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에 도가 튼 19살 남고딩의 일기 난입 대환영

책상에 엎드려서 20분 정도 조는 바람에 어깻죽지에 길다란 자국이 남았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라지지 않는다.

밖에서는 헤실헤실 웃고 다니기만 하니까 일부 사람들은 나를 걱정거리 같은 건 조금도 없는 실없고 얄팍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나랑 별다른 대화도 해 보지 않은 인간들이 은연 중에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듯한 태도를 드러내는 꼴을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짜증이 치민다.

걱정거리나 스트레스 같은 게 없는 사람은 없다. 그냥 그것들을 드러내 봐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고 말하면 말할수록 청자를 힘들게 할 뿐이라는 걸 아니까 우울이나 분노,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것들은 속에 꾹꾹 눌러 담아두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런 감정들을 털어놓을 목적의 대화 자리가 아닌 이상 그게 대화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네 마음을 전부 이해한다' 며 동정의 말을 건네는 행동은 어디까지나 좋은 마음에서 나온 따뜻한 위로일 뿐이며, 정말로 그 사람의 본질적인 면까지 이해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에게 힘든 부분을 드러내도 조금도 이해받지 못하고 상처만 입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었다, 밥이 죽처럼 질어서 맛이 없었다. 속에 얹힌 것 같은 느낌이다.

학원에 왔다, 다행히도 차를 타고 온 덕분에 뜨거운 햇살과 더위를 견뎌야 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유독 에어컨의 화력이 약한 교실에서 2시간 동안이나 수업을 듣게 되었다.

덥다, 에어컨이 작동은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로 과장 없이 우리 학원 교실보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더 시원할 것 같다.

힘들고 지치는 하루였다, 내일은 눈꺼풀에 슨 녹이 조금 벗겨지길 바란다. 눈꺼풀이 너무 뻑뻑해서 눈이 잘 떠지지도 않는다.

엄마랑 아버지랑 술 퍼먹고 싸웠다, 설마 설마 했는데 어김없이 또 이런다. 지긋지긋하다. 성인이 되면 최대한 빨리 떠날 거다.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로 화가 난다. 이제는 그 사람들 목소리도 듣기 싫다. 그 인간들은 내가 느끼는 감정 같은 것엔 하등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십수년 간 아주 정기적으로 집안을 때려부수고, 유치원생이었던 내 앞에서 욕지거리를 하며 싸워대고, 엄마는 술 마시고 아주 인사불성이 되어서는 초딩이었던 나를 앉혀 놓고 머리통을 후려갈기면서 나한테 온갖 쌍욕과 인신공격을 퍼부었던 거겠지. 그런 짓거리들을 이어나간 것도 이제 10년이 넘어간다.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아낀다고 뱉어재끼면서 날 이해하려고 시도조차도 한 적 없는 인간들이다.

평소에 보통 부모들처럼 나를 잘 대해 주면 이런 일을 비일비재하게 일으켜도 당연히 용서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항상 어물쩍 넘어가려 하는데, 솔직히 정이 다 떨어져서 이젠 분노만 솟는다.

안녕 나도 같은 고3으로서 힘들고 지친다는 너의 하루에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고 싶어서 찾아왔어 가끔 난입해도 될까 네가 나를 반겨준다면 참 좋을 것 같은데말야

>>412 고마워, 그래준다면 물론 항상 레더를 반길 거야

더위를 뚫고 학원에 왔다, 복합적이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같은 생각을 가지도록 노력해 보자.

지금보다 더 어릴 적엔 현실이 나를 옥죌 때마다 소설이든 영화든, 가상의 무언가에 빠져든 뒤 마음의 문을 닫고 공상만을 끊임없이 반복하고는 했다. 덕분에 당시 친구들은 전부 오타쿠들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리가 굳어서 그런 건지 깊은 공상을 시도해 보려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6개 들이 매운 만두를 데워먹었더니 온 방안에서 만두 냄새가 난다, 빨리 환기를 시켜야겠다.

오늘은 학원을 오후 6시까지 가는 날이다. 덕분에 어제보다는 덜 더울 것 같다, 다행이다. 어제는 낮 12시 30분에 출발하는 날이어서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스러웠다.

일기장에 글을 써 보려 해도 달리 생각 나는 게 아무것도 없다. 적어도 하루에 레스 4개 이상은 올리자고 나 자신과 약속했는데, 의지박약이 도진 것 같다. 레스를 3개밖에 못 쓴 날이 어제 포함 2번이나 된다.

>>418 내가 도와줄게!! 오늘 기분은 어때??

>>419 좋지 않아.. 엄마는 나한테 사과 한 마디 없이 이틀 째 그냥 화만 나 있고 몬스터 한 캔 마셨는데 체기가 올라오고 학원 가는 길은 어제랑 다를 바 없이 더웠어..

