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에 도가 튼 19살 남고딩의 일기 난입 대환영

여름부터 써 오던 이 일기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끈기 없고 멘탈 약한 내가 벌써 9번이나 스레를 접다니. 1레스부터 여기까지 오는 데 약 3~4달 정도가 걸렸다, 그 동안 여러모로 꽤나 많은 일들을 겪었던 것 같다. 좋은 일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고, 난입 레더들의 여러 응원들을 보니 뭔가 안심되기도 한다. 이 일기를 처음 만든 때의 감정과 상황이 아직도 기억난다, 분명 길거리에 앉아서 숨을 몰아쉬며 덜덜 떨고 있었다. 그 때보다 내 자신이 어느 정도 성장한 것 같은지에 대해 자문자답을 해 보자면,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4달만에 사람이 바뀔 수는 없는 법이다. 다만 주변을 보는 관점의 변화는 살짝 생긴 것 같다. 그 덕분에 조금 더 내 자신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하여튼간에 난생 처음 겪는, 견디기 버거운 일들도 어떻게든 시간에 맡겨서 흘려보냈으니 다행이다. 사실상 매 순간 순간이 내게는 처음이긴 하지만.

>>902 레주 일기를 읽고 난입도 종종 하면서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어. 4달동안 그 정도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훨씬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처음이라 아프고 두려운 순간들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부딪힌 레주라면 꼭 언젠가는 정말 괜찮아질 날이 올 것 같아!! 앞으로도 꾸준히 응원할게!! 900레스 축하해 레주!

>>903 고마워. 사실 항상 최선을 다 할 수는 없었지만, 레더들의 여러 글귀들 덕에 정신을 다잡을 때도 많았어. 항상 난 여기 있을 거야, 앞으로도 종종 놀러와 줘!

체감상 방금 등교한 것 같은데, 벌써 3교시가 끝나간다. 여러모로 걱정되는 일들이 많다. 문예창작과 실기에, 학원 수학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부재까지. 이제 수학 수업은 아예 사라져 버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온종일 정신이 없어서 일기 작성을 잊었다. 학원 자습, 의외로 힘들다. 스트레스 받는다. 수학 선생님의 자상하고 친절한 설명이 그리워진다. 조교 선생님의 설명은 뭔가 너무 빠른 느낌이다.

방금 전, 조교 선생님이 내가 질문한 문제의 해설 도중 3개의 항이 있는 분수 계산을 다짜고짜 내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펜은 조교 선생님 손에 들려 있어서 그 긴 계산을 몇 초 내로 암산으로 풀어서 답해야 했다, 너무 가혹하다.

어제, 실기 날짜를 토요일로 예약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때문에 이제 내 실기 날짜는 무작위로 배정된다, 어떡하지. 오늘 3시에 상세 공지 사항이 대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다, 차라리 최대한 늦은 날짜로 배정되었으면 좋겠다.

아침부터 여태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급식 대신 독서를 택한 과거의 내가 미워진다. 차라리 맨밥만이라도 빠르게 우겨넣고 왔어야 했다. 머리가 핑핑 돈다, 나는 왜 그런 미련한 짓을 했을까.

5시 즈음 집에 도착해서야 오늘의 첫 끼를 먹었다. 이제 30분 뒤에 지친 몸을 이끌고 학원에 가야 한다. 아, 그리고 실기 날짜는 정말이지 운 좋게도 미리 정해 놓았던 날인 토요일로 배정되었다. 사실은 좀 미뤄졌으면 했는데, 조금 아쉽긴 하다.

집에 왔다, 뭔가 눈꺼풀이 무거운 느낌이 든다. 자꾸 눈이 감기는데, 다 감기지는 않고 반쯤만 감긴다. 분명 이 느낌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 아무래도 오늘은 적어도 1시쯤에는 자야 할 것 같다.

