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05/20 01:49:45 ID : XAi8kq1A5ht 1
열 여덟 고등학생이야 저번달 말, 체육하다가 십자인대가 완전히 터졌어. 그리고 수술했고 지금은 입원중이야. 요즘 나름 느끼는 바가 많아서 여기에라도 떠들어 볼 생각이야 마음껏 끼어들어줘
2 이름없음 2018/05/20 01:54:55 ID : XAi8kq1A5ht 0
다치고나서 수련회가 있었는데 내 수술의 경우에는 좀 늦어져도 되는 경우라서 다녀왔어 수련회라 강원도 산속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모든 불을 다 소등하고 별보는 시간이 있었어 정말 눈물나더라
3 ◆yJO5U46jg44 2018/05/20 02:03:28 ID : XAi8kq1A5ht 0
그냥 반애들끼리 동그랗게 앉아서 잔잔한 노래 틀어놓고 별을 봤어. 난 서울에 살아서 딱히 별을 볼 기회가 없었어. 하늘은 까맣고, 공기는 선선하고, 내 양옆에는 친한 친구들이 있고, 잔잔한 음악이 들리고 그런 와중에 별을 보는데 정말 너무 많고 너무 예쁘더라. 그날이 내가 처음으로 북두칠성을 본 날이었어. 항상 별자리를 어떻게 찾는건지 궁금했었는데, 정말 딱 북두칠성이 있었어. 너무 신기하고 예쁘고...
4 ◆yJO5U46jg44 2018/05/20 02:05:36 ID : XAi8kq1A5ht 0
정말 너무 크고 반짝거리는 게 있었는데, 너무 밝아서 위성인중 알았더니 목성이래. 목성도 난 그날 처음봤어 난 정말 밤하늘이 그렇게 예쁜지 처음 알았어. 내가 사실 수련회 갈 때 정말 가고싶어서 갔던거 였지만 마음이 많이 힘들었거든
5 ◆yJO5U46jg44 2018/05/20 02:08:24 ID : XAi8kq1A5ht 0
중간고사에서 열심히 공부한 수학을 말아먹었었어. 늘 열심히 했던거 같은데 단 한번도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많이 지쳐있었어. 늘 내 노력이 부족했다고, 더 열심히하면 될거라고 생각했었어. 근데 뭘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내 노력을 인정해 주고싶으면서도 노력해봤자 겨우 이정도라는 생각에 인정해주고 싶지 않기도 하고
6 ◆yJO5U46jg44 2018/05/20 02:13:50 ID : XAi8kq1A5ht 0
학원에서 전화와도 안받아버리고 그러던 시기였는데, 그렇게 예쁜 밤하늘을 보니까 왈칵 눈물이 나더라. 하늘이 너무 넓고, 너무 예뻐서 나같은건 정말 작은 존재라는게 위로가 됐어. 그 때는 나라는 사람 세상엔 정말 내가 전부라서 나한테 전부인 부족한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는데 뭔가... 내가 한없이 작은 존재라서 좀 모자라도 될거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어
7 ◆yJO5U46jg44 2018/05/20 02:17:18 ID : XAi8kq1A5ht 0
무슨 의식의 흐름이었나 싶긴 한데, 그 밤하늘은 지금 병실 침상에서 떠올려도 너무 벅차 오르는 풍경이었어. 좀 오글거릴수도 있지만 그 밤하늘을 본 날 숙소에 들어가서 얼른 핸드폰 메모장에 내가 느낀점을 써놨었어.
