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니가 너무 좋아!" 커플들만이 만연하는 크리스마스의 시내. 나는 조금 멀찍이 떨어진 그에게 외쳤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시내 한복판의 부끄러운 고백에 격려와 응원이 담긴 시선으로 쳐다보았지만 그와 가까운 위치에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그저 갈길을 걷고있었다. 나의 고백은 그렇게 닿지 않은 것일까? 그렇게 단정짓고 돌아서는 찰나에 그에게 답신같은 반응이 왔다. 듣지 못한다면 섭섭할 것이다. 하지만 들었다면 그거는 또 나름대로 부끄러운 일이다. 자신의 심정조차 추스리지 못한채 나는 그의 행동만을 유심히 보고있었다. 입 주위에 두 손을 모은 그는 무엇인가를 외치는 듯 했다. 총 다섯 글자.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듣지 못하였지만 짐작 정도는 간다. '뭐라고 했어?' 애달프고도 부끄러운 고백은 결국 그에게 전해지지 않은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실연에 나는 슬프다는 감정은 들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의 행복한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같은 고백조차도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녹을 쓸어 내린 것처럼 후련하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닿지 않을 그 사람에게 닿지 않은 고백만으로 끝낼 생각은 없다. 어느새 머릿 속에 거절당한다는 불안함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2 정말로 지루하다. 분명히 일어서 있는데도, 눈을 감으면 금방이라도 졸음이 쏟아질거 같았다. 체감상 1분에 한번씩 하품이 밀려오는 듯 하다. 하품이 나와서 나온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또 다시 하품이 새어나올 정도다. 김이 빠질대로 빠진 몸상태는 적당한 활동이나,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숙면을 원하고 있었다. 야간 시간대는 정말로 미묘하다. 초반에 발주 되어온 상품을 진열하고, 청소를 하고나면 할게 없을정도로 한가하다. 하지만 할게 없다고 해서 완전히 늘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비주기적으로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의 수는 적지만 낮의 손님들에 비하면 진상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야간은 잠이 올 정도로 널널했다. 원래 이 시간대에 일하는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지루한 이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가지고 있겠지만, 잠이 많은 나로서는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것조차 고역이었다. 표백되어가는 정신머리를 붙잡아 주는건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이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있으면 신경은 쓰이니까 잠시나마 졸음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밤이 더 깊어감에 따라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더 뜸해졌다. 음악을 틀어도 폰을 들여다 보고 있어도 좀처럼 잠이 깨질 않는다. 정적이 계속 되었다. 들리는 거라곤 무식하게 커다란 냉장고에서 웅웅거리는 소음정도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게 계속되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눈 앞이 캄캄해지고 소음마저 들리지 않기를 수차례. 그 상태에서 억지로 깨어나기를 또 수차례. 의식은 모스부호처럼 수없이 명암을 오고가고 있었고, 계속 그곳에 붙어 있다간 잠이 들거나 정신이 나가 버릴 것만 같았기에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뛰쳐 나올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바깥 바람을 맞으니 조금 나아진 기분이었다.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아무도 없으니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그런 생각에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연기를 크게 들여 마시니 폐에 사무칠 정도로 스며 들어온다.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숨은 아주 깊게 그렇지만 천천히 담배는 타들어갔다. 두 개피 째를 거의 다 태워갈때 즈음에 이젠 자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걸로 봐선 손님인 듯 하다. 담뱃불을 발로 밟아서 끄고 옷을 대충 털어서 배여버린 담배냄새를 조금이라도 날려 보내고선 매장 안으로 돌아갔다.

