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10/29 22:06:19 ID : pV87aq2Gk5X 0
주변에 말해봐도 진지하게 안 들어줘서 그냥 쭉 써두고 갈게 어디 말이라도 안 하면 진짜 돌아버릴 것 같다
2 이름없음 2019/10/29 22:08:35 ID : 3SGk62E2mlf 0
ㅂㄱㅇㅇ
3 이름없음 2019/10/29 22:10:23 ID : pV87aq2Gk5X 0
꿈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 집부터 설명해야할 것 같아 아파트 말고 골목 쪽으로 들어가면 4~6층짜리 건물들 모여있는 주거 지역들 있잖아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집은 이 건물들 중 하나에 있어 1층에 자동개폐식 현관문이 있고... 복도/엘리베이터 없이 계단만 있어서 2층으로 올라가면 양 옆에 201호 202호, 3층으로 올라가면 양 옆에 301호 302호 이런 식이야
4 이름없음 2019/10/29 22:11:43 ID : pV87aq2Gk5X 0
첫번째 꿈은 별 거 없었어 남자 둘이랑 여자 하나랑 놀다가 헤어져서 집에 가는 꿈이었다 그 중 남자 하나가 나랑 대화가 엄청 잘 통했는데 편의상 이 남자를 A라고 할게
5 이름없음 2019/10/29 22:17:19 ID : pV87aq2Gk5X 0
이 사람들은 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는데 그냥 딱 봤을 때 느껴졌어 아 같이 놀려고 만난 사람들이구나. 초면이면 위화감을 느낄만도 할텐데 그냥 꿈이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 꿈 속에서도 그 날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고 오랜 인연이 있었단 느낌은 안 들었어.
6 이름없음 2019/10/29 22:19:17 ID : pV87aq2Gk5X 0
아무튼 그래서 아무 위화감 없이 놀다가 다른 두명이랑 헤어지고 A랑 둘이 남았어. A가 날도 어두워졌으니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평소에 남한테 우리 집 알려주는 걸 꺼리는 편이거든. 그래서 집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이제 혼자 갈 수 있다고 말하고 헤어졌어. 집 현관문에 도착하기도 전에 꿈에서 깼지.
7 이름없음 2019/10/29 22:20:20 ID : pV87aq2Gk5X 0
그냥 재밌는 꿈이었다 생각하고 사흘을 보냈어. 기억에서 꿈이 잊힐 쯤에 다시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지. 문제는 두번째 꿈부터였어.
8 이름없음 2019/10/29 22:22:22 ID : pV87aq2Gk5X 0
지금 생각해보면 두번째 꿈도 첫번째와 거의 동일한 내용이었어. 차이점이라면 나는 그날 혼자 집 앞에 도착한 뒤 현관문을 열었다는 거? 비밀번호를 누르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밑에서 남자의 노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9 이름없음 2019/10/29 22:25:18 ID : pV87aq2Gk5X 0
근데 난... 그때 꿈 속이지만 진짜 피곤했어. 원래 동네에 술 취하면 소리 지르거나 노래 부르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집에 들어가서 부모님까지 본 다음에 잠에서 깼어. 이게 그저께 꾼 꿈이야.
10 이름없음 2019/10/29 22:28:54 ID : pV87aq2Gk5X 0
그 꿈을 꾸고, 어제 일어나보니까 집 문 도어락이 고장나 있었어. 안에서 열어줘야 한 번에 열리고, 밖에서 열려면 서너번은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더라고. 배터리 문제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워낙 오래된 도어락이다보니까 고장나도 이상할 건 없었어. 문이 잘 안 열리는 거지 아예 안 열리는 건 아니니까 부모님도 좀 한가해지면 (주말쯤?) 고치겠다고 하셨고. 이게 왜 중요한지는 이따 말해줄게.
11 이름없음 2019/10/29 22:31:02 ID : pV87aq2Gk5X 0
어제 세번째로 같은 꿈을 꿨어. 이번엔 이유를 모르겠는데... A가 데려다준다는 말에 얼떨결에 그러라고 했었던 것 같아.
12 이름없음 2019/10/29 22:33:16 ID : pV87aq2Gk5X 0
그렇게 A와 집 앞에서 헤어지고,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려고 손을 올렸는데 그 순간 기시감이 느껴지는 거야. 나는 이 상황에 놓인 적이 있고, 저 A라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는 기시감. 그제서야 꿈인 걸 자각했어. (첫번째랑 두번째 꿈에선 깨어나고서야 자각했었고.)
13 이름없음 2019/10/29 22:37:51 ID : pV87aq2Gk5X 0
나는 신기가 없어. 영적인 능력 전혀 없고... 평생 귀신은 커녕 가위에도 눌려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강령술 담력체험 뭐 이런 거 평생 한 번도 해본 적 없을 만큼 겁이 많고, 그래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직감, 특히 위기에 대한 직감은 진짜 좋아. 근데 꿈인 걸 자각하자마자 속이 확 뒤집어졌어. A랑 마주치면 안 된다고.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고 직감이 말하고 있었어.
