에 있는 주택으로 이사와서 우리학교로 전학왔었어 얘네집 넓어서 자주 놀러갔었음 요즘은 얘가 우리집 많이 오지만

얘는 중학교 때부터인가...? 좀 이쪽 성향인..? 그런 느낌이 났었어. 머리도 짧고, 교복도 바지로 입고, 운동도 잘하고,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고... 중딩때는 약간 친구끼리 남친 돌려가면서 사귀잖아? 나도 그런 부류였어 그냥 어느날은 얘, 어느날은 쟤 그래도 집은 이 친구랑만 갔어, 집이 가깝고 학원도 같이 가니까

고등학교는 학교를 다른데 다녔는데, 그래도 주말마다 만나서 떡볶이 먹거나 했어 물론 고3되서는 얘랑 나랑 둘다 입시나 취업 때문에 못 만났지만... 근데 고2때였나? 같이 야식먹고 바람쐬고 있는데 자기 여자친구 생겼다고 하더라 그때 물어봤어 레즈비언이냐고, 레즈비언은 아니고 바이라고 해서 양성애자라고 설명해주더라 나는 ‘여친 생긴거 ㅊㅋㅊㅋ 너가 레즈든 바이든 나만 안좋아하면 ㅇㅋ임’ 해버림...

바보같은 과거의 나... 얘가 내 미래 여친인지도 모르고... 암튼 얘는 고등학교를 특성화로 가서 취업 준비 때문에 바빴는데, 주말마다 여친 만나서 인스타 업로드 하더라 딱 여친 스타일이 단말머리에 인상 쎄고 몸매가 워... 볼때마다 정말 나랑은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음

이제부터 얘 현이라고 부른다. 이름이랑은 전혀 상관없고 중딩때 생긴 별명이야 성인 되고 나서도 현이랑 나는 친했어, 서로 애인도 있었지만 애인한테 힘들었더거 서운한거 이런거 서로 말하고 들어주는 일상이었음 둘다 성인되고 나서는 흡연도 시작하고 술도 좋아해서 같이 술담배도 하고

그리고 한 4년전인가 5년전인가 현이가 갑자기 술마시자고 하길래 ㅇㅋ하고 자주 술마시러 가는 가게로 갔어 가니까 자기 여친이랑 헤어졌는데 뭔가 후련하기도하고 불편하기도 하다면서 술마시고 싶었는데 나밖에 생각이 안났데 나도 술마시고 싶었는데다가 얘 여친이 너무 집착하는 성향이라서 연애하는거 힘들어보였는데 잘됐다 싶어서 엄청 멕였어 내가 소맥장인이거든ㅋㅋㅋ 소맥 오지게 말아주고 고기 먹고난 뒤에 볶음밥도 기깔나게 볶아줬더니 엄청 기분 좋아하더라 그렇게 둘다 맛나게 먹고 같이 집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는 연애랑은 안맞는 사람이라면서 당분간 연애 안한다고 했어

나도 현이랑 엄청 친한 친구였으니까 너 편한데로 하면되지 뭘 그리 비장하게 말하냐고 해줬어 현이도 그러게 왜 이렇게 진지하지 라면서 웃더라 그리고 현이는 거의 5년동안 연애를 안했어, 현이가 남녀 상관없이 인기가 많은 애라서 고백도 많이 받았는데 다 일 핑계로 거절했데 나랑은 계속 친한 친구였어 약간 연애를 안하더니 연인한테 다정한던걸 친구들한테 베풀더라고

나도 그렇지만 다른 친구한테도 엄청 잘해줬어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힘든 일 있다고하면 한걸음에 달려와서 맛있는거 사주고, 좋은 일 있으면 꼭 찾아와서 알려주고 한 번은 갑자기 제주도에 있다길래 왜 갔냐고 물어봤더니 거기 있는 친구가 자기 보고 싶다고해서 갔데... 내 여친 엄청나...