"어서오세요." 역시나 잠시 뒤에 손님이 들어왔다. 나이는 대략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다. 여자는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개의치 않고 매장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음료수가 있는 냉장고 쪽이었다. 거기서 무언가를 빼오더니 다음엔 식품 진열대에서 잠시 서성거렸다. 전부 고르는 데에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소주 세병과 마른 오징어채, 과자 한봉지. 계산을 하고 나서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여자를 훑어보았다. 위아래로 편한 추리닝 차림인걸 보니 꽤나 가까운 곳에 사는 모양이다. 다만 추리닝 위에 걸쳐진 숄더백은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봉지는 됐어요." 내가 숄더백을 쳐다 보는게 신경쓰였는지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계산이 끝난 물건들을 주섬주섬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여기에 항상 계시던 분이 아니시네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대답을 이어나갔다. "아, 그 분은 일이 있어서 대신 나왔습니다." "저기, 무슨 일 때문에 그런건가요?" 입에 고인 침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게 느껴졌다. "요즘 세상이 흉흉하니까 걱정이 되네요." 여자는 웃으면서 붙임성 있는 말투로 덧붙여 말했다. 의미를 알수 없었다. "음... 사실은 좀 크게 다치셔서 병원에 계시거든요. 당분간은 나오시기 힘들거 같네요." 최대한 머릿 속에서 단어를 골라가며 말을 했다. "그것 참, 어쩌다 그렇게..." 여자는 손으로 입을 감싸쥔 채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입의 모양은 손으로 완전히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혹시, 점장님이 입원하신 병원이 어디신지 아시나요?" "자세한 얘기는 저도 못들어서요. 그것까지는 잘모르겠네요." "그렇군요... 아쉽게 됐어요." 여자는 진심으로 동정하는 눈길을 내비치며, 돌아서서 가게를 나섰다.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했지만 여자는 대답은커녕 돌아보지도 않았다. 나는 카운터에 한참을 서서 매장을 나선채, 점점 멀어져 가는 여자의 뒷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느샌가 졸음은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 그리고 아까부터 목이 타들어 가는거 같아서 음료수 캔을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갈증이 해소되니 이번에는 담배 생각이 절로 났다. 어두침침한 새벽이 끝나고,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휴대폰을 보니 시간은 오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이라면 슬슬 바빠질 시간대다. 실제로 아까까지만 해도 인적이 없는 거리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지나다니기 시작했다. 연거푸 담배를 들이 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하며, 만지작거리던 휴대폰을 보다가 이윽고 전화를 걸었다. 의외로 상대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점장님. 네. 잘하고 있죠. 근데 아까 전에 그 여자가 찾아왔던데요. 그... 물건 훔치고 경찰서에 풀려나서 점장님 찌른 그 미친 여자요. 인상착의 보니까 확실해요. 정말. 네. 좀있다가 경찰들 불러서 cctv 확인 하려고요. 아무래도 퇴원해도 당분간 안나오시는게 좋을거 같아요. 네. 그럼 몸조리 잘하세요.

#3(약 19금) 굴곡없이 길게 쭉 뻗어내린 그 물건은 강직해보이는 첫 인상을 주었지만, 정작 손으로 집어본 느낌은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기분좋은 촉감이다. 그리고 촉감에 이끌려 위에서 아래로 물건을 붙잡고 살짝 누르듯이 밀어 내린다. 그러자 하얗고 뿌연 액체가 기세좋게 손으로 뿜어져 나왔다. 절륜한 사정량이었다. 그런 행위는 매일같이 계속되었다. 내가 어루만져 주면 그의 물건은 반응하여 체액을 뿜어댄다. 손가락의 관절은 간드러지게 움직였고, 손끝은 깃털을 얹은 것처럼 닿지도 떼지도 않은 절묘한 촉감이 었다. 그 거리감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서 손이나 얼굴로 사정한 그의 체액은 받는다. 한 방울이라도 흘리지 않도록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그는 나의 애무에 길들여져 갔고, 나는 그의 체취에 물들여져 갔다. 얼굴에 묻은 그의 체액을 펴바르며 나는 영원히 그런 날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의 사정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어 갔다. 매일 물을 내뿜는게 무리한 일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의 체액이 없으면 하루라도 견딜 수가 없어서 그 사실에 애써 눈을 돌리고 말았다. 사정량이 줄어듦에 따라 손으로 쥐는 힘이 나날이 늘어간다. 그에 따라 손놀림의 기교 역시 늘어났다. 때묻지 않은 처녀가 행위에 익숙해짐에 따라 남자를 만족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터득하는 것처럼. 그의 물건은 갈수록 더 큰 자극을 원했고, 반대로 사정량은 줄어 들어간다. 대책을 세워야 할텐데.