14 이름없음 2019/10/29 22:40:13 ID : pV87aq2Gk5X 0
나는 사라진 A가 걸어간 방향을 살피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도망칠 수가 없었어. 뒤에서 A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거든. 걔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는 걸 들키면 그 자리에서 끝장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조용히 비밀번호를 누르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어.
15 이름없음 2019/10/29 22:42:02 ID : pV87aq2Gk5X 0
두번째 꿈에서도 우리 집에 도착한 다음에 꿈에서 깼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집에 들어가서 일어나려는 심산이었어. 일어날 순 없어도 문을 잠글 순 있을테니 안전할 거라는 생각도 있었고, A가 그렇게 체격이 좋은 편은 아니니까 아빠랑 있으면 안전할 거라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
16 이름없음 2019/10/29 22:42:16 ID : pV87aq2Gk5X 0
근데 계단을 아무리 올라가도 우리 집이 안 나오더라.
17 이름없음 2019/10/29 22:44:22 ID : pV87aq2Gk5X 0
처음엔 내가 층수를 잘못 센 줄 알았어. 5층까지 올라왔는데 문엔 301호 302호라고 적혀있었거든. 그래서 한층 더 올라가봤는데 이번엔 101호 102호가 적혀있는 거야. 우리 건물 1층은 현관만 있는 층이라 101호 102호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데.
18 이름없음 2019/10/29 22:47:08 ID : pV87aq2Gk5X 0
어떻게든 집을 찾겠다는 집념으로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층 구조가 점점 이상해졌어. 갑자기 방이 하나 더 생긴다거나, 열린 철문 너머로 새까만 어둠만 있는 방이 보인다거나, 제 2의 계단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등. 12층까지 올라가고 나니까 건물이 너무 변해있어서 더이상 우리 집 건물같지도 않게 됐어.
19 이름없음 2019/10/29 22:47:28 ID : pV87aq2Gk5X 0
그때 카톡이 하나 왔어.
20 이름없음 2019/10/29 22:50:10 ID : pV87aq2Gk5X 0
아빠가 A의 노래가 들리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더라고. 아빠의 카톡 프사가 현실의 아빠 카톡 프사랑 다른 사진이었는데, 꿈속의 나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뉘앙스를 보아하니 A가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 아빠는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어. 그래서 울면서 살려달라고 카톡을 보냈어.
21 이름없음 2019/10/29 22:52:47 ID : pV87aq2Gk5X 0
카톡을 보내자마자 1층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굳었어. 나는 숨을 곳도 맞서 싸울 것도 없는데. 그 문이 열리는 순간 본능적으로 저건 A고, A한테 잡히면 나는 죽는다는 걸 알 수 있었어. 달리 선택지가 없어서 무작정 계단 난간을 잡고 다시 위로 뛰려던 찰나에 꿈에서 깼어.
22 이름없음 2019/10/29 22:56:09 ID : pV87aq2Gk5X 0
깨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무섭단 생각이 먼저 들었어. 집 밖으로 나가기 겁났는데, 무섭다고 학교를 안 갈 수도 없는 거잖아. 그래서 조금이라도 진정해보려고 카톡을 켰어. 친구들한테 이 얘기를 해주면, 걔들이 그냥 개꿈이라고 해주면, 조금은 괜찮아질 것 같았어.
23 이름없음 2019/10/29 22:57:42 ID : pV87aq2Gk5X 0
카톡 친구 즐겨찾기를 해두면 카톡 실행하자마자 그 친구들이 친구목록 맨 위에 뜨잖아. 난 가족들을 즐겨찾기 해뒀거든. 카톡을 켜자마자 채팅방 목록으로 넘기려는데 뭔가 쎄한 거야.
24 이름없음 2019/10/29 22:59:33 ID : pV87aq2Gk5X 0
그래서 다시 친구 목록을 켜서 쎄함의 원인을 찾아봤는데... 아빠 카톡 프사가 꿈 속 카톡 프사로 바뀌어 있더라. 기억상 처음 보는 사진이지만 혹시나 무의식중에 봤을까 싶어서 아빠한테 물어보니까 오늘 바꾼 프사라더라고.
25 이름없음 2019/10/29 23:02:42 ID : pV87aq2Gk5X 0
세번째 꿈을 꾼 뒤로 오늘 하루종일 집이 아닌 다른 곳에 혼자 있을 때마다 시선이 느껴져. 도어락이 고장나고 갑자기 꿈에서 집을 찾을 수 없게 된 것도 본 적 없는 아빠 카톡 프사가 꿈에 나온 것도 이 집요한 시선도 그냥 다 너무 무서워. 조용한 곳에 있으면 또 그 노래가 들리는 거 같아서 오늘 수업 들을 때 빼곤 하루종일 이어폰 꽂고 있었어.
26 이름없음 2019/10/29 23:05:08 ID : pV87aq2Gk5X 0
마지막 꿈에서 깨어나기 직전에 '다음이 있다면 그때가 끝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불현듯이 스쳤었거든. 차라리 처음부터 꿈인걸 자각하고 시작한다면 대비라도 할텐데 그럴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A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잠도 못 자고 있어. 막연히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꿈에서 일어날 일인지 현실에서 일어날 일인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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