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9/01 21:10:00 ID : 8067BwE8lyL 1
대략 중학교 정도 때 있던 일이었는데 솔직히 내가 봐도 일본판 스레딕 2ch 괴담판에서 있을 법한 일이라 믿어도 괜찮고 낚시라 생각해도 괜찮아 난 그냥 그 날 있던 일을 정리하면서 그땐 그랬지~ 라는 느낌 정도로 썰 한 번 풀어보려해 심심풀이 정도로 읽어줘!
2 이름없음 2019/09/01 21:12:33 ID : 8067BwE8lyL 0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 즈음이었는데, 예전부터 나는 괴담 읽는 것을 꽤 좋아해서 구글링하면 나오는 온갖 괴담들을 읽고다녔어. 꽤 많은 괴담을 읽고 읽고 하다보니까 읽을만한 것이 없어져서 심심하던 차였는데 그때 코토리바코라는 괴담에 대해서 읽게 된거야
3 이름없음 2019/09/01 21:16:59 ID : 8067BwE8lyL 0
코토리바코, 솔직히 진짜 흔한 일본식 괴담이야 상대에게 저주를 내리는 상자인데 여자나 아이가 만지면 얼마 못가고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는 식의 괴담이었어 상자의 저주 원리가 솔직히 기분나빠서 궁금한 사람은 직접 검색해봐 적당히 나오긴 나와 아무튼.. 그 괴담을 읽기 전에 앞부분에 주의사항이 있었는데, 몇몇 네티즌들이 코토리바코 관련 게시물을 읽은 뒤 쏠림 증세나 오한, 두통, 설사 등을 일으켰다고 적혀져 있었고 난 그냥 별 것 아닌 거짓말이겠지 생각하면서 코토리바코에 관련된 괴담을 읽었어
4 이름없음 2019/09/01 21:18:38 ID : 8067BwE8lyL 0
솔직히 그걸 읽으면서 혹시 큰일나는건 아니겠지? 라는 괜한 걱정을 했는데... 별 일은 없었어 그냥 괴담이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고 뭔가 이상하고 찝찝한 기분이 든다는 흔한 클리셰조차 없었어 역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분도 좀 전환할 겸 유튜브를 틀었는데 그 때 정말, 정말 기분나쁜 일이 일어났어
5 이름없음 2019/09/01 21:20:41 ID : 8067BwE8lyL 0
아마 게임실황 영상? 그런걸 봤던거로 기억하는데 그 게임을 실황하는 사람은 분명 남자였고, 그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말을 하고 있지 않았단 말이야. 근데 갑자기 어디서 여자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 몇 년은 지난 일이라 이젠 잘 기억나지도 않지만 분명 여자가 말했어. 난 순간 온 몸을 타고드는 오한에 여자 목소리가 들렸던 부분으로 시간을 돌렸고 하지만 여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어.
6 이름없음 2019/09/01 21:22:32 ID : 8067BwE8lyL 0
그 때까지는 내가 괜히 긴장해서 잘못 들은거겠지 라며 넘기려 했지만 점점 뭔가 이상했어 유튜브 영상이 툭툭 끊기며 버퍼링이 걸리고 자꾸 몇초 전으로 돌아가고 또 여자의 목소리같은 환청이 지속적으로 들려왔어 몸은 점점 차가워지고 아무리 환각이다 환청이다 생각했던 나도 도무지 참을 수 없을 정도였어
7 이름없음 2019/09/01 21:25:17 ID : 8067BwE8lyL 0
이대로는 안되겠다, 너무 두렵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집 밖을 나섰어 우리집 바로 옆에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는 절이 하나 있는데 그 절은 아마 삼운사였을거야 강원도 춘천에 있는 거기 지금은 이사가서 딱히 말해도 상관 없을거라 생각해 어찌 되었건간에 나는 안경쓰는 것도 잊어버리고 삼운사로 뛰쳐나갔어 거기서 절을 올리던 스님께 말씀을 드리던 염주를 하나 사던... 일단 뭔가를 해야만 안심이 될 것 같았고 그래야 할 것만 같다는 충동이, 생각이 들었어
8 이름없음 2019/09/01 21:28:01 ID : 8067BwE8lyL 0
삼운사를 향해 정말 달리기만 했어 한참 어린 애가 왜 절에 저렇게 급히 뛰어가냐라는 눈초리로 누가 본다해도 모를만큼 정말 다급하게 절로 뛰어갔었어 근데 절에 도착하니까 아무도 없는거야 정말, 정말 텅 비어있었어 삼운사 내부, 그러니까 실내로 들어가는 입구는 모두 잠겼고 외부에 있는 계단정도만 오르내릴 수 있을 그 정도만 열려있었어 온 몸에 힘이 쫙 풀리더라 이대로 밤이 오면 난 정말 너무 두려워서 큰일이라도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무 과대망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난 정말 그 정도로 두려움에 잠겨있었어
