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06/27 13:54:11 ID : lfWrxRyLcE6 0
안녕 나는 환청과 환각증상을 겪고있는 사람이야. 미리 말하지만 나는 병원도 다녀봤고 상담도 했고 약물치료도 했어. 하지만 별 효과가 없기도 했고 다른 이유로 그냥 그만두게 되었어. 이 스레는 드라마, 영화, 소설같은 창작물에 종종 등장하는 환청과 환각이 실제로는 어떤지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만든 스레야. 정신병자 자체를 무섭거나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정신병을 무서워하길 바라는 마음에 세웠어. 정신병자가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이면에 그들은 뭘 보고 듣는지에 대한걸 알려주고 싶어. 그리고 괴담판인만큼 괴담스러웠던 것들 위주로 풀어줄게. 듣는 사람이 없더라도 써보긴 할게.
2 이름없음 2018/06/27 14:00:42 ID : lfWrxRyLcE6 0
증상의 정도나 나타나는건 사람에 따라 다 다르지. 나는 이런 증상들이 깨어있는 상태로 꿈을 꾸는거랑 같다고 봐. 꿈에서는 내가 집중해서 생각했던 것, 무의식, 내가 매체나 뭔가를 통해 봤던 것들이 엉망진창 혹은 멀쩡해 보이게끔 합쳐서 나오잖아? 환청과 환각도 약간 비슷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 일단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소개해야 이해가 쉬울거야. 나는 스릴러물을 좋아하고 책과 영화를 정말 정말 좋아해. 사람귀신은 내가 오컬트에 관심 갖고 있을 적에 여러번 시도했는데 다 실패해서 믿지 않게 됐어. 하지만 뭔가 식물같은 것들이나 인형을 잘 대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그리고 마약, 시체처리방법, 치명적인 신체부위같은 이상한 것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해. 하지만 부패된 사진, 고어사진엔 관심없고 뭐 그런 사람이야. 실화 무서운 이야기 엄청 좋아하구...
3 이름없음 2018/06/27 14:05:16 ID : lfWrxRyLcE6 0
일단 환청에 대해서 얘기해줄게. 환각보다는 약하니까. 처음엔 가볍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 근데 그건 그냥 내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어. 그 때는 어렸으니까. 그리고 뭔가 웅웅거리는 소리나 알 수 없는 언어를 속삭이는 듯한 소리들을 들었어. 뭔가 바닥을 스윽 스윽 끄는 소리나 방문에 누가 착 붙어서 스으윽 하고 쓸어내리는듯한 그런 소리들. 점점 강도는 심해졌고 나는 밤마다 무서워서 일하시는 부모님께 울며 전화를 걸었던 것 같아.
4 이름없음 2018/06/27 14:11:00 ID : hvxB85O7f9a 0
보고있어! 계속해!
5 이름없음 2018/06/27 14:11:26 ID : lfWrxRyLcE6 0
그리고 그건 점점 더 심해지더니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했어. 난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줄 알았어. 처음엔 일상에 대한 질문이나 이야기였어. 그 목소리는 나에게 대화할때 입으로 말하지 말라고 얘기한적은 없지만 암묵적인 규칙이였어. 목소리가 점점 또렷해져서 중년의 여자쯤 되는 목소리로 확실해졌을 때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이였던 것 같아. 주로 나눴던 대화는 너무 평범하게 엄마나 언니랑 나누는 대화랑 비슷했어. 뭘 할까 말까 고민하는 거라든지 일상에 대한 이야기나 하고싶은 것들 그리고 쾅하고 터지는 듯한 혹은 일상의 소리에 에코를 씌운것처럼 울리는 듯한 그런 소리들에 대해서 내가 물어보기도 했고. 처음엔 굉장히 친절했어. 전형적인 착하고 아이에게 관심이 많은 엄마같은 느낌.
6 이름없음 2018/06/27 14:14:00 ID : 46qi3vcmtAr 0
보고있어요!
7 이름없음 2018/06/27 14:14:06 ID : nRBbDth9eIK 0
웅 듣고있어
8 이름없음 2018/06/27 14:17:50 ID : lfWrxRyLcE6 0
지금 생각에는 내 결핍을 이 증상들이 채워준 것 같아. 그 때 나는 늦게 들어오는 부모님때문에 불안했고 겁이 많았거든. 그래서 그런 증상들도 날 무섭게 하면서도 안정시켜주려 했어. 문제는 이 부분이야. 내 결핍을 채워주려는 이 부분이 큰 문제야. 난 자라면서 뭔가 충동과 욕구에 대한 불만을 많이 느꼈어. 착한 아이 컴플렉스라고 해야하나... 모두 날 착하다고 하고 난 벗어날 수 없고 그렇다고 뭘 할 용기도 뭣도 없고. 그에 따라 목소리도 바뀌었어. 뭔가 나를 설득하고 용기를 주는 그런 목소리. 왜 사람이 안 해야지라고 생각해도 누가 옆에서 부추기면 하게 되잖아? 물론 이 목소리도 내가 만든거겠지만 나는 목소리랑 대화를 나누며 나쁜 짓들을 시작했어. 월담을 해서 나간다든지 싫어하는 애 자리에 껌을 몰래 붙여놓거나 날 따돌리는 애들을 상대로 말싸움을 할 때 어떤 말을 할 지 정하는거나. 그 때까지는 사소한 것들이기도 하고 저런 행동마저 하지 않았으면 난 정말 한 번에 미쳐버렸을지도 모르니까 그건 괜찮았어.
