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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2/05/18 01:37:48 ID : wJO7aoK41Cp
오늘 일하고 돌아왔는데 엄마가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내일 외출을 해서 모레에 올거라고 했다. 어디 가냐고 물으니 바로 한 살 아래의 사촌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었고 장례식장에 할머니를 모시고 갈거라고 한다. 그러면 나도 내일 중요한 일정만 진행하고선 연차 내고 가겠다고 했다. 상사분께 상황에 대해 연락도 미리 드리고 가는 기차도 다 알아보고 사촌동생의 얼굴과 입관일, 발인일이 나온 사진도 봤지만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바로 어제 캘린더를 보면서 다음달에 얘도 생일이네. 왜 이렇게 생일인 사람이 많아. 라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 사망 소식을 들을거라고는 당연하지만 상상도 못했다.
이름없음 2022/05/18 01:43:30 ID : wJO7aoK41Cp
사촌동생은 성별도 다르고 삼촌이 할머니와 싸운 후로 명절에도 잘 오지 않아 자주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점점 크면서 명절에 할머니 댁에 오는 빈도도 늘어났고, 나이도 비슷하고. 같이 컴퓨터로 야후꾸러기에서 천공대전이라는 게임을 했던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추억 중 하나다.
이름없음 2022/05/18 01:48:51 ID : wJO7aoK41Cp
이 시간에 보고있는 사람이 있으려나. 아무튼 어릴때는 삼촌과 할머니가 싸웠었단걸 몰랐으니 명절이 되면 (사촌동생이름)네 올까? 라고 종종 묻기도 했다. 중학교로 올라가며 머리카락을 잘라야 해 울던 사촌동생은 고등학생쯤 되니 오토바이를 타고,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는 녀석이 됐다. 그래도 심야영화를 보며 같이 마셨던 캔맥주는 나쁘지 않았다.
이름없음 2022/05/18 01:55:10 ID : wJO7aoK41Cp
한밤중에 편의점에 가서 산 콜라에 맨토스를 넣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서늘한 날에 입고있는 겉옷 내놓으라고 하면 순순히 줘서 고마웠다. 사촌들끼리 같이 본 영화도 재미있었고 버터오징어도 맛있었다.
이름없음 2022/05/18 02:02:39 ID : wJO7aoK41Cp
내가 대학교 2학년때 개강 전 미리 기숙사 입실하던 날. 지난 명절에 담금주 사진을 보여주며 즐거운듯, 자랑하듯 이야기 하시던 삼촌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숙사에 짐을 풀고 장례식장에 가니 검은 한복을 입고 눈가가 붉어진 사촌언니와 검은 정장을 입고 담담하게 상주역을 맡고있는 사촌동생이 있었다.
이름없음 2022/05/18 02:07:00 ID : wJO7aoK41Cp
나는 개강이라서 먼저 대학교로 복귀했다. 입관하는것도 못봐서 그런지 삼촌이 돌아가셨다는 실감이 안났는데 그 날부터 몇주가 지나고 침대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아직 어린데 아버지를 잃은 사촌동생 불쌍해서 어쩌냐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왈칵 났다.
이름없음 2022/05/18 02:10:15 ID : wJO7aoK41Cp
이후 한번 명절에 만나고, 코로나로 인해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생일에 축하한다거나 사촌동생이 사는 지역에 맛집이 있는지 묻는 정도의 카톡은 했다. 사실은 그 두번이 다였다.
이름없음 2022/05/18 13:15:17 ID : ctzcILgqqpe
야후꾸러기, 이발, 심야영화, 캔맥주, 버터오징어, 멘토스, 아버지를 잃은 슬픔 등 ... (사촌동생이름)는 이런 작은 일을 추억하며 울고 그리워하는 사촌 누나가 있기에 그곳에서도 행복할거야. 謹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름없음 2022/05/18 17:01:29 ID : wJO7aoK41Cp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사실 지금까지 실감이 안나서 눈물이 안나왔는데 덕분에 눈물이 나왔다. 어제 밤부터 사촌동생의 카톡 프사를 보고, 딱 두번 한 카톡 내용을 몇번 다시 읽어보고, 입관일, 발인일이 적혀있는 사진을 봐도 실감이 너무 안나고 슬픈느낌도 없고 평소처럼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웃고있어서 나 자신이 싸이코패스가 된줄 알았다. 이렇게 글을 올리고 있는것도 별로 슬프지도 않으면서 사촌동생의 죽음을 핑계로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짓 아니냐는 생각도 한쪽에서 들더라.