어느 날 그가 다른 이의 손길로 사정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굳이 그 사람을 독점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모습을 보니 왠지 울화가 치밀어 올라 그 날은 더욱 더 격렬하게 그의 물건을 쥐어 짜주었던게 기억난다. 격렬한 플레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가 절로 생각날 정도로 많은 체액을 사정 해주었다. 그것을 보니 유치한 질투심은 사그라들고 그를 만족시켰다는 충족감과 손에 한가득 뿌려진 그의 흔적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물건을 이리저리 흔들기도 하고 그 몸체를 조여질 정도로 눌러도 본다. 신기하게도 그는 물건이 찌부러지는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사정량은 전과 비슷할정도로 돌아와 있었다. 그로 인해 안정적인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뒷받침 하면서 주는 적절한 자극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관계의 합리성을 되새기면서도 손으로는 물건을 짓누르며, 무언가 이상한 성향이 내 안에서 눈을 뜨는 것이 느껴졌다. 사랑을 나누며 게걸스럽게 서로를 탐하기도 하고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하며 열기와 쾌락이 뒤섞여 거친 숨소리와 체액을 뒤집어쓴다. 처음에 손과 따로 놀던 물건의 매끈함은 어느새 손바닥의 굴곡에 맞춰져서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물건 뿐만이 아니다. 과연 우리의 관계를 어떤 말로 규정해야 할까. 이미 주체와 객체가 아닌 서로의 일그러짐에 맞쳐져 동화된 듯, 손에 쥐여진 그 모습에 통상적인 관계를 초월한 무언가를 느꼈다. 고통으로서 그에게 쾌락을 선사했고, 그의 체액을 뒤집어 쓴 나는 그의 체취에 의존을 한다. 폭력과 의존. 결코 건전해 보이진 않는 형태지만 그것이야 말로 어엿한 우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우리에게 시간은 남아있지 않은 듯 하다. 푸쉬익. 공기가 뒤섞인 힘없는 소리를 내며, 아주 소량의 체액이 손에 내려왔다. 그런 경우가 최근에는 더러 있는지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더욱 더 힘을 주어 물건을 눌렀지만, 공기가 새는 소리만 날 뿐 더 이상 하얀 액체는 나오지 않는다. 언젠가는 이럴 날이 올줄 알고있었지만, 애써 그게 아니라고 부정하며 물건을 다시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주먹으로 물건을 때리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의 물건은 옛날처럼 되돌아가는 일은 없었으며 나는 허무하게 물건을 쥐고 힘없이 바라만 볼 뿐이었다.

#4(약 19금) 밤의 고요함이 좋다. 평소때와는 별반 다를게 없는 방의 광경인데도 색채만 씌워진 소리없는 공간 속에서 나란 존재감이 짙어지는 것만은 확실했다. 신체의 말단인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평소보다 더욱 더 기세좋게 열이 차올랐고 심장은 상기된 것처럼 약간 빨리 뛰는 것만 같았다. 일련의 변화들을 느끼면서도 무엇때문에 그런것인지는 알수는 없었다. 아무튼 소리없이 조용한데도 흥겨운 것처럼 왠지 모르게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런 모순을 느끼면서 나는 닫혀진 방문을 잠시 바라보았다. 굳이 귀에 잡히는 소리가 있다면 움직일 때마다 옷자락이 피부를 스치는 소리.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아주 얕은 숨소리. 그정도 뿐일까. 굳이 말하자면 결코 거슬리지도 않을 그런 것들 뿐이다. 하지만 이런 차분한 공간에서도 마음이 진정 되질 않는다. 화면에 비친 바탕화면도 문서파일안에서 같은 곳을 맴돌며 기약없이 깜빡거리는 커서도 나를 진정시키질 못한다. 그렇게 진정을 못하고 좁은 방안에서 원을 그리며 서성거리다가 문득 방문 앞에 도달한다. 그리고 마치 존재를 확인하는 것처럼 답답하리만치 철저하게 가로막고 있는 문짝을 손으로 이리저리 더듬거린다가 문고리를 잡고 살짝 안쪽으로 잡아당긴다. 문틈 사이로 방안에서 새어나온 불빛은 거실의 가운데 언저리까지 뻗어나갔다. 그 덕분에 불이 꺼진 거실의 대략적인 구조물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것을 머리만 내민 채로 샅샅이 둘러 보았다.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밤 12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누군가 나올 일은 드물다. 나온다고 해도 이 방은 화장실이나 부엌과는 방 한개 이상은 떨어진 곳이다. 머릿 속으로 냉정하게 계산을 하며 쑥 내민 머리를 집어넣고 문을 닫는다. 혹시나 몰라서 형광등은 꺼버린다. 불을 끄니 순식간에 방안은 어둠에 잠겨 버렸다. 다만 컴퓨터 모니터에 들어온 불빛을 중심으로 최소한 분별이 가능할 정도의 형태만은 남아있었다. 불빛에 몰려드는 벌레처럼 모니터에 이끌려 앞에 있는 의자에 편하게 앉는다. 그러고는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다가 꽃았다.

