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판 갈까 고민을 좀 했는데 곱씹어보니 암만 생각해도 연애 얘기라 하기에는 이건 좀; 싶은 감이 있어서 잡담판으로 왔음. 짝사랑 얘기가 들어가서 연애판 가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끝까지 들어보면 왜 연애판으로 안 갔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함... 일단 들어주셈. 암튼 진짜 시트콤도 이렇게 쓰면 욕 먹겠다 싶은 개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는데 어디 얘기하기에는 부끄러운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속으로만 삭혀두자니 뭔가 어디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대나무숲마냥 여기에다 풀어봄.

일단 앞서 말하자면 난 해외 거주러임. 스레딕은 어째 외국 커뮤니티 분위기가 잘 안 맞아서 한국 커뮤니티 위주로 검색해보다가 알게 됐음. 내가 고등학생 때 지금 살고 있는 나라로 와서 여기서 대학까지 다니고 있음. 근데 내 대학 입학과 동시에 남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기존에 살던 집이 내 학교는 물론이도 남동생이 다닐 학교랑도 상당히 거리가 있었음. 근데 우연찮게도 내 남동생이 다닐 학교랑 내가 다닐 학교 사이의 거리는 그렇게까지 멀지 않아서, 결국 둘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됨.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이 나라에 와서도 계속 아파트/콘도에서만 살았는데, 이번에 이사하면서 처음으로 가정주택에 살게 됐음. 뭐 가정주택하면 대개 으리으리한 부잣집을 떠올리던데 그렇게 넓지는 않았음; 아무튼 이 동네에 일주일에 두 번 쓰레기 차가 옴. 일반 쓰레기 수거하러 한 번,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 수거하러 한 번. 집에 차 진입도로가 다 하나씩 있는데, 진입도로 입구쪽에 쓰레기 내놓으면 와서 가져감. 차가 꽤 늦은 오후에 차가 오기 때문에 학교가 끝난 학생들이 진입도로 입구까지 쓰레기통을 질질 끌고 와서 내놓는 경우도 꽤 자주 보임 ㅋㅋㅋㅋ 아니면 아예 이름 아침에 학교가기 전에 내놓거나.

우리 집은 부모님이 맞벌이인데, 내 동생은 고등학교 다니고 나는 마침 쓰레기 나가는 날 오전 수업 밖에 없어서... 보통 나 아니면 동생이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쓰레기를 내놓음. 하루는 여느때와 같이 쓰레기를 내놓고 있는데, 마침 딱 그때 나온 옆집 애랑 마주쳤음... 츄리닝 바람에 쓰레빠 질질 끌고 나온 애는 나 보고 잠깐 당황하는가 싶더니 후딱 쓰레기 내놓고 집에 들어감. 근데 얘가 꽤... 잘생겼음... 나이는 나랑 비슷해 보였고 키는 잘 모르겠는데 예쁜 남자 아이돌처럼 생겼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기엔 한국인 같아 보였음. 외국 나와 살면서 바로 옆집 사는 사람이 한국인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어서 신기해서 그날 부모님한테 슬쩍 물어보니 이 동네에 한인들이 많이 산대서 일부러 이쪽으로 이사 온 것도 있다고 함.

그러고나서 내놓는 시간이 비슷해서 아주 가끔!! 마주쳤음. 근데 얘 진짜 잘생김. 진짜 피부 뽀얗고 안경 써서 범생이 같기도 한데 그것 땜에 좀 귀염상이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 감히 첨언하자면 방탄소년단 뷔 살짝 닮았더라고 ㅎㅎ... 바로 근처에서 볼 일이 잘 없어서 키는 잘은 모르겠는데 엄청 크진 않고 그냥 나보다 조금 커보이긴 했음. 되게 여리여리하게 말라서 진짜 걍 티비에서 보던 한국 남자 아이돌 보는 느낌 ㅋㅋㅋㅋㅋㅋ 근데 걔가 쓰레기 내놓으러 나오는 시간이 맨날 같은 것 같길래 어느순간부터인가 시간 기억해뒀다가 슬쩍 그 시간에 나와서 쓰레기 내놓으면서 괜히 얼굴 한 번 더 보고 ㅎㅎ... 그렇게 지냈음.

매번 보진 못했는데 쓰레기 내놓을때 뿐 아니라 가끔 뭐 우편물 가지러 가거나, 마트 가거나, 하면서 나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고 그럴때가 있다보니 매번 무시까기도 뭐해서 살짝 목례? 하듯이 고개 까딱이면서 인사를 건네기 시작함. 첨엔 걔가 좀 어색해하는 거 같더니 좀 지나니 나랑 비슷하게 고개 까딱이면서 인사 잘 해줌. 좀 지나선 나 보이면 웃으면서 손 흔들어주고 그러기도 했는데 아이돌 팬들이 이래서 팬싸 가는구나... 라고 생각했음...

맨날 고개 까딱이거나 손 흔들면서 인사나 했지, 말 한 번 나눠본적 없는데 너무 잘생겨서 혼자 존나 설레하면서 짝사랑 시작했음. 쟨 어느 학교 다닐까, 집에서 통학하는 거면 혹시 나랑 같은 학교 아닐까!? 이럼서 김칫국도 마셔보고... 이렇게 머나먼 타지에서 바로 옆집에 나와 나잇대가 비슷한 잘생긴 한국인이 산다는 건 하늘이 점지어준 운명이 아닐까 하는 개븅신 같은 생각도 해봤음.

