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본 스레에서 적어나갈 이야기들은, 모두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 이 모든 일들을 겪은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라는 점을 명시해줘.

탐정이라는 직업, 2021년에 공식 직업으로 등록됐지. 사실, 탐정이라는 이름이 아닐 뿐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예전부터 존재했지만서도. 흥신소나 심부름센타라고하면 꽤 유명하지? 누군가의 뒷조사를 의뢰하거나, 손이 더러워지는 일을 맡기는 곳.

이 이야기의 화자가 될 "그 분"은 이런 탐정업 중에서도 조금 깊은 곳에서 일하시던 분이야. 때로는 경찰의 의뢰를 받거나, 어떤 때는 외국 기업의 간부에게 부탁을 받기도 하는. 양지에선 아무도 모르는 평범한 남자지만, 이런 물밑 사정에 훤한 이너서클에선 깨나 유명한 사람이였어.

지금 그 분은 사업을 정리하고 여생을 즐기시는 중이시고, 나와는 조금 특별한 계기(필연적으로 여기에 이야기하게 될)로 연락이 닿아 지금까지도 자주 만나고 있어. 그 분의 허락을 받아, 흥미 본위로 여러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해.

#1. 머리뼈를 찾습니다. 우리가 스레딕을 하는 이 순간에도, 빌딩 숲 그늘 사이에서 누군가는 살해당한다. 그건 익히 알려진 이야기.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감히 이야기하기도 두려운 끔찍한 일이지만, 사람은 결국 죽이는 동물이 아니던가. 의뢰자 A라고 부를 이 사람 역시, 저질러버렸다.

A는 가정이 있는 성실한 회사원이다. 대학 시절에 만나 결혼할 때까지 사랑한 와이프와, 사랑의 징표가 된 쌍둥이 아이.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산층의 가장으로서, 자식이 커가는 기쁨으로 살아가던 A는- 우연찮게 만난 고교 동창을 둔기로 살해하게 된다.

동창을 만난 것은 전철역의 일이다. 잔업에 지쳐 몸 가눌 힘 조차 없어보이던 A는, 개찰구 근처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건드리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본 곳엔,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친근한 얼굴이 웃고 있었다. A의 고교 동창인 "태호(가명)"다. 둘은 반가움의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회포를 풀어볼만한 장소로 발걸음을 돌린다.

두 남자는 객도 드문 시시한 호프집에서 연신 500을 부르짖으며 점점 거나하게 취하기 시작한다. 안주라곤 말라비틀어진 닭튀김과 뻥튀기가 전부. 그럼에도 그들은 무엇이 그리 반가운지 큰 소리로 떠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술에 잔뜩 취한 둘은, 어느새 주제를 건너고 건너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맹세코, 사람은 돈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누구도 버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잃는 것에 아쉬워한다. 동창은 '내가 이번에 또 크게 한 건 벌었다.'는, 해선 안 될 이야기. 자신의 명줄을 줄일 이야기를 꺼낸다.

동창 태호가 하는 이야기는 아주 간단한 두 단어로 정의될 수 있었다. "폰지 사기" (다들 알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은 나무위키를...) 그러나 법이라는 한 글자 단어도 미화와 장황함이 곁들어지면 그 본래 의미를 가늠하기 어려워지듯, 태호가 하는 이야기는 청산유수였다. 두 남자는 이야기에 심취했고, 늦은 밤이였기에 일단 후일을 기약하기로 한다.

A는 다음날 직장에 출근하고나서 어딘지 모르게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전날 먹은 술이 덜 깬건가? 아니면 잔업에 시달려 피로한건가? 아니다. A는 그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전날 태호가 해준 그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직장인의 월급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더구나, 학창시절때부터 머리가 좋기로는 정평이 난 태호가 아닌가. 태호의 쓰임새는 꽤나 헤퍼보였다. 당장 간만에 만난 그 날에도 수백만을 호가하는 고급 시계와 유명 브랜드로 점철된 겉모습. 어딘가 미심쩍기는 하지만, 이런 기회가 다시 찾아오겠는가? 태호의 말대로라면, 투자에 필요한 금액은 여유자금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만일 운이 나빠 잃게되거나, 이게 사기라면 그만둬도 큰 손해는 아니다. 태호를 믿고 해보는거다.