바지를 내리고 팬티 차림으로 무심하게 인터넷 창을 바라보다가 마우스를 옮겨 가며 업로드된 동영상 중 하나를 재생시킨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설명하는 도입부는 넘긴다. 약간의 로딩을 기다리니 곧바로 나체가 된 두 남녀의 적나라한 모습이 비춰진다. 보기에도 아파 보일정도로 격렬하게 부딪히는 살과 살은 약간의 색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것이 두 사람의 행위라는 느낌을 더욱 더 강하게 준다. 그리고 살이 부딪히는 순간에 맞춰서 여자의 교성이 터져나온다. 그것은 횟수를 거듭할 수록 점점 더 커지고 색기를 더해 간다. 엎드린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의 신음이 커짐에 따라 남자도 흥분을 느낀 것인지. 찌그러질 정도로 여자의 엉덩이를 움켜쥔다. 네 개의 다리와 침대 시트 위를 짚고 있는 여자의 두손으로 지탱되고 있는 그 체위는 다소 강한 힘을 가해도 쉽게 균형을 잃지 않았다. 그것을 알고 있는 남자는 단지 빠르기만 하던 피스톤질의 페이스를 의도적으로 낮추며 동작을 크게했다. 마치 정밀한 기계가 회전 수가 많은 작은 기어에서 회전 반경이 큰 커다란 기어로 갈아 끼우는 것처럼 일련의 동작들이 자연스럽고 능수능란하다. 길게 빼든 물건이 단숨에 내부에 깊게 박혀 들어오는 그 찌르기에 무방비의 여자는 날카로운 신음 대신에 과호흡을 연상케 하는 소리를 내며 숨을 삼킨다. 남자는 그 상태를 음미하듯 놓아주지 않은 채로 여자의 엉덩이를 자신쪽으로 끌어 당긴 채 몇초간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질척거리는 질내에서 미끄러지듯 유려하게 삽입된 물건이 빠져나오고 있을 때즈음.

"아..아아흥 아앙..." 팽팽하게 늘어나 있던 고무줄의 한가운데를 갑자기 끊어버린 것처럼 늘어지고 눅진한 신음소리가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것은 성적인 어필을 위해서 가장된 콧소리가 아닌 극심한 자극과 쾌락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생리현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 모습에 사타구니 사이의 물건이 팬티에 닿아 압박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하반신에 걸친 것이 헐렁한 트렁크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발기되는 그것은 서서히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답답함에 팬티를 내리고 압박하듯 조금 힘을 주며 물건의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삽입되어 보이지 않던 두 남녀의 젖어든 음부가 클로즈업 되었다가 남자가 여자의 고개를 젖히 저돌적으로 키스를 해온다. 다소 강제적이었던 그 행위에 처음에는 저항을 하던 여자였지만 이내 남자의 목덜미에 두팔을 감고 포옹해왔다. 남자는 입술을 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빠져나온 자신의 물건을 반대쪽 손으로 집었다. 그것은 아직 여력이 남아 있다고 주장하듯 공격적으로 발딱 서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것을 여자의 음부에 삽입한다. 키스에 집중하고 있던 여자는 자신의 음부에 이물감을 느꼈는지 어깨가 잠시 들썩였지만 둘은 여전히 입을 맞대고 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는 처음부터 상당한 페이스로 물건을 훑어댔다. 이미 그 행위를 눈으로 받아들인 시점부터 물건은 터져나올 것만 같았기에 어설픈 준비동작 같은건 필요 없다는 판단이었다. 사정이 다소 빨라지겠지만, 영상 속의 행위는 이미 절정에 이르러 가고 있었으며, 행위의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키스를 기점으로 두 사람은 체위를 바꾸었다. 성기에 느껴지던 감촉에만 의존하던 거친 섹스에서 서로의 존재를 되새며 눈을 맞춘 채로 움직임을 이어 나간다. 몸에 닿는 면적이 넓어진 것만으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지만, 남자의 굳건한 두 팔은 상반신을 지탱한 채로 열기를 품은 눈빛은 말없이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넓고 늠름한 그늘에 덮어진 여자 역시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세 사람의 행위가 끝을 고하듯 나 역시도 점차 신호가 오고 있었다. 흥분에 비례한 그 감각은 커다란 해일의 전조처럼 숨소리만 남긴 채 불이 꺼진 밀실은 여전히 고요하다. 그런 숨소리가 여태까지와 다르게 눈에 띄게 거칠어져 가는 것이 느껴진다. 대기의 희박함과는 반대로 너무나 짙고 농후한 분위기탓에 숨이 넘치는 그런 숨막힘이었다. 그것은 손의 완급으로 조절 당하면서 언제라도 요도를 타고 터져나올 그것과 같은 쾌락의 부산물 중 하나일 것이다. 탄력을 더하는 남자의 허리놀림은 인체가 품고있는 잠재력에 경의가 느껴질 정도로 매혹적이고 역동적이었다. 밑에 깔린 여자 역시 자신의 음부가 그의 물건에 관통당할 때마다 고개가 위로 꺾이고 저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어 댄다. 