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3/18 00:22:10 ID : 7zaoK46pfgk 3
짧을 것 같긴 하지만 나름 웃기고 슬픈 이야기인데 들을 사람 있어??
2 이름없음 2020/03/18 00:26:32 ID : 81fRu4E4JPf 0
여기있소
3 이름없음 2020/03/18 00:28:07 ID : JWnVe3UY3yJ 0
보고있소
4 이름없음 2020/03/18 00:28:34 ID : 7zaoK46pfgk 0
이 이야기의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 겨울이었어 당시 내 친구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고(뭐..... 그때는 나름 진지했지만 막 훈녀생정 이런 거 올렸던 것 같은데 걔도 어지간한 흑역사였겠다 싶음) 내 눈에는 그것이 굉장히 멋있어보였어. 하지만 우리 엄마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가 네이버 아이디 만드는 것을 굉장히 반대하셨고 결국 나는 친구가 블로그 할 때마다 아 부럽다~ 를 연신 외치면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
5 이름없음 2020/03/18 00:30:20 ID : 7zaoK46pfgk 0
그런데 초6~중1 넘어갈 때 친구가 갑자기 전학을 가게 되버림. 걔 블로그에서 나름 인기 있는 소재가 홈베이킹? (그래봤자 식빵에 생크림케이크 바르는 것밖에 없었지만) 이었는데 전학가면서 이사가게 된 집은 오븐을 설치할 수가 없었고 걔는 홈베이킹을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된 상황. 그때 친구가 나한테 제안했지. 친구 "야 너 아이디 가져갈래? 너 블로그 해보고 싶었다면서" 나 "...... 이거 엄마한테 연락 안 가?" 나는 내가 아이디를 만들면 엄마 핸드폰에 연락이 가는 줄 알았던 순수하고 멍청한 중1이었어.....
6 이름없음 2020/03/18 00:32:13 ID : 7zaoK46pfgk 0
친구 "바보냐 이거 우리 할머니 번호로 만든 계정이라 연락 와도 나한테 오지 엄마한테 안 와 ㅋㅋㅋ" 나 "아.... 그래? 그럼 나 주라" 할머니께는 추후에 사과드렸다 그런데 어차피 본인은 인터넷 거의 안 해서 상관없다고 용서해주셨음.... 아무튼 친구한테 계정을 받고 내가 제일 먼저 블로그에 써제낀 것은 다름아닌 팬픽이었다 당시 초6의 나는 영드 셜록에 아아아아아아아주 푹 빠져 있었다 그리고 검색하고 검색하고 검색한 결과 음지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던 것이지
7 이름없음 2020/03/18 00:35:01 ID : 7zaoK46pfgk 0
하,,, 진짜 생각하기도 싫은데 그때는 그냥 내가 좋은 대로 쓰면 된다고 생각해서 진짜 막 썼다 그렇다고 막 초딩감성 인소를 썼던 건 아니고 아직도 기억나는게 Adele의 Someone like you 라는 노래가 너무 인상깊어서 그걸 듣고 글을 쓰려 했는데.... 당시 영어를 못했던 14살의 스레주는 Someone like you 가 '누군가는 너를 좋아할 거야' 라는 뜻인줄 알고 왕따당하는 존... 과 학교에서 인기 줠라 많은 킹카 셜록 뭐 이딴 구도로 글을 썼고
8 이름없음 2020/03/18 00:37:12 ID : 7zaoK46pfgk 0
그리고 그때는 상식이란 게 없어서 인터넷에서 무슨 글 보고 어 이거 좋다 하면 그 사람 허락도 안 받고 멋대로 소재 가져다 쓰기도 했음..... 아무튼 이게 내 첫 글쟁이 역사의 시작이었는데 계정을 빌려준 친구가 별 말이 없으니 나도 그냥 까맣게 잊고 지냈다 중학교 2학년 여름까지? 그렇게 열심히 팬픽을 쓰면서(어떻게 실력은 발전해서,,,, 글 잘 쓴다는 소리도 듣고 그랬었음,,,,) 살았다. 문제는 중학교 2학년의 어느 여름날 시작되었다.
