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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1/08/25 20:03:08 ID : vg42Hu4Fiks
이런 얘기 잡담판에 쓰는 거 맞나..?
이름없음 2021/08/25 20:03:50 ID : vg42Hu4Fiks
참고로 나는 중학교 갓 졸업한 고딩이야
이름없음 2021/08/25 20:05:23 ID : vg42Hu4Fiks
중학교 때 학교에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쌤이 중2땨 우리 학년을 안 맡으셔서 수업은 못 들었었어
이름없음 2021/08/25 20:08:34 ID : vg42Hu4Fiks
그때 내가 친한 애들이랑 다 떨어지고 우리 무리랑 사이 안 좋은 무리 애들이 단체로 같은 반에 걸려서 좀 겉돌았었는데 내가 공부를 많이는 아니지만 조오오금 잘했어서 걔네가 날 되게 못살게 굴었어 내가 시험 며칠 전에 안 쓰는 팔 다쳐서 오니까 아 아쉽다 서술형 못쓰게 반대쪽 팔 다쳤어야 하는데 이러는 정도?
이름없음 2021/08/25 20:11:20 ID : vg42Hu4Fiks
근데 내가 윗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걸 되게 좋아해서 친구도 나같은 애들 사귀고 맨날 다른 반 애들이랑 교무실 놀러가서 쌤들이랑 놀았거든 그러니까 또 반에서는 쟤 쌤한테 아부떨어서 수행 점수 잘 받으려고 한다는 식으로 모함을 해대니까 반에 붙어있기가 더 싫어서 그냥 수업 끝나면 바로 쌤 따라 교무실 들어가서 종 칠때 나왔던 것 같애
이름없음 2021/08/25 20:17:28 ID : vg42Hu4Fiks
근데 내가 제일 자주 가는 교무실에 그 시각장애 가진 쌤이 계셨어 그래서 어차피 우리 학년에 안 들어오시는 거 못할 말 없지 하면서 반에서 힘든 거 다 털어놓고 반 애들 욕하고 그 외에도 심심하니까 그 쌤 옆에서 맨날 떠들어서 좀 친해졌어
이름없음 2021/08/25 20:19:14 ID : vg42Hu4Fiks
근데 그 쌤이 아무래도 눈으로 보는 일을 못하시니까 특수 기기같은 걸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시켜서 귀로 들으면서 일을 하셔야 되는데 내가 맨날 와서 떠드니까 일을 못하시는 것 같길래 죄송해서 한 한달? 두달 정도를 지나가다가 만나면 인사만 하고 전처럼 막 떠들지는 않았어
이름없음 2021/08/25 20:21:33 ID : vg42Hu4Fiks
근데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다른 쌤 심부름 때문에 그 교무실에 들어왔는데 그 쌤이 계시더라 그래서 평소처럼 인사만 하고 심부름 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내가 인사도 하기 전에 갑자기 쌤이 "ㅇㅇ이 왔니? 요즘 바쁜가 봐" 하시는 거야
이름없음 2021/08/25 20:23:58 ID : vg42Hu4Fiks
다시 말하지만 시각장애가 있으셔서 앞을 전혀 못 보셔 그렇다고 내가 들어와서 뭔가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기침을 하거나 숨을 가쁘게 쉰 것도 아닌데 아무 의심도 없이 그냥 바로 나라는 걸 알아보신 거야
이름없음 2021/08/25 20:27:46 ID : vg42Hu4Fiks
그래서 어 쌤 저인거 어떻게 알았어요??? 하니까 내 발걸음 소리로 알았대 학생들 다 똑같은 실내화 신고 다니는데 어떻게 발걸음 소리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냐고 신기해하니까 당연히 다른 사람은 구분 못 하는데 니가 들어오는 건 멀리서 들어도 알 수 있다는 거야
이름없음 2021/08/25 20:34:03 ID : vg42Hu4Fiks
지금 글 쓰면서도 살짝 울컥했는데 이때 당시에는 그냥 마냥 신기해서...ㅋㅋㅋㅋ 헐 진짜요??? 하면서 내가 어떻게 걷냐고 물어봤더니 엄청 조심스럽게 쫄래쫄래 걸어오는데 동시에 뭔가 신나서 가볍게 통통 걸어오는 소리라는 거야 근데 솔직히 난 들어도 전혀 무슨 소린지 모르겠거든 게다가 평소에는 교무실에 사람도 엄청 많아서 무수히 많은 소리가 들릴텐데 고작 내 발걸음 소리가 어떻게 들릴수가 있지
이름없음 2021/08/25 20:34:56 ID : SFiqmK581ju
할 대박 감동ㅇ이다...