A는,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종일을 날렸다. 그날밤, 다시 태호를 만난 자리에서, A는 비상금 500만원을 쾌척한다.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수익배당금이 들어오고 있다.

"이거 진짜네...?" A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솔직히, 변변찮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돈이 복사가 될리가 없잖아. 기껏해야 해외에 공장이나 돌려서 국내로 싸게 물건을 들여오는, 흔하디 흔한 업첸데도. 그러나 통장에 분명히 찍힌 55만원은 금융기관의 사기예방포스터보다도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A는 몇 주간 투자원금을 웃도는 700만원을 벌었다. 이주일을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돈 200만원을 가만히 앉아서 번 셈이다. A가 한 일이라곤 태호가 일러주는 계좌에 500만원을 한 번 송금한 것, 그 뿐이다. A는 좋아진 기분에 와이프에게 명품을 선물하고, 다시 태호와 만났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태호가 결정타를 날릴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폰지사기꾼들이 피해자를 모집하는 흔한 방법 중 하나고, 실제로 그러하니까. "이건 수익은 더 많은데, 대신 원금이 더 필요할걸. 나 정도 되는 투자자만 알려주는 정본데." 태호가 놓은 미끼는 구색일 뿐. 이미 500만원을 송금한 시점에서 A는 통발에 갇힌 뒤였다.

A는 며칠간 아내를 설득했다. 태호도 직접 집에 찾아가 제수씨에게 설명을 한 결과, 신혼자금과 주택담보대출금을 합친 2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마저도 와이프의 성화로 인해 2억을 덜어낸 금액이였다. 그 돈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회사에 송금되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수익배당금은 찍히지 않았다. A는 철렁 내려안는 가슴을 붙잡고 태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호야? 나 왜 배당금이 안 들어왔지?" 태호는 능청스레 답한다. "오늘 회사 휴무일이라 그래. 내일 들어갈거야." A는 안심하고 가족들과 외식을 나갔다. 와이프의 표정이 밝다. 그리고 다음날, 배당금은 찍히지 않았다.

태호는 연락을 받지 않는다. 태호가 일러준 회사의 번호도 없는 번호라고만 나온다. 분명 투자회사의 팀장과 그 번호로 통화도 했었는데, 하루아침에 없는 번호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나중에 안 바로는, 전화번호따윈 간단히 조작할 수 있는 것이였다. A는 경찰 금융범죄과에 수사를 의뢰하고 나서, 이것이 유명한 폰지사기라는 것을 이해했다. 피해자는 50여명. 총 금액은 800억에 달했다. 주모자와 그 심복들은 이미 동남아시아로 도주한지 오래다.

사기 이후, A의 삶은 많은 것이 바뀌어있었다. 사랑하는 와이프는 편지 한 장도 남기지 않은 채 도망갔고, 자식도 그녀의 손에 이끌렸다. 남은 것이라곤 대출금이 한참 남은 공허한 아파트와, 수북히 쌓인 채 파리가 꼬여버린 음식찌꺼기들. A는 거의 미친사람처럼 살다가 어느날 태호와 연락이 닿는다. 태호는 자신도 피해자라며 사정을 설명할테니 만나자고 제안한다. A는 침착하게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약속장소는 부둣가. 소주 몇 병과 마른 오징어를 손에 들고 태호를 만나러간 A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태호의 모습은 놀랄 수준이였다. 장신구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온 몸에 멍자국이 수두룩하다. 명품으로 번쩍였던 그의 늠름한 몸이, 다 헤진 추리닝복 차림이 되었다. 태호의 얼굴을 본 A는, 울분을 참지못해 일을 저지른다. 소주병을 그의 머리에 내리치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옛 친구의 머리와 경추 부위에 수차례 타격을 가한다. 이는 특수폭행치사다.