내일은 문예창작 실기 시험을 보는 날이다. 출발-도착 시간을 계산해 보니 시험장 건물을 찾아가는 데에만 무려 2시간 반이 걸린다, 그리고 시험 시작 시간은 9시 20분이다. 때문애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마쳐야 한다. 아무래도 오늘은 조금 일찍 잠에 들어야 할 것 같다.

어제, 학교가 끝나고 잠시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킬바사 소시지가 세일 중이길래 하나 집어 왔다. 이따가 에어프라이어로 바싹 구워서 먹어야겠다. 맛은 둘째치고 너무 짜지만 않으면 좋을 것 같다, 평가글을 읽어 보니 짠 맛이 강하다고 나와 있었다.

>>913 짠 맛 싫으면 에프에 굽는 것보다 물 넣고 졸이는 거 추천!

>>913 한번 삶아서 살짝 돌리는것도 추천!

에어프라이어 킬바사 소시지와 잡채를 먹었다, 정말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꽤 맛있긴 했다. 특히 킬바사 소시지, 예상 외로 무지 맛있었다.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니까 기름이 빠져나가서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914 먹어 봤는데, 맵기만 하지 그렇게 짜지는 않았어! 나중에 양념 잔뜩 되어 있는 건 그렇게 해야겠다.

>>915 그런 방법도 있구나, 하긴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하니까 뭔가 표면에 수분기가 없어 보이긴 했어. 물로 삶은 다음 살짝 돌리면 그런 일도 없겠지!

이제 그만 자야겠다, 내일은 5시에 일어나야 한다. 아무래도 최저 5시간은 자야 시험에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대입 시험이라니. 뭔가, '곧 성인이 된다' 라는 와닿지 않던 추상적인 느낌이 갑자기 현실적인 압박감이 되어 나를 짓누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레주 파이팅! 항상 응원해ㅐ

대학교 실기를 본 뒤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해가 채 뜨지도 않은 새벽에 일어난 탓에 너무 피곤하다. 이제 1시간 30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뒤, 역에 도착해서 30분 동안 집까지 걸어가야 한다. 아무래도 오늘은 하루 종일 피곤에 찌들어 있을 것 같다.

집에 돌아온 뒤 4시간 동안 내리 잠만 잤다, 시험장으로 가는 길 중간에 역에서 헤매기도 하고, 하여간 오늘은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피곤하다. 그래도 한 숨 자고 나니 몸에 쌓인 피로가 조금 가셨다, 덕분에 내일은 몸이 평소 컨디션대로 돌아올 것 같다.

잠을 푹 잤더니 피로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마치 한겨울 아침 때처럼 개운한 느낌이다. 간만에 새벽 감성이 부풀어오르고 있다, 좋은 음악이라도 틀어 놓아야겠다.

일어나서 아침밥도 먹고 샤워도 마쳤다, 이제 곧 있으면 국어 수업을 들으러 학원에 가야 한다. 생각해 봤는데, 가끔은 이렇게 이른 저녁부터 아침까지 푹 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묵은 피로가 날아간 느낌이다.

어제 본 문예창작 실기에 대해 되짚어 보자. 시험장에서 배부해 주는 특정 주제를 가지고 원고지에 2시간 동안 2000여자 정도 분량의 기승전결이 갖춰진 단편소설을 써내는 것이 실기였는데, 일단 어떻게든 시간에 맞춰서 써내는 데엔 성공했다.

주어진 주제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 이었다. 그냥 누군가와 함께하며 생겨난 서사를 펼쳐내는 건 아무래도 너무 식상한 느낌이라, 여러 요소를 조금 섞었다. 다인실에 입원한 암 환자인 주인공이, 다른 한 명의 환자와 함께한 이야기를 썼다. 후반부엔 다른 한 명이 병세를 버티지 못하고 죽은 뒤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 그리고 함께한 이가 떠나간 것에 대해 얻은 감정적인 깨달음을 담담히 생각한 뒤, 회상에 젖어 죽은 이의 말버릇을 독백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였다.