9 이름없음 2018/06/27 14:18:51 ID : nRBbDth9eIK 0
오오 동접인가?
10 이름없음 2018/06/27 14:21:37 ID : lfWrxRyLcE6 0
환각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 해야겠다. 저 무렵에 나는 휙 휙 지나가는 사람들을 몇 번 봤어. 아니면 눈을 잠깐 감았다 떴을 때 천장에 끈적한게 흐른다든지. 뭔가 알 수 없는 희고 가늘고 긴게 관절같은걸 가지고 뒤틀린 상태로 기어오는 모습같은거. 그 모든게 갑자기 보였다면 와 나 좀 무섭고 어딘가 이상하다 라는 기분을 느끼겨 도망쳤겠지. 하지만 그런거 있잖아 옷 끝자락부터 미지근한 물이 천천히 젖어오면 다 젖는 줄도 모르고 빠지는거? 그런 환각은 처음엔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있다가 환청과 함께 증상을 키웠고 위에서 말한 설득을 할 무렵에는 정확한 형상을 갖췄어.
11 이름없음 2018/06/27 14:22:44 ID : nRBbDth9eIK 0
그 정확한 형상이 뭔뎁?
12 이름없음 2018/06/27 14:24:36 ID : lfWrxRyLcE6 0
그 목소리의 주인공인 환각은 약간 미국에서나 볼 법한 힙하고 쿨한 옷을 입고 마음대로 움직였어. 걔는 아무 벤치에나 드러눕고 혀를 막 길게 내밀고 다니거나 갑자기 막 뛰다가 스르륵 주저 앉기도 하고. 뭔가 몸이 전문 무용수처럼 가볍고 유연했어. 모든 동작은 춤같았고 우리는 같이 춤을 추고 놀기도 했어. 리젼을 보면서 좀 많이 공감했어. 리전이라는 외국 드라마를 보면 내가 하는 말이 좀 이해가 쉬울거야.
13 이름없음 2018/06/27 14:25:48 ID : lfWrxRyLcE6 0
처음엔 잔상같은 느낌이였고 눈을 감았다 뜨거나 놀라서 다시 보면 없었어. 하지만 점점 대놓고 존재하는 느낌? 그냥 일상에 확실히 존재하는 느낌으로 나타났어. 마치 그냥 행인인 것처럼, 그 천장이나 바닥에서 사는 것처럼.
14 이름없음 2018/06/27 14:30:00 ID : lfWrxRyLcE6 0
나는 중학교때 따돌림을 당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되었고 상상을 하기 시작했어. 물론 다들 하겠지 뭐 짜릿한 복수 막 애들에게 소리지르고 따지고 하는 그런거. 근데 난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렸어. 내가 실행만 하면 완벽하게 이길 수 있겠다 싶을 만큼. 그러면서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어. 뭔가 사람을 때리고 싶다. 아니면 격한 싸움을 해보고 싶다. 그냥 중2병이였을 수도 있지만 그런 욕망을 가지고 있었어. 은근하게 살면서 한 번쯤은 주먹질을 하고 막 살지 않을까 하는 느낌으로. 중학교는 그렇게 몇 번의 일탈 (가출, 월담, 교칙위반)을 하면서 나름 겉으론 평범하게 보냈어. 그때만 해도 나한테 하루는 하루였고 뭔가 그렇게 심한건 없었어. 다만 난 환각 환청이 그런 허상이라고 생각하지 못 했지. 그냥 정말로 다 그렇게 사는줄만 알았어.
15 이름없음 2018/06/27 14:33:40 ID : nRBbDth9eIK 0
흠..... 웅웅 듣고있엉 계속 얘기해줘
16 이름없음 2018/06/27 14:36:18 ID : lfWrxRyLcE6 0
잠깐만 손목아파서 노트북으로 들어올게ㅠ
17 이름없음 2018/06/27 14:45:17 ID : lfWrxRyLcE6 0
악 쓴거 다 날라갔다 잘못 눌러서...
