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10/06 02:54:23 ID : tzdQoMlwmmo 0
무서운건 아니고... 그냥 내 간단한 경험담이야.
2 이름없음 2020/10/06 02:55:33 ID : ClxA2KZcoNz 0
무서우면 좋겠다
3 이름없음 2020/10/06 02:56:19 ID : tzdQoMlwmmo 0
우리 집안은 어린애가 많지 않아. 친가에 나 포함 둘, 외가에 나 포함 둘. 지금 얘기하는 할아버지는 외할아버지야. 외가쪽 동생하고도 6살터울이라서, 어릴때부터 집안의 사랑을 담뿍 받으면서 컸어.
4 이름없음 2020/10/06 02:56:47 ID : tzdQoMlwmmo 0
별로 무섭진 않을껄. 하지만 조금은 이쪽과 관련 있다 생각해서 써보려고.
5 이름없음 2020/10/06 02:57:53 ID : B82ljxO66pb 0
보고있엉
6 이름없음 2020/10/06 02:58:53 ID : tzdQoMlwmmo 0
할아버지는 아마 내가 살면서 받은 가장 큰 축복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했어. 주말이면 늘 동네 뒷산에 같이 올라가 그네를 밀어주셨는데, 큰 이벤트는 아니어도 아직도 내 유년시절 중 가장 즐거웠던 순간 중 하나로 꼽힐정도야.
7 이름없음 2020/10/06 03:01:48 ID : tzdQoMlwmmo 0
작은 텃밭엔 무와 상추를 기르셨고, 직접 바구니 같은걸 만드실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나셨고, 할머니와 정말 금실이 좋은데다가 가부장적인 사상이 없으셨어. 그래서 내가 부모님보다 할아버지한테 더 의지하던 부분도 없었다곤 말 못할 것 같아.
8 이름없음 2020/10/06 03:03:39 ID : tzdQoMlwmmo 0
서론이 길다. 우리 할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셨어. 암이셨어. 77세의 나이셨고, 전부터 몸이 안 좋으신 증세가 계속 있어서 예측하던 일이긴 했어. 할아버지는 몇달이나 병원에서 투병하셨었어. 7월부터 9월까지였나. 거의 석달을 넘게 버티시다가, 추석이 끝나는 날, 추석 다음날 새벽 1시에 우리 곁을 떠나셨어.
9 이름없음 2020/10/06 03:06:08 ID : tzdQoMlwmmo 0
난 내가 그렇게 오래 울었다는게 놀라울 정도였어. 그날 당일은 당연하고, 장례식 치르는 삼일을 꼬박 울었어. 정작 할머니나 엄마, 삼촌은 손님 맞이한다고 감정을 추스리셨는데 나만 계속 울고있고. 장례식장에 가면, 손님들 밥 먹는 자리가 있고 유가족들 3일간 생활하는 작은 방이 있고, 영정사진과 제삿상, 절 할수 있는 돗자리와 꽃을 장식해두는 방이 있어. 향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잠도 잘 안 자고 혼자 그 방 들어가서, 할아버지가 살아계신 양 혼잣말로 대화하기도 했어.
10 이름없음 2020/10/06 03:07:43 ID : tzdQoMlwmmo 0
장례 치룬지 일주일이었나, 한달이었나. 지금은 일년이 지나서 솔직히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 근데 내가 꿈을 꿨다는건 확실해.
11 이름없음 2020/10/06 03:09:05 ID : tzdQoMlwmmo 0
할아버지 꿈이었어. 하얀 장발을 길게 늘어트리고, 병원 처음 입원하셨을때처럼 링커 매달아둔 그... 그거 뭐지. 그거 있잖아. 병원에서 링거 맞는 환자분들이 링거 걸어놓고 움직이실때 아래 바퀴 굴려서 가는 그거. 그걸 끌면서 방에서 나오시더라.
12 이름없음 2020/10/06 03:10:06 ID : tzdQoMlwmmo 0
솔직히 할아버지가 왜 머리카락이 그렇게 길었는지, 진짜 모르겠어. 우리 할아버지는 항상 머리를 짧게 자르셨거든. (엄마는 반 농담, 반 진담으로 그렇게 산 좋아하시더니 산신 되신거라고 하시더라.) 할아버지는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시고, 복도를 꺾어 사라지셨던 것 같아.
13 이름없음 2020/10/06 03:11:24 ID : tzdQoMlwmmo 0
여기까진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게 그렇게 초자연적인 일은 아니고, 사랑하던 사람이 꿈에 나오는 것도 이상한건 아니잖아. 내가 여기다 이걸 쓰기로 한 이유는 지금부터야. ...미리 얘기했지만, 무섭진 않아.
