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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옛날엔 싫어했는데 지금은 좋아진 음식, 재료 말해보자(반대도 좋음) (39)
중학교 때 학교에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쌤이 중2땨 우리 학년을 안 맡으셔서 수업은 못 들었었어
그때 내가 친한 애들이랑 다 떨어지고 우리 무리랑 사이 안 좋은 무리 애들이 단체로 같은 반에 걸려서 좀 겉돌았었는데 내가 공부를 많이는 아니지만 조오오금 잘했어서 걔네가 날 되게 못살게 굴었어 내가 시험 며칠 전에 안 쓰는 팔 다쳐서 오니까 아 아쉽다 서술형 못쓰게 반대쪽 팔 다쳤어야 하는데 이러는 정도?
근데 내가 윗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걸 되게 좋아해서 친구도 나같은 애들 사귀고 맨날 다른 반 애들이랑 교무실 놀러가서 쌤들이랑 놀았거든 그러니까 또 반에서는 쟤 쌤한테 아부떨어서 수행 점수 잘 받으려고 한다는 식으로 모함을 해대니까 반에 붙어있기가 더 싫어서 그냥 수업 끝나면 바로 쌤 따라 교무실 들어가서 종 칠때 나왔던 것 같애
근데 내가 제일 자주 가는 교무실에 그 시각장애 가진 쌤이 계셨어 그래서 어차피 우리 학년에 안 들어오시는 거 못할 말 없지 하면서 반에서 힘든 거 다 털어놓고 반 애들 욕하고 그 외에도 심심하니까 그 쌤 옆에서 맨날 떠들어서 좀 친해졌어
근데 그 쌤이 아무래도 눈으로 보는 일을 못하시니까 특수 기기같은 걸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시켜서 귀로 들으면서 일을 하셔야 되는데 내가 맨날 와서 떠드니까 일을 못하시는 것 같길래 죄송해서 한 한달? 두달 정도를 지나가다가 만나면 인사만 하고 전처럼 막 떠들지는 않았어
근데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다른 쌤 심부름 때문에 그 교무실에 들어왔는데 그 쌤이 계시더라 그래서 평소처럼 인사만 하고 심부름 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내가 인사도 하기 전에 갑자기 쌤이 "ㅇㅇ이 왔니? 요즘 바쁜가 봐" 하시는 거야
다시 말하지만 시각장애가 있으셔서 앞을 전혀 못 보셔 그렇다고 내가 들어와서 뭔가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기침을 하거나 숨을 가쁘게 쉰 것도 아닌데 아무 의심도 없이 그냥 바로 나라는 걸 알아보신 거야
그래서 어 쌤 저인거 어떻게 알았어요??? 하니까 내 발걸음 소리로 알았대 학생들 다 똑같은 실내화 신고 다니는데 어떻게 발걸음 소리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냐고 신기해하니까 당연히 다른 사람은 구분 못 하는데 니가 들어오는 건 멀리서 들어도 알 수 있다는 거야
지금 글 쓰면서도 살짝 울컥했는데 이때 당시에는 그냥 마냥 신기해서...ㅋㅋㅋㅋ 헐 진짜요??? 하면서 내가 어떻게 걷냐고 물어봤더니 엄청 조심스럽게 쫄래쫄래 걸어오는데 동시에 뭔가 신나서 가볍게 통통 걸어오는 소리라는 거야 근데 솔직히 난 들어도 전혀 무슨 소린지 모르겠거든 게다가 평소에는 교무실에 사람도 엄청 많아서 무수히 많은 소리가 들릴텐데 고작 내 발걸음 소리가 어떻게 들릴수가 있지
그랬는데 쌤이 아무 말도 없다가 내가 인사하고 나가려고 하니까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그동안 내 발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요즘 안 와서 서운했다고 많이 바쁘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앞으로 자주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바로 시험기간이라 교무실 출입 금지되고 시험 끝나고 고입 준비하고(어차피 떨어질 건데 그냥 준비하지 말고 좀 놀 걸...) 동아리에 학급 행사에 너무 바빠서 교무실 거의 못 가고 가더라도 그냥 제가 왔습니다! 다시 갑니다!! 이 짓만 몇달 하다가 중2가 끝났어
그리고 중3때는 코ㅗㅗㅗ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등교도 거의 못하고 등교 해서도 거리두기 한다고 쉬는시간이 5분으로 줄어든 데다가 교실 밖으로 못 나가게 해서 거의 못 뵀지.... 그래서 내심 이 쌤 내 발소리는 고사하고 목소리도 까먹으시면 어떡하지 하면서도 그냥 그렇게 지내다가 졸업식도 못하고 허무하게 졸업을 했어...ㅠ