이름없음 2022/05/18 20:30:30 ID : ctzcILgqqpe
사촌동생이 사고로 갑자기 가버려서, 멍하기도 하고 아무 생각도 안들 거 같아.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나이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스레주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울고 싶으면 울고, 슬프면 슬퍼해도 돼. 그러다가 슬픈 느낌이 들지 않고, 눈물이 나지 않고, 밥도 잘 넘어가고, 웃음이 막 피어나도 좋아. 무슨 감정이든 상관없어. 슬픈 감정이 들든 안 들든, 눈물이 나든 안 나든, 감정은 내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 누구에게 강요되어서도 억제되어서도 안돼. 스레주는 스레주의 방식으로 동생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단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레주 스스로를 이상하다고 여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지금 이 감정 너무 자연스러운데? 나에게도 전해질만큼. 만약 동생이 이 스레딕 보고 있다면, 날 기억해주는 누나에게 고마워할 것 같아. 내가 누나에게 뭐라고 ㅎ.. 하면서 마음 찡할 것 같고. 그렇게 울던 누나가 친구랑 잘 놀고, 밥 잘 먹고, 활짝 웃고,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도 (사촌동생이름)이는 사촌 누나에게 더 고맙고 행복할 것 같아. 그러다가 수십 년 지나 스레주가 할머니 되어 동생 있는 곳으로 갈 때가 되면, 아직 젊은 모습의 (사촌동생이름)이 만나서 재밌는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많이 들려줄 수 있도록 그렇게 살자. 스레주는 죽은 사촌 동생뿐만 아니라 사촌 언니도 있잖아. 사촌언니에겐 스레주가 사촌 동생이다? 울고 웃고 그렇게 살다가 가끔은 언니 만나 좋은 사촌동생 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주제넘게 드네. 레주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렇게 (사촌동생이름)이를 잘 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내가 언닌지 동생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안아주고 싶네. 정말 잘하고 있어. 토닥토닥-
이름없음 2022/05/19 12:06:02 ID : wJO7aoK41Cp
오늘 발인 마쳤다. 장례식장에서는 한방울도 안나오던 눈물이 발인을 위해 관을 옮기는걸 보니까 드디어 실감이 나서 나오기 시작하더라. 화장터에서 사촌동생의 관이 화장을 위해 들어가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울기는 해도 잘 버텨주던 사촌언니가 유리창을 두드리면서 (사촌동생이름)집에 이제 못간다면서 안된다고 악을 쓰는데 진짜 이제 사촌동생을 못보는거구나 싶어서 숨죽여 울었다. 사실 어제까지는 그냥 내년 설날이 되면 사촌동생을 막연하게 다시 볼 수 있을것만 같았다. 영정사진을 봐도 얘가 얼굴이 사진에는 왜 이렇게 동그랗게 나왔냐 싶었고, 사인에 대해 들었을 때도 이 불효자새끼. 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제는 정말 사촌동생이 죽었다는걸 받아들인 것 같다. 사촌동생의 유골이 항아리에 담기는 동안 마음속으로 사촌동생에게 여러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아까 운걸로 슬퍼하는건 끝냈으니까 더 슬퍼할 사촌언니한테 잘 하라던가, 내가 나중에 죽고 나면 니 옷에 코 풀거니까 각오하라던가. 가능하면 숙모와 사촌언니가 올 때 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가라고. 숙모가 우리(사촌동생이름) 어디갔냐고. 좋아하는 고기 구워줄테니까 같이 집에 가자고 하는 모습을 보니 울컥했지만 눈물은 나름 잘 참았다고 생각한다. 봉안당에 들어가는 사촌동생의 유골함을 보니 사람 머리 하나 정도의 크기였다. 유골함을 사촌언니가 안고 이동할때는 이러다 금방이라도 쓰러지는게 아닐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잘 안치시켰고 장례식 일정은 끝이 났다. 눈은 좀 쓰라리고 목은 칼칼하고 피곤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이틀에 걸친 이 스레를 읽어주고 위로의 레스를 남겨준 모두에게 감사를 표한다. 덕분에 많은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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