인적드문 부둣가의 어선창고에서, A는 범행을 저질렀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미 주둥이부분밖에 남지 않은 유리병을 계속해서 피흐르는 주검에 난도질한다. 가쁘게 차오르던 숨이 점점 진정될 때쯤, A는 되돌리지 못할 일을 두 번째 저질렀음을 발견한다.

A는 당황한 나머지 시신을 일단 버려진 폐창고에 유기한다. 운이 따랐는지, 그 창고는 도산한 거래처 회사의 소유지다. 일전에 방문해봤기에 구조는 서툴게도 아는 편이다. 이 곳이라면 방문할 사람도 없다. 일단 시신을 내버려둔 후, 잠시간의 고민끝에 시신을 암매장하기로 한다. A는 서둘러 필요한 물건들을 모집했다. 골프가방, 밧줄, 종량제봉투, 그 외의 잡다한 공구들. 이런 것들은 집에 있던 것들이기에, 일단 택시를 잡아 집으로 가기로 한다. A는 택시에 타 다급히 주소를 부르고, 따블로 줄테니 총알로 가달라고 애원한다. 기사는 눈이 어두웠는지, A의 모습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흔쾌히 승낙하고 A의 아파트 단지까지 차를 몬다. 그리고, 돈을 받기 위해 차내의 전등을 켜고 나서야 A의 모습을 목도한다. 상체 곳곳에 피가 튄 A의 모습을.

기사는 기겁을 하며 고함을 친다. A는 자신의 모습을 그제서야 알아채고는 서둘러 변명한다. "뺑끼(페인트)칠을 하느라... 놀라진 마세요." 기사는 이내 사람좋게 웃으며 깜짝 놀랐다며 능청을 떤다. A는 하는 수 없이 옷을 뒤집어입고, 손에 침을 받아 얼굴에 묻은 피를 지운다. 그리고 황급히 집으로 올라간다.

가는 길에 이웃을 마주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심장박동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몸의 혈관이 진동하는 듯한 긴장감 속에, A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층수가 올라갈 수록, 누군가 멈춰세우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엘리베이터는 한번의 멈춤도 없이 A가 사는 층수에 도달했다. A는 경박한 손놀림으로 키패드를 누르고 문을 열어젖혔다. "여보...?"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다. 도망갔던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돌아와있는게 아닌가? 설마하니 태호를 죽인 것도, 돈을 잃은 것도, 아내가 도망갔던 것도 모두 꿈인가? 허나 아내의 입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나 만나는 사람이 생겼어. 이혼서류에 도장 찍어줘."

A는 절망한다.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나빠지고 있었다. A에겐 기회가 없었다. 한때 사랑했던 아내의 눈에선 증오와 외면의 감정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A는 말없이 자신의 인감을 꺼내 던져주듯 아내에게 건넨다. 그리고는 위에 열거했던 도구를 챙겨 집을 나선다. "그거는 뭐에 쓰려고 그래? 오빠 설마 자살하려고 그러는거야?" A는 대답없이 집을 나선다.

