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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것만큼은 잊지 못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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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시간과 인연이 너와 나를 엮어 우리는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고 나에게 비참한 감정을 안겨주었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One runs the risk of crying a bit if one allows oneself to be tamed.”
뜨거운 눈물이 종이를 적시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때쯤에야 나는 내가 눈물을 흘렸음을 깨달았다.
눈이 간지러운 이유는 속눈썹이 들어갔기 때문이 아니란 걸.
상처투성이에 지쳐있고 피곤한 마음을 몰아세워 공부에 집중했었던 건 슬픈 감정을 묻히게 하기 위함이란 걸.
스스로가 제일 잘 알면서도 나는 또 나를 모르는 척했다.
나를 감성적이게 만들지 말아줘, 연약한 모습 드러내게 하지 말아줘.
너에게 기대다가는 너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되고 너의 친절을 당연하게 여기게 될 것 같아 두려워.
나와 있지 않으려 하는 네 모습이 두려워.
나를 떠나려 하지 말아줘.
너에게 큰 상처를 입히면 네가 나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는 못된 생각을 하고 말았어. 나 정말 못됐지? 스스로 나쁜 사람이란 걸 알면서도 계속 네 곁을 떠나지 못해. 네 행복을 바란다면서 네가 항상 내 곁에 있기를 바라고 네가 날 사랑하기를 바라고 있잖아.
내가 정말로 나쁘고 못된 사람이란 걸 알아줘. 착하다는 말로 나를 묶어놓지 말아줘.
천 쪼가리에 벽돌을 넣고는 발걸음을 옮기는 깡통 로봇들. 감옥을 옮겨 다니며 집을 찾지 못하고.
눈도 없어서 자신의 상상 세계에 빠져있는 주제에 세상에 간섭하지 말라고.
너는 쓸모 없다고.
날카로운 새 책과 부러진 샤프심.
따뜻한 코코아 한 잔과 달콤한 마시멜로.
겨울은 다 지나갔는데 뒤늦게 찾아온 감기와 답답함에 져 벗어버린 흰 마스크.
주말만은 이리도 평화롭구나.
소스에 끈적끈적하게 뒤섞인 오래된 샐러드. 스펀지와 휴지를 뒤섞어 놓은 듯한 찝찝한 식감과 묽은 소스는 맛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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