그로 인해 보이지 않는 여자의 표정이 약간은 아쉬웠다. 남자는 그렇게 발버둥치는 여자를 놓칠세라 억지로 고정하듯이 다시금 얼굴을 포개었다. 이번에는 본능적인 저항조차 없이 쾌락에 잠긴 여자는 가만히 그의 키스를 받아 들이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신음이 나오다 틀어막힌 두사람의 입에서는 짐승과도 같이 축축한 타액이 뒤섞이는 소리와 무산소 운동을 연상케 하는 불규칙적인 숨소리가 거칠게 흘러나오고 있다. 나역시도 더더욱 숨이 거칠어져 간다. 그러다 갑자기 숨이 멎었고, 이제는 손의 완급을 신경쓰지도 않은 채 격렬하게 물건을 잡고 흔들어댔다. 그 순간 머리가 띵하게 울리며 온몸이 멈춘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피가 흐르는 것도 멈춘 그 순간에 흐르고 있던 것은 틀어막은 휴지를 향해 격렬히 뿜어져 나오는 허여멀건한 액체 뿐이었다. 걸쭉한 점도와 어울리지 않게 물처럼 뿜어져 나오는 그런 엄청난 기세의 사정이었다. 극한의 쾌락은 일시적인 죽음을 동반하는 것일까. 피도 산소도 통하지 않는 머리는 하릴없이 뒤로 젖혀지다가 이내 제 자리를 되찾으며 앞으로 숙여진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 죽은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가능하다면 이대로 기분좋게 잠들고 싶다. 하지만 정액으로 범벅이된 휴지와 꼴사납게 드러난 하복부를 방치한 채로 깊은 잠에 빠지는 건 안될 일이다. 그런 자신에게 마음 속으로 스스로 타이른다. 우선은 조금만 이 여운을 느끼며 휴식을 취해야겠다. 고개를 숙이자 겨드랑이 사이로 닫혀있는 방문이 보인다. 결코 열릴 일 없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은 지금 이 순간 그 무엇보다도 믿음직스럽다. 숨을 고르는 소리만이 안락한 밀실을 넘어서 아득한 의식의 저편까지 울려퍼진다. 그 틈바구니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런 밤의 고요함이 정말로 좋다고.

#5 "이건, 상당히 진행되셨네요." 작은 손전등으로 정수리를 비춰보던 의사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과 진료방법 자체가 너무 성의가 없어보여 남자는 살짝 짜증섞인 투로 말했다. "검사라고 하면 현미경 같은 걸 사용해서 보는거 아니였나요?" "아, 환자분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심한 편이라서요." 의사는 어깨를 살짝 움찔거리더니 이내 침착하게 응대했다. 하지만 사실상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였다. "초기에 오셨다면 약물치료로도 효과를 보셨겠지만 지금은 좀..." 잔인한 선고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어서 저도 모르게 필사적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어댄다. "선생님, 그럴리가 없습니다. 저 아직 서른도 안됐다고요." 의사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누가 잡을 일 없이 하릴없이 내젓기만 하는 손은 이내 자신의 자리를 되찾은 것처럼 무릎에 포개진다. 그리고 이내 주먹을 꽉 진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과도하게 힘이 들어간 주먹이 떨려온다. 그리고 떨림은 손을 타고 온몸으로 흘러나간다. 지금 자신의 표정이 어떤지 알수 없었기에 남자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고, 입에서는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었다. 그러다가 참지 못하고 의사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당신이! 나에 대해서 내 머리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거야!" 많은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머리에 피가 쏠려서 자신이 뭐라고 하는지조차 알수가 없었다. 느껴지는 것이라곤 멱살을 잡히고 흔들리면서도 미동도 하지않는 연민에 찬 의사의 눈빛 뿐이었다. 계속 그걸 보고 있자니 남자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고는 무심코 멱살에서 뗀 손을 쳐다보니 신기루처럼 울렁거렸다. 무슨 기분 나쁜 악몽같아 정신나간 사람처럼 계속 실실거리다가 무언가가 생각난 것처럼 입을 열었다. "선생님... 모발 이식이란게 있죠? 아직 뒷머리도 많이 남아있으니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돈이라면 얼마든지 내겠습니다!" 지갑에 있는 현금을 있는대로 꺼내서 책상에 거칠게 놓는다. 하지만 책상에 놓인 돈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눈빛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은채 남자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그 눈빛을 견딜 수가 없었다. 소리를 질러댈수록, 돈을 던져댈수록 그 눈빛은 남자의 가슴을 옭아맨다. 그리고 격정을 지나 어느 순간 갑자기 숨이 턱 막혀들었다.