대학교 실기. 일단 큰 고비 하나를 넘겼지만, 슬프게도 바로 다음 주에 큰 고비가 하나 더 있다. 문예창작 실기를 또 보러 가야 한다, 이번엔 다른 대학이다. 산 넘어 산이다, 뭔가 써 놓고 보니 웃기고 아이러니하다. 그래도 이번에 비하면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이니까, 어제보다는 조금 늦게 일어나도 괜찮겠지.

오늘은 늦잠을 잤다, 무려 10시 30분에 일어났다. 당연한 말이지만, 평소보다 오래 자니까 체감되는 피로 회복도가 확연히 다르다. 오래토록 느껴 보지 못한 개운함이다.

40분 정도 뒤면 학원에 갈 시간이 된다, 오늘로서 수학 선생님 없는 수학 수업 이틀째이다. 사실상 조교 선생님 한 분을 동원한 3시간 자습이나 마찬가지라, 뭔가 의욕이 뚝뚝 떨어지는 기분이다.

학원에서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역시 청국장 찌개는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함께 먹은 달걀 프라이가 100배는 더 맛있었다.

내일은 10월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다, 때문에 오늘은 조금 일찍 잠들어야 한다. 이번 시험이 내 생의 마지막 모의고사라 생각하니 뭔가 살짝이지만 뭉클한 감정이 든다.

학교에 왔다, 이제 모의고사를 봐야 한다. 10월 모의고사는 이른바 '자살 방지용' 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문제들을 최대한 쉽게 내서 점수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되찾게 해 주는 용도라고 하는데, 과연 그 말이 사실일지. 일단 최선을 다해 보자.

온종일 시험을 보았더니 완전 녹초가 되었다. 쉬는 시간 도중에 다른 친구들 말을 들어 보니, 다들 OMR 답안을 일자로 쭉 찍고 딴 짓을 하거나 엎드려서 잔 모양이다. 뭔가 부질없는 짓을 한 기분이다.

시험 보느라 고생한 김에 저녁으로 맛있는 걸 먹었다. 메뉴는 바로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킬바사 소시지. 지난 번에 먹은 킬바사 소시지가 맛이 꽤 괜찮았어서 오늘 또 구워 먹었다, 변함없이 자극적이고 맛있었다.

이제 그만 자야겠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더 피곤한 날이었으니까. 일찍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개운하게 맞아야지.

>>933 헐!! 내 주변에서는 다들 10모 일부로 애들 긴장감 좀 가지라고 더 어렵게 낸다고 그러던데...?? 나만 어려웠나 10모 ㅠㅠㅠ

>>937 떠도는 이야기가 학교별로 다른가 보다. 어쩐지, 나도 어제 모의고사 풀면서 '솔직히 이건 자신감 상승용이라기엔 좀 어렵지 않나' 싶었어.

내일부터 2학기 기말평가가 시작된다. 하지만 뭐, 내신도 다 마감되고 대학교 원서 접수도 끝났으니 사실상 그냥 학교 일찍 끝나는 날이나 다름이 없다. 시험일이 다가오는 게 좋아진 건 처음이다.

오늘의 급식은 바로 미트 스파게티이다. 급식으로 나오는 스파게티는 면이 잘 끊어져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반대로 뚝뚝 끊어지는 그 식감을 굉장히 좋아한다. 잘 끊어지는 면을 좋아하는 것도 나름 특이취향인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원이 끝났다, 지금은 집에 가는 길이다. 방금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던 포메라니안을 마주쳤다, 마음 속으로 귀여워해 주었다. 강아지 기르고 싶다. 나중에 혼자서 자취를 하게 되면, 강아지든 고양이든 나랑 같이 살 반려동물 한 마리는 꼭 길러야지.

기말 시험 때문에 오전 내내 인터넷을 못 쓴 것과 오늘따라 해이해진 정신 상태가 시너지를 발휘해서 오후 5시가 다 되도록 글을 하나도 적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적어 놓아야지.

