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 (6)
2.왕따 소녀 이야기 (창작 (28)
3.황무지의 모험가 : 떠돌이 마학자 한트 (18)
4.지금 소설을 쓰려는데 표현방법좀..! (4)
5.백합판타지 소설 올려도 돼..? (9)
6.글이 안 풀릴때는 어떻게 해? (4)
7.눈 (13)
8.직업 소설가 있어? (2)
9.나는 오늘부터 세상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4)
10.단문 모음. (5)
11.정말 대단해 (4)
12.책 제목으로 글짓기 (4)
13.어느 마법소녀 이야기. (2)
14.1년 전의 널, 난 아직 좋아한다. (7)
15.판타지 소설을 써보고싶어! (85)
16.궁금한게 있어 (3)
17.너네는 창작소설 어디다 올려? (10)
18.구상 중인 소설 줄거리 (4)
19.Call me Ishmael(完) (33)
20.아이핀이나 한국 전화번호 무필요 사이트? (1)
춥다.
그 날의 아침은 왠지 모르게 추웠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하늘에선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한여름의 눈이라니, 그 비상식적인 광경에 왠지 모르게 감탄하며 창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겨울의 싸늘한 공기가 내 얼굴을 감쌌다.
대 종말의 시작이었다.
피드백 많이 부탁해.
왠지 모를 이유로, 눈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쌓여갈 뿐이었다. 인류는 다시 찾아온 빙하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섣부르게 밖으로 나선 이들은 얼어 죽었다. 그들의 싸늘한 시신을 눈은 계속해서 덮어 나갔다. 사재기도, 약탈자도, 범죄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짓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전부 얼어 죽어버렸으니까. 사람들은 단지, 집 안에서 언제 끊길지 모르는 전기와 식량, 물로 살아가고 있었다.
얼어붙은 세상에 설국열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단지 순백의 눈만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아파트의 1층 정도는 가볍게 덮어버릴 눈만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탈수로 죽었다. 그 광경이 순백의 지옥도인지라, 나는 눈을 감고 잠들었다. 모든 일이 적당히 정리된 후에, 누가 날 깨워 준다면 그때 다시 일어나자.
언젠가 꿈에서 본 적 있었던 크리스마스. 하얀 눈이 쌓이고 붉은 옷을 입은 산타가 썰매를 타고 날아다니는 때. 꿈속에서 본 그 광경은, 실제로 본다면 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고,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긴 잠을 자는 동안, 그 꿈을 한 번만 더 꿨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꿈은 꾸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절전 중이었으니까.
누군가가 나를 깨워 주는 일도 없었다. 이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지구는 완전히 망해 버린 것 같으니까.
고개를 돌려 방을 돌아보았다. 목 관절이 삐걱댔다. 시계는 오래전에 멈춘 듯 먼지가 잔뜩 앉아 있었다. 시계뿐만이 아니라, 피아노에도, 내 몸에도. 밖의 눈은 그친 것 같았다. 대신, 이라고 하기엔 뭔가 이상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죽어버린 것 같은 지구만이 앙상하게 남겨져 있었다.
다행히도, 중요 뉴스 등은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었다. 빙하기의 원인은 알 수 없으며, 인류는 적도로 떠났고, 북반구의 인류는 거의 죽었다는 것. 기사를 쓰는 로봇들은 꽤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듯했다. 잠든 후 10년 정도는 계속 수신 기사가 있었으니까. 아마 지금은 어딘가에서 고철덩이가 되어 있겠지.
“그럼, 나가야지.”
관절들을 틀어보며 소리 내어 말했다. 관절 상태엔 이상 없고, 목소리에도 이상이 없다. 먼지야 좀 털어 주면 될 테고, 이미 망해 버린 세상에 돈 따위가 필요할 리도 없다. 나는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밖은 눈으로 가득 차, 북극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세상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활동 가능 시간은 네 시간 정도였다. 네 시간을 돌아다니고 난 후에는 어딘가에서 온도를 올려야 한다는 소리였다. 네 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내자 관절 부분이 얼기 시작했다. 그대로 밖에서 쓰러져 다른 녀석들처럼 고철이 되는 줄 알았다.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는 좀 이상한 사람이었다. 나를 학교에 보내고, 사람들과 놀게 했고, 이름으로 불러 주었다. 나에게 감정이라는 모듈을 달아 준 사람이었다. 일반 기성품이 아니라, ‘행복 회로’라는게 붙어 있는 자작 모듈을 달아 준 사람, 내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아무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준, 나를 사랑했던 사람.
