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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맞아... 그런 생각 할 머리가 없었어... 그냥 여기서 어떻게 해야되지? 난 뭘 해야 되지? 여긴 어디지? 이런 생각밖에 안 나가지고
그렇게 라면을 다 먹고 치우고 죄송하다고 물이랑 젤리도 다시 갚겠다고 하고 왕꿈틀이랑 삼다수 하나를 챙겨서 나왔지
보자마자 난 소리를 지르고 말았지 진짜 너무 너무 너무 무서웠어… 지금도 다시 그 상황을 떠올리니까 손에 땀이 난다
다시 시작해보면 걔가 너를 해하려고 온 게 아니니 겁 먹지 말라고 그리고 그냥 반말로 하고
뭐라고 부르라 이런 식으로 말 했는데 뭐라 부르라 했는지는 잘기억이 나지 않네
그래도 무서워서 뭐라 못 하고 여기가 꿈이면 날 좀 깨워주고
다른 세계면 집에 좀 보내 줄 수 있냐고 반말이 되 아주 공손하게 물어봤지
알겠어!
뻘쭘하게 이불로 몸을 가렸지
그니까 걔가 피식 웃더니 불편하면 옷을 갈아입고 오래
그래서 내가 이불로 몸을 감싸고 옷방으로 가려는데 무서운거야
만약 내가 옷장을 열었다가 현실로 갈 수도 있는거지만
또 다른 더 이상한 세계로 갈 수도 있는 거잖아
걔한테 물어보기 진짜 무서웠지만 옷장 문 여는게 더 무서워서
진짜 미안한데 옷장 문 여는 것 좀 도와줄 수 있냐 물으니까
한숨을 쉬면서 같이 옷방으로 가서 열어주더라
걔가 열어주고 나가려 하는데 내가 혼자 옷방에 있기 무서워가지고
뒤 돌아서 기다려 줄 수 있냐 했지
걔가 또 한숨 쉬면서 손 더럽게 많이 가네 이러더라.. 그래 미안했다 하회탈아
이제와서 생각나는 건데 걔가 나 쓰러진 거 방에 옮겨 준 것 같기도 해
아닐 수도 있지만? 만약 너가 도와준 거 였다면 고마웠다..
그렇게 옷을 뻘줌하게 갈아 입으니까 걔가 갈데가 있다고 따라오라는거야
솔직히 좀 따라가기 껄끄러웠지만 가기 싫다고 하면 죽일까봐 패딩도 다시 걸치고 따라갔어…
걔가 엘리베이터 누르니까 올라오더라… 어이가 없었지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걔가 위험하니까 떨어져있지 말래
뭐가 위험하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 안 들으면 죽일까봐 또 가까이 갔어
그니까 또 내 손을 잡더라? 빼고 싶었지만 죽일까봐 또 가만히 있었지
근데 엘레베이터가 이상했어 내릴때가 됐는데 계속 내려가는거야 층 표시 된 곳을 보니까 안 뜨더라?
그래서 아 죽는건가? 싶었지 너무 무서워서 자연스럽게 걔 손을 꽉 잡고 눈을 감았지
계속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까
진짜 너무 예쁜 노란 꽃이 둘러쌓인 길인거야 걔가 나가길래 나도 따라 나갔어
신기하게 덥지는 않더라 거긴 여름 같았는데 말이야
그냥 계속 또 걸었어 걔가 가는데로 꽃은 진짜 너무 예뻤어 무슨 꽃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계속 걷는데 손을 계속 잡고 걷는 건 좀 그러니까 슬쩍 빼려
그랬는데 너무 꽉 쥐어가지고 못 뺐어...
진짜 아무 말 없이 그렇게 걷는데 손 잡은 건 거슬렸지만 뭔가 마음이 편하더라고
한참을 걷다가 그 꽃길 한 가운데에 뜬금없이 벽돌로 된 그런 만화에 나올 법한 집이 있더라
걔가 자연스럽게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어 그래서 나도 따라 들어갔지
그냥 신발 신고 들어갔어 걔가 신발 신고 들어가길래... 집 안을 신발 신고 돌아다니는게 좀... 그렇긴 했지만 말이야...
걔가 찬장에서 컵 한개를 꺼내면서 물 좀 줄까? 하길래 아 아니라고 괜찮다고 내가 패딩안에 꿈틀이랑 삼다수가 그대로 있어가지고...
삼다수랑 꿈틀이 꺼내면서 너도 먹을래? 이러니까 괜찮다면서 컵을 다시 집어 넣더라
그때가 손을 계속 잡은 상태로 그런 거였어서... 진짜 한 손으로 삼다수랑 꿈틀이 꺼내는 거 힘들었다...