9 이름없음 2019/09/01 21:30:17 ID : 2rfhz9a1bdD 0
ㅂㄱㅇㅇ
10 이름없음 2019/09/01 21:31:04 ID : 8067BwE8lyL 0
난 그냥 정처없이 절을 돌아다녔어 어디에 스님 하나라도 계셨으면 좋겠다 라는 믿음으로 그냥 그 안을 돌아다녔어 해는 점점 저물어가고 노을이 저물어서 저녁이 다 되어갈 무렵이 되어버렸고 나는 그만 돌아가자 돌아가서 생각하자라는 마음으로 절을 나가려 했지 근데 어디 길을 잘못 들었는지 나가는 출구가 아니라 어디 뜰로 들어가버린거야
11 이름없음 2019/09/01 21:34:14 ID : 8067BwE8lyL 0
이제는 너무 흐린 기억이나 아무리 생각해도 잘 기억나진 않아 혹시 몰라서 삼운사 뒤뜰, 연못같은 걸 검색해봤는데 내 기억이랑 같은 장소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엇비슷한 것 같긴 하지만 좀..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이다 어딘가 달라 내가 알던 곳은 아닌 느낌이야 아무튼 그곳에는 못이 있었어 연못에는 정자 비스무리한게 하나 있었고 그 주위에는 흔히 아는 연홍 진홍 하얀색 철쭉들이 이곳저곳 피어있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그 곳에서 안심을 느꼈어 그냥, 뭔가 안심할 수 있는 느낌이 들었어
12 이름없음 2019/09/01 21:34:50 ID : 8067BwE8lyL 0
헉 지금 봤다 고마워 힘내서 풀어볼게!
13 이름없음 2019/09/01 21:36:39 ID : 8067BwE8lyL 0
어린 기억 속에는 그 곳이 참 아름다웠고, 그동안 느꼈던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싹다 씻겨나가는 느낌이라 한참 울었던 것 같아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어 흔히 어린 아이들이 넓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두려움에 떨고 따뜻한 부모의 품을 갈구하다 막 부모님을 찾았을 때 느끼는 안심? 안식처같은 느낌 그 때 안심해서 눈물을 터뜨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누군가 날 보호하고 달래준다는 기분이 들었거든
14 이름없음 2019/09/01 21:40:04 ID : 8067BwE8lyL 0
난 몇 시간정도 운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운 건 아니었나봐 노을이 막 져서 푸른색에서 주홍빛으로 물들던 하늘이 주홍색에서 분홍색? 정도로 되어있었거든 체감상으로는 벌써 분홍색에서 보라~ 밤하늘로 넘어가는 시간대로 느꼈는데 말이야 아무튼 뭔가 감사인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어 막 주머니를 찾아보니까 츄팝츕스 하나가 있길래 그걸 연못 위에 있는 정자에 올려뒀던걸로 기억해 손을 모으고 부처님한테 기도 올리듯이 속으로 일단 감사합니다라고 했어 누군진 몰라도 날 지켜준 느낌이 들어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계속 이렇게 인사드렸어
15 이름없음 2019/09/01 21:42:20 ID : 8067BwE8lyL 0
생각보다 나가는 길은 단순했어 계단을 올라가고서 조금 더 걸으면 다른 계단이 하나 나왔고 그 계단으로 내려가면 삼운사 입구이자 출구인 곳이 바로 보였어 나는 빨리 집에 돌아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멀리서 누가 날 불렀어 저기요! 하고 날 불렀었어
16 이름없음 2019/09/01 21:44:35 ID : 8067BwE8lyL 0
나는 깜짝 놀라서 그 쪽을 봤는데 안경을 안 쓰고 나가서 얼굴은 안보였었어 기억은 못해 미안... 아무튼 남자? 여자인지도 잘 구별이 안가는 목소리랑 체형이었어 근데 좀 이상하다고 느꼈어 사람 피부가 검을 순 있지 물론 인종에 따라서 엄청 검을 수도 있어 근데 코난에 나오는 범인마냥 새까만 사람은 거의 없잖아? 그 사람은 그랬어 새까만? 혈기도 없이 칙칙한 피부색에 옷은 입었는데 난 그게 사람이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었어
17 이름없음 2019/09/01 21:46:15 ID : 8067BwE8lyL 0