친구가 적적하다면서 학원에 일찍 오라고 전화를 했다. 그래서 1시간이나 일찍 갔는데, 그러지 말 걸 그랬다. 대화나 공부는 커녕, 각자 휴대폰 게임만 줄창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냥 집에서 전화통화로 서로 사담이나 나누는 게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희소식 한 가지, 학원에 비치되어 있는 커피 머신에 넣을 커피 캡슐이 잔뜩 보충되었다. 덕분에 뜨겁고 진한 커피를 한 컵 가득 마셨다. 좋은 일이지만, 아무래도 카페인 때문에 오늘 잠을 푹 자기는 어려울 것 같다.

카페인 때문에 시야가 훤하고 말똥말똥하다. 아까 전에 우려한 대로 오늘은 잠이 안 올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모의고사라도 조금 들여다봐야겠다.

오늘치 시험이 끝났다, 내일은 대학 실기가 있는 날이다. 집에 가서 해당 대학의 실기 채점 기준, 실기 주제 같은 합격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최대한 찾아 봐야겠다. 앓는 소리 한 번 하자면, 그 대학은 정말 장난 아니게 붙기 힘든 곳이라 내가 입학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래도 열심히 해 봐야겠다, 안 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슬프게도, 내일은 무려 4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 시험장이 너무 멀리 있다, 솔직히 마음만 같아서는 그냥 알람을 꺼 놓고 아침 9시까지 자 버리고 싶다. 일단 또띠아로 간단한 피자라도 만들어 먹어야지. 일찍 먹고 일찍 자야 4시 30분에 일어날 수 있다.

이제 1시간 정도 뒤엔 잠에 들어야 한다, 일찌감치 불을 꺼 놓고 누워 있어야겠다. 자려면 30분 가량 눈을 감고 기다려야 하는 나로서는, 일찍 잠들어야 할 때엔 미리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큰 고비를 넘긴 기분이다, 실기 시험이 끝났다. 전체적으로는 1주 전에 본 시험과 아주 비슷했다. 얼른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좀 누워서 쉬고 싶다. 이제 2시간 정도 대중교통을 타면 집에 도착한다.

학원에 왔다. 나처럼 물렁한 정신과 몸을 가진 사람에게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시험을 본 뒤에 저녁에 학원 수업에 참여하라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온 몸에 피로가 쌓여 있다.

이제 집에 가고 있다, 너무 추워서 몸이 떨린다. 세상에, 영하라니. 어제와는 기온이 완전 딴판이다! 어떻게 하룻밤 새에 이렇게까지 추워질 수 있는 걸까. 아무래도 정말 이상기후가 심각하긴 한 것 같다.

오늘은 오랜만에 늦잠을 자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부모님이 아침을 먹으라고 깨우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결국 비몽사몽 중에 밥을 먹고서 다시 침대에 누웠다. 30분만 더 자야겠다.

학원 쉬는 시간이 되었다, 배고파 죽겠다. 집에서 나올 때 뭐라도 먹고 나올 걸 그랬다. 스위트 칠리 소스가 냉장고에 한 병 있으니까 집에 가면 튀김 만두라도 튀겨서 찍어 먹어야겠다.

이번에도, 어제 본 대학 실기를 되짚어 봐야겠다. 사실 이전에 본 실기와는 그리 큰 차이점은 없었다. 배부된 주제에 맞추어 글을 써내는 것은 저번과 같았다. 다만 시간이 30분, 글의 분량이 500자 정도 줄어 있었다. 나는 이번 시험은 소설이 아닌 운문을 선택했기 때문에 글의 분량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지만, 여하튼 그랬다.

배부된 운문의 주제는 '자가격리 시대' 였다. 엄청 어려운 주제였다. 자가격리를 주제로 시를 지으라니. 물론 노력했지만, 커트라인이 무지 높은 대학이다 보니 합격할 지 떨어질지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사람을 나무에, 잎과 꽃을 얼굴에 대입하는 건 너무 구시대적인 비유였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자 지필 평가가 끝났다, 이제 집에 가야지. 하굣길이 아침보다는 조금 덜 추웠으면 좋겠다. 옷차림이 갑자기 반팔에서 바람막이 코트로 바뀌었다, 한창 진행 중이던 가을이 갑자기 사라진 것 같다. 나무에 단풍이라고는 조금도 들지 않았는데 갑자기 겨울 날씨가 되었다. 기온에 적응이 안 된다.