무겁다. 태호의 몸은 예상한 것보다 무거웠다. 전철역에서 만났을 때보다야 야위였지만, 여전히 장대한 거구다. A는 자기 몸무게보다 더 나가는 시신을 자력으로 옮길 자신이 없어졌다. 폐창고에서 태호의 몸을 접어 가방에 집어넣는데까진 성공했으나, 이걸 옮길 힘이 없다. 집에서 나올때 끌고온 자동차까지만 어떻게 옮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A는 하는 수 없이 시신에서 머리를 분리한다. 구역질이 올라온다. 살면서 볼 일이 없었던 그 단면을 눈 앞에 둔 순간 신물이 올라오며 눈의 실핏줄이 터져나갔다. 예리한 소주병으로 목을 찢는데는 성공했으나, 뼈는 어떻게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방법은 간단하다. 폐창고에 있던 작두를 있는 힘껏 내리친다. 뼈는 간단히 분리되었다. 머리가 떨어지니 한결 가벼워졌다. A는 태호의 몸을 먼저 유기하고 그 다음에 머리를 버리기로 한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A는 태호의 몸은 산에 유기했지만, 머리는 폐창고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건가. 박 전무님의 후배라니, 거절할 도리도 없고.' 그는 도시 외곽에 작은 사무실을 두고 있다. 별다른 간판은 없다. 전주가 쓰다가 떼가지 않은 창문 속 당구장 마크가 해괴하게도 채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을 뿐. '그 분'이 본 A의 모습은, 한 마디로 얼빵했다. 일개 회사원이던 자가 이렇게까지 추락해버릴 줄이야. 사실, 드문 경우도 아니다만.

"시신은 어디다 묻으셨소?" 그 분은 오렌지 주스를 들이키며 말했다. A는 일말의 거침도 없이 XX산이라고 답한다. XX산, 군부대가 위치한 탓에 인근한 OO산보다 등산객의 발길이 적다. 장소 선택은 탁월하다. "묻을 때 어떻게 묻었지?" A는 몸서리치며 기억을 더듬는다. 목이 분리된 시신을 먼저 비닐에 넣고, 밧줄을 묶어 고정한 다음 골프가방에 구겨넣었다. 그리고 땅을 얕게 파서 그 안에 가방을 집어넣고 다시 묻은 다음, 낙엽같은걸로 덮었다.

"그럼 일주일 내로 잡힐거요." 그 분은 혀를 차며 A를 노려본다. A는 무슨 소리냐며, 뒷처리는 깔끔하게 했다고 말한다. 프로 앞에서 뒷처리라니, 애새끼 옷입히는 것도 스타일링이라면 스타일링이다. 먼저, 얕게 묻은 시신은 무조건 드러나게 되어있다. 비가 오면 토사가 쓸려서 가방이 드러날 것이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시체가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가스때문에 점점 토사가 위로 밀려나, 결국엔 드러나게 된다. 가방은 겉보기엔 밀폐되어보이지만 미세한 구멍이 수도 없이 많이 나있다. 당연히 부패가스가 밖으로 유출되어 냄새를 풍긴다.

그 분은 거기에 덧붙인다. 시신에서 지문도 분리하지 않았고,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는 문신이 있었다면, 그것도 제거하지 않았다. 완전히 초짜의 장난놀음이다. 장난이라기엔 선을 넘었지만. "그럼 어떻게 해야하죠...?" A는 겁에질린 채로 묻는다. 그 분은 답했다. "파서 다시 묻든가... 머리는 찾아주지."

한 시간 정도 썼으므로 잠깐 휴식하겠음. 그리고 다음에 대해 유념해주길. 본 스레에 등장하는 단체는 스레주가 재구성했으므로, 실제로 등장하는 단체와는 거리가 있음. 본 스레에 등장하는 범법행위는 절대로 따라하지 말것. 본 스레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흥미롭게 재창작함.

20분 정도 쉬었으니 충분히 쉰 것 같다. 다시 시작해볼까.