그게 내가 안경을 안 써서 잘못 본건지 아니면 환각 환청이라도 있던건지 솔직히 이젠 잘 모르겠다 난 그대로 집에 도망가듯이 뛰어갔어 그렇게 뛰어가니까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같은건 안 들리더라 일부러 잡진 않은 것 같아 그게 사람이던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던... 집에 도착한 나는 안도하면서 생각했어 잡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18 이름없음 2019/09/01 21:48:07 ID : 8067BwE8lyL 0
왜 잡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몰라 그 사람한테 잡히면 내가 죽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린애가 절에 돌아다니고 있어서 뭔가 길을 잃었나 생각했을지도 모르는건데 일단 잡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만이 머릿 속을 맴돌았어 흐르는 식은 땀 때문에 온 몸이 찐득거렸고 너무 지친 나는 씻자마자 그냥 잠든 것 같아
19 이름없음 2019/09/01 21:51:00 ID : 8067BwE8lyL 0
그날 꿈에는 누군가 나왔어 손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어 주위에서는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들렸고 예쁜 철쭉들이 피어있었어 그 사람 너머로 쏟아지는 햇빛이 아름다웠어 그 햇빛때문에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난 그 절 뜰같은 곳 어딘가에서 느낀 안도감과 비슷한 감각을 느꼈어 그 사람이 뭔지 누군지도 몰라 지금 생각해보면 절에서 날 보호해준 영적인 존재일지도 모르고 그냥 전부 내 환상일지도 모르지 근데 너무 따뜻하고 다정하다는, 내가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20 이름없음 2019/09/01 21:53:23 ID : 8067BwE8lyL 0
그 날 잠에서 깨어나고 이후로는 그 코토리바코에 관한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거나 여자의 환청, 몸이 싸늘해지는 감각을 느끼지 않았어 나는 더이상 그 괴담에 대해 일부러 찾아보는 일도 없었고.. 참 꿈같은 일이었던 것 같아 어린 내가 괴담에 나오는 주의사항을 읽고 너무 과한 긴장을 하는 탓에 느낀 환청과 환상, 꿈같은 감각인건지 아니면 진짜 절에 계신 보살님이 날 보호해주시기라도 하신건지 이제 와서는 잘 모를 일이다
21 이름없음 2019/09/01 21:57:31 ID : 8067BwE8lyL 0
이렇게 변변찮은 괴담 이야기 들어준 레스주들 있다면 고마워 솔직히 괴담이라고 할 것도 없고 엄청 낚시같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나도 아직 이 경험이 떠오르면 참 신기하다고 생각해 사실 너무 어릴 때 꾼 꿈을 현실이라고 착각한게 아닐까? 라고 생각할 정도야 하지만 그 때 봤던 아름다운 광경이나 온기가 너무 생생해서 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미묘한 감이 없잖아 있어 그래서 사실 어릴 적 겪었던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렇게 다시 추억해보니까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혹시 궁금한 점 있으면 아래에 계속 달아줘도 괜찮아 대답할 수 있는 선에서는 힘내서 대답해줄게 여기까지 함께 와주고 읽어준 사람 있다면 정말 고마워!
22 이름없음 2019/09/01 22:16:55 ID : 2rfhz9a1bdD 0
잘 읽었어 스레주~ 그런 경험을 한거 신기하다
23 이름없음 2019/09/01 22:20:32 ID : 8067BwE8lyL 0
읽어줘서 고마워! 나도 아직 조금 신기할 때가 많아 만약 날 도와주신 분이 그 절 보살님이라면 다시한 번 인사드리고 싶어
24 이름없음 2019/09/01 23:21:42 ID : A5cJTTTWi4I 0
코토리바코 괴담읽고 이상형상 겪었다는 사람 꽤 많다고해 그런데 종류에따라 여자와 아이에게만 가는 저주가 있고 남자에게만 가는 저주도 있다고 들었어
25 이름없음 2019/09/01 23:31:53 ID : 8067BwE8lyL 0
아마 핫카이일거야 코토바리코는 만드는 데 종류가 있고 대부분의 효과가 여자랑 어린이한테만 가지만 코토바리코 중 최종단계인 핫카이가 남자한테도 저주가 간다고 들었어 어릴 때 겪었던 이 일이 정말 코토바리코를 읽고 생긴 일이라면 꽤 흥미로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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