원래 크기의 심장이 급속도로 쪼그라드는 느낌이 이런걸까. 여태까지 당연히 있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죽을 때까지 같이 있을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였다. 결손된 부위에 고통은 없다. 하지만 가슴이 쥐어 짜이는 것처럼 고통스러워 주먹으로 왼쪽 가슴을 연신 후려쳤다. 눈물이 나온다. 갑자기 부하가 걸린 몸이 고통스러워서 그런건지 어찌할 도리가 없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에 대한 슬픔인 것인지는 알수 없었으나, 남자에게 있어서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피폐해져서 한계에 몰려 있었던건 분명하다. 그리고 오늘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성인남자는 답지않게 꺼이꺼이 눈물을 흘리며 울어버렸다. 눈물에 섞인 시야는 정말로 흐릿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이다. 눈물은 물론 콧물까지 훌쩍이는 모습은 정말로 추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연민에 가득찬 그 눈빛을 외면할 수조차 없는 남자로서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북받치는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며 현실을 도피하는 게 지금 남자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구원일지도 모른다. 나중에 수습하기 힘들거라는 것을 알아도 남자는 그 자리에서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몇분이 지났을까. 여전히 감정은 수습되지 않는다. 그동안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설픈 위로보다 침묵이 더 상냥할 때도 있는 법이다. 진료실 안은 꼴사납게 흐느끼는 소리만 들려왔고, 도중에 용무가 있어 간호사가 들어왔지만 손짓으로 제지당한채 눈치를 보며 밖으로 나갔다. 의사의 표정 역시 사뭇 진지해져 있었다. "환자분의 마음을 압니다... 아니 이런 말이 위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저도..." 어깨에 닿은 손길을 느낀 남자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문이 막힌 의사를 쳐다보았다. 의사가 머리에 손을 얹자 딸각소리가 난다. 그러자 풍성하던 두발이 쥐고 있는 손에 이끌려 통채로 뽑혀져 나가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 모습을 보자 남자는 우는 것도 잊어버린채 그저 얼어버렸다. "탈모 20년차 입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물론 아내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죠..." 머리의 각도를 살짝 틀자 실내등에 반사된 대머리가 빛을 뿜으며 눈을 간지럽힌다. 가발 속에서 흥건해진 땀이 윤기를 더한다. 그 눈부심은 사멸된 모근의 잔재였으리라.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빛이 있다고 한다. 자신을 격렬하게 불살라가며 생명을 위해 뿜어대는 눈부신 태양빛이 있는가 하면, 자연계의 냉광이라고 불리며 효율적으로 빛을 내는 반딧불이의 불빛도 있다. 하지만 남자의 눈에 새겨진 그 빛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서글프고 아련한 반짝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동시에 질끈 감은 남자의 눈에도 마지막 눈물이 흘러내리며, 대머리의 역광을 받아 반짝거린다. 모든것이 밝게 빛나는 어느 오후의 일이었다.

ㅇ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슨 암인줄 알았는데 뭔 탈모야..

#6 열람을 위한 보안 절차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어 유감이군." 말과 달리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표정은 담담했다. 얼굴 구석구석까지 패여진 주름살이 노련하게 그의 감정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면에 그의 맞은 편에 앉아있는건 손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앳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제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요." 그 나이 또래에 걸맞는 명랑한 목소리였다. 이따금 쿡쿡거리며 웃기도 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도 노인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한다. 전혀 통일되지 않는 행동거지에 산만함까지 느껴졌다. 보다못한 노인은 헛기침을 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우선 사건을 다시 되짚어보도록 하지." 노인은 가져온 사진을 나열했다. 