앜ㅋㅋㅋ나 이썰 오늘 낮에 보고 생각나서 다시보려고 찾고있었는데 터졌구나ㅠㅠ 보고있어 썰 풀어줘 완전 기다렸어ㅋㅋㅋ

암튼 얼굴 잘생기고,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성격도 좋고, 돈도 많고 혼자 다해처먹는 우리 현이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건 일주일쯤 전이야 내가 일주일 전에 생리 터졌는데, 내가 생리통 엄청 심한편인데다가 피씨방 알바까지 해야했어 코로나 시국이라서 손님하고 마주봐야할 일은 별로 없고 마스크도 써서 망정이지 아니었느면 표정 썩었다고 욕먹을 판이었지 근데 그날 현이도 내가 알바하는 피씨방에 게임하러 왔어 평소처럼 인사하고 체온 검사하는데 얘가 나 뚫어져라 처다보더라

나는 내 표정 썩은게 마스크 써도 티가 나나 싶어서 표정 풀려고 엄청 노력했어 그런데 좀 있다가 피씨방 자리 잡은 현이가 카운터 쪽으러 오더니 손 달라고 하는거야 나는 손줬지 그랬더니 내 손에 약 두개 포장되있는거 올려주더라고 ??? 상태되서 얼굴 올려다보니까 ‘너 지금 생리기간 아니냐? 먹고 일해라’ 알고보니 약은 생리 진통제 였음... 얘랑 나랑 자주 붙어 있다보니까 생리 기간도 비슷한데 그거 기억하고 나한테 약 챙거준거..

아 이게 뭐라고 설레는... 아니지 생리 챙겨주는게 안설레면 뭐가 설렘??? 내 가족들도 잘 안챙주는데 얘는 약도 챙겨주고, 나 일하지 말라고 음식도 안시켜먹고! 얘 맨날 우리 피씨방 올때마다 게임을 하러온건지 밥을 먹으러 온건지 구분 안될 정도로 많이 먹어서 사장님이 개좋아하시는데... 그날부터 나 생리 끝날때까지 나 피씨방 알바하는 날이면 아무것도 안시켜먹고 딱 게임만 하고감..

참고로 얘는 부럽게도 생리통도 거의 없고 허리만 좀 뻐근한 체질... 부러운냔 딱 이 일 있고 그날 자려는데 얘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이때까지 남친을 몇명 사겨봤지만 얘만큼 나한테 잘해준 사람이 있었나? 나 꼬장부리는거 다 받아주고, 나한테 미안한 일 절대 안하고, 맛있는것도 많이 사주고, 말도 이쁘게하고, 잘생기고(?), 키크고(?), 몸좋고(?) 하나하나 그냥 얘한테 설렌거만 생각이 자꾸 나더라

헐 ㅠㅠ 잘됐구나 축하해 ෆ 보고이써 흑흑 부럽다

그냥 아주 인생 혼자 쓰나... 싶을정도로 완벽한 앤데 같은 성별이라는 이유로 설렌다는걸 무시하고 있었던거임 그때 내가 레즈인지 바이인지 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현이가 좋다라고 결정내림 그리고 아주 큰 고민이 생김... 바로 현이 커밍아웃했을때 ‘나만 안좋아하면되!’라고 매우 해맑게 말한거... 과거의 나새끼를 아주 그냥 비오는날 먼지 날리게 뚜까 패고 싶었음

그렇게 나는 혼자 삽질을 하면서 이미 내핵까지 땅파고 들어갈때 우리 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나랑 밥먹고 커피 마시고 술먹고... 그리고 대망의 어제! 어제는 내가 원래 자주놀던 애들이랑 약속이 있는 날이었음 현이는 얘들을 모름. 나랑 현이는 다른 대학 다녀서 친구가 좀 많이 다름 그래도 어제 약속 전까지 현이 보려고 연락해서 같이 담배 피우자고 불러냈더니 자기도 그쪽에 가서 놀거니까 같이 가자고함 그래서 약속 시간 때까지 같이 있다가 약속 장소도 거의 겹쳐서 같이갔어 이와중에 자기는 좀 늦어도 상관없으니까 헤어지는 횡단보도에서 같이 신호도 기다려줌... 내 여친 쏘스윗..

