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내가 어릴 때 부터 교육에 불 붙은 집이였어. 유치원생일 때 부터 과외를 했었고, 놀이터에서 제대로 논 적도 별로 없어서 그네 타는 것도 초등학교 2학년 때 배웠어. 안 다녀본 학원이 없을 정도로 한자학원,과외, 체육, 피아노 과외, 바이올린 과외 등등 평범한 친구들은 잘 안 하는 것 까지 했었어. 일본어며 중국어며 심지어는 2중 뛰기만 따로 배우러 학원도 다니고.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야. 지금도 일 년에 몇 번 노냐고 묻는다면 4번 내지 3번? 이제는 고등학생인데 중간 끝자고 끝난 날에 두꺼운 책 읽고 놀지도 못했어. 너무 갑갑하다... 오늘은 밥먹으면서 계속 엄마 아빠 둘이서 내 욕만 주구장창 해서 먹지도 않고 방으로 도망쳤어. 너무 힘들다.

레주 너무 힘들었겠다. 앞으로 대학 입시 관련해서 더 그럴 텐데...힘내, 레주! 레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떤 이유로 레주에게 그런 스케쥴을 강요한 건지 알 수 있을까?

>>2 엄마 아빠가 난임으로 고생하시다 시험관 해서 내가 태어났어. 외동인데다가 힘들게 얻은 아이라서 집착이 심했겠지. 학교 다니면서 엇나가지도 않고 시키는 대로 하긴 했었으니까 계속 그랬었던 것 같아.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올 때면 막 혼나기도 했었어서 아, 빨리 도망쳐야갰다. 라는 생각도 꽤나 했었어. 지금도 가끔씩은 드는 생각이지만. 나한테 한 달에 적어도 300만원은 투자하니까 하기 싫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런데 조금은 지치네... 3월 모의고사는 잘 봐서 괜찮았지만 중간고사는 조금 망쳤거든. 실망하는 걸 보니까 너무 답답해. 독서실에서 늦게 나오면 자다 왔다고 그래서 오늘도 계속 욕 들은거야. 가장 억울한 건 졸지 않았다는 거고. 시험 끝나고 원래는 집에서 영화 한 편 본다고 약속했었거든. 그런데 결국은 새벽까지 600장짜리 책만 읽고 그 다음날에 휴일인데도 학원 다녀왔지, 뭐. 가장 슬픈 건 내가 문이과 가는 것도 내 마음대로 정하지 못 한다는 거야. 엄마랑 친한 지인 아들이 나보다 한 살 많은데 그 지인 말만 듣고 무조건 맹신해. 너무 답답해.

에고... 나 어릴때랑 비슷해서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 우리엄마도 완전 교육열 강했어. 시험 망치면 누가 있던 없던, 듣던 말던 나한테 온갖 폭언을 해댔어. 더 서러웠던건 옆에서 다른 가족들도 그걸 들었는데 엄마를 말리지 않았다는거... 그게 제일 서럽더라. 내 편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또 엄마가 계속 그렇게 해도 내가 반항 한 번 못하니까 더 심해졌어. 근데 내가 시간이 지나고,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내가 망가져갔어. 어릴때부터 애들이랑 어울려본적이 없고 그나마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도 멀어지게 됐어. 학교생활은 적응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고3이 됐어. 아직도 친한 친구는 한명도 없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나를 그렇게 잡아뒀던거 지금 엄청 후회중이야. 언젠가 분명 레주 부모님도 “내가 레주한테 그랬으면 안됐는데...” 하고 후회하는 날이 올거야. 그리고 만약 대학 가거나 사회생활 시작했는데도 계속 그러면 아예 연 끊는것도 생각해봐...