선수금 1000만원. 지금 물가로치자면 두 배인 2000만원 정도 되려나. 한 인간의 인생의 기억이 담긴 머리를 찾는 값치곤 저렴하다. A는 선뜻 선수금을 지불하고, 나머지 착수금인 3000만원을 보여준다. "저는 절대 도망 안 갑니다." A는 확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분은 코웃음을 치며 손사레를 쳤다. "어유, 암만 도망가셔도 다 찾아내, 이쪽은." A가 시신을 재수습하러 간 사이, 그 분은 머리를 물색하기로 한다. 그리고 경찰에 인계할 것이다. A가 처음 의뢰를 맡겼을 때부터 결정한 부분이였다. 박 전무의 항의가 조금 걱정이지만, 박 전무가 가지고 있던 뒷문에서의 비밀은 이미 그 분이 잘 알고 있기에 더 고민하지 않기로 한다. 그런 결정을 하게 된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 A가 착수금을 지불할 것 같지 않다. 선뜻 돈을 먼저 내놓는 사람은, 사실 무척이나 인색하다. 푼돈을 내보이고 본방은 아끼려고 드는 사람이 숱하게 많다. 두번째로는, 곧 동이 튼다. 해가 뜨면 시신은 옮길 수 없다. 어떤 방법이던지간에 들킬 일은 수두룩하게 많다.

마지막 세번째론, 최근 거래하고 있는 형사가 승진을 염원한다고 밝혀와서이다. A가 내놓은 구구절절한 사연이야, 사람의 가슴으로는 이해한다만... 사람은 무엇보다도 돈 앞에선 한치의 거짓이 없어야하지 않겠는가. 그 분은,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동이 트기 전에 사람을 풀어 머리를 찾아야한다. 머리라곤 해도, 굉장히 조잡하게 잘린 단면에, 아직 부패하지도 않에 눈에 확연히 띌 것이다. A가 제공한 "태호"라는 남자의 얼굴을 곱씹은 그 분은, 별다른 고민 없이 꼬붕들을 호출했다.

이 일에서 그 분의 칭호는 대개 '팀장님'이다. 그의 부하들, 일명 꼬붕들도 그렇게 불렀다. "팀장님, 이 얼굴이 확실합니까?" "그렇수다." "이걸 어디서 찾는답니까. 아니 대체 누가 머리만 덩그러니 있는 시체를 가져간건지... 경찰이 순찰하다 챙겨간거 아닙니까?" 그 분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짐승이겠지요 뭐." 그의 꼬붕들은 의아해하는 표정이였다. 이토록 발전한 도시에 짐승이라니, 지금 벌어진 일을 영화 혹성탈출 쯤으로 착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허나 그 분의 짐작은 근거가 있는 것이였다. 해당 폐창고가 있는 곳은 현재는 폐쇄된 상태인 항구의 바깥쪽, XX산과 인접한 곳이다. 그 산엔 시신의 나머지 부분이 묻혀있기도 하다. 그 산엔 짐승들이 많다. 이따금씩 멧돼지가 내려오기도 하고, 고라니가 내려와 차에 치여죽는건 일상적인 일이다. "고라니가 머리를 물고 갔단 말입니까?" 꼬붕 중 하나가 묻자, 그 분은 고개를 까딱거렸다. "나는 모릅니다. 뭐, 고라니가 됐을 수도 있고 멧돼지가 됐을 수도 있고 나는 모릅니다. 아무튼 짐승새끼가 물고 자기 집으로 들고갔거나, 중간에 떨어트렸을 겁니다."

"경찰은 뭐, 거기 순찰 가지도 않지요. 사람도 없는 곳인데. 가봤자 쇳내밖에 더나고. 가뜩이나 인구밀집구역에도 사람없어서 순찰 못가는데." 그 분(당분간 팀장으로 호칭함)은 지도 위에 사인펜으로 경로를 그리며 말했다. "이 길 따라가세요. 정상까지 싹 훑고 오는겁니다. 시간은 2시간." 꼬붕들은 경악하며 손사래를 친다. "저희가 수색대도 아니고 2시간은...." "(전부 가명입니다.) 민이씨는 경특 출신이고. 형이씨는 유도 선출인데, 그게 벅차요? 요즘 당신들 일 편하게 하려고 합니다. 가세요." 꼬붕들은 불평하는듯 하면서도 일단 발걸음을 잽싸게 옮긴다. 이제 남은건,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 머리를 찾지 못했을 경우, 수색은 즉시 종료된다. 동이 트면 일단 발각될 확률이 극히 높아지므로, 이 사건에서 손을 턴다. 만약 머리를 찾았을 경우엔, 즉시 확보하고 A에게는 비밀로 부친다. 그리고 즉시 형사와 사적으로 연결하여, 머리의 위치를 "재조정"한다.