나는 약속 장소 도착해서 친구들이랑 얘기하다가 스레딕을 알게됨 익명으로 막 글써도 되는 곳이라고(알려준 친구는 괴담판만 간데) 퀴어판도 있길래 현이 생각도 나서 하소연도하고 고민도 털고 주접이나 좀 떨어야지 싶어서 회원 가입해서 글쓰기 시작했어 친구들이랑 만나고 있었지만 별로 특별한 일 없이 만난거라서 틈틈히 쓸수 있었음

그러다 내가 너무 많이 마셔버리는 바람에 중간에 필름 끊겼어 현이랑 연락하던것도 끊기고 제정신 아니었지... 이때쯤 현이가 스레딕 잡담판에 스레를 하나 세웠어 내가 남자애들이랑 술마시러 갔다가 연락이 끊겼는데 자기가 너무 예민한거냐고 데리러가도 되는거냐고 사실 내 친구들은 남자라고 해봤자 아무 생각없는 놈들이라서 걱정할 필요없었는데 그런걸 모르는 현이 입장에서는 걱정할만 하겠더라고 결국 너무 예민하다고, 친구도 성인인데 어련히 알아서 하지 않겠냐는 답변 받은 현이는 일단 집에 돌아가서 마지막으로 연락해보기로 했데

집 도착해서도 걱정이 됐는지잠도 안자고 있었나봐 나는 기억 안나는데 내가 애들한테 현이 올꺼니까 다 집가라고하고 혼자 가게 앞에서 잠들었는데,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있었던 가게 이름 카톡으로 보내고 전화도 했었데 현이는 그때 휴대폰 배터리 없어서 못받았고... 현이 바로 내가 있는 곳에 뛰어와서 나 부축해주고 집까지 데려다 줬어

와..ㅂㄱㅇㅇ

그때 현이가 아끼는 잠바 중에 은박 용무늬 있는 스카쟌 있는데 그거 입고 나왔었나봐 그거 나한테 입혀주고 집 데려다주고 현관 비번 몰라서 동생 깨워서 문 열어주고, 동생은 누나 챙겨줘서 고맙다고 현이한테 내가 아끼는 사탕주고(현이는 사탕 못 먹어 동생아...) 그러고 현이는 잠바도 잊은채 자기집 돌아가서 잤데

현이는 나 데려다주고 자기 스레에다가 나 집데려다줬고 잠바 두고왔다고도 했고 나한테 미리 숙취해소제 챙겨주길 잘했다고 스레 올리고 잤데 이게 거의 도화선이었지... 지금도 현이가 입고 있는 용무늬 스카쟌... 그리고 나는 오늘 오전 늦게 일어나서 내 상태부터 확인했어 필름은 끊겼는데... 눈떠보니 집이고... 현이 잠바 입고... 동생은 해장 라면 끓여줄테니 현이도 부르라고하고... 동생이 현이가 나 데리고 왔으니까 답례로 맛있는거 사라고 하고... 분명 필름 끊겼는데 이상한 기억 생각 나듯이 개쪽팔렸음

나는 내 스레에다가 현이 잠바 입고 있고... 현이가 나 데려다 줬다고 스레 올림 그 뒤엔... 현이 불러서 동생이 끓여준 라면 먹고... 동생이랑 세명이서 어몽어스하고.... 매우 평범하게 놀았음

>>25 스레가 아니라 레스 아닐까? 따로 스레 팠어?

그런데 그때쯤이었나, 현이 스레에 ‘네 친구도 스레딕 하는것 같은데?’라는 내용에 레스가 올라왔음, 아웃팅 때문인가 금방 지워졌지만 이미 현이는 그걸 확인함 레스주가 와서 자기 착각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현이는 스레딕 검색으로 내 스레를 찾음 당시 내 스레에는... 현이랑 사귀고 싶다... 현이랑 결혼하고 싶다... 등의 내용이 있었음 아 아직도 쪽팔린다...

>>26 내 스레에 내가 올린것도 레스라고해? 뉴비라 잘 모르겠어..

>>28 스레드(Thread)는 하나의 주제를 가진 게시글을 뜻하며, 그 안에 달리는 댓글은 레스(Response)라고 부릅니다 라고 사이트 소개에 쓰여있어. 스레는 스레드의 줄임말.

>>29 오오 고마웡!

