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12/11 04:28:25 ID : u9y5gi4GtAn 0
내 첫 기억은 다섯살 때, 문막이라는 동네에서 시작됐다. 그때의 난 친구와 로보트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친구가 없으면, 마을 중앙에 있는 커다란 밤나무 밑에 떨어진 밤송이들을 주우며 시간을 보냈었다. 한번씩, 엄마와 아빠가 싸울때면 나는 너무 당황해서 할머니 방으로 도망치곤 했었다. 할머니는 그때마다 소주를 드셨다.
2 이름없음 2021/12/11 04:32:20 ID : u9y5gi4GtAn 0
문막에서의 아빠에 대한 기억은 두가지로 남는데, 머리가 너무 길면 이발을 해줄 때, 한번씩 시내로 나갈 때, 아버지가 자전거에 나를 태우고 나가곤 했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번.. 엄마는 집에 들어오는 일이 많지 않았고, 아빠도 위에 두 일이 아니면 나를 찾는 경우가 없었다. 할머니는 항상 내가 밤나무 밑에서 주워온 밤송이를 쪄서 같이 까먹어주곤 했었다.
3 이름없음 2021/12/11 04:37:01 ID : u9y5gi4GtAn 0
그러다 내가 모르는 이유로 시간은 흘러, 우리는 경상도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나의 늦잠으로 입학식날 지각을 하였고, 나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 헐레벌떡 교문을 통과하였다. 여선생님이 정중하게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나에게 살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정말 미안하게도, 이 모습이 내 기억에 남는 그 여선생님의 유일한 모습이었다. 학교를 다닌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엄마는 누운채 움직이지 못하였고, 항상 나를 못본척하던 누나는 엄마 옆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할머니는 매일 나를 안아주셨다. 안아주시면서 누군가를 나쁜사람이라고 말씀하셨었는데, 사실 그건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그리고 이사가면서 보지 못했던 아빠가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나타났다.
4 이름없음 2021/12/11 04:48:24 ID : u9y5gi4GtAn 0
나는 쓸쓸했다. 할머니도 어디론가 가고 없었고, 엄마는 늘 집에 있다가 누나와 함깨 사라졌다. 혼자 집에 있는 동안, 친구가 알려줬던 달고나 만드는 법을 집에서 실행해보았으나, 실패로 끝나버렸다. 처음엔 혼날 생각에 굉장히 침울해 있었지만, 저녁이 되었는데도 집에 아무도 오지않았다. 혼자서 실패한 달고나를 긁어먹으며 디지몬을 볼때만해도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안락하였다. 문제는, 잠에 들때였다. 티비에선 점점 알수없는 아저씨들이 나오는 방송만 나오기 시작하였고, 친구가 말했던 귀신이야기가 점점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신이 오지않길 바랬다. 두려움에 벌벌 떨다보니 서서히 의식이 흐릿해지고, 난 그렇게 아침을 맞이했다.
5 이름없음 2021/12/11 04:53:49 ID : u9y5gi4GtAn 0
아침이 되었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일어나라고 재촉하는 엄마도 없었고, 아침밥을 차려주던 할머니도 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나는 밖을 나왔다. 그 시절에 친했던 1살위의 형 집을 무작정 찾아갔었는데, 대문을 두드리니 형 대신에 형의 엄마가 나오셨다. " 무슨일이니? " " 엄마가 집에 안계셔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대충 이런 대화를 나눴는데, 형의 엄마는 나를 집에 들여보내주고 머리를 감겨주시고 양치를 시키셨다. 정말 귀찮은 일이었는데, 난 엄마들은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에 간단한 식사를 차려주셨고, 나는 그걸먹고 다 못먹겠다는 반찬투정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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