이름없음 2021/08/25 20:41:30 ID : vg42Hu4Fiks
그랬는데 쌤이 아무 말도 없다가 내가 인사하고 나가려고 하니까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그동안 내 발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요즘 안 와서 서운했다고 많이 바쁘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앞으로 자주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바로 시험기간이라 교무실 출입 금지되고 시험 끝나고 고입 준비하고(어차피 떨어질 건데 그냥 준비하지 말고 좀 놀 걸...) 동아리에 학급 행사에 너무 바빠서 교무실 거의 못 가고 가더라도 그냥 제가 왔습니다! 다시 갑니다!! 이 짓만 몇달 하다가 중2가 끝났어
이름없음 2021/08/25 20:42:15 ID : vg42Hu4Fiks
헉 지금 정신이 없어서 횡설수설하면서 쓰고 있는데 들어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21/08/25 20:44:05 ID : 7s02rfcNuq7
스레딕하면서 가장 말로 표현할수 없는 감정이 든 스레다… 너무 감동적이다
이름없음 2021/08/25 20:45:16 ID : vg42Hu4Fiks
그리고 중3때는 코ㅗㅗㅗ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등교도 거의 못하고 등교 해서도 거리두기 한다고 쉬는시간이 5분으로 줄어든 데다가 교실 밖으로 못 나가게 해서 거의 못 뵀지.... 그래서 내심 이 쌤 내 발소리는 고사하고 목소리도 까먹으시면 어떡하지 하면서도 그냥 그렇게 지내다가 졸업식도 못하고 허무하게 졸업을 했어...ㅠ
이름없음 2021/08/25 20:48:12 ID : vg42Hu4Fiks
그러다가 이제 고딩이 되고 지옥같은 k고딩 라이프를 살다가 우리 학교 여름방학 끝나기 전에 내가 나온 그 중학교 방학이 끝났다고 하길래 오랜만에 쌤들 보러 가야지 생각하고 비타오백 4박스를 사서 중학교를 다시 찾아갔어
이름없음 2021/08/25 20:49:01 ID : vg42Hu4Fiks
고마워 내 소중한 기억을 누군가가 감동적이라고 느껴준다는게 되게 좋네
이름없음 2021/08/25 20:50:25 ID : vg42Hu4Fiks
학교 가서 쌤들이랑 다 인사하고 비타오백 드리고 한참 수다 떨면서 놀다가 점심시간 돼서 다른 쌤이랑 학교 나가서 밥까지 얻어먹고 한참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그 쌤만 안 보이는 거야
이름없음 2021/08/25 20:51:57 ID : vg42Hu4Fiks
그래서 설마 다른 학교 가셨나 해서 여쭤보니까 그건 아니고 입학생이 엄청 줄어서 남는 교실이 너무 많으니까 그 쌤 쓰시라고 교실 하나를 통째로 드렸다고 하더라 신나서 바로 거기로 뛰어갔지
이름없음 2021/08/25 20:56:49 ID : vg42Hu4Fiks
1층부터 4층까지 후다닥 뛰어올라가서 그 쌤 이름 적힌 교실이 있기래 문 두드리고 확 열었는데 무슨 청춘 드라마처럼 청량한 하늘색 하늘에 바람 불면서 커튼 막 휘날리는 교실에 쌤이 혼자 점자책 들고 앉아계시더라 물론 그때 상황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내 기억이 미화된 걸수도 있지만
이름없음 2021/08/25 20:59:35 ID : vg42Hu4Fiks
그래서 내가 문 열고 살짝 들어가서 쌤한테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가까이 가자마자 쌤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씩 웃더니 "오랜만이네?" 하시는거야
이름없음 2021/08/25 21:02:18 ID : vg42Hu4Fiks
심지어 그때는 실내화도 아니고 운동화 신고 있었는데... 2년 전에야 별 생각 없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너무 놀라고 감동이어서 약간 울컥하면서 이번에도 발걸음 소리로 알았냐고 하니까 솔직히 걸어오는 것만 듣고는 좀 긴가민가했었는데 가까이 오니까 나인걸 바로 알겠더래
이름없음 2021/08/25 21:04:15 ID : js64Y1hhzdW
와 진짜 영화같다..
이름없음 2021/08/25 21:04:49 ID : vg42Hu4Fiks
안 까먹고 와줘서 고맙다고 2년동안 기다렸다고 하시면서 장난식으로 다음에는 더 잘 알아볼 수 있게 실내화 신고 오라고 하시길래 진짜 겁나 울었어....