암튼 내 스레에도 레스가 하나 달렸어 현이도 스레딕 한다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지 레스주가 알려줘서 현이 스레를 봤는데 아무리 봐도 내 이야기인거야.... 7시에 약속... 연락 끊긴 시간... 동생 이야기... 잠바... 아무리 봐도 내 이야기임 바로 나는 스레 없엘 생각으로 내 스레로 돌아와서 레스를 하나하나 지우기 시작함 하지만 그래봤자였음... 이미 현이는 내 스레 내용 전부 확인한 뒤였음...

그뒤에 현이 스레에는 의미심장한 레스가 올라오기 시작함... 제목도 어제 나랑 헤어진 장소랑 시간으로 바뀌고, ‘긴생머리, 용무늬 스카쟌’하고 레스가 올라옴 아 시발 좆됐다 이거 분명이 현이다 현이는 이렇게 의미심장하게 말하는거 취미라고!

ㅂㄱㅇㅇ! 와 로맨스 소설같당!!

아오 이 답답함은 풀고 싶고, 스레는 멈추기로 했고 해서 나는 아무나 막써도되는 스레에 ‘큰일이야 내가 좋아하는 애가 내 스레를 봤어!’라는 내용에 레스를 달았더니 왠열 거기에 현이로 추정되는 사람(진짜 현이였음)이 ‘의미심장하게 말하는게 취미라니 너무하네, 알바도 안간다며 피씨방가서 옵치나하자’ 라는 답레스가 달림... 후다닥 레스 지움...

그리고 현이의 스레에는 또 의미심장한 레스와 함께 2시간 이내로 연락 안하면 나 안보겠다는 내용의 레스가 올라옴... 제목도 바뀜... ‘하 나랑 결혼하고 싶다면서’라고... 아악 개쪽팔려 진짜 쪽팔려 미쳐버리는줄

씨바 도저히 연락할 깡은 못부리겠고 시간은 지나고 현이는 계속 보고 싶고 미쳐버리겠고 약 30분간 대가리 붙잡고 굴러다니다가 겨우겨우 레스하나 달았음 저녁에 연락할테니까 제발 제목 바꾸라고...

그뒤 현이의 스레는 친목으로 검토중으로 넘어가고 현이가 먼저 나한테 연락함 같이 자주 담배 피우는 골목으로 오라고, 안오면 집에 처들어 온다길래 울며 겨자나무 씹어먹는 심정으로 나갔음 대뜸 나보자마자 “결혼해줄까?’하는데 없던 물을 뿜을뻔함 얘 사람 놀릴때 엄청 능글 맞아지는데 진짜 능글거리면서 ‘왜 하고 싶다면서, 나는 좋은데?’ 내 심장이 남아나질 않음....

결과는... 그렇습니다... 동성혼 법제화가 되는 그날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만약 헤어지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현이의 애청곡 가사로 인해 접어 뒀습니다.. 지금처럼만 날 사랑해줘 난 너만 변하지 않는다면 우어우예 내 모든걸 가질 사람은 너뿐이야 난 흔들리지 않아...(에코-행복한 나를)

이제 이 스레는 현이 주접 스레로 변합니다.

현이는 고등학교를 특성화로 가서 취업을 고3때 했는데요.. 약 2년간 일 잘하다가 때려치우고 수능보고 바로 나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현이네 어머니가 카페하시는데, 그 건물 자체가 어머니꺼라고 하더라. 건물 째로 물려받겠다면서 경영 공부함... 현이만 있으면 세상 두려울게 별로 없을듯

현이는 단음식을 전혀 못 먹는데요 디저트 종류 대부분 잘 만들고 얘가 만든 로얄 밀크티는 예술임 아까도 만들어줘서 마셨음 자기가 만들어 놓고 자기가 못 먹는 불쌍한 내 여친

현이가 못하는 운동 = 현이가 안해본 운동 임 운동 대부분 잘함 아까도 동생이랑 셋이서 베드민턴치는데 내 동생 대학교 베드민턴 동아리 선수란 말야 근데 현이가 쌉바름 피지컬은 둘이 비슷함 키크고 말랐는데 잔근육 오짐