18 이름없음 2018/06/27 14:48:30 ID : lfWrxRyLcE6 0
고등학교에 오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었어. 나는 어째서인지 자꾸만 친구들과 틀어졌고 나중엔 그냥 내가 뭔가 친구를 사귀길 포기했어. 웃긴게 포기하니깐 나랑 친구하겠다고 붙는 애들이 많아져서 그냥 삶에 환멸이 났지. 입시 때문에 우울감은 더 심해졌고 안 그래도 낮은 자존감은 지하까지 떨어져 버렸어. 이쯤 되었을 때 내가 확실히 보게 된 형체들은 네다섯 가지로 줄어들었어. 아까도 언급한 나랑 이야기 해주는 그 애랑 하얗고 길고 관절을 가진 검은 큰 눈을 가진 이상한 것. 초등학교 5학년 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랑 책상 위 천장과의 작은 틈에서 몸을 기괴하게 틀고 앉아 나를 내려다 보는 여자? 그리고 발목이나 손처럼 그냥 가끔 신체 일부가 보였고...
19 이름없음 2018/06/27 14:51:50 ID : lfWrxRyLcE6 0
그리고 짧고 굵은 플래시백이라고 하나 뭐라하나 어쨌든 갑자기 세상이 일그러져 보이거나, 하얀 벽이 갈색과 붉은 색과 초록색이 마구 휘몰아치는 모습으로 보인다거나... 그런 것들이 보였고 소리는 까드드득 거리는 소리가 더 추가 되고 말소리가 많아졌어. 어떤 때에는 말소리가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워서 집에서 혼자 소리를 지른 적도 있어. 생각해봐 갑자기 사방에서 알 수 없는 웅성거림이 들리고 세상이 아지랑이마냥 일렁이면 누구나 무서워진다고. 나는 방문을 틀어막고 지내기 시작했어. 방 안에서 보이는 것들이 많았지만 방 밖으로 나가면 내가 미친걸 남들이 보게 되잖아?
20 이름없음 2018/06/27 14:54:53 ID : lfWrxRyLcE6 0
목소리의 대화 내용도 많이 발전했지. 난 더 억제되어있었고 충동을 참을 수 없었어. 그래서 집에 혼자 있을 땐 마구 웃다가 뚝 멈추기도 했고, 어느 날엔 책상 위의 그 여자를 잡으려고 회전의자를 밟고 올라가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새벽에 집 밖으로 뛰쳐나가서 운동장의 흙을 파고 그랬어. 그냥 막 온 몸이 간지러워지고 귓가에는 계속 날 미치게끔 하는 행동들을 부추기니까. 음료수나 과자를 잔뜩 사와서 입에 쑤셔넣다가 삼키지 않고 뱉어버리거나 잘 먹던 음료수를 그냥 버려버리거나 하는 이상한 행동들을 했지만 내가 원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그 목소리의 영향을 받아서 좀 자유분방하니까 애들도 그냥 그러려니 했어. 그게 더 신기하지만...
21 이름없음 2018/06/27 14:58:49 ID : lfWrxRyLcE6 0
나는 하루를 마치 한 달처럼 살 수 있게 됐어. 다른 사람이 다섯 가지를 생각할 때 나는 이미 오십 개 쯤 생각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른거야. 그게 얼마나 혼란스럽냐면 길을 혼자 걷게 되면 그 모든게 다가오는거야. 저 가로등 사이의 간격은 몇 걸음이며, 저기 지나가는 사람의 복장은 어떻고 그 사람의 직업이나 나이도 유추해보고... 무슨 셜록이나 된 것마냥 뭐든 분석해야만 했어. 아니 분석하지 않으려 해도 분석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끝나 있었어. 나는 본능대로 미친듯이 굴거나 모든 걸 생각하는 컴퓨터가 되거나 둘 중 하나였어. 입시에만 집중해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나는 정말 사람이 스트레스로 죽어버리는게 이런 기분일까 싶었지.
22 이름없음 2018/06/27 15:02:38 ID : lfWrxRyLcE6 0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방금의 나와 아까의 나, 꿈 속의 나와 현실의 내가 마구 뒤엉키기 시작했어. 나는 밥을 안 먹고 이틀을 지내다가 그제서야 깨닫기도 했고, 고어물도 못 보고 사람, 동물에게 폭력 한 번 휘두르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고어물을 잘 보게 되고. 정말 많은게 마구 뒤엉켜서 핵에너지마냥 끝도 없이 막대하게 부풀었어. 누가 톡 치면 터질 것 같은 상태였지만 늘 밖에선 완벽하게 행동하려 노력했지. 그리고 일이 터진거야. 수능이 연기 됐잖아. 나는 수능 하나만 끝나면 병원도 가보고 뭐든 천천히 해내려고 노력했어. 수능이 끝난다고 입시가 다 끝나는 건 아니였지만 그냥 수능이 끝나면 조금 덜 하리라 생각하며 지냈는데.
23 이름없음 2018/06/27 15:06:20 ID : lfWrxRyLcE6 0
아 잠깐만 일이 생겨서 좀 이따 돌아올게.
24 이름없음 2018/06/27 15:16:15 ID : zapRClu7gnQ 0
아이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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