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1/15 23:42:31 ID : g3Qk79fO1jA 0
어릴 때부터 난 항상 누군가에게 뒷전인 게 익숙해져 있었어. 집에서는 언니에게 가렸고, 학교에서는 나보다 더 잘난 친구들에 가렸어. 지금까지는 내가 못난 탓이라고, 이정도도 괜찮다고, 세상은 혼자서도 살아갈만 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자기위안이었는진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잘 살아왔는데 얼마 전부터 나를 눈에 띄게 좋아해주는 사람이 생겼어 별 거 안 하고 별 말 안 해도 귀엽다고 해주고, 내가 뭘 하든 웃어주고, 같이 놀자고, 걷자고, 공부하자고 하면서 어딘가에 갇혀있던 나를 바깥으로 끄집어내줬어. 나는 새로 받는 관심이 어색하고,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사랑과 호의가 싫진 않아서, 아니, 좋았는데, 나도 거기에 맞게 잘 해주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고 했는데 잘 안 된 것 같아.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줄 줄 안다고, 나는 대화하거나 호감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생각보다 많이 서툴렀었던 것 같아. 그래서인지 아니면 어떤 계기나 일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점점 연락이 뜸해졌고, 나를 예전만큼 좋아해주는 것 같지 않고, 그냥 의무적으로 몇 마디 주고받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기 시작했어. 난 이제 너무 무서워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못 받던 때가 나았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 처음 받는 사랑이 너무 달아서 이젠 그것 말고는 다 쓴 맛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 앞으로 다시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난 아마 평생 나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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