지금 현이는 내 뒤에서 나 안고 있음 아까 동생이랑 같이 저녁이랑 야식 만들어 먹고 같이 스레딕 보는중

나는 동생놈과 현이를 둘다 부려먹을 수 있움 그냥 이게 너무 자연스러움... 어렸을때부터 약간 이랬음

현이가 뒤에서 잘 아는데 이렇게 부려먹냐고ㅋㅋㅋㅋㅋ 잘 아니까 그렇지..ㅎ

또 친목으로 걸릴 수 있으니 현이는 레스 달고 싶어도 못 다는중

맞다 현이 오늘 탈색하고 염색함 원래는ㅋㅋㅋㅋ 파란색으로 하려고 했는뎈ㅋㅋㅋ 탈색이 덜되서 초록색됨ㅋㅋㅋㅋ

마음에 안든다고 내일 카키색으로 덮어버린데 내일 나는 알바를 가기 때문에 염색하고 알바하는 피씨방 놀러온데

아 현이한테 설렌썰 있는데 그것들도 풀어야지 스레딕 넘 재밌다 이런거 막 풀어도되는 익명 사이트가 있다니!!

헉헉 미친ㅠㅜㅠ결국 사귀게 됬구나 축하해!!! 대리 설렘 오지게 느끼고 있어..ㅠㅠ 오래오래 이쁘게 사귀어!

고3때 학교에서 별로 안좋은 소문에 휘말려서 아싸로 지내고 공부도 잘안되서 힘들었던 기간이 있었음 나중에는 오해가 풀려서 친구도 다시 사겼는데 당시에는 진짜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음 근데 현이는 회사 때문에 바쁘고, 나도 야자하랴 학원가랴 시간 안나고.. 하루는 너무 힘들어서 야자할때 현이한테 카톡으로 그냥 ‘학원가기 싫다~’하고 보냈는데 야자 끝나고 나가니까 교문에 현이가 서 있는거임;; 와중에 여고라서... 남자로 맨날 오해 받는 우리의 현이는 애들 시선 오지게 받고 있었음

>>51 고마웡!! 꼭 결혼할게ㅎㅎ

암튼 바로 교문으로 뛰어가서 왜왔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왔다고 하더니 그때 내가 제일 좋아하던 간식 주면서 자기랑 1시간만 땡땡이 쳐달라고함 고3한테 1시간이 절박한 시간이라는건 알았지만 진짜 그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현이랑 같이 땡땡이침 학교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서 떡볶이 사먹고, 놀이터가서 그네타고, 오락실가서 게임 몇판하고.. 진짜 딱 1시간동안 놀아주더니 현이는 나 가야하는 학원까지 택시 태워보내주면서 자기랑 놀아줘서 고맙다고 하고감 내가 더 고마웠는데... 그날 뒤로 현이랑 땡땡이친 그 1시간이 자주 내 인생 위로가 되줌

한없이 다정하다 진짜

현이는 못하는게 별로 없는데요 대표적으로 못하는게 있다면 게임을 매우 못합니다 대체 왜 피씨방에 오는걸까 싶을 정도로 게임 못해ㅋㅋㅋ 오락실 마찬가지ㅋㅋㅋㅋ 게임기도 종류별로 다 가지고 있는데 다 못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가지고 있는거야ㅋㅋㅋㅋ (뒤에 있는 현 왈, 재력 과시)

: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 뭔가요! 현: 별의 커비 : 귀여웤ㅋㅋㅋㅋㅋㅋ 현: 명작이라고 우리 핑크색 덩어리 무시하냐 : ㅋㅋㅋㅋㅋㅋㅋ

동생: 현이누나 좀 커비 같음 : ? 현: 왜 동생: 커비처럼 음식을 막 흡수함 그리고 몸에 변화는 없음 : 앜ㅋㅋㅋㅋㅋㅋㅋ 현: 동생아 내일 야식 기대해라

: 코로나 끝나면 제일 뭐가 하고 싶나요?! 현: 넌 뭐하고 싶은데? : 음... 수변공원 가서 회랑 소주 먹기! 현: 그럼 나도 그거

또 현이가 못하는거.. 남이 준 음식 남기는거... 현이가 단걸 먹으면 배아프고 머리아프다고 평소에는 절대 안먹고 주변에 친구들도 따로 현이한테는 예의상으로도 단거 있으면 같이 먹겠냐고 안물어봄 왜냐면 물어보는 순간 현이는 거절 못하고 먹기 때문임 특히 어른들이 주는거 거절 못함... 한번은 숙취 때문에 우리 엄마가 현이한테 꿀물 준적있었는데, 거절 못하고 다 마시는 바람에 반나절 동안 배아파서 누워있었음

