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자이기 때문에 화장대의 용도 같은 걸 잘 몰라. 그냥 앉아서 거울 보면서 화장하는 용도라는 생각뿐이고.
그런데 그건 그냥 식탁이나 책상 위에 거울 올려놓고 해도 되는 거긴 하잖아.
다만 화장대엔 항상 화장도구가 있으니 화장하기 더 편할 수는 있겠지.
그냥 내 상황을 툭 까놓고 말하자면 이사를 왔는데, 여기에 제법 크고 좋고 멀쩡한 화장대가 하나 있어.
전에 살던 사람이 그냥 두고 갈까 물었는데 내가 그러라고 했거든. 이사 전에는 경황이 없기도 하고 멀쩡한 물건 버리라고 그러는 것도 별로고 왠지 화장대가 있으면 여자가 내 집을 찾아올 일이 많아질 것 같은 기분이었지.
사실 이사하고 보니 괜히 공간만 차지하는 것 같고 수납공간이 많아서 물건 정리하긴 좋은데 만약 과거로 돌아가면 그냥 두고 가지 말라고 할 것 같아.
하지만 이왕 남자 하나뿐인 공간에 나와 함께하게 된 화장대니까 조금이라도 의미부여를 해야하지 않나 싶어.
여자가 만약 내 집에 찾아온다면 화장대가 있으면 얼마나 편해질까?
사실 전 여자친구가 오래 내 집에 머무르는 모습을 본 적은 있어. 그땐 좁은 집이라 거울을 책상 위 같은 데 두고 화장을 하곤 하더라.
지금 내가 가진 화장대는 그런 거울보다 수십 배는 더 큰 건데 화장할 때 좀 편하긴 하려나?
사실 나도 코로나 이전까진 BB크림 바르고 눈썹까진 그리긴 했어. 하지만 그런 건 그냥 세면대 거울 앞에서 몇 분이면 끝나는 거라 화장대 같은 건 전혀 필요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