9 이름없음 2020/03/18 00:38:05 ID : io1vjupV9eI 0
+ㅁ+ 보고이써
10 이름없음 2020/03/18 00:39:50 ID : 7zaoK46pfgk 0
갑자기 누군가한테 서로이웃추가? 가 왔는데 당시 관심에 목말랐던 레주는 학원 옆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세트를 급하게 쳐묵쳐묵하다가 기쁨에 날뛰면서 요청을 수락했다 들어가보니까 주제는 주로 일상블로그였고 화장품 리뷰, 직접 만드는 수제쿠키, 일상 잡담 이런 걸 하고 있던데 난 여기서부터 쎄한 걸 눈치채고 바로 서로이웃추가를 끊었어야 했다,,, 속으로는 '어? 뭐지? 데자뷰인가?' 생각하면서도 그냥 좋은 줄 알고 받았음
11 이름없음 2020/03/18 00:44:37 ID : 7zaoK46pfgk 0
그 사람은 내가 쓰는 글에 공감은 눌러줬지만 댓글은 달지 않았다 공감 눌러줬으면 적어도 이쪽 분야를 잘 알거나 내 글이 좋았다는 뜻인데 왜 한 번도 댓글을 안 달까 늘 궁금했었다,,,그래,,,, 그리고 어느 날은 내가 아주 노골적으로....어......// 씬 비슷하게 쓴 적이 잇었는데 그때서야 그 사람의 댓글이 하나 달렸다 '아.... 아름다웠다구요 작가님? 혹시 이거 BL물은 아니죠?ㅎㅎㅎㅎㅎㅎ'
12 이름없음 2020/03/18 00:50:42 ID : 7zaoK46pfgk 0
내 이웃분들은 다 이게 BL이라는 걸 눈치까고 댓글달아줘서 난 찐으로 당황했다 아,,,,진짜 모르는 건가,,,,,? 그래서 친절하게 댓글 달아줌 '아^^ 이게 뭐냐면 대충 이런 분야인데~~~~~' 라고,,,, 아 진짜 죽고싶다,,,나 왜 그랬지
13 이름없음 2020/03/18 00:52:24 ID : bvba4HCjclf 0
ㅂㄱㅇㅇ!!
14 이름없음 2020/03/18 00:53:01 ID : 7zaoK46pfgk 0
그 뒤로 그 묘령의 이웃은 내 글에 공감도 댓글도 일체 달지 않았다 대신 내가 가끔 잡담을 올릴 때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대화에 참여해줬음,,,,, ㅎ 그러다 대박적인 사건이 하나 터졌다 내가 꼴에,,,, 뭔 자신감이었는지 아예 단편집을 출판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지 무슨 심정이었는지 우리엄마도 허락해줬고 난 정말 열심히 작업을 했다 표지 제작하고 편집하고 업체 알아보고 나름 책에 서명까지 했음 아 ㅅㅂ
15 이름없음 2020/03/18 00:54:32 ID : 7zaoK46pfgk 0
출판했으면 레전드급이었겠지만 다행히도 중간에 내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 집에 나만 보려고 뽑아놓은 거 하나 있는데 절대 안 보여줄거임 익명사이트여도 보여줄 수 없다 혹시 알아보는 사람 있을까 무서움........ 내가 책에 넣을 문구를 정할 때 그 묘령의 이웃과 정말 정말 열심히 논의하고 토론했었다 이웃도 날 열심히 도와줬다
16 이름없음 2020/03/18 00:57:19 ID : 7zaoK46pfgk 0
그러다 가을쯤에 전학간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이었다 당연히 블로그 이야기가 나왔고 친구는 잘 운영하고 있냐며 던져보듯 말을 걸었다 나 "어? 응~ 잘 쓰고 있지" 친구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나저나 내 이웃중에 이상한 놈 있는 것 같음" 나 "? 누군데" 친구 "아.... 아 넌 못 보여줘ㅠ 너같이 순수한 애는 물들면 안돼ㅠ" 친구는 날 순수한 아이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런 대화를 나누고 계절이 늦가을 내지 초겨울로 바뀌었을 무렵
17 이름없음 2020/03/18 00:59:59 ID : bvba4HCjclf 0
혹 실례가 안된다면, 레주 나이가 몇이야?