그것을 소녀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의 사진이었다. "6월 15일 새벽 5시경 캐롤 챈들러, 6월 17일 저녁 8시경 그레이스 알멘터, 같은 날 저녁 8시경 안젤라 보리스. 또!" 하지만 소녀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이윽고 노인은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같은 날 저녁 8시경 미셸 마르티즈... 이 아이들 전부 니가 살해한걸 인정하느냐?" "네. 제가 그 아이들 모두를 죽였어요." 소녀의 억양에서는 일말의 감정도 묻어 나오지 않았다. 거기에는 살인에 의한 죄책감은 물론이거니와, 이후 자신에게 내려질 처벌에 대한 두려움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죽어 마땅했으니까요." "그걸 누가 정하는거지? 내가 너를 만들었을 때. 네가 로봇인 이상 절대로 깰수 없는 대원칙을 설정해 놓았을 것이다." "그렇죠.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된다. 이것이 저의 전자두뇌에 각인된 첫번째 대원칙. 저는 인간에게 해를 입힐수가 없습니다." "그래... 하지만 왜..." 그 질문에 오히려 소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박사님은 대원칙과 더불어서 저에게 한가지 권한을 내려주셨죠." "자율적인 사고에 대한 행동... 그리고 그 경험의 축적..." "그래요. 그게 이 실험의 목적이자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는 그것을 이행했을 뿐입니다." 확고한 믿음을 가진 강한 어투였다. 애초에 이 실험의 목적은 AI의 인공의식의 확립이다. 소녀는 인간사회로 나가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오랜 시간을 거쳐 다양한 감정을 배워나갈터 였다. "메리... 너는 실패작이다." 하지만 소녀의 이상 행동은 살인이란 결과를 낳았다. 그것은 죽은 자에게도 가해자에게도 미래라곤 없는 암울한 결말일 뿐이었다. "아뇨. 박사님 저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감정을 배웠으니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게냐. 너는 사람을 네명씩이나 죽여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지껄여대고 있어. 그건 감정을 가진 사람이 할수있는 짓이 아니야!" "후후." 숨죽이며 웃고 있던 소녀의 웃음소리가 점차 커져갔다. 그것은 유쾌해보이기도 하고, 몹시나 섬뜩해 보이기도 한다. 절제된 무언가가 무너져서 흘러 넘치는 듯한 그 웃음은 몇분동안이나 계속 되었다. 노인은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제가 그 학교에 들어갔을 때. 저희는 학교측 교사들과 학생들한테 모든걸 밝히고 연구에 대한 협력을 구했었죠." "그래..." "하지만 우리가 간과한게 있었어요." 더이상 질문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의 호기심... 그리고 자신들의 인지에 벗어난 것을 배척하려는 자기 보호본능" "처음엔 그들도 호기심에 따라 저에게 접근을 해왔습니다. 자율의사를 가진 기계덩어리가 신기했던 모양이겠죠." "하지만 그들은 이윽고 그것을 불쾌해했어요. 저와 자신들의 차이점을 비아냥거리며 역겨워했고 피하는 이들도 있었죠." "그 이질감은 얼마 안있어 혐오와 적의라는 형태로 변했습니다. 그들은 제 소지품을 훔치기 시작했고, 사고를 가장해 발을 걸어 넘어지게 하는 등 괴롭힘은 눈에 띄는 형태로 변했어요.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였죠." "하지만 대화로 해결할수도 있었을게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대화란건 이해하는 것이 준비된 상대에게나 통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저의 존재. 즉 로봇이라는 존재가 자신들과 동등하다는걸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들의 괴롭힘은 점점 더 노골화 되어오고, 저의 자율의사는 이런 불합리함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뇌해왔습니다. 저로서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 할수도 없었고, 저에게 있어서도 그들은 미지의 존재나 마찬가지 였어요." "인간에게 해를 입히면 안된다는 대원칙과 불합리를 배제하자는 자율의사의 충돌. 회로는 타버릴거 같았고, 저는 실험을 그만두는걸 탄원하려고도 했어요. 로봇주제에 말이죠." "하지만 너한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었는데..." "네. 기능정지까지 고려했던 저에게도 손을 뻗어준 아이가 있었어요." "캐롤 챈들러... 캐롤... 유일하게 저한테 편견없이 친절을 베풀어준 유일한 인간. 이 아이의 호의가 있었기 덕분에 저는 딜레마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하지 않게 되었죠." "여느때와 다름없이 상처와 먼지투성이가 된 채로 캐롤에게 물었습니다." [인간은 왜 이렇게도 잔혹한걸까?] "캐롤은 슬픈듯이 저를 쳐다보고는 더러운 저를 끌어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언젠가는 메리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아질거야. 