14 이름없음 2020/10/06 03:14:19 ID : tzdQoMlwmmo 0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난 엄청난 우울에 시달려야 했어. 말했듯, 할아버지는 내게 정말 중요한 사람이었고 정말 사랑했으니까. 할아버지 번호는 전화번호부에서 지우지 않았어. (아직도 핸드폰에 저장되어있어. 우리 할부지.)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었어.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학업 스트레스와 자잘한 인간관계, 거기에 할아버지 일까지 겹쳐졌거든. 그때마다 할아버지 번호로 문자를 했어. 내가 많이 힘들다. 죽고싶을 정도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힘들때 어떻게 했냐. 지금 생각하면 투정이지. 엄청 징징거렸어. 한풀이 겸, 그동안 연락이 좀 소홀했던걸 이제라도 챙기려는 미련 겸, 부정이었지.
15 이름없음 2020/10/06 03:18:46 ID : tzdQoMlwmmo 0
근데 이상한건, 내가 문자로 남기는 모든 일들이 몇일 안 되어서 다 해결되었어. 싸웠던 친구와는 관계가 깔끔하게 끝났어. 성적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되었고, 늘 의견이 엇맞던 엄마랑도 합의점을 찾아서 지금까지도 거의 안 다투고 지내고 있어. 뭐,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 하지만 난 계속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할아버지는 아직도 맏손녀의 곁을 지키시는게 아닐까, 하고. 조금 미친 짓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난 아직도 집에 혼자 있거나 듣는 사람이 없으면 할아버지랑 얘기하는 것처럼 간간한 혼잣말을 해. 오늘 날씨가 좋다는 둥, 상추가 많이 자랐겠다는 둥, 사촌동생이 갈수록 오동통해지는데 얘를 어쩌냐는 둥. 물론 대답은 없지. 심령현상이라던지 그런거 하나 없어. 갑자기 창문이 열린다던지, 멀쩡한 집에서 바람이 불거나 꿈을 꾼 적도 없어. 그래도 난 아직도 이렇게 생각해. 할아버지는 날 아직도 지켜주고 있다고.
16 이름없음 2020/10/06 03:19:54 ID : tzdQoMlwmmo 0
다른 가족은 이런 일이 없다고 하더라고. 꿈도 안 꿨대. 그러니까 이 경험은 오로지 나 혼자인거야. 할아버지의 꿈도, 정신 나간 애처럼 없는 번호에 문자 남기는 것도, 혼자 할아버지랑 일방적 대화를 하는 것도. 사실 나 방금도 조금 울었어. 할아버지 생각나서.
17 이름없음 2020/10/06 03:20:43 ID : tzdQoMlwmmo 0
그리고, 이런 얘기 하면 뭔가 할아버지가 옆에 있는 기분이 자꾸만 들어. 무서운 기분은 아니야. 물론 내 방엔 난 혼자 있지. 근데 그런 기분 있잖아. 익숙한 기분. 익숙한 사람이 곁에 있는 기분.
18 이름없음 2020/10/06 03:22:08 ID : tzdQoMlwmmo 0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할아버지가 앞으로 얼마나 더 계셔주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상태가 좋아. 물론 후회가 조금 따라붙긴 하는데...
19 이름없음 2020/10/06 03:22:29 ID : tzdQoMlwmmo 0
흔한 클리셰적 이야기지만, 아끼는 사람이 있다면 살아계실때 잘해드려.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레스 작성
괴담 실시간
7레스내가 예지몽을 믿게 된 계기 183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6 0
19레스» 할아버지 이야기 113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6 0
5레스나 체질같은게 변하고있어 254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6 0
47레스내 친구가 조금 이상한것같아 235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6 2
19레스방금 좀 무서운 일 겪었다 319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6 0
11레스 277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5 0
2레스귀신한테 씌이면 팔로는 못 기어 다니나요? 300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5 0
2레스무당이 내 목 자르는 꿈 345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5 0
2레스혹시 이 스레 아는 사람 271 Hit
괴담 5260 20.10.05 0
24레스어릴 때 꿨던 거 102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5 0
5레스이 영상 무슨 의미인지 알아? 434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5 0
9레스엄청 무서운 오빠랑 사귄 썰 풀어볼래ㅎㅎ 435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4 0
10레스방에 아무도 없는데... 145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4 0
51레스🔮타로마스터의 타로상점🃏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79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4 0
1레스꿈 해몽 잘 아는 사람? 84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4 0
9레스자는데 옆에서 자꾸 소곤소곤 대는 소리 239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4 0
67레스레전드로 무서웠던 스레들 2872 Hit
괴담 @레전드 20.10.04 1
97레스나를 소유하려 했던 친구 1524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4 8
7레스재밌는 스레 추천해줘 192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4 0
193레스마네킹 인간 레전드 스레 읽다가 떠오른 내 경험인데 2065 Hit
괴담 이름없음 20.10.0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