18 이름없음 2020/03/18 01:01:31 ID : 7zaoK46pfgk 0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학원 옆 햄버거 가게에서 학원 끝나고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고 있었음 잡담의 주제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 묘령의 이웃이 또 참가해서 이야기를 열심히 나누고 있었다.... 아마 걔가 참여한 걸 보니까 베이킹과 관련된 잡담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걔만 반응했다면 그냥 내 블로그가 노잼이었다는 반증일 텐데 난 진짜 관종처럼 여러곳에 관심을 구걸하고 다녔다)
19 이름없음 2020/03/18 01:01:57 ID : 7zaoK46pfgk 0
나 예비 고 2인지....... 현역 고2인지 모를 고2야....... 그런데 왜??
20 이름없음 2020/03/18 01:07:51 ID : 7zaoK46pfgk 0
그러다 우리 둘은 서로의 tmi를 까기에 이르렀고 난 이런 말을 했다 나 '제 친구 중에 멀리 이사간 애가 있어요 ㅋㅋㅋ 개는 저 블로그 하는 거 아려나 모르겠네' 이웃 '오 진짜로요? 제 친구 중에도 블로거가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나 'ㅋㅋㅋㅋㅋ 무슨 블로그 하는데요?' 이웃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10분가량 사라졌던 이웃은 티 나게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우리 둘은 이름에 관해 이야기하기까지 이르렀는데
21 이름없음 2020/03/18 01:09:19 ID : 7zaoK46pfgk 0
레주는 이름이... 특이한 건 아닌데 엄청 흔한 것도 아닌 그런 이름이다 다들 주위에 하나씩은 있는,,, 게다가 이름은 그냥 그런데 성이 좀 특이하다 그래서 난 말했다 '아마 저랑 동명이인 못 찾으실 걸요 제가 이름은 그냥 그런데 성이 특이해서 ㅋㅋ' 묘령의 이웃은 1시간동안 답장이 없었고 레주는 어딜 갔나 하며 햄버거를 마저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 보니 답글이 달려 있었고 더불어 연락 한 통 없던 친구에게서 전화 4통과 문자메세지 10개가 도착해 있었다 카톡도 10개가량
22 이름없음 2020/03/18 01:11:18 ID : 7zaoK46pfgk 0
모두들 예상했겠지만 묘령의 이웃은 전학갔던 내 친구였다 진짜 어이가 없었다 우선 걔는 계정을 통해 들어온 건 아니었다 정말로 계정은 까먹었다고(비번을;) 그럼 어떻게 들어왔냐 하니까 정말로 나도 안 믿기는데 영어 숙제 하려고 시를 찾다가 우연히 시 구절을 인용한 내 팬픽을 보았고 (그 글은 그렇게까지 심한 여성향이 아니었음) 글이... 재밌고 뒷내용이 궁금해서 이웃추가를 걸었다고 했다
23 이름없음 2020/03/18 01:13:03 ID : bvba4HCjclf 0
앗!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ㅠㅠ
24 이름없음 2020/03/18 01:15:26 ID : 7zaoK46pfgk 0
아냐...! 혹시 여기 나오는 친구 본인일까 불안했다 조금..... ㅎ 그렇게 내 글을 읽는데 기다리던 그 이야기의 뒷편은 안 나오고 웬 남자 둘이서 서로 연인처럼 꽁냥질하는 내용이 나오니 내 친구는 엄청난 혼돈에 빠졌다고 한다 잡담의 내용이나 말투 분위기 심지어 내가 단편집 내려고 찍어 올린 사진 사이로 미세하게 보이는 집 구조까지 내가 맞는데 분명 자기가 아는 레주는 순수하고 책밖에 모르는 그런 아이였는데 얘가 설마 BL팬픽을 쓰려고 내 계정을 빌려갔던 걸까???