재조정이란 의미는 간단하다. 형사가 일러주는 장소에 머리를 가져다 놓는다. 그럼 형사가 그 장소로 가서 머리를 발견하는 식이다. 어느 쪽도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연스런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그 외의 다른 수는 없다. 일당이라도 챙기려면 머리가 우리 손에 들어오기를 비는 수 밖에 없다. 팀장은 무전기를 책상에 올려두고 말없이 그것만을 노려보았다.

분침이 한 바퀴 돌았다. 아직 무전기는 고요하다. 기분나쁜 정적 탓에 괜시리 오한이 느껴진다. 예정된 시간은 2시간. 그 중에서 1시간이 지났고, 점점 새벽도 지나가는 것이 온도로 느껴진다. 태양의 따스함이 짙어지기 전에 찾아야한다. 그리고 분침이 반바퀴를 가기도 전에, 무전기가 울렸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누군가가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팀장은 무전을 먼저 받기로 했다. "찾았습니까?" 무전 너머에서 잡음과 함께 호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존나리 묵직하네요. 비닐에 넣어서 그리로 가고 있습니다." 팀장은 씨익 웃었다. 다만, 점검할 부분이 남아있다. "그거 수습할 때 장갑은 꼈습니까." "뭐, 안 꼈겠습니까?" 팀장은 마저 안심의 미소를 지으며 무전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그 앞에는 골프가방을 들고 낑낑대는 A의 모습이 있었다.

"이걸 왜 여기로 가져온거요?" 팀장은 굳은 표정으로 묻는다. 겉보기에도 핏자국과 흙내가 역력한 가방. 저거, 다시 제자리에 묻어놔야 형사들이 발견하는데. 여기서 손을 댔다간 곤란한 상황에 처할 지도 모른다. "어떻게 묻어야할 지 모르겠어서.... 일단...." A는 너무도 당연한 소리를 했다. 적당히 충고를 한 팀장은, 어디까지나 프로의 눈높이에서 한 설명일 뿐.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세계의 사람이 이해할 정도로 쉽게 설명하지 못했다. "깊게 판다고 파봤는데, 돌이나 이런거에 막히더라고요...." 팀장의 머릿속이 까매진다. 높아지는 혈압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 병X같은 새X. 이 새X를 죽여서 묻는게 더 안심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일단 다시 원래 자리에 묻어두면, 우리가 가서 잘 처리할거요." A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A는 차량에 기름이 더 없다는 것을 고백한다. 팀장의 이마가 점점 주름잡히기 시작한다.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는 10분 거리. 거기서 기름을 사와서 주유를 하고, 다시 묻으러 가는데 30분. 시간 초과다. 덜미가 잡힐 수 밖에 없다.

허나, 숱한 경험이 있던 팀장이였기에 금방 해답을 도출했다. "가솔린 난로가 있는데, 거기서 기름 뺴다 주겠소." A는 반색한다. "그거, 가솔린이 종류가 다를텐데.... 시동 안 걸릴텐데요." "걸립니다."

팀장은 가솔린 난로와 스토브에서 기름을 빼다 차에 공급했다. 당연히도 시동은 잘 걸리는 것이였다. "이건 차량용으로 쓰이는 휘발유가 연료요. 당연히 시동이 걸리지." 무언가를 급히 소각하기 위해 비축해둔 가솔린이지만, 몇 십키로 주행하는데는 문제없을 정도의 양이다.

"그 차, 오늘 일 마치면 버립시다." A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연하게도, 범죄에 이용된 차량은 다시 사용할 수도 없다. 재도색을 하거나 번호판을 바꾸는 수법을 써도, 결정적으로 차종을 가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버리는건 버리는건데, 어디다가...." "그건 우리가 처리해줄테니, 일 마치고 돌아오세요." 물론 거짓말이다. 차량은 증거품으로 경찰에 인계할 생각이다.