그래서 난 아빠가 죽었을 때 아무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그게 미안했다.
사람들이 보고 싶었다. 아마 대부분 죽었겠지만. 나는 건물을 떠났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셨다. 굶어 죽을 일도 없고, 목말라 죽을 일도 없다는 게 나에게는 큰 축복이었다. 나는 다시 눈이 쌓인 도시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무도, 풀도 보이지 않았다. 빛나던 네온사인도, 반짝반짝하던 유리창도 성에가 잔뜩 껴 더러워 보였다.
저녁이 되어도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다. 저녁이 되자 급격하게 기온이 낮아져 활동 시간이 엄청나게 줄었다. 저녁에는 두 시간, 그러면 한밤과 새벽에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한 번 얼면 녹을 정도로 날씨가 따뜻하지도 않았다. 고철 꼴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적당히 행동 방침을 정했다. 낮 동안에 움직이고, 밤에는 쉬자.
보통 밤엔 잠을 잤다. 잠을 잘 필요는 없었다. 단지, 아빠가 잤기에 잤을 뿐이다. 아빠가 없는 지금은, 잠을 잘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앞으로 뭘 할까.
아직은 뭘 할지,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적당히 사람을 찾아보자. 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심심풀이가 될 것이다. 그 정도면 시간 때우기가 될 것이다. 그래. 사람을 찾아보자.
그날 꿈에는 아빠가 나왔다. 아빠는 커다란 파카를 들고 와 나에게 입혀 주었다. 나는 파카가 필요 없는 로봇인데도.
아침은 춥다.
추워서 아프거나 하지는 않다. 단지 춥다고 느낄 뿐이다. 동상이나, 저체온증에 걸리지도 않는다. 단지 추울 뿐이다. 해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남았다. 오늘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집에 가서 짐을 챙긴다. 사람을 찾아 적도로 떠난다. 사람을 찾는다. 그 다음엔?
그 다음엔... 이라는 생각에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 다음은 가서 생각하자. 사람을 찾는데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일인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제와 같은 그대로였다. 하얀색의 길, 널려 있는 도시의 건물들. 하루종일 눈 속에서 걸었는데도 눈 속에서 걷는 일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몸을 녹이기 위해 들어간 가게에서 어그부츠를 찾아내 신었다. 사람들은 자주 신고 다니곤 했던 부츠였다. 나는 신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발을 신으면, 인간이 되는 것 같아서.
확실히 부츠는 도움이 되었다. 물에 잔뜩 젖어 축축하기는 했지만 눈 속에서 걷는 데에는 부츠만한 것이 없었다. 걸어가는 길이 지겨울 때에는 아빠가 가르쳐 준 노래를 불렀다. 머릿속 라이브러리에 저장된 많은 노래가 아니라, 아빠가 불러주던, 짧은 음성파일을 따라 불렀다.
Ba de ya, say do you remember
Ba de ya, dancing in September
Ba de ya, never was a cloudy day
노래는 신기했다. 나는 내리는 눈을 맞으며 춤을 췄다. 쓰러진 나무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내어 마이크처럼 잡고 노래를 계속했다. September, Plastic Love, Believe. 도로에서 노래하며 춤을 춰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불이 꺼지고 구름이 낀 날씨였지만 크리스마스 같았다. 학교가 생각났다. 아빠가 보내 주었던 학교.
춤을 배우고, 노래를 부르고, 사람을 만났었다. 좋은 관계로까진 발전하지 못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나는 그냥 하나의 기계 덩어리였을 뿐이니까. 내가 감정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나 또한 독자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이전에 그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살과 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학교는 즐거웠다.
노래를 배우고, 춤을 추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일부러 정밀 보정 기능을 끄고 나만의 목소리로, 나만의 팔다리로 열심히 연습했다. 나중에 로봇 최초의 연예인이 되자, 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날은 오지 못했지만.
집은 어제보다 추웠다. 내 방의 창문이 열려 있었다. 어제 열어 놓은 창문을 닫지 않았던 것 같았다. 들이친 눈보라는 침대를 덮어버리고 방의 중간까지 쌓여 있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떠나기로 결정한 집이었다. 먼지쌓인 가방을 들어 책을 전부 바닥에 쏟아냈다. 가방에 옷을 넣기 시작했다. 옷 다음엔 드라이버와 약간의 나사, 귀금속, 그리고 아빠와 나의 사진을 챙겼다.