학원 정수기가 작동을 멈췄다, 뜨거운 차는 커녕 물도 마실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가 '자동 살균소독 예약' 버튼을 실수로 눌러 버린 탓이다, 어째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방금 나가서 확인해 보니, 다행히 정수기가 다시 작동하고 있었다. 1시간 정도 기다리면 되는 모양이다,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가끔씩 자살 생각이 정말로 심하게 들 때가 있다. 만약 그런 방식으로 죽을 날이 온다면 실행 직전에, 부모님한테 영상 통화를 걸어 책임을 지고 내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라고 할 것이다.

오늘은 그냥저냥 지나가는 하루인가 싶었는데 엄마가 또 술 퍼먹고 소리지르고 있다.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일기 같은 걸 쓸 만한 정신상태가 아니다.

위로해주고 싶은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힘내 레주. 19살이잖아. 성인도 얼마 안 남았으니 좀 나아질거야... 힘내. 항상 응원할게.

>>426 고마워, 멘탈 다잡아야겠다. 세상엔 레더 같이 좋은 사람도 많으니까 나도 성인이 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믿을게.

학원 내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 학원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반신반의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나중에는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 고 나라에서 통보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마지막 남은 만두 6개들이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었다, 이제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집에 없다. 배고프면 뭐라도 차려 먹는 수밖에 없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잠들기로 했다, 최대한 깨어 있다가 내일 몰아서 잘 생각이다. 물론 졸음을 참을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평소처럼 억지로 자고 싶지도 않다.

부추전을 먹었다, 맛 자체는 괜찮았지만 눅눅하고 부추의 미끌거림이 심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유쾌한 유튜브 영상을 보자, 머릿속을 잠식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어느 정도 중화시켜서 가라앉혀 준다. 재미있고 웃길 수록 효과가 좋다.

유튜브 동영상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물론 보고 있을 때엔 잡념이 사라져서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해 주는 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보고 난 뒤에는 내 상황은 유쾌함과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슬퍼질 뿐이었다.

지금은 학원 줌 수업을 듣고 있다, 학원을 못 간다고 해서 수업을 안 하는 것은 아니었다.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귀에 들어오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 마치 깨진 독에 물을 붓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생각과 일상, 감정을 나열하는 식의 재미 없는 일기 스레로 추천을 9개나 받을 줄은 몰랐다. 내가 쓴 글이나 창작물이 주목받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는 것 같다.

열심히 운영하다 바빠서 방치해 버린 스레가 생각난다. 이래뵈도 120개 가량의 추천을 받은 레전드 스레였다. 가끔은 그 스레를 다시 건드려 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이제 와서 다시 끄적이기도 애매해져 버렸다. 나중에 누군가 그 스레를 여기저기 퍼날라서 소소하게 회자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가끔, 사는 게 너무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 나이, 성별 등 많은 요소들을 불문하고, 다들 살면서 못 견딜 정도로 힘든 일은 있을 것이다.

IMG_20210729_000447_789.jpgIMG_20210729_000447_789.jpg몇 시간 전에 그린 그림들. 첫 번째 그림은 오늘 만든 GIF의 일부분이고, 두 번째 그림은 GIF를 만든 뒤 심심해져서 끄적인 낙서이다.

오늘은 진로 상담을 받는 날이다, 때문에 학교까지 1시간 가량을 걸어가야만 한다. 해가 구름에 살짝 가려져 있는 것이 다행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뙤약볕이었으면 분명 더위를 제대로 먹었을 것이다.

엄마가 울었다. 엄마 화 좀 풀어주려고 다가갔더니 나더러 '너무 남들을 배려하는 성격' 이라면서 남들 배려하겠답시고 힘들게 살지 말고 속에 있는 걸 드러내고 살라며 화를 내길래 내가 여태껏 엄마 때문에 속이 어떻게 문드러졌는지, 술 먹고 새벽 내내 괴성을 지르는 걸 어째서 참았는지, 무슨 마음을 가지고 오늘 엄마한테 살갑게 다가간 건지 말했더니 날 끌어안고는 울었다. 솔직히 속이 다 시원하다, 묵은 체증이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제발 엄마가 깨달은 게 조금이라도 있기를 바란다.

대낮부터 술 마시고서는 취한 상태로 운 거라 그 눈물에 진심 같은 게 담겨는 있을지, 엄마가 오늘 일을 기억을 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기억을 못 한다고 해도 딱히 상관은 없다, 만약 못 한다면 다시 말하면 되니까.

오늘은 저녁을 거르고 자야겠다. 뭘 따로 차려 먹기 귀찮기도 하고, 입맛도 없다. 초코파이가 있긴 하지만, 단 건 먹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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