이름없음 2021/08/25 21:06:24 ID : vg42Hu4Fiks
사실 나도 아직 되게 꿈 같아 중학교 때 교무실 같이 놀러다녔던 친구들한테도 말해줬는데 감동적이라고 신기해하면서도 과장한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
이름없음 2021/08/25 21:09:35 ID : js64Y1hhzdW
정말 이야기처럼 따뜻하고 엄청 몽글몽글 해서 그런걸까? 제 3자고 모르는 사람인 나이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니 엄청 따뜻해져! 그 선생님은 물론 레주 너도 엄청 따뜻하고 좋은 사람 같다ㅎㅎ
이름없음 2021/08/25 21:09:39 ID : vg42Hu4Fiks
우는 거 안 들키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목소리에 다 묻어나니까 눈치채시더라 아이고 왜 울어 하면서 한참 가만히 옆에 있어주시길래 진짜 펑펑 울다가 정신차리고 2년동안 못한 얘기를 그때 와다다 풀어서 다 했지...ㅎㅎㅎ
이름없음 2021/08/25 21:12:31 ID : vg42Hu4Fiks
헉 고마워.. 쌤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셔 맨날 찾아와서 혼자 떠들고 가던 애 발소리를 2년이나 기다려주셨으니ㅠㅠㅠㅠ 나도 쌤처럼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 하는 중이야...ㅎㅎ
이름없음 2021/08/25 21:16:01 ID : vg42Hu4Fiks
근데 그렇게 감동적인 재회를 해놓고 고등학교 가서 그 쌤 과목을 말아먹었으면 좀 부끄러웠을 텐데 다행히도..? 그 쌤 과목 빼고 다 말아먹어서 그래도 쌤 과목은 엄청 잘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왔어 수다 한참 떨다가 슬슬 가려고 비타오백 드리니까 서랍에서 사탕을 왕창 꺼내서 주시더라
이름없음 2021/08/25 21:18:05 ID : vg42Hu4Fiks
이게 며칠 지난 일이기는 한데 오늘 쌤이 주신 사탕 몇개 까먹다가 갑자기 울컥해서 써봤어 아마 내가 성인이 되고 직장을 다니게 되더라도 평생 못 잊을 것 같아
이름없음 2021/08/25 21:24:38 ID : vg42Hu4Fiks
뭔가 할 말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일화가 이것뿐이라... 내 얘기는 여기까지야 들어준 레더들 고마워!
이름없음 2021/08/25 21:26:04 ID : e0skoK1vcsq
와 대박 감동..
이름없음 2021/08/25 22:09:16 ID : SFiqmK581ju
진짜 감동이다… 내 삭막한 인생에 너무 힐ㄹ링인 거 같아 힘들 때마다 보러 와야해 진짜
이름없음 2021/08/25 22:29:17 ID : vg42Hu4Fiks
그렇게 느껴줘서 고마워ㅎㅎ 그리고 네 삶에도 분명 소중한 인연이 찾아올거야!
이름없음 2021/08/25 23:22:53 ID : e3RzO61vhfg
세상에 와...선생님ㅠㅠㅜㅜㅜㅜㅜㅠㅠ들숨에재력을 날숨에ㅈ건강을얻어주세요 진짜 어떻거ㅣ이럴수가있냐 영화도 이렇게 안 만들어ㅠㅠㅜㅜㅜㅜㅜㅜㅠㅜ
이름없음 2021/08/26 18:00:56 ID : vg42Hu4Fiks
ㅠㅠㅠㅠㅠㅠ 사실 내가 들었던 쌤 인생이 되게 영화같긴 했어 특강같은 걸 열어서 학생들한테 강의+인생 얘기들을 자주 해주셨는데 어떻게 저렇게 멋지고 영화같은 삶을 사셨지 싶더라 근데 그런 삶에 잠시 스쳐지나간 학생1을 기억해주셨다는 게 무지 감동...
이름없음 2021/09/06 19:10:53 ID : bg2Hu4K2E01
헐 대박이다... 쌤도 멋있고 레주도 멋있는 듯 레전드 보내고 갈게 총총
이름없음 2021/09/10 07:15:51 ID : IINvBdQmpRv
오어.. 감동... 너무 좋은 사람이다 선생님이랑 레두 둘 다!
이름없음 2021/12/08 02:43:45 ID : rzcE5QoIHu4
ㅜㅜㅜ너무 좋은 얘기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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