그러다 겨울 방학 시작하고 보니 그 집 진입도로에 차가 없고 그러길래 뭔가 했더니 아마 여행 간 듯 했음. 쪼끔 아쉬웠지만 쩔 수 있나 ㅎ... 그러다 걔네 가족이 개학 시기에 돌아왔는데 어느순간부터인가 쓰레기 내놓을 때 걔는 안 보이고 걔네 여동생이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분들이 나오기 시작함. 아니면 아예 걔네 아버지가 아침 일찍 출근하시면서 내놓으시는 듯 했음. 아니면 아주 가끔 후드랑 외투 같은 걸로 꽁꽁 싸매고 나오기는 했음.

겨울 동안 그렇게 듬성듬성 보이다가 날씨 풀리고 봄 되니 아예 안 보임. 대신 걔 여동생인가? 싶은 여자애 하나가 보이기 시작함. 위에서 말한 여동생이랑은 다른 애였는데, 그 남자애랑 쌍둥이인가? 싶을만큼 존똑이었음. 완전 예쁨. 덩치도 비슷한 거 같고, 헤어스타일 약간 병지컷 느낌이었는데 그 머리 잘 어울리는 사람 첨 봐서 신기했음. 근데 진짜 나이차가 있다기엔 너무 똑같이 생겨서 쌍둥이라고 생각했음. 어쨌든 난 얘를 첨 봐서 저 집에서 나오는 것도 신기했는데 얘는 붙임성이 좋은 건지 나랑 마주치면 늘 손 흔들면서 인사를 해줬음. 그래서 나도 어색하게마마 인사하면서 지냈음.

그러다 하루는 진짜 너무 궁금해져서 가족끼리 저녁먹다가 혹시 옆집에 쌍둥이 사냐고 슬쩍 물어봤는데 부모님 + 남동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기가 알기론 없다고 함. 그래서 아 그래? 그럼 그냥 엄청 닮은 건가... 하면서 넘어가고 얘기 조금 더 해봤는데 뭔가 이상함. 울 부모님이 알기로 옆집 자식 수는 셋이 아니라 둘이라 함 ㅋㅋㅋㅋ 그럼 내가 본 그 쌍둥이들은 머지...?

장르가 갑분 공포물로 바뀜... 우리 부모님이랑 남동생도 이상해하면서 세명을 봤다고?? 그게 먼 소리야 착각한 거 아니고?? 이럼서 그 집 미스터리를 파헤치려 하는데 아니 그니까, 남자애 하나에 여자애 둘 봤다니까? ??? 옆집에 남자애가 있다고??

울 부모님이 물론 자기들이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긴 한데 본인들이 알기론 옆집엔 딸만 둘인걸로 알고 있다 함. 대학생도 없고. 그래서 그럼 내가 본 그 대학생 남자애는 뭐지??? 하면서 소름끼쳐 하고 있는데 남동생 왈, 여자애를 남자애라고 착각한 거 아니야? 그래서 먼 말인가... 싶었더니 남동생이 말해주길... 본인 학교에 친하진 않은데 얼굴이랑 이름 대충 알고 지내는 한국 여자애가 하나 있다 함. 근데 걔가 머리가 짧아서 첨엔 남자앤가 여자앤가 긴가민가 했었다고.

뭐라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걍 멍하니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제까지 대학생 남자라 생각했던 애는 대학생도 아녔고 심지어 남자도 아니었음 ㅋㅋㅋㅋㅋㅋㅋ... 겨울에는 뭐 추워서 안 나왔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모자 뒤집어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날씨 풀리고 나오기 시작한 병지컷 여자애는 그 '남자애'가 머리 기르기 시작한 거 뿐이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걍 아 지금 머리 기르고 있나보다, 하면 되는데 걍 나는 걔를 당연히 남자애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서... 나중에 여자애를 봤을 때 설마 동일인물일거라는 가능성 자체를 배제해놓고 있었던 거임...

우리 가족들도 내가 착각한 거 듣고 놀리면서 웃고 나는 민망해서 한동안 쓰레기는 아예 강의 나가기 전에 내놓고 나가거나 동생 시켰음 ㅎㅎ...

알고 나서 보니까 그제서야 쌍둥이 수준이 아니라 그냥 동일인물이더라... 머리 짧을 땐 당연히 남자라 생각하고 머리 조금 길렀을 때 너무 예쁘길래 당연히 여자라 생각해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지...

진짜 다시 생각해도 조카 어이없음... 얼굴만 보고 남자애라 생각해서 좋아한 것도 어이없는데 나중에 걔 머리 기른 거 보고도 철썩 같이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고 았던 것도 어이없음... 지능이 좀 후달리나 싶음 ㅎㅎ...

ㅋㅋㅋㅋㅋㅋ 재밌네 급 공포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대박이다 그 긴 기간 동안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던 게 너무 웃겨

ㅋㅋㅋㅋㅌㅌㅋ아 너무 웃겨ㅠㅠㅠ 레전드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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