내가 꿈틀이를 먹고 싶어가지고 아주 공손하게 미안한데... 이제 손 좀 놔줄 수 있냐고 하니까 아,,, 이러면서 손을 빼더라고
너무... 너무너무너무 어색했다 걔가 의자에 앉길래 나도 앉아서 꿈틀이를 먹는데 걔가 계속 또 나를 보더라고?
그래서 너 진짜 안 먹어도 되겠어?라는 식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보니까 너나 많이 먹으래... 이때도 싸가지가 엄청 없게 말하더라...
아까까지 물 좀 줄까? 할때는 다정하더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릴줄은 몰랐네ㅠㅜ 미안해ㅠㅠ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지... 망상 같다면 혼자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굳이 상처 주는 사람때문에 기분이 잡쳐서 그냥 안 쓰려고 했는데 또 여기서 멈추면.. 주작이라 욕 먹을 것 같기도 하고 기다려주는 사람들도 많아서 다시 써
증거를 대줄 수도 없는 지라 답답하네
그럼 꿈이였나..?
결말은 아주 허무해. 기다려준 애들은 이걸 보고 뭐야 생각보다 별거 없네 할꺼야
곧 끝나는 내용이였는데 어떤 친구가 내 기분을 잡쳐놔서... 내가 튀었거든 쓰기 싫어서
그래도 기다려준 애들과 재밌게 봐준 애들을 위해 다시 시작해보면
난 꿈틀이를 다 먹고 주머니에 봉지를 넣어 놓고 걔랑 그렇게 어색하게 앉아 있었어
그러다가 중간에 나 화장실 좀 가도 되냐고 물어보고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다시 나와서 앉았지
한참을 말없이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걘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걔가
이젠 더 이상 안 되겠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미안 시간이 조금 흘러서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난다 하여튼 저런 식으로 말하더니 나한테 다가오더라고
진짜 위압갑이 장난 아니야.. 날 죽일 것 같지는 않은데 무섭긴 엄청 무서워
걔가 나한테 다가와서 손을 내밀더라고 설마 난 손을 다시 잡으라는 건가? 싶었는데
내가 그냥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으니까 걔가 그냥 내 손을 자기가 가져가서 잡더라고
아, 오해할까봐 말 하는데… 너네가 의심해볼 법한 그런 로맨틱한 상황은 아니였어
내 인생에 남사친은 있어도 남친은 없었던지라.. 오랫동안 남자랑 손 잡은 것이 처음이라 어색해서 전에는 그런 상황이 연출 된 거였으니까 장르는 솔직히 말해 거의 호러였지. 다시 걔가 손 잡은 상황으로 돌아가서 말하면 걔는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고
걔는 문 앞에 서서 내 양 손을 잡더니 눈을 감으라고 했어 그리고 속으로 한 10초만 세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군말 없이 숫자를 세는데 한 3초쯤 셀때쯤 걔가 말하더라고 이 말은 진짜 똑똑히 기억 나
만나서 좋았고 보고싶었고 다신 오지 말고 다신 보지 말자
이 말을 끝으로 난 다시 돌아왔어
귓가에 걔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계속 맴돌았어
다리가 저려서 눈을 떠보니까 난 옷장 안이였고
날 찾는 동생 목소리가 들렸어 동생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눈물이 나더라
박차고 나가서 동생 껴안고 진짜 펑펑 울었어 그 날은 진짜로… 너무 힘들었어
그리고 계속 울다가 동생 밥 먹이고 멍때리다가 숙제도 못했어
말했다시피 한 번 걔를 만나는 꿈을 꾼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엔 걔가 꿈에 나온 적은 없어
난 다시 평소생활로 돌아가서 잘 살고 있고 가끔 그건 뭐였을까? 싶긴 해
근데, 그건 이제 생각 안 하려고 무엇이였든 난 신기한 경험을 한 거니까
숨바꼭질은 다신 안 할꺼야 옷장에 들어가지도 않을 거고
옷장 문을 여는 건 아직도 가끔 무섭거든
뭐, 현실도피가 하고 싶을때 시도 해볼 수는 있겠지만 난 안 해볼 것 같아
시도 해봤다가 안 되면 슬플 것 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중의적이고 복잡한 마음 때문에 아무튼 안 할 것 같아
내 말대로 조금 허무하지? 그래도 나한텐 나름 무섭지만 신기한 경험이였어
여기까지 봐준 애들은 정말 고마워. 모두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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