사람을 찾자. 일단 적도건 어디건 떠나 보자, 파카를 껴입으며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했다.
계속해서 얘기하지만, 살아가는 데에 애착은 없었다. 더 나아가,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애착은 없었다. 그들은 삶이라는 유한된 시간에 갇혀 허우적되는 존재였으니까.
나는 오히려 영원이라는 시간에 더 애착을 가졌다. 영원이라고 할만큼의 시간동안 생겨난 우주와 지구, 그리고 인간들의 삶에서 영원이라고 할 만큼의 시간동안 쌓아낸 문명.
그 문명이 눈에 덮여 있는 꼴은, 시원하고 섭섭했다.
꾸준히 걸었다. 밤엔 잠을 잤다. 일단 생긴 목표는 계속해서 걸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지 몰랐지만 그렇기에 편했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의 시간이었고 타인이 개입할 수 없는 시간이었으니까. 죽어서인지, 떠나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긴 여로는 회상의 장이었다. 지난 시간의 일들이 무수히도 떠올랐다. 나는 마치 모래사막을 걷는 순례자와도 같았다. 모든 기억을 모래바람에 흘려 보내고 신에게 귀의하는 순례자. 나에게는 신이 없었고 단지 사람만이 있었을 뿐이지만.
아빠는 자주 내게 신을 믿느냐고 물었다. 신이 뭐하는 건데요, 라는 물음에 아빠는 답하지 못했다. 나를 만든 것은 아빠였고 나를 생각하게 한 것도 아빠였다. 내게 감정을 준 것도, 나를 사랑해주고 행복하게 해 준 것도 아빠였다. 아빠는 내게 신이였지만 아빠는 다른 곳에서 신을 찾았다.
아빠는 나와 철학적 토론을 자주 했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 걸까, 우리는 왜 태어난 것일까, 내 삶에 돈은 가치를 가진 것이 아니였고 나는 무한동력으로 살아갔으며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였기에 태어난 존재라고 하기에도 어폐가 있었다.
단지 만들어졌기에 살아가는 삶이었다. 인간들이라면 부러워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슬퍼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머리를 지배하는 쓸데없는 생각에 답을 할 수 없게 될테니까.
살아 있는 시간에 우선순위에 맞춰 더 나은 일을 하면 안 되는가, 내가 앞으로 60년만 더 존재할 수 있다면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생각해 살아갈텐데, 쓸데없는 생각을 줄이고... 생각을 줄이고, 무엇을 해야 하지?
아빠라면 답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자주 저런 생각을 했을테니까. 내가 사람이 되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철학적 생각은 인간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던 일이니까. 문득 왼 가슴을 만져 보았다. 따뜻한 실리콘 아래에 톡, 톡, 하는 진동이 느껴졌다. 언젠가 아빠가 넣어 놓은 심장 모듈이었다. 너는 사람이야, 라고 말 하면서 넣어둔 모듈.
사람은 커녕 동물조차 발견하지 못한 채였다. 어디까지 왔는지조차 알지 못한 상태였고, 그냥 시키는대로 남쪽으로 내려가기만 했을 뿐이다. 집을 찾지 못한 밤에는 난방 기능을 켜 놓고 옷가지를 잔뜩 덮고 잤고, 나무라도 찾은 날에는 불을 피워 놓은 채 관절을 차례차례 녹여가며 밤을 지새웠다.
외로운가, 외롭지 않았다. 애시당초에 외로움을 느끼는 방법을 몰랐다. 단지, 아빠가 자꾸 생각날 뿐이었다. 아빠가 자꾸 꿈에 나올 뿐이었다.
언제 끊길 지 모르는 전기와 식량 부분에서 뭔지 모르게 암담해졌다... 8ㅅ8 근데 사람이라면 금방 죽지 않을까 10년이나 버틴다는게 더 이상해보여.
어떻게든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로봇이 눈밭을 걸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영화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될 것 같아. 어떻게 생긴 로봇일까ㅋㅋㅋ
나는 되게 투박하게 생긴 깡통로봇을 연상하면서 읽었거든. 근데 실리콘 부분에서 '어어 사람의 형체였던건가...!'하고 약간 시무룩해졌다. 기대하고 있을게. 일단 쓰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결말이 궁금해지긴 하네. 어떻게 끝을 맺을까 하는 거 있잖아. 무슨 얘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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