A가 떠나고 몇 분 후, 꼬붕들이 돌아왔다. 팀장은 마침내 머리를 확인했다. "난도질을 해놨구만." 광대뼈 이곳저곳에 난 자상(찔린상처)과, 서투르게 절단된 단면, 그리고 거칠게 부러뜨린게 티가 나는 경추. A가 말한 그대로다. "이게 맞네. 그건 뭐, 일단 적당한 데에 두세요. 난 다른 데에 연락좀 할테니."

팀장은 곧바로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쁘지도 않은지 형사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아니, 수신음도 안 갔는데 전활 받아요?" 수화기 너머에서 형사의 멋쩍은 웃음이 들려왔다. "허허, 뭐... 그 쪽이 연락 주는거면 바로 받아야죠. 그래서, 이번엔 뭡니까. 토막 살인이라도 입수했어요?" "뭐 비슷합니다. 머리만 절제해서 몸통은 유기한건데, 머리는 저희가 보관중입니다." 형사의 웃음소리가 가셨다.

"아니, 진짜로?" 형사가 되물었다. 의미없는 질문이였다. 농담같은 것을 나눌 사이도 아니였기에. 형사는 곧장 가겠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은지 5분이 안 돼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사무실 창문을 훑었다. 형사였다.

형사는 머리를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누가 쑤시고 댕기는 새끼가 있대서 그거 수사하고 있었는데... 이거 뭐 범인 신원은 어떻게 된 거에요?" 팀장은 서류를 하나 형사에게 건넸다. A의 신상이나 스토리가 상세히 기록된 서류였다. "그거는 외우시고 파쇄 하셔요."

"회사원이 돈문제로 살인... 살인 동기 확실하고 방법도 확실하고. 증거품 여기에 딱 있네. 뭐 알았습니다. 이거는 그 폐공장에 가져다 두세요. 그럼 저희가 범인 쫓다가 우연찮게 발견한걸로 할테니까." "몸체 있는 곳은 알아서 찾으셔야합니다." 팀장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머리 속으로 그렸다. 머리를 확보한 경찰이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고, 인간관계와 전과, 범죄피해사실들을 종합한다. 그렇게 하면 그가 사기 피해자라는 사실을 불거질거고, A와의 연관점도 드러날 것이다. 자연스럽게, A는 형사의 추적에 덜미를 잡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제, 적당한 금액을 부르면 그만이다. "5천 보고 있습니다." 팀장의 말에 형사는 대놓고 난색을 표했다. "그건 너무 많은데 말이죠."

오늘은 여기서 마칠게. 사실, 이 에피소드는 내가 좀 MSG를 첨가했어. 느와르 느낌이나 도시괴담 느낌이 나게 좀 이야기를 변형했달까... 따라서 과장이 좀 있으니 너무 그대로 믿진 말아줘

스레주야. 어제 왔어야했는데 지방엘 갔다오느라 바빠서 못 썼네.... 오늘 저녁에 마저 이어가볼게.

헐!!! 너무 취향이다!!! 잘 보고 있어 꼭 이어서 써주라

형사는 이런 뒷거래에 능한 사람이였다. 외주정보원들과의 인맥도 인맥이거니와, 여러 불법행위가 동반될 수 밖에 없는 흥신소의 사업을 "묵인"해주는 주체였다. 그런 형사의 눈치를 보며 성장하는 것이 개정 이전 민간조사사업이였고, 팀장도 여기선 예외가 아니였다.

