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09/23 21:24:32 ID : K3WmLhtdu62 6
누나가 중학교를 졸업 후, 누나는 고등학교 기숙사로 떠났고 나는 누나의 방을 내 방처럼 자유롭게 썼다. 주말에만 오니까 그 날만 내 방에서 잔 것 같다.
2 이름없음 2021/09/23 21:25:48 ID : K3WmLhtdu62 0
누나가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간 뒤로, 우리 가족은 누나 없는 추억을 하나, 둘 쌓아 나갔다. 점점 그렇게 멀어졌던 것 같다. 누나는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잘 가야 한다는 압박과 친구관계, 멀어지는 듯한 가족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3 이름없음 2021/09/23 21:27:39 ID : K3WmLhtdu62 0
누나가 고2 그러니까 내가 중3 여름방학 너무 더워 커튼을 다 치고 아무리 더워도 22도까지만 내려주던 아빠도 그 날은 19도까지 내리게 해줬는데 누나는 날씨가 참 좋다고 말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출장, 엄마는 미팅으로 나와 누나만 있던 주말 오후였다.
4 이름없음 2021/09/23 21:29:20 ID : K3WmLhtdu62 0
그 날따라 누나는 이상했다. 그저 밥을 함께 먹고 티비를 보던 사이가 됐는데 그 날은 내게 어떤 음료수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나는 바나나 우유라고 말했고 누나는 다음 날 바나나우유 30개를 사왔다. 누나는 내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고 내가 무엇이라 답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5 이름없음 2021/09/23 21:30:12 ID : K3WmLhtdu62 0
누나는 그 날 자살을 하려고 했다고 한다. 3층짜리 전원주택인 우리집 옥상은 잘못하면 실패할거 같아 미리 찾아둔 마을 뒷산 절벽에서 뛰어내릴 작정이었다고 한다.
6 이름없음 2021/09/23 21:30:57 ID : K3WmLhtdu62 0
오늘 누나와 함께 그 절벽으로 갔다. 이 마을에서 18년을 살았는데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누나는 예전에 유치원에서 온 적 있는 기억을 더듬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7 이름없음 2021/09/23 21:31:28 ID : K3WmLhtdu62 0
완벽한 계획, 자신이 없어도 행복해 보이는 가족, 불안한 미래, 무엇보다 살아갈 자신 없었다고 한다.
8 이름없음 2021/09/23 21:32:13 ID : K3WmLhtdu62 0
누나는 내가 그 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없어. 라고 답 했다고 한다. 그 무심하고 당연한 말이 그 날 자신을 뛰어내리지 않게 했다고
9 이름없음 2021/09/23 21:33:08 ID : K3WmLhtdu62 0
누나가 죽음을 결심한 그 열여덟살이 된 나는 행복하진 않지만 꽤 괜찮다. 아마도 누나보다 더 단순하고 무심한 성격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누나는 섬세하고 예민하고 감성적이니까.
10 이름없음 2021/09/23 21:33:31 ID : 4MmMkk2mq0m 0
멋지다. 좋은 말인 것 같아.
11 이름없음 2021/09/23 21:34:18 ID : K3WmLhtdu62 0
누나가 내게 사랑한다고 했다. 웃으면서 오글거린다고 말했지만 아마 알 것이다. 누나가 자살을 하려고 했다는 말을 듣고 떡볶이를 시킨 내 마음을, 매운걸로 날려버리자는 내 말을 듣고 넌 참 위로를 못한다며 꾸중을 한 누나는 내 위로를 알아 들었을 것이다.
12 이름없음 2021/09/23 21:35:38 ID : K3WmLhtdu62 0
사이가 좋다고 말하기엔 애매한 사이지만, 그래도 나는 누나를 사랑한다
13 이름없음 2021/09/23 21:36:41 ID : K3WmLhtdu62 0
살아줘서 고마워 누나
14 이름없음 2021/09/23 23:38:07 ID : nVdVe7teILh 0
뭐야.. 엄청 슬프다 누나가 많이 힘들었나보네 같은 18살이라 그런지 공감 된다 기숙사였으면 더 외로웠을텐데 너가 있어줘서 참 다행이었네
15 이름없음 2021/09/23 23:40:33 ID : rxV9cslwoFg 0
소중한 사람들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나날들에 이따금씩 끼어들어서 불규칙하게 만들어 줘. 그 작은 행운이 누군가에겐 살아가는 힘이 되니까.
16 이름없음 2021/09/24 10:25:22 ID : wLbA0rgphvx 0
이런 남동생이 있는 스레주의 누나는 행복할거야, 분명. 부럽다. 나도 이렇게 붙잡아주는 가족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7 이름없음 2021/09/24 12:55:54 ID : 1zWrxTRu66l 0
누나를 죽음에서 붙잡은건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족 중에 가장 어색했던 내가 됐지만 레스주들 삶에 무너질 때 한 번쯤은 잡아줄 그런 사람이 있을거야. 그게 스쳐가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나와 누나처럼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행복하라거나 힘내라는 위로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말 대신 이 글을 보거나, 레스 달아주었거나, 추천을 눌러준 레스주들 모두 걱정없이 잠드는 밤이 쌓여서 살아가길 빌게. 내가 불면증이 심해서 뭔가 잘자라는 말이 제일 위로가 되거든
18 이름없음 2021/09/24 12:57:41 ID : 1zWrxTRu66l 0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없어’ 라는 말은 나도 기억 못할 정도로 그냥 미친년이 왜 저러지 또 감성 타나 싶은 마음에 툭 뱉은 말이었는데 그 말이 누날 살린 것도 웃겨 ㅋㅋ 바나나 우유 30개를 사온건 한 달만 자길 기억해달라는 뜻이었다는데 그때도 난 이 녀니 기숙사 가서 돈이 남아 도나 이런 생각했지 ㅋㅋㅋㅋ 그런게 참 웃겨
19 이름없음 2021/09/24 13:15:19 ID : rxV9cslwoFg 0
사실 사람이 살게 되는 계기가 그렇게 엄청 막 특별한 건 아냐. 스레주가 무심코 던진 그 한마디는 본인에겐 큰 의미 없었을지 몰라도 그게 누나한테 도움이 되었다면 그 자체로 가치있고 의미있는 말이 아니었을까??
20 이름없음 2021/09/26 18:51:13 ID : vu5UY9AmMqp 0
시발 나도 남동생있는데 우리 돼지새끼도 내가 밥굶으면 밥해줌 ㅜ 난 아무것도 안해주는데 라면끓여줄까 먼저 물어보는 덩생은 우리동생밖에 없긴함 바지 짧은거 입으면 이상해 누나 바지가 그게뭐야 하지만 짜식 난 다안다고 흗 동생아미안 나도 이거읽으니까 으리집돼지생각나네 근데 맨날 롤한다고 시끄러워서 빡침 누나는 이제 잘 지내시나 근데 너 글 엄청 잘쓴다 읽기편하고 뭔가 음 머리속에서 그려져
21 이름없음 2021/09/26 23:06:14 ID : K3WmLhtdu62 0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은 처음인데 기분이 좋아지네 ㅋㅋㅋ 누나는 약도 먹고 상담도 다니는데 이제 죽고 싶지는 않대 하거 싶은 것도 생겼다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해서 지금 코로나 저주 중 주말마다 나도 누나랑 롤 같이 하고 ㅋㅋㅋㅋㅋㅋ 레스주 동생은 엄청 츤대레네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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