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9/17 22:06:42 ID : haleGk5TVfc 0
※ 습작 중
2 이름없음 2019/09/17 22:10:52 ID : haleGk5TVfc 0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 알 수 없었다. 방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빛을 차단했다는 건 시간의 흐름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거였다. 나는 고여있는 시간 속에서 힘 없이, 의지도 갖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러는 동안 지난 시간은 겨우 몇 시간이었을 수도 있고, 겨우 하루였을 수도 있으며, 며칠이 될지도 모른다.
3 ◆BdTU1u61u79 2019/09/17 22:14:06 ID : haleGk5TVfc 0
시간이 정체되어 흐르지 않는 곳을 만든 이유는 단순히 도망칠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4 ◆BdTU1u61u79 2019/09/17 22:16:21 ID : haleGk5TVfc 0
스쳐지나가는 끝없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종종 나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사람들의 동공 속에서, 어디선가 나를 잘근잘근 깨물다 뱉어낼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입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왔다.
5 ◆BdTU1u61u79 2019/09/17 22:16:45 ID : haleGk5TVfc 0
그런 내가 도망쳐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6 ◆BdTU1u61u79 2019/09/17 22:18:21 ID : haleGk5TVfc 0
어딜 가나 그들은 있었고, 아무리 달려도 그들은 마치 이어달리기라도 하듯 순서를 넘겨가며 나를 쫓아왔다. 그때 당시 나에게는 선택지가 하나 뿐이었다. 집, 그 안에서도 방.
7 ◆BdTU1u61u79 2019/09/17 22:19:38 ID : haleGk5TVfc 0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이불로 온몸을 둘러쌌다. 땀이 흐르는 것도, 열이 오르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그대로 몇 시간을 흘려보냈다. 내가 출발한 시각은 밤 11시였고, 내가 다시 누군가에게 들킨 순간은 이틀 뒤의 오전 7시였다.
8 ◆BdTU1u61u79 2019/09/17 22:20:53 ID : haleGk5TVfc 0
나는 시간이 흐름을 느꼈다. 아무도 나를 쫓아오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주시하고 있지 않다는 걸 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들켰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명백히. 시간의 흐름이었다.
9 ◆BdTU1u61u79 2019/09/17 22:23:23 ID : haleGk5TVfc 0
이틀동안 두꺼운 이불에 박고 있던 고개를 들었을 때, 지독히도 밝은 빛이 나를 응시했다. 눈의 깜빡거림도 없이 나를 바라보는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짙어졌다. 그 선명함이 최고 절정에 달았을 때, 나는 지레 겁을 먹었다. 시간을 흐르는 것이 두려웠다.
10 ◆BdTU1u61u79 2019/09/17 22:25:14 ID : haleGk5TVfc 0
결국 나는 창문 전체를 두껍고 어두운 것들로 덮었다. 검은 반팔티셔츠와, 어디서 났는지 모를 검은 담요, 그리고 검은 후드티까지. 방안은 금세 어두워졌다. 온몸이 땀으로 축축해졌을 때. 나는 비로소 완벽하게 시간을 나의 방 안에 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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