8 ◆yJO5U46jg44 2018/05/20 02:17:38 ID : XAi8kq1A5ht 0
거기엔 이렇게 써놨어. '내가 아주 작고 아무것도 아니라서 조금 잘못돼도 바뀌는건 별로없다 괜찮다 다행이다 작은 나라서 큰 세상이라서'
9 ◆yJO5U46jg44 2018/05/20 11:04:16 ID : XAi8kq1A5ht 0
병원에선 10시쯤 각종 주사를 놓고, 난 다리를 수술해서 소독하고, 붕대도 다시 감아. 항생제를 맞으면 어지러워서 계속 자게되더라구 그러면 오전이 다 가. 내일은 퇴원이야. 다들 병원에 있으면 심심할줄아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ㅋㅋ
10 ◆yJO5U46jg44 2018/05/20 11:07:07 ID : XAi8kq1A5ht 0
요즘 그래도 괜찮게 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병원에 있지만 가족들, 중학교때 친했던 후배들, 초등학교때 부터 친했던 자매같은 친구들, 작년에 같은 반안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대외활동을 같이 했던 친구들, 지금 우리반에서 친하게 지내고있는 친구들이 계속 와줘서 심심할 틈이 별로 없어
11 ◆yJO5U46jg44 2018/05/20 11:10:12 ID : XAi8kq1A5ht 0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 주니까 정말 고맙고, 재밌고 뭐 그렇더라. 내가 되게 중요한 사람인 것 같은 생각도 들고 말이야. 그냥 병실 침대에 누워서 병문안 오는 친구들이 해주는 얘기들을 들어. 반에 내가 없는 동안 어떤 문제들, 내가 없어서 재미가 없으니 조기 퇴원하라는 얘기,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친구랑 싸운얘기, 소꿉 친구들의 놀림 등등 다 너무 재밌어ㅎㅎ
12 ◆yJO5U46jg44 2018/05/20 11:12:40 ID : XAi8kq1A5ht 0
새벽에도 잠이 안와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냥 재밌는 상상 위주로 했어. 만약에 내가 억만 장자면 뭐하지 뭐 이러면서ㅋㅋ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여행가고 싶은 나라들, 하고싶은 것들 뭐 그런 것도 생각해보고 말이야..
13 ◆yJO5U46jg44 2018/05/20 21:38:55 ID : XAi8kq1A5ht 0
안녕! 벌써 병실엔 불이 다 꺼졌어 일상 스레를 좀 둘러봤는데 다들 공부를 참 잘하나보네 자괴감든다... 내일이면 퇴원이야. 그래서 대충 병문안 와준 친구들을 정리해봤는데 입원날, 수술날, 수술 다음날은 오지 말아달라고해서 4일동안 19명의 친구들이 와줬어. 너무 고맙고, 나름 잘 살아온것같다는 생각도 들어. 다들 먹을걸 한아름 사다줘서 배가 터질거같아ㅋㅋ
14 ◆yJO5U46jg44 2018/05/20 21:40:17 ID : XAi8kq1A5ht 0
맞다 아까 좀 좋은 꿈을 꿨어. 내가 보기엔 횡재수가 있을거같아.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복권을 사기로 했어. 무슨 꿈인지 말하고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데 좋은 꿈은 말하는게 아니래서 참는중이야.
15 ◆yJO5U46jg44 2018/05/20 21:45:51 ID : XAi8kq1A5ht 0
이제 휴가는 오늘로 마지막이야. 내일부터는 정말 열심히 할거라고 다짐중이야. 성적... 꼭 올려야하거든 물론 그렇다고 스레딕을 안들어오고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야ㅋㅋ 아마 이제 학교에 휠체어를 타고 등교해야할 것 같아.
16 ◆yJO5U46jg44 2018/05/20 21:47:09 ID : XAi8kq1A5ht 0
난 별로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하고 입원해 있는 와중에 학교에선 꽤 유명인이 됐다고 해ㅋㅋ 병문안 온 친구가 얘기해 줬는데 다른 학교 친구도 알고 있었다는데 너무 신기했어
17 ◆yJO5U46jg44 2018/05/20 21:51:19 ID : XAi8kq1A5ht 0
잘 쉰 것까지는 좋았는데 생각해보니까 할 일이 너무 많네 좀 정리를 해 보자. •지면계획서 작성 •소논문 대회 •각종 전공 독서 대회 독후감쓰기 •봉사활동 다리 못써도 할 수 있는 것 찾기 •사회탐구과목 진도 따라 잡기 •영어 본문 분석하고 문법요소 깊!게! 공부하기 •각종 대회일정 확인하고 참석하기
18 ◆yJO5U46jg44 2018/05/20 21:51:45 ID : XAi8kq1A5ht 0
하필이면 노트북이 고장나서 뭘 할 수가 없네... 슬프다
19 ◆yJO5U46jg44 2018/05/21 08:47:31 ID : XAi8kq1A5ht 0
으악 결국 월요일이 왔네. 오늘은 퇴원이야. 어휴... 좋은건지 안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할일이 너무 밀려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
20 ◆yJO5U46jg44 2018/05/21 22:31:56 ID : 9umoE8p9a8m 0
퇴원하고 바로 오늘 수학 학원가서 4시간동안 버닝하다가 왔어 으아ㅏㅏ 힘들다 그래도 오랜만에 공부해서 너무 뿌듯하고 좋다!!