3달 정도 뒤면 성인이 된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이전에, '성인' 이라는 말과 '어른' 이라는 말 사이에는 넘지 못할 정도의 큰 벽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요컨대 성인의 뜻은 그냥 나이가 20살이 넘은 사람이고, 어른의 경우에는 세월이 흘러 지혜가 생기는 것을 통해 정신적으로 한 단계 앞선 사람을 일컫는다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평생동안 어른이 되지 못하고 성인으로서만 사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학원 자습실에 나만 남았다, 원래 함께 공부하던 친구는 6시 30분이 되자 하원했다. 간만에 혼자가 되었다. 아무도 없는 김에 만드다 만 콘티를 조금 건드려 봐야겠다. 실속 없는 구상이지만 이렇게 해 보면 뭔가 달라지겠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더니만, 오랜만에 비가 내리고 있다. 눈은 안 내린 걸 보면 오늘 기온은 영하가 아니었나 보다. 만약 눈이 내렸다면 정말 기록적으로 빠른 첫눈이었을 텐데. 오늘은 창문을 열어 놓고 빗소리를 들으면서 자야겠다.

학교에서 기말 시험을 보고 방금 집에 돌아왔다. 오늘도 어제처럼 하루 종일 엄청나게 추울 줄 알고 방수 코트를 입고 나갔는데, 등굣길은 괜찮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이 너무 더웠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함께 놀던 친구 하나가 기억난다. 얼굴을 처음 본 년도는 무려 초등학교 1학년 때였고, 동일 년도의 종이접기부 수업에서 처음 만나 말을 섞었다. 어째서인지 나는 초등학교 6학년, 즉 5년이 지나서까지 종이접기부에서 인사를 나눈 그 친구를 잊지 않고 있었고, 당연하게도 그 친구는 나를 조금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종이접기부를 다니지 않았느냐고 말했더니, 불신의 눈으로 어디서 들은 걸로 자신을 속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 친구 덕분에 자주 닌텐도 wii 게임을 했었다.

학원에 와서 사설 모의고사를 보았다, 86점이었다. 반 농담으로, 수능날에 때마침 기적이 일어나서 갑자기 1등급으로 점수가 확 올라갔으면 좋겠다. 엄청난 집중력이 내게 깃든다거나 하면 가능한 일이다.

내일은 시험 마지막 날이다, 조금 아쉽다. 1시 즈음 학교 끝나는 게 너무 편하고 좋았는데, 슬프게도 내일이 지나면 다시 5시에 하교해야 한다. 세상에, 시험 끝나는 게 아쉬워질 줄은 몰랐다.

오늘은 평소와는 다르게 학원에 일찍 왔다, 덕분에 6시 반이면 집에 간다. 이렇게 학원이 일찍 끝나는 건 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아직 날이 밝은데 학원에 앉아 있다니, 뭔가 적응이 안 되는 느낌이다.

어제 오전에 하루치 가정학습 신청서를 냈는데, 시험 성적 이의 신청 기간이라는 이유로 반려되었다. 그게 원칙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조금 속상했다. 금요일엔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지내고 싶었는데, 추위를 뚫고 학교까지 걸어가야 한다니.

집에 에어프라이어가 있으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에어프라이어 덕을 보는 일은 많은 것 같다. 냉동 인스턴트 치킨 너겟이 완전 처치곤란이었는데, 에어프라이어에 튀겨 보니 간편하고 맛있었다.

잡념이 많아지는 밤이다,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가끔 느끼는 건데, 나는 잠이 좀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잠이 없는 사람은 하루에 세네 시간 선잠을 자고도 다음 날 말똥말똥하게 깨어나서 활동한다던데, 나는 피곤해서 도무지 그럴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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