팀장은 형사의 주머니속 사정까지 알고 있었다. 팀장도 프로 중의 프로인데, 경찰 쪽에 쓸만한 인맥이 하나 없으랴. 여러모로 수사활동비가 부족해서 사비를 채워넣는다는 형사들의 궁색한 비밀을 모를 리 없었다. 따라서, 팀장은 제안을 하기로 한다. "질러본거죠. 뭐. 3천에 해드릴 생각 있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대단한건 아닙니다. 유치장에 있는 친구 하나만 데려가겠습니다."

형사는 여기에도 조금 얼굴이 구겨지고 있었다. 분명 3천만원은 알선할만한 금액이고, 구금된 사람을 석방하는 것도 수사관에 알력을 쓸 수 있는 형사가 충분히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였다. 단 한 가지 의문이라면 대체 누구를 석방하냐는 것이다. "꼬붕 중에 누구 잡혀온 애 있어요? 팀장님 애들이면 다 저한테 보고 들어올텐데, 전 딱히 아는 애가 없는데 지금?" 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박훈(가명)이란 이름만 알아두세요.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형사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꺼냈다.

"아, 우리 팀장님이 또 담배를 싫어하시지." 형사는 아차하며 도로 담배갑을 집어넣었다. "전 먼저 들어갑니다. 이 A라는 새끼, 어떻게 하실거에요?" 팀장은 너스레를 떨며 답했다. "뭐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안심시킨 담에 어느 곳으로 '피신'시켜놔야지요." 형사는 입맛을 되새기며 골똘히 생각하더니, 막힌 것을 풀어헤치듯 말했다. "삼미모텔이네. 313호."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사는 마지막으로 '머리'의 상태를 확인했다. "에으. 옘병할... 진짜 투박하게도 잘라놨네. 사이코패스 새끼들은 단면이라도 깔끔하지. 으휴." 형사가 자리를 떴다. 팀장은 이제 머리를 폐공장에 옮겨두기만 하면 된다. A의 말대로라면, 그 공장에 진입하는데엔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을터. 그러나 해당 장소는 차가 들어가기가 버거울 정도로 잔해들이 널려있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걸어서 진입해야한다. 그런거라면 아예 걸어서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A는 곧 돌아올 것이고, 머리를 옮기는 건 꼬붕에게 맡기면 된다. 그렇다면, 팀장은 제 자리에 앉은 채로 A를 약속된 장소에 옮겨둘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경찰이 알아챈 것 같다? 이건 너무 작위적이다. 일을 처리할 동안 모텔에서 쉬어라? 어색한 구석이 있다.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동안 쥐죽은 듯이 지내라? 나쁘지 않다. 팀장은 곧 차를 끌고 돌아온 A에게 모텔을 일러주었다. 삼미모텔은 이미 팀장과 얘기가 된 곳으로, 사무실에서 운영하는 업체였다. 313호란, 이런 일을 위해 만들어졌다시피한 특별한 공간. A는 무리없이 이것을 이해하고 순진하게 팀장의 꼬붕을 삼미모텔로 이동했다.

>>56 마지막 줄에 오타가... 팀장의 꼬붕을 '따라' 임.

일은 순조로웠다. 머리의 위치는 폐공장으로 다시 되돌아갔고, A는 모텔방에서 허튼 소리나 하며 되는대로 소주를 들이켜댔다. 모든 것은 팀장의 생각대로 진행되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가시화됐다. 먼저, 머리가 순찰 중인 경찰에 발견됐다. 물론 외부와 격리된 A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경찰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하고, 피해자의 동선과 나머지 시신의 행방을 추적한다.

수사에 따르면,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고교 동창 A. 그는 사기 피해자로 빚 문제가 있다. 경찰은 A의 소재와 동선을 파악하고, 어느 한 모텔에서 추레하게 취한 A를 검거한다.

ㅂㄱㅇㅇ 엄청 재밋다 레주가 글을 너무 잘씀;;

>>57 뻘하지만 오타났을 땐 레스 맨끝에 점 3개 누르면 레스 수정할 수 있엉

존잼이다...시나리오 같누..

헐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니

레주야 나 너무 두근거려... 빨리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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