25 이름없음 2020/03/18 01:16:13 ID : yY6Y1a5TXy7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6 이름없음 2020/03/18 01:18:07 ID : 7zaoK46pfgk 0
긴 시간을 두고 탐색하기 위해 일부러...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팬픽에는 댓글을 안 달고 잡담할때만 공감누르고 댓글쓰고 그랬다고 한다 나를 놀려먹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그랬다고 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제일 결정타로 친구가 내 정체를 100퍼센트 확신했던 건 내가 썼던 그 망할 놈의 someone like you 글을 기억하는가
27 이름없음 2020/03/18 01:20:02 ID : 7zaoK46pfgk 0
내가 그 친구한테 야 나 someone like you를 누군가를 널 좋아해 이렇게 해석했어 나 영어공부 좀 해야할듯^^ 이런 내용의 문자를 보냈었다 그리고 그 망할놈의 글 아래에 친절하게 내 주관적인 해석(누군가는 널 좋아해) 까지 덧붙여놓았음 생각해보니 그때 이웃들은 내 글 보고 뭔 생각 했을까 으악 끔찍 그 자체...... 거기서 아 ㅎ 얘구나 ㅎ 를 깨달았다고 했음 친구는 친절하게 본인이 네가 쓴 글을 모두 캡쳐했으며 나중에 협박용으로 쓰겠다는 어마무시한 멘트를 날렸고 나는 친구한테 빌었다 제발 너만 보라고
28 이름없음 2020/03/18 01:21:27 ID : 7zaoK46pfgk 0
그런데 하느님이 레주를 불쌍하게 여긴 건지 내가 쓴 흑역사를 돌려보며 화장실에서 양치하며 킥킥 웃던 친구는 그만 휴대폰을 변기에 빠뜨려버렸고 휴대폰은 복구 불능 상태가 되었다 그 안에 있던 파일을 옮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어쨌든 본인도 BL팬픽을 보긴 봤던 거니까 떳떳할 게 없다고 생각했던 친구는 조용히 이 일을 묻고 지나가기로 나와 협의를 봤다
29 이름없음 2020/03/18 01:22:54 ID : 7zaoK46pfgk 0
그래봤자 소용없다 나는 이미 다른 동네 친구들에게 블로그 주소를 널리널리 전파하며 댓글달라고 강요까지 했음(씨바 왜그랬지) 단편집 뒤의 그 외전같은것도 막 애들한테 너네니까 보여주는거라면서 멋대로 보여줬었다 걔네는 셜록 1도 관심없는데^^...... 왜 그랬을까 심지어 애들이 내 글 한번씩 읽고 평가까지 해줬다 다들 잘썼다고 하긴 했지만 진심이었을까
30 이름없음 2020/03/18 01:23:22 ID : uts8pbA446j 0
omg.........미쳤다 ㅋㅋㅋㅋㅋ
31 이름없음 2020/03/18 01:24:34 ID : 7zaoK46pfgk 0
그 전학간 친구는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고 현재 이곳에 남아있는 동네친구들과 다같이 모여서 가아아아끔 만나기는 하는데 아직도 동네 친구들과 그 전학간 친구는 내가 썼던 팬픽을 들먹이면서 나를 놀린다 덕분에 부모님앞에서 걔네 입단속시키느라 죽을 뻔했다 휴,,,, 함정은 아직까지도 난 글쟁이이며 BL팬픽은 내 인생의 소금과 빛이라는 점이다 제에엔장 여러분 모두 셜존 파세요!!!!!!!!!!! 꺄아으아아아아아아ㅏㄱ!!!!!!!!
32 이름없음 2020/03/18 01:25:19 ID : 7zaoK46pfgk 0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짧을 거라고 미리 말했지만 이렇게까지 짧을 줄이야 심지어 누가 추천도 박았네 고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함부로 인터넷상의 사람들을 대하지 마라.... 진짜다..... 나도 이럴 줄 몰랐다......
33 이름없음 2020/03/18 06:35:09 ID : o6ry45ak4Hw 0
잠깐 레주 혹시 내가 아는 블로그 같은데......?
34 이름없음 2020/03/18 09:46:06 ID : tBtcmnBgo0r 0
ㅋㅋㅋㅋㅋㅋㅋ 아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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