21 ◆yJO5U46jg44 2018/05/22 18:41:13 ID : 9umoE8p9a8m 0
스터디 플래너를 시켰어!! 신난다ㅎㅎㅎ
22 ◆yJO5U46jg44 2018/05/23 00:03:24 ID : 9umoE8p9a8m 0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해. 아직도 잘 모르겠다.
23 ◆yJO5U46jg44 2018/05/23 00:03:56 ID : 9umoE8p9a8m 0
수능 끝나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너무 많아! 아마 지금부터 쓰기 시작하면 밤 새 써야될거야
24 ◆yJO5U46jg44 2018/05/23 00:17:58 ID : 9umoE8p9a8m 0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난 딱히 잘 하는게 없어. 다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어중간해. 그래도 유일하게 내가 잘하는건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내가 처한 상황을 인정하는거. 이게 정말 별게 아닌 것 같지만 많은 도움이 돼. 그래서 나는 긍정적인 것보다도 그냥 그 상황에 있는 그대로 있는것. 그걸 연습하기 위해서 노력해.
25 ◆yJO5U46jg44 2018/05/23 00:18:46 ID : 9umoE8p9a8m 0
상황을 미화하지도, 더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인정하는건 힘이 들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 보다 좀 더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26 ◆yJO5U46jg44 2018/05/23 00:19:54 ID : 9umoE8p9a8m 0
지금의 나는 성적이 어중간한 인문계 고등학생 M 뭐 이정도지만, 열심히 해서 꼭 중위권 인서울 대학에 가고싶어. 그게 멋져보이니까
27 ◆yJO5U46jg44 2018/05/25 00:47:46 ID : 9umoE8p9a8m 0
"대충 살아도 돼. 엄마는 대충 살았어 그런데도 이것 봐 살만하잖아." 엄마는 성실함도 강요하지 않는다
28 ◆yJO5U46jg44 2018/05/25 00:49:33 ID : 9umoE8p9a8m 0
물론 엄마도 마냥 대충 산건 아니다. 분명 열심히 살았다. 그래도 더 열심히 살지 못한 것을 채찍질 하지도, 과거의 결정을 계속해서 후회하지도 않는다. 그냥 버틸만큼만 버티면서 살아가는 것. 무슨일이 생겨도 잃지않는 엄마의 담담함은 여기서 나오는게 아닐까
29 ◆yJO5U46jg44 2018/05/25 00:52:44 ID : 9umoE8p9a8m 0
엊그제 했던 이 말이 생각 나는건 그냥 너무 불안해서 그런다. 다시 수학을 잡았는데 될까... 이번에도 안되면 어떡하지... 돌겠네... 상처 안받을 만큼만 하는것도, 어느정도 마음을 놓는것도 결과에 후회하지 않는것도 모두 난 잘 모르겠다. 어떡하나...
30 ◆yJO5U46jg44 2018/05/27 23:40:04 ID : 9umoE8p9a8m 0
대학가고싶다 엄청나게 상향 지원한 대학교에 1차 붙고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 보러 갔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숨만 쉬는 순간 내가 면접관이 찾아헤매던 인재상이라고 합격시켜줬으면 좋겠다
31 ◆yJO5U46jg44 2018/06/18 01:29:59 ID : 9umoE8p9a8m 0
죽갰다
32 ◆yJO5U46jg44 2018/06/19 00:41:28 ID : 9umoE8p9a8m 0
왜 이렇게 집중이 안될까 난 진짜 쓰레기야... 공부 좋은 방법으로 제대로 죽을 만큼 열심히해서 끝내주는 성적받는 노력의 재능이 있는 사람이고싶다 난 어중간하고 머리도 돌대가리지
33 ◆yJO5U46jg44 2018/06/19 00:41:53 ID : 9umoE8p9a8m 0
여담이지만 요즘 앤마리 노래가 좋아 퍼펙트 계속 듣고있어
34 ◆yJO5U46jg44 2018/06/19 00:41:59 ID : 9umoE8p9a8m 0
그냥 잘까
35 ◆yJO5U46jg44 2018/06/19 00:42:19 ID : 9umoE8p9a8m 0
진짜... 힘들다 너무 잔잔한 힘듦이다
36 ◆yJO5U46jg44 2018/06/19 00:42:30 ID : 9umoE8p9a8m 0
명상이라도 좀 할까
37 ◆yJO5U46jg44 2018/06/19 00:42:55 ID : 9umoE8p9a8m 0
찡찡이 대마왕이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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