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스레주인 나
-망신살이 제대로 끼였나 쪽팔리는 짓 밖에 못 함. 안 친한 애한테 이상한 사진 보내서 쪽팔려하기 만렙. 맛보기로 좀 얘기하자면 딱 1년 전 일인데 ㅅㅂ 고등학교 올라가서 처음 본 애한테 중학교 급식표 보여줌 존나 당당하게 와와중학교 급식표 들고 안 맛없는데??? 오늘 불고기 나와!!!! 이지랄함
그리고 내 친구 별척(가명)
-사주, 괴담, 저주, 딥웹, 해킹, 애니, 아이돌, 배우, 기본상식 등등 걍 별의 별 정보를 다 알고 있음 특이사항은 운동중독 얘 부모님이 기숙사 들어가라고 난리인데 아침마다 50분 거리를 걍 걸어감 이제 그냥 어머님도 체념하신 듯… 아 그리고 얘 해킹으로 돈도 벌었음 아이피 딴다 그러나? 아무튼 그거 할 줄 알아서 중학교때부터 서열질 하는 여자애들이 의뢰 같은 걸 해가지고 한 건당 500원씩 받고 에스크에 욕 쓴 애들 찾아줌
사건 당일, 중학교 1학년인 나는 망신살이 제대로 발동했다 스레 초반부터 커밍아웃 궁금하지 않겠지만 스레주는 양성애자다
같은반 여자애가 너무 예쁘고 귀엽고 (제일중요)성격이 너무 착하고 참했음 뭔가 참하다가 어울리는 친구… 아직도 가끔 연락 하고 지냄 아무튼 난 차마 좋아한다는 말은 못 하고 홀로 마니또를 자처하고 있었는데
둘 다 바닥 쓸기 당번이라 걸레 내가 혼자 걸레 빨고 달려오기 레이스를 벌이고 걔가 읽고 싶은 책 다 대출중이라 건너건너 몇 없는 먼지만한 인맥을 털어 반납을 한달째 미루는 학생에게서 도서부로 위장하고 반납시켰고 아무튼 이것저것 하다가 방학식 전날 선물을 하나 해주고 싶었음
내가 맨 위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들어간다 그랬잖아?? 바로 아래에 있는 신발장 밟고 새처럼 뭐 거의 날았음 이상 날개처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보자꾸나 이 구절처럼 걍 뛰어올랐는데 문제는 진짜로 딱 한 번만 날아버렸음 그리고 그대로 떨어질때 책상이랑 굴러서 추락했지
그것도 엄청엄천 화난 표정으로 내 바로 앞에 별척이 핸드폰이 있었는데 액정 산산조각 났었다 정황상 별척이가 던졌다고 봐야겠지? 둘이 눈이 마주쳤는데 난 그냥 슬그머니 피했다 난 그냥 잘못 넣은 나의 우정편지를 바꿔 놓으려던 것 뿐인데 의도치 않게 별척이의 가정사를 쿡 찔러버림
난 거의 엎어지는 것처럼 앉아있었는데 별척이가 무릎 구부리고 나랑 눈 마주치면서 집요하게 물어보는 거임
똑바로 말하라고 스레주
아니 일단 난 억울하고요 다리도 진짜 아프고 편지도 빼내야 하는데 눈 앞에 얘는 뭐 혼자 교실에서 분신사바라도 한 건지 어디까지 봤냐, 들었냐 똑바로 말해라 지가 뭔 경찰이냐고
아니 ㅅㅂ 내가 몇 번을 아니라고 말했는데 귀를 안 파고 다니나 이 련이 나한테 지금 뭔 말을 하라는 건지 남이 넣은 편지 함부로 읽었으면 걍 조용히 입 다물고 있던가 그걸 굳이굳이 말하고 (근데 별척이는 내가 통화 내용 들은 줄로만 알았단 말임…ㅎ) 아니 그리고 심ㅈㅣ어 내가 왜 그새끼를 좋아함 ?!!!!! 난 여자애 좋아한다고 속으로 참고 참다가 터져버린 나는 그날 별척이랑 한바탕 싸움;
그렇게 한바탕 하고 나서 우리가 싸움을 멈춘 계기는 참 단순했다 그냥 지치고 아팠거든 아니 진짜 싸움 주구장창 하는 것도 너무 괴롭고 힘든 일임 한 10분 그러고 있어도 손 저리고 걍 만사가 귀찮아 우리 둘 다 정신 차리는 게 빠른 편이라 그냥 대충 내가 처맞다가 피하고 별척이도 더이상 나 안 때리고 그렇게 끝났지
떡볶이국물이 손가락에 묻는 지도 모르고 난 별척이 멍청하게 쳐다봤어
ㅇㅇㅇ응…?
이러고 가만히 보고 있는데
아까 통화한 거. 우리 집 사업 망했는데 오빠가 전화와서 돈 달라고 지랄했거든 너 다 들은 줄 알았는데 아니네.
쿵.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렸음 아니 얜 갑자기 이걸 나한테 말하고… 그렇게 협박하고 폭력까지 행사하던 가정사를 이렇게 말해도 되는 것인가? 아니 그보다 얘 괜찮은 건가? 갖가지 의문이 들었고 어쩐지 애가 표정을 볼수록 좀 담담한거임 그냥 별 의미없이 이왕이렇게 된 김에 지 속얘기 하는 건가 싶어서 나도 가볍게 받아줬다
나 사실 우리반 여자애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