>>4 엄마 아빠가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가끔씩 저렇게 욕하는 거 들으면 자괴감이랑 함께 한숨만 나오더라... 나는 중학교 때가 오히려 심했어서 반항도 엄청 했었는데 이젠 다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더라. 엄마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안 했어서 그런 강박이 더 심해. 주변에 공주 잘 하는 애들도 있으니까 더 비교당하고. 나 정말 하고 싶은 것도 다 참아가면서 공부하는데 어제 독서실에서 늦게 나왔다고 학원 다 끊으라고 투자할 가치도 없다고 등등 폭언하는 아빠가 너무 밉고 더 화를 일으키게 기름 붓는 엄마가 미워서 도망치고 싶을 정도야. 레스주 너도 힘내... 이런 내가 위로를 한다도 해도 위로가 될 지는 모르겠다만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3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산화탄소를 한다발 배출하고 있을 레주가 눈에 훤해. 글로, 한 단면으로 보는 거라 내가 이해한 게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니, 마음 편한 대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그러고 싶지 않으면, 무시해도 돼. 가장 무서운 건, 무뎌지는 거라고 생각해. 예전에는 빨리 도망쳐야겠다고 '많이' 생각했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고. 사람은, 일어난 사실과 자신이 원하는 이상이 다르면, 그 사람은 그 자신의 마음을 그 일어난 사실 쪽이 옳다고 생각함으로써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줄인다고 해. 인지 부조화라고 한다지. 또한,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해서 반복된 무기력이 일종의 습관처럼 굳어지기도 해. 많이 답답했을 거라고 생각해. 답답함을 최초로 느꼈던 때부터 독서실에서 졸지 않았음에도 졸았다고 욕을 먹은 오늘까지, 답답했을 거라고 말이야. 그런데, 2레스에서 말했듯이 대학 입시라는 관문이 다가올 수도 더더 답답할 거야. 대한민국 사교육에 끝은 누가 뭐래도 대학이니까. 입시에 끌려다니다 보면, 답답한 것도 어느새 기억이 안 나게 되거나 또다시 이해라는 허울이 지금의 힘듦을 감쌀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건 해소일까, 해결일까. 힘들어도 꾹꾹 가슴 속에 눌러두고 버티다보면 병나. 오늘의 부정적인 자아경험, 내일에 있을지도 모르는 부정적인 경험들. 앞으로 계속 일어날 일들을 떠올려보면, 당사자가 아닌 나도 숨이 턱 막힐 것 같아. 레주에게 누군가 와서 지금 이런 형태의 하루가 계속 반복된다면, 레주는 아무것도 안 될 거라느니, 도대체 왜 노력하냐느니라는 폭언을 쏟아부으면, 만약 그런다면 레주는 충분히 화낼수 있어. 네가 뭘 아냐고 쏘아붙일 수 있어?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또 그래야 할테지만.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어쩌면 그건 병일 거야. 그렇다면, 레주는 레주 스스로의 삶이 어딘가 엇나가고 있다고, 스스로의 자유의지는 박탈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가장 먼저 뭘하고 싶니. 꼭 해야 돼서 하는 게 아니라, 레주 스스로 하고 싶은 걸 말해줄 수 있어?

>>6 너무 갑갑해... 미안해 지금 조금 급해서 나중에 더 길게 쓸게. 지금도 너무 심장이 두근거려...

