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는 정말 어떤 애냐면 진짜 이런 말 하면 무슨 인소같고 좀 존나 오글거려서 말하기 싫었는데 여우같은년 아니고 표현이 안되는 애임. 딸기같이 멍청하고 티나게 꼽먹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음. 교묘하지만 개빡치게 온갖 개수작을 부리면서 꼬리는 싹 잘 자르는 그런 머리 좋은 딸기임.
단비는 정말 학기 초부터 우리에게 빅엿울 선사함. 체육 수업 장소가 바뀐걸 우리가 화장실 갔을 때 애들한테만 몰래 알려주고 ‘아 레주랑 예지한테는 내가 남아있다가 따로 알려줄게~’라며 착한척 하는것도 빼먹지 않음. 덕분에 수업 시간에 약 2분쯤 지각한 나와 예지는 운동장 2바퀴를 돌았음. 하지만 우리는 둘다 운동에 미쳐있고 항상 계주 선수를 맡아 하는 지덕체를 갖춘 사람들이기 때문에 속으로 존나 욕했지만 가볍게 뜀.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없으니까 얼굴이 굳는게 보였음. 여기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주 ㅈ...됐음을 직감함.
우리가 지각따위 할 리가 없으니 친구들은 우리에게 의아해하며 물어봄. 당연히 여기서 조금이라도 대답을 잘못하면 ㅈ됨. 왜냐? 당연히 저냔은 선즙필승따위 하급 기술은 이미 꿰어차고 있을 것이고 이미 머릿속으로 자기가 할 변명 정도는 생각해뒀을 것이 뻔하기 때문임. 자기들 친구 무리와 가오를 모옵시 잡으며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지만 개인적으로 행동할 땐 나름의 이미지 관리는 꽤 한 것인지 재수없지만 착한 아이, 친구 잘못만난 착한 아이 캐릭터가 되어있었음.
나와 예지는 최대한 대가리를 열심히 굴렸고 난김한 표정 연기와 눈빛교환도 빼먹지 않음. 나의 답변은 ‘아 단비가 우리랑 엇갈렸나봐.. 우리도 너네 찾으러 강당이랑 스포츠실 돌아다녔거든ㅠㅠㅜ’ 이라며 누구도 욕하지 않고 슬기롭고 현명하게 상황을 벗어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예지는 ‘그렇지 단비야? 우리때문에 괜히 고생했다 미안ㅠㅠㅠ’ 하면서 서로 훈훈한 분위기를 (억지로) 조성시킴.
[아 맞다. 위의 소매넣기에 대해선 내일 자세하게 서술하도록 하겠음. 이게 ㄹㅇ 개빡치는데 제일 사이다였음.]
여론 조작의 1단계: 불편+머쓱+애써 침착하려는 표정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에 계속 속아 넘어가주는 척 하다보면 기고만장해짐. 계속 놀려 처먹으려고 할 때 살슬 불편하고 화나지만 괜찮은 표정을 지어줘야 함. 포인트는 최대한 숨기는 척 하면서 많은 사람이 보게끔 교묘하게 각도 조절을 하는 것.
여론 조작의 2단계: 한숨쉬기
1단계가 몇번 반복되면 자연스레 여론이 형성된다. 대층 질못 있다, 없다로 나뉘는데 여기서 계속되는 실수에 들릴 닷 말듯 직은 한숨을 쉬어주는 것이 중요함. 여기서도 포인트는 최대한 들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모두에게 티나갸 한다는 점.
단비 얘기나 계속 풀어보자면.. 우린 여론 조작에 들어감. 둘 다 그래도 친구가 없다고 말할 순 절대 없는 인간들이고 수작질도 잘 부리기 때문에 주변인들도 단비의 계속되는 실수와 같은 실수를 이렇게 많이 반복할리 없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 괴리감을 느껴야 하는게 중요. 애들이 왜그러냐고 물어보면 ‘아 그게..... 아 아니야’ 하고 빠져주는게 포인트. 그러면 누군가 한명이 나서서 내가 없는 사이에 다 말해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자연스럽게 여론 조작 ㄱㅇㄷ
이런 방식으로 계속 말을 피하고 다른 친구들이 나서서 변호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둘은 ‘계속 실수해도 참아 넘어가주네? 전교권들이 수행평가 미공지를 봐주네? 성모 마리아의 환생인가?’라는 평을 다수 받게 됨. 단비는 똥줄이 앵간히 탔나봄. 이 아이는 평소에 수업시간에 폰을 잘 안냄. 그래서 항상 수업시간에 아는 언니 오빠들이나 남자애들이랑 페메하고 있었음. 언제 한번은 우리 학주쌤이 수학쌤이었는데 ㄹㅇ 개빡센 쌤이었음.
그 쌤 수업시간에 폰하다 걸렸는데 갑자기 내 책상에 핸드폰을 밀어넣고 ‘저 폰 없는데요?’ 이러는거임. ㅈㄴ 당황타서 이년은 뭐지 싶었음. 선생님은 그럼 이 알림소리는 어디서 계속 울리는거고 넌 책상 밑에서 뭐하고 있었냐고 노발대발하고 계셨음. 얘는 뻔뻔하게 서서 난 잘못 없다고 같이 화내고 있었음. 앵간 미친놈이 아닌게 분명함. 그때 딱 타이밍 좋게 전화가 온거. 선생님이 직접 와서 소리 울리는 곳을 찾아보니 세상에 ㅅㅂ 내착상이네....? 선생님은 내 얘긴 듣지도 않고 너한테 실망했다, 친구가 옆에서 혼나는데 당당하게 있는거 부끄럽지도 않냐, 뭐쩌구 일장 연설을 하시는데 그냥 존나 어이없고 개빡쳐서 아무것도 귀에 안들어왔음. 단비 이년은 옆에서 열심히 맞장구 치고 있었음. ‘헐~ 너인줄 몰랐는데... 아무리 그래도 친구가 혼나는데 당당하게.... 너무해ㅠㅠㅠ’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살인 충동을 느낌.
위에 이어서 써보자면 내가 개빡쳐서 싹 ㄷㅏ 꼬발라버리려는 순간 수업종 치고 선생님은 이 핸드폰은 졸업 할때까지 압수라며 나가버리심. 당연히 단비년은 나한테폰 받아와달라고 개지랄을 했고 사뿐히 무시하고 난 내 오해만 풀러 가려고 했던 찰나, 수학쌤이랑 우리 담임쌤이 나를 부름. 존나 절호의 기회임을 느낀 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걸어 나가면서 예지에게 뒷공작을 부탁함. 오케이 사인 받은 뒤 선생님한테 눈물의 호소를 하러 떠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