그러다가 이제 고딩이 되고 지옥같은 k고딩 라이프를 살다가 우리 학교 여름방학 끝나기 전에 내가 나온 그 중학교 방학이 끝났다고 하길래 오랜만에 쌤들 보러 가야지 생각하고 비타오백 4박스를 사서 중학교를 다시 찾아갔어
학교 가서 쌤들이랑 다 인사하고 비타오백 드리고 한참 수다 떨면서 놀다가 점심시간 돼서 다른 쌤이랑 학교 나가서 밥까지 얻어먹고 한참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그 쌤만 안 보이는 거야
그래서 설마 다른 학교 가셨나 해서 여쭤보니까 그건 아니고 입학생이 엄청 줄어서 남는 교실이 너무 많으니까 그 쌤 쓰시라고 교실 하나를 통째로 드렸다고 하더라 신나서 바로 거기로 뛰어갔지
1층부터 4층까지 후다닥 뛰어올라가서 그 쌤 이름 적힌 교실이 있기래 문 두드리고 확 열었는데 무슨 청춘 드라마처럼 청량한 하늘색 하늘에 바람 불면서 커튼 막 휘날리는 교실에 쌤이 혼자 점자책 들고 앉아계시더라 물론 그때 상황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내 기억이 미화된 걸수도 있지만
그래서 내가 문 열고 살짝 들어가서 쌤한테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가까이 가자마자 쌤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씩 웃더니 "오랜만이네?" 하시는거야
심지어 그때는 실내화도 아니고 운동화 신고 있었는데... 2년 전에야 별 생각 없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너무 놀라고 감동이어서 약간 울컥하면서 이번에도 발걸음 소리로 알았냐고 하니까 솔직히 걸어오는 것만 듣고는 좀 긴가민가했었는데 가까이 오니까 나인걸 바로 알겠더래
안 까먹고 와줘서 고맙다고 2년동안 기다렸다고 하시면서 장난식으로 다음에는 더 잘 알아볼 수 있게 실내화 신고 오라고 하시길래 진짜 겁나 울었어....
>>24 사실 나도 아직 되게 꿈 같아 중학교 때 교무실 같이 놀러다녔던 친구들한테도 말해줬는데 감동적이라고 신기해하면서도 과장한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
>>26 정말 이야기처럼 따뜻하고 엄청 몽글몽글 해서 그런걸까? 제 3자고 모르는 사람인 나이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니 엄청 따뜻해져! 그 선생님은 물론 레주 너도 엄청 따뜻하고 좋은 사람 같다ㅎㅎ
우는 거 안 들키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목소리에 다 묻어나니까 눈치채시더라 아이고 왜 울어 하면서 한참 가만히 옆에 있어주시길래 진짜 펑펑 울다가 정신차리고 2년동안 못한 얘기를 그때 와다다 풀어서 다 했지...ㅎㅎㅎ
>>27 헉 고마워.. 쌤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셔 맨날 찾아와서 혼자 떠들고 가던 애 발소리를 2년이나 기다려주셨으니ㅠㅠㅠㅠ 나도 쌤처럼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 하는 중이야...ㅎㅎ
근데 그렇게 감동적인 재회를 해놓고 고등학교 가서 그 쌤 과목을 말아먹었으면 좀 부끄러웠을 텐데 다행히도..? 그 쌤 과목 빼고 다 말아먹어서 그래도 쌤 과목은 엄청 잘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왔어 수다 한참 떨다가 슬슬 가려고 비타오백 드리니까 서랍에서 사탕을 왕창 꺼내서 주시더라
이게 며칠 지난 일이기는 한데 오늘 쌤이 주신 사탕 몇개 까먹다가 갑자기 울컥해서 써봤어 아마 내가 성인이 되고 직장을 다니게 되더라도 평생 못 잊을 것 같아
뭔가 할 말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일화가 이것뿐이라... 내 얘기는 여기까지야 들어준 레더들 고마워!
세상에 와...선생님ㅠㅠㅜㅜㅜㅜㅜㅠㅠ들숨에재력을 날숨에ㅈ건강을얻어주세요 진짜 어떻거ㅣ이럴수가있냐 영화도 이렇게 안 만들어ㅠㅠㅜㅜㅜㅜㅜㅜㅠㅜ
>>36 ㅠㅠㅠㅠㅠㅠ 사실 내가 들었던 쌤 인생이 되게 영화같긴 했어 특강같은 걸 열어서 학생들한테 강의+인생 얘기들을 자주 해주셨는데 어떻게 저렇게 멋지고 영화같은 삶을 사셨지 싶더라 근데 그런 삶에 잠시 스쳐지나간 학생1을 기억해주셨다는 게 무지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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