>>6 어제는 12시에 집에 와서 30분 정도 쉬다가 다시 공부를 하려고 했어. 그런데 엄마 아빠는 내가 고작 30분 쉰 걸로 싸우고 아빠는 공부하기 싫다는데 왜 시키냐고 하고 엄마는 계속 옆에서 더 화나게끔 부추기고. 난 공부하기 싫다고도 한 적이 없는데 내가 왜 그런 취급 받아야 해? 온종일 없는 사람 취급하고 짜증부리고 한 시간 넘게 계속 해서 욕만 하고 공부 왜 시키냐 결과물도 안 나온다 이러기만 하고 의지가 없다고 그러는데. 내가 여기서 뭘 어떡해야 할까? 어젠 그러고 나서 수학 숙제 4시 30분까지 하다가 자서 지금 겨우 2시간 30분 잤는데라 엄마가 숙제한 거 보고는 아무 것도 안하고 펼쳐놓고 놀았다고 하더라. 맨날 아빠는 뭐 믿음을 주라고 이러는데 내가 계속해서 노력해도 다들 믿기 싫어하고 어떻게라도 나를 깎아 내리고 싶어하는데 내가 이런 얘기를 어느 누구한테 할 수 있겠어? 나는 정말 다른 애들이 부러워.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사랑을 줄 수 있는 그런 집에 사는 애들이 너무 부러워. ㅋㅋㅋㅋ... 며칠 전에는 어버이날 다른 애들은 챙기는데 왜 너는 안 챙기냐고 막 나한테 뭐라 그러더라. 참고로 나 어린이날 선물 유치원 때 마지막으로 받았어. 용돈은 이모한테서 한 달에 10만원 받지만, 교통비도 내 돈으로 하고 옷도 내 돈으로 사 입고 전부 알아서 사라는데, 고등학생한테는 턱없이 모자라. 나는 버스타고 학교 다녀서 교통비 엄청 나가거든. 나도 다른 애들처럼 옷도 여러벌 입고 싶은데 말이야. 우리 집 절대 못 사는 편 아니야. 오히려 아빠 연봉은 우리나라 3% 안 이야. 뭐 다 내 교육비로 들어간다는데 나는 이렇게 말 하는 것도 너무 밉다. 나 옷도 작년 9월 달에 산 옷으로 3월까지 세 벌 돌려서 입었고, 이번에 옷 3벌 산 것도 다 반 팔이야. 그냥 여름 끝날 때 까지 옷 없어. 너무 속상해. 나도 꾸미고 살고 싶은데 너무 창피해. 학원 가도 맨날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니까 괜히 쪽팔리고. 이젠 점점 의욕이 사라져. 미안. 너무 주저리주저리 말했지. 읽기 귀찮았겠다...

>>8 많이 힘들었지? 미안해 할 것 없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묵묵히 견디다가 가끔씩 그 견딤이 싫증이 나는 걸까, 견디고 견디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겠는 걸까. 어느 것이라도 레주는 정신적으로 몰려 있고 또 상황이 좋아질 구석이 그다지 보이지 않아. 물론, 어딘가에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만 보기엔 없어보이네. 우선, 너무 스스로를 탓하거나 자책하지는 말았으면 해. 될 수 있으면 레주가 느끼는 감정에 온전히 레주 스스로를 내맡겨 보는 게 좋아. 남과 날 비교하면서 극심한 우울감에 빠지는 것도, 자신에게 없는 걸 부러워하는 것도, 도와주기는 커녕 돌을 던지는 주변 상황에 화를 내는 것도, 크게 의미부여하지 않는 게 좋아. 물론, 어렵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그런 식으로 레주 스스로가 레주를 내면에서 정의하다보면 레주는 그런 식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어. 이야기 짓기의 오류에 빠지게 되고, 도피를 떠올리게 되겠지. 무엇 하나 레주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야. 지금의 상황은 교육 때문에 벌어진 거니까, 대학에 가면 어찌어찌 해소될 기미가 보이는 것 같아. 물론 레주도 모르지는 않겠지. 이 모든 상황은 전적으로 레주의 의지에 달려 있어. 극단적인 예시로 대판 난리를 치든, 시위를 하든, 소극적인 예시로 지금처럼 허심탄회하게 지금의 심리를 토로 하든, 버티기로 하든. 모든 선택은 레주가 내리는 거야. 나는 어쩔 수 없이 몇 마디에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데에 그칠 뿐이지. 해소든, 해결이든, 다른 문제로의 전환이든, 문제의 연장이든. 레주의 자유의지에 달려 있어. 인간이 환경에 따라 조건화된 반응만 보이는 존재는 아니잖아. 뭔가 공부나 독서와 같은 교육 외에 다른 활동을 하는 게 힘들어보여서, 동기부여 같은 것 밖에 해줄 말이 없네. 음, 지금 힘들다고 해서 앞으로도 힘들 거라는 얘기는 없잖아. 더 괜찮을 수 있기를 바라.