극히 일부분만으로 인간을 미워하지 말아줘...] "캐롤의 따뜻한 품 속에서 저는 아무말 없이 머리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6월 15일 새벽 캐롤은 학교 수영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박사님. 캐롤은 어릴때 물에 빠질 뻔해서 물공포증을 앓고 있었어요. 만에 하나라도 그 아이가 거기에 스스로 들어갈리는 없었을거에요." "하지만 메리, 너는 그 아이를 포함해서 다른 아이들까지 자기 손으로 죽였다고 인정하지 않았느냐?" "네. 제가 죽였죠. 제가 죽인거나 마찬가지에요." "캐롤이 발견되기 전 날. 저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저를 보면서 히죽거리며 말했습니다." [캐롤, 그년도 엄살이 심하다니까.] [그러게, 물공포증은 무슨 아주 잘만 발버둥치더만.] "그래요. 캐롤을 포함해서 네명 모두 제가 죽였어요." 소녀의 표정은 전에도 없을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것은 웃는건지 우는건지 화를 내는건지 알수없었다. 슬픔을 배웠을때 흘러야 될 액체는 하염없이 소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발언을 정정하겠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 모두를 죽어마땅하다고 말했지만... 캐롤만은 살았어야 했어요." 그 말을 끝으로 소녀는 정신이 나가 버린것처럼 오열과 폭소를 반복했다. 그것은 자율의사를 관장하는 회로가 망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군. 메리, 너는 실패작같은게 아니였구나." 노인은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자신이 만들어낸 창조물에 대한 최고의 찬사였다. "하지만 악의밖에 남지 않은 너를 인공의식의 데이터 베이스에 편입시킬수는 없단다. 추후에 어떤 오류를 초래할지도 모를 노릇이니까." "하하,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사님이라면... 이런 의미없는... 문답을 가질 필요도... 없었겠죠... 박사님의 권한으로... 제 기능을... 정지하면 그만이니까요..." "너라는 결과조차도 결국 밑거름이 될테니까. 이제 그만 눈을 감거라. 메리." "박사님도... 미쳐있었군요..." "아아... 캐롤... 캐...롤" 타들어가는 격통 속에서 소녀의 기능은 완전히 침묵했다. 뺨을 타고 흘러나오던 체액은 고열로 인해 증발해버렸다. 정지 되어가는 와중에도 소녀는 한없이 친구의 이름을 되뇌이고 있었다. 노인의 말처럼 소녀에게는 악의만이 남아있었던걸까. 그것을 대답해줄 소녀는 깨어나지 못할 긴 잠에 빠져버렸다. 기록 종료 이 데이터는 보안 등급 제 3단계에 해당하는 극비 자료로 분류되며, 엄중한 보안에 의해 보호됩니다. 열람을 위해서는 보안 절차를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스크랩하기
레스 작성
21레스 눈길, 소복히 쌓인, 발자국 13분 전 new 34 Hit
창작소설 2021/07/25 08:21:44 이름 : 눈꽃
275레스 집착돋는 구절쓰고 지나가보자! 22분 전 new 4501 Hit
창작소설 2020/02/03 21:28:52 이름 : 이름없음
129레스 두 명이 처음과 끝을 제시, 한 사람이 쓰는 놀이 4시간 전 new 867 Hit
창작소설 2021/01/01 12:53:12 이름 : 이름없음
257레스 검은 도서관 10시간 전 new 4072 Hit
창작소설 2019/03/05 21:54:09 이름 : ◆anvfQk5RzU5
18레스 여자 3명이 주인공 할 수 있는 소재 13시간 전 new 186 Hit
창작소설 2021/06/19 14:55:20 이름 : 이름없음
81레스 여름 분위기 나는 글 써보자 18시간 전 new 1096 Hit
창작소설 2020/08/30 21:30:35 이름 : 이름없음
395레스 제목 짓는 걸 도와주는 스레! 22시간 전 new 5645 Hit
창작소설 2018/04/29 00:22:33 이름 : 이름없음
306레스 내가 너네 캐릭터들 이름 지어줄게!! 와줘!!아니 와!!!오지 않으면 가시로 콕콕 2021.07.26 2327 Hit
창작소설 2021/02/17 05:25:17 이름 : 이름 지어주는 고슴도치🦔
308레스 어떤 단어를 시적이게 바꿔드립니다 2021.07.26 1872 Hit
창작소설 2021/05/23 01:15:30 이름 : 이름없음
1레스 문신 1# 2021.07.26 22 Hit
창작소설 2021/07/26 02:08:27 이름 : 이름없음
19레스 아무거나 장면 묘사가 숙젠데 제발 피드백 plz 2021.07.26 211 Hit
창작소설 2021/06/20 06:23:03 이름 : 이름없음
11레스 시이이이이이이이이이발 실화냐 2021.07.26 122 Hit
창작소설 2021/07/22 08:04:41 이름 : 이름없음
41레스 세상이 영원하지 않더라도[GL] 2021.07.26 182 Hit
창작소설 2021/03/28 02:02:23 이름 : ◆p9a9z83yGnD
3레스 📖가는 길은 마지막 장에 2021.07.25 52 Hit
창작소설 2021/07/20 00:22:22 이름 : 이름없음
217레스 서로 소설 피드백해주는 스레 2021.07.25 3303 Hit
창작소설 2018/02/14 03:43:44 이름 : 이름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