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왜 하는거야?

약간 레주가 하는 질문은 "밥 왜 먹어? 어차피 똥으로 다 배출하잖아" 이거랑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 음식을 먹으면서 영양소를 얻고 움직일 에너지를 얻으며, 엔도르핀이 활성화되는 등, 먹는다 이것만으로도 우리에게 기쁨을 주잖아. 하지만 때때로 우리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찬이나, 간이 잘 안 맞는 경우도 있을거고. 하지만 반찬이 마음에 안 들어서, 간이 내 입맛에 안 맞는다고 밥을 아예 안 먹어? 그건 아니잖아. 내 입맛에 맞는 반찬이 무엇인지, 내가 선호하는 간은 어떤지 고려하고 또 여러번 시도를 해보잖아. 또, 먹은 음식물을 배출한다해도 그 찌꺼기만 배출되지, 모든 것들이 그상태 그대로 배출되는게 아니잖아. 어떤 음식은 뼈에 좋아서, 간에 좋아서 먹잖아. 그리고 그 영양소나 효과는 내 몸에 남고, 남은 찌꺼기만 배출되고말이야. 연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잘 몰라서 실수할 수도 있어. 하지만 점점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성격, 인상 등등 여러 요소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해. 물론 그 과정에서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너무 힘든 사랑이 올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그리고 헤어지는데 왜 만나냐고 했지? 아까 내가 똥을 싸도 영양소나 음식의 효능은 우리 몸으로 온다고 했잖아. 그거랑 비슷한 맥락이야. 왜 처음에 외국어를 잘 하려면 그 나라사람하고 연애를 하라고 하잖아? 그것처럼 연애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해. 단순히 사랑만 한다는게 아니야. 이 사람은 평상시에 시간 관리를 잘 하네? 나도 한번 시간을 분배해서 먼저 해야 할 것들을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식으로 나 자신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데도 도움이 되지. 너무 말이 빙 둘러서 왔는데 일단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연애를 하면서 사랑도 배우지만, 그 외에것도 배우게 된다는 사실이야. 그리고 헤어지면 뭐 어때? 그 사람을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은 진짜로 레주 네가 느꼈던 감정이잖아. 이번에 쓰레기 만났어? 다시는 연애같은거 안 할거야! 라기보다는 그럼 이런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겠다, 아, 이 행동이/발언이 너무 아프다, 나도 다른 사람한테 이런 말은 장난으로라도 하지 말아야겠다, 등등이 너를 더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 너무 두서없이 써서 미안해 헤어지는 걸 전제로 깔고 연애를 왜 하냐는 레주의 물음이 좀 내 입장에서는 안타깝게 느껴져서 이렇게 써버렸네. 만약 내가 레주를 가르치는 것 같다거나 불편하다면 언제든지 펑할테니깐 편하게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