단거 말고도 주는 음식은 양이 얼만큼 많던간에 다 먹음 절대 안남김 우리 할머니가 현이 엄청 좋아하는 이유가 현이는 음식 절대 안남겨서인데, 명절이나 그런때 놀어오면 할머니가 진짜 미친듯이 현이한테 먹으라고 음식을 막 쌓아줌 현이 위장이 커서 꽤 커버치다가도 나중에가서는 배불러서 소화제 먹음

잘하는걸 이야기 하지않는것은 너무 많기 때문임

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만두인데요... 얘가 만두에 너무 진심이에요... 막 떡볶이 같은거 시키면 오는 튀김 만두는 절대 안먹고... 냉동 만두도 비비고왕교자만 먹고... 꼭 백화점 같은데서 파는 비싸고 맛있는 만두나, 맛집으로 유명한 만두 전문점 만두나, 라멘집에서 사이드로 파는 교자만 먹음... 요즘 뭔 소설 때문에 알게된 단어가 만친놈인데... 만두에 미친놈이라고... 진짜 딱 그거임

우와... 스레주 대박이야 진짜 인연이란게 있나봐.. 지금 광대 승천해서 대기권 도달했잖아...

아까 스레 터지는거 실시간으로 봤는데 잘됐다니 내가 다 기분 좋네ㅋㅋ예쁜사랑하세요!

싀바 머냐 드라마같아 현이라니 내 전여친 애칭이랑 같아서 깜짝놀랐다

와... 진심 둘이 결혼하면 축의금 내주고 싶어지네.. 쩝!

온라인 강의 듣기 싫어서 들어와따 어제 현이랑 좀더 놀다가 둘다 잠들어서 현이는 아까 집에감

어제 같이 노는데 얘랑 나랑 사귀기 전부터 커플템이 넘 많음ㅋㅋㅋㅋ 아이패드도 내가 먼저 샀는데 나중에 좋냐고 물어보더니 나랑 같은 기종 사고, 블루투스 키보드는 현이가 먼저 샀는데, 좋다고해서 따라 샀는데 똑같은거고, 펜슬 케이스 같이 사고, 에어팟 케이스 같이 사고...ㅋㅋㅋㅋㅋ

현이는 가끔 경제 관념이 제대로 있는걸까 싶을 정도로 뭔가 사버린다... 그런데 잘보면 꼭 필요한거 사는거임... 저번에도 아이패드 어플 중에 굿노트라고 유료 어플 있는데, 내가 다이어리 쓰는거 좋아해서 결제하려고 했거든? 근데 업데이트 이후로 후기가 너무 안좋더라고...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더니 현이가 먼저 사버림... 왜 샀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이래... 허... 어제 보니까 굿노트로 pdf파일 편집하고 서류 같은거 만들고 있는거 보니까 엄청 잘 쓰고 있더라...

뭔가 일단 산 다음에 자기가 쓰는 방향으로 끌고가는 느낌?

옛날부터 생각한건데 현이는 진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게 티가 남 현이네 부모님 만나면 항상 다정해보이시고, 현이가 막내고 위로 언니오빠가 있는데 언니랑 사이 좋아보이고(오빠는 모르겠음), 현이 성격이 예의 바르고, 착하고, 다정하고, 자기 잘못한거 있으면 바로 사과부터하고... 진짜 당황했던게 뭐냐면, 이때까지 친구랑 싸우면 미안하다는 말을 장난식으로만 들어보고 시간지나면 풀리는 그런 느낌이었거든? 근데 현이는 진짜 내가 화도 내기 전부터 이러이렇게 해서 미안하다고 다음부터 안하게 주의하겠다고 함... 그냥 그렇게 진지한 사과를 처음 받아봄... 나도 남한테 그렇게 사과해본적 없는것 같음

여유 넘치고, 자기가 하고 싶은건 꼭 해야되는 성격인데 이기적이지는 않은... 어른이 이런걸까ㅎ 따지고보면 현이가 나보다 반년은 동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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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가 이 스레 보고 있다는거 깜빡했...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