>>9 고마워... 방금도 사실 대차게 싸우고 왔어. 그래도 속은 후련하네. 나 정말 힘들었는데 이 레스 보고 기운 나...! 정말 고마워. 어느 누구도 선뜻 해주지 못 할 위로의 말을 건네줘서 정말 고마워. 레더 너도 꼭 행복하면 좋겠어. 정말, 평생 못 잊을 말들이야. 고마워

>>10 남 일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남 일이라 더 객관적으로 답할 수 있다고 들었어. 그러니까 나도 말해보는 건데, 레주가 계속 지금 생활을 이어나가면 어떤 것도 바뀌지 않을 거고, 서로 미운 감정만 생길 거야. 진짜 가출 직전까지 간다고 해도 레주의 자유를 위해서 부모님한테 대들고, 소리지르며 반항했으면 좋겠어. 나도 그게 너무 어려웠는데, 진짜 이번에 안 되면 다 놓을 생각으로 한 번 터트리니까 그 다음은 내가 정말 뭘 해야하고, 어떤 권리가 있는지가 눈에 들어와. 힘내고 아픈 일 있을 때면 또 스레딕 찾아와 좋은 밤 돼!!

>>11 고마워 역시 더 이상 참다가는 거리만 멀어질 거라고 생각해. 앞으로 힘들어질 때면 또 찾아올게 너희들이 있어줘서 견딜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너도 좋은 밤 되길 바라!!
스크랩하기
레스 작성
4레스 전학왔는데 너무 힘들어 4분 전 new 18 Hit
고민상담 2021/06/18 21:29:41 이름 : 이름없음
1레스 너무 화나 5분 전 new 2 Hit
고민상담 2021/06/19 00:40:46 이름 : 이름없음
14레스 미술 전공인데 그림이 끔찍해 14분 전 new 27 Hit
고민상담 2021/06/18 23:30:58 이름 : 이름없음
1레스 삭제된 스레드입니다. 18분 전 new 14 Hit
고민상담 2021/06/19 00:12:26 이름 : 이름없음
4레스 동생 힙찔이 됐는데 해결법좀 ... 35분 전 new 17 Hit
고민상담 2021/06/18 23:50:55 이름 : 이름없음
1레스 나 20대 후반 백조(백수)인데 35분 전 new 9 Hit
고민상담 2021/06/19 00:11:06 이름 : 이름없음
5레스 우울증 증상이야? 1시간 전 new 22 Hit
고민상담 2021/06/18 21:08:58 이름 : 이름없음
4레스 중3인데 1시간 전 new 12 Hit
고민상담 2021/06/18 21:43:40 이름 : 이름없음
5레스 공감능력제로 1시간 전 new 16 Hit
고민상담 2021/06/18 22:24:29 이름 : 이름없음
3레스 친구 손절법 1시간 전 new 21 Hit
고민상담 2021/06/18 22:40:32 이름 : 이름없음
4레스 인터넷 기록이 남는게 부담스러워 1시간 전 new 64 Hit
고민상담 2021/06/14 16:48:59 이름 : 이름없음
4레스 노래 잣같이 부르는데 코노 좋아하는 사람 1시간 전 new 18 Hit
고민상담 2021/06/18 21:59:18 이름 : 이름없음
13레스 나 사람이 무서워 ㅠ 1시간 전 new 74 Hit
고민상담 2021/06/16 21:08:55 이름 : 이름없음
6레스 내가 예민 한거야? 1시간 전 new 38 Hit
고민상담 2021/06/18 00:10:28 이름 : 이름없음
11레스 재능이 없어 2시간 전 new 28 Hit
고민상담 2021/06/18 19:41:44 이름 : ◆O8rzdWnVfh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