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4/02/08 21:13:48 ID : cIGoJU3O5Pd 0
고1 고2 꾸역꾸역 버텨왔는데 하나도 괜찮아지지 않은 채로 고3이 돼버렸어. 이미 지난 일들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보내려고 엄청 노력하는데 사실은 힘들다...... 힘들다고 말할 사람이 없어서 너무너무 답답해. 엄마는 내가 말을 안 해서 답답하다는데 난 언제부턴가 죽어도 입이 안 떨어져. 그치만 내가 있는 그대로 다 말하면 나는 아주 나쁜 애가 될 거고, 엄마는 상처받고 슬퍼하거나 화를 내겠지. 나는 언제나 착하고 좋은 딸이고 싶은데 이미 내 존재만으로 그렇지 못해서 죄책감이 들어.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시작한 음악은 엄마도 아빠도 나도 힘들게만 만들고,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발버둥쳐도 언제부턴가 성취감보단 절망감이 먼저 찾아와. 고1 후반 무렵 레슨만 들어가면 숨이 안 쉬어지기 시작하면서 공황장애가 생겼고, 고2엔 폭식하고 토하고 굶기를 반복하면서 섭식장애가 생겼어. 엄마한테 병원에 가겠다고 말할 용기가 없어서 매일 꾸역꾸역 참고 숨기고 괜찮은 척 하는데 이러다가 나는 영영 괜찮은 사람이 못 될 것 같아서 무서워. 아니지 어쩌면 병이 아닐지도 몰라. 그냥 이 정도는 버텨내야 하는 건데 괜히 내가 아픈 척 힘든 척 애쓰는 걸지도 모르겠어. 매일 12시간 이상을 창문도 없는 좁은 연습실에서 보내면서 하루의 전부를 연습에 쏟아넣는데, 날이 갈수록 정신은 점점 멍해지고 의욕도 사라져 가. 손끝 껍질이 벗겨져서 줄을 누를 때마다 찢어지듯이 아프고, 손톱 밑에서 피가 나고 손목 인대가 찌릿하게 아파도 꾹 참고 연습만 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의무감에 매일 연습은 하지만 이젠 내가 연습 기계인지 연주자인지도 모르겠어. 대학은 가야 하는데 이제 와서 음악이 더이상 즐겁지가 않아. 내가 만나온 모든 선생님들에게 매 레슨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듣는데, 나는 아직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 음악에만 집중해도 부족할 판에 나를 괴롭히는 것들은 너무너무 많고 나는 뭐 하나 제대로 컨트롤하지도 못하고... 먹고 토할 때마다 스스로가 너무 끔찍하게 느껴져. 오른손 손등에 난 상처를 볼 때마다 자꾸 내가 토하던 그 상황이 떠올라서 괴로워. 나는 마르고 싶은 게 아닌데, 그냥 아무렇지 않게 평범하게 살고 싶은 건데 평범하게 먹을 수가 없어. 대학에 가면 괜찮아질까? 진짜로?
2 이름없음 2024/02/09 09:55:01 ID : cIGoJU3O5Pd 0
아 연습하기 싫다 선생님이 말하는 '연습에서 오는 순수한 기쁨'이 뭔지 잘 모르겠어 그냥 나는 계속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3 이름없음 2024/02/09 09:57:13 ID : cIGoJU3O5Pd 0
내신은 좋은데 수시는 가망이 없다는 게 참 아이러니야 이미 정시 확정이지만 내가 내년 1월 말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4 이름없음 2024/02/09 09:58:10 ID : cIGoJU3O5Pd 0
개학하면 얼마나 더 끔찍할까
5 이름없음 2024/02/09 18:07:42 ID : ii1he6lu1io 0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 노력도 없이 재능 탓을 하며 나는 안 될 거라고 비관하는 건 아니야. 근데 그냥... 내가 특출난 사람은 아니었구나 싶어서 좀 슬퍼
6 이름없음 2024/02/09 18:09:56 ID : ii1he6lu1io 0
음악을 들어도 아무것도 안 들려. 내로라하는 대가들의 연주를 들어도 학교 친구들의 연주를 들어도 그저 왼손이 얼마나 정확한지, 활을 얼마나 잘 쓰는지만 보고 있게 돼. 음악은 그런 게 아니라는데, 내가 아는 음악은 맞고 틀리고 뿐이야... 이러니 당연히 내 음악을 만들어 나가지도 못해. 선생님은 나보고 마네킹 같대
7 이름없음 2024/02/09 18:11:40 ID : ii1he6lu1io 0
공부를 할 땐 맞고 틀린 게 명확히 있어서 참 좋았어. 적어도 내가 정답임을 확신하고 답을 말할 수 있잖아? 근데 이건 정답이 없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한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정답인데, 이젠 선생님이 정답을 안 알려줘. 내가 알아서 찾을 때가 됐다는데 난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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