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5살이야. 6월 25일에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했고 9월 19일에 퇴원했어.
지금은 학교 아직 적응하는 중이야.
난 입원하기 전에 포스타입 같은 데서 내 글을 팔면서 돈을 벌었어. 소설 쓰기는 내 취미였고 나를 지탱해주는 정신적 지주 중 하나였어.
나는 학교에 친구가 별로 없어. 외로움을 잘 타진 않지만 병원에 가기 전에 내가 많이 외로웠던 것 같기도 해. 그래도 다른 학교에 친구들이 많았고 그 친구들이랑 소설 쓰고 놀았어.
그런데 병원 가기 전에 내가 많이 불행했나봐. 선생님들 말로는 내가 내 소설속으로 회피를 했대.
내가 정신병원으로 간 이유는 망상장애? 조현병? 같은 게 좀 심해서였대(아직 난 병명이 내려지지 않았대. 그래서 저 두개에 가깝지 않을까 내가 추측한거야. 정확한 병명은 아니야.). 확실히 조금 심하긴 했어.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식인 욕구가 들었거든. 소중한 사람들이 점점 먹고싶어지니까 너무 괴롭더라. 남자친구가 먹고싶어져서 나도 모르게 그 친구를 깨문 적도 있어.
나중에 그게 심해져서 너무 괴로우니까 자살하려고 가출한 적이 있어. 엄마아빠가 실종신고를 하셔서 4시간만에 경찰한테 붙잡혀서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만큼 내가 많이 힘들었어.
2신화2023/09/25 16:06:33ID : tdvio46jeK5
그래서 소* 정신 클리닉 이라는 데에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 갔는데 모든 사람들한테서 식인 욕구가 드는거야. 무서워서 1교시만 겨우 듣고 탈주해서 집으로 왔어. 내가 이성을 잃고 누군가를 먹어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내 정신을 너무 크게 지배했거든.
그리고 일주일 뒤에 정신병원에 입원했어. 소* 정신 클리닉 선생님도 내가 입원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고 나도 동의해서 진행된거야.
그렇게 입원 생활을 3주정도 지속하다가 깨달았어. 이게 내가 쓴 소설 속 캐릭터 설정이라는 걸. 아주 옛날에 쓴 소설이라서 기억을 못하고 있었는데 내 무의식에는 계속 남아 있었나봐. 내가 옛날에 쓴 소설에서도 식인 욕구를 느껴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캐릭터가 있었거든.
3신화2023/09/25 16:10:00ID : tdvio46jeK5
그래서 선생님한테 얘기 했지.그리고 내가 가족관계+인간관계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는데 이것 때문에 어딘가 도피하고 싶어서 소설 속으로 도피한 걸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고.
아무튼 병원 안에서 많은 일이 있어서 원래 한달만에 퇴원할 수도 있었던 걸 세달이나 끌어서 늦게 퇴원했는데 퇴원하고 나선 마냥 좋았어. 이상한 느낌을 자각하기 전까지 말이야.
4신화2023/09/25 16:15:13ID : tdvio46jeK5
소설 아이디어 같은 게 더이상 안 떠올랐어.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그냥 증발해 버린거야. 병원에서 내가 소설쓰는 거랑 상상하는 걸 금지시켜버렸거든. 내 상상력이 동났어.
그리고 아까 다른 학교친구들이 있었다고 했잖아. 걔네들이 사실 다 내 상상이었어. 그걸 아니까 상실감이 너무 크더라. 소중한 친구들이었거든.그래서 내 손목을 미친듯이 그었어.
원래 입원하기 전에 바이올린을 했는데 바이올린도 이제 제대로 안 되더라고. 바이올린 잘하는 게 내 자랑 중 하나였는데 이것마저 없어지니까 진짜 견디기가 힘들더라.
소설도 안 써지고, 친구도 사라지고, 자랑거리도 없어지고. 지금 이게 내 상황이야.
병원에 괜히 갔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난 병원 가기 전이 더 행복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과거를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지만 난 아무리 생각해도 병원은 안 가는게 좋았을 거 같아. 내가 병원을 괜히 가서 우울하고 속상한 일만 더 생긴 느낌이야.
너희들 생각은 어때?
5이름없음2023/09/25 17:43:01ID : eE4JRxB9eNs
안녕.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구나.
내가 보기엔 병원을 가는 게 나았다고 봐. 나도 오랫동안 취미로 글을 써왔고, 힘들 때는 스트레스를 글로 풀어보기도 했던 입장이라 상상력을 잃어버렸다는 게 굉장히 큰 상실감으로 느껴졌을 거라 생각되어 안타깝다.
하지만 너에게 행복을 주던 것들의 기반이 굉장히 불안정해 보여서, 병원을 가지 않았다면 지금 네가 느끼는 불행보다 더 큰 불행이 닥쳤을거라고 생각돼. 너도 위험하다 느껴서 치료를 받은 거지?
중요한 건 지금 네가 느끼는 상실감은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거. 상상력은 언젠가 돌아올 거고, 바이올린도 꾸준히 켜다보면 예전보다 잘하게 될 거야. 시간을 들이면 네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게 생길 거임. 힘든 시기에는 과거가 곧잘 미화 돼. 이거 꼭 명심하고.
그렇다고 뭔가 해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건 가지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한번 시간을 보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