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5/09/19 05:17:59 ID : oJVcGr9a9y7 2
난 유튜브 시청 기록 절반 정도는 괴담에 관한 영상들인만큼 심심풀이 라디오 같은 느낌으로 자주 틀어놓고 있다. 주로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읊어주는 방송들인데 방금도 그런 류의 사연을 귀로 듣다가 문득 옛날의 나한텐, 혹은 우리 집엔 무슨 일이 있었더라 생각하다보니 몇 가지 떠오른 게 있어 정리 겸 공유하고 싶어져 찾아왔다. 지금의 나는 특별히 영적인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 작두 타는 사람들처럼 멀쩡한 정신으로 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평범하다. 다만 길흉에 관해 꿈이 잘 맞거나, 어떤 사람을 처음 봤을 때 그 사람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촉은 제법 발달했다고 생각한다. 차차 이야기할 테지만 여태 살아온 집터에 영향을 좀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 외로 좀 특이하다 싶은 건 과거에 대한 기억력이 엄청 좋다는 거? 단순히 그런 일이 있었지 정도가 아니라 그때의 계절,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대화내용, 그날 내가 입은 옷의 색, 내가 들고 있던 물건의 모양과 무늬, 등등. 무언가 하나가 떠오르면 연관되는 과거의 사건들이 줄줄이 떠오르는 편이야. 아마도 잠들기 전에 과거의 기억을 자주 곰씹는 버릇이 있어서 더 그런 듯해.
2 이름없음 2025/09/19 05:18:26 ID : oJVcGr9a9y7 0
그덕분에 지금도 슴슴하게 기이하다면 기이할 수도 있을 옛기억들이 잘 떠오르네. 뭐부터 꺼내볼까 하다가 그냥 내딴엔 좀 신기하다 싶은 것 먼저 시간순서대로 써볼까 해. 무서울지 안 무서울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알려줄 건 지역을 오가며 이사한 집들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주를 이루게 될 거라 부득불 지역 언급이 있다는 것. 어차피 죄다 재개발 되었기 때문에 해당 집터 같은 건 알아볼 수도 없을 거야. 지금은 다른 지역에 살고 있지만 거제 태생으로 어릴 땐 장승포 일구에서 살았다. 지금은 거제도 많이 발전했지만 IMF 전후로는 그냥 깡어촌이나 마찬가지였거든. 내가 5살이 되던 해가 IMF에 대한 막연한 우려의 목소리가 갓 어른들에게서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었어. 그나마 다행인 건 친부가 당시 일구에서 제법 큰 배를 모는 선장이었기에 우리집은 다른 집에 비해 먹고 살만 했지. 그때까진 말이야. 5살이 되고 얼마 안 있어 나는 유치원 대신 웅변학원과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됐어. 당시에는 빠른년생, 언살배기 같은 개념이 있어서 지금 나이로는 5살이었지만 그때의 나이로는 입학 전인 6살 취급을 받았다고 봐야 하나.
3 이름없음 2025/09/19 05:18:46 ID : oJVcGr9a9y7 0
마당에서 놀다보니 어느새 웅변학원을 갈 시간이 되어서 느긋하게 채비를 시작했어. 당연하게도 청개구리가 그려진 샛노란 장화를 신고, 밍키가 그려진 우산을 챙겨서 집을 나서려는데 엄마가 붙잡더라고. 비도 안 오고 날도 한창 맑은데 우산 왜 들고 가냐고. 나는 들고 가야 한다고 대들고. 엄마는 여느 그 나이 애들처럼 그냥 애가 되도 않는 고집부린다 생각했었나봐. 나는 진짜로 비가 올 거라고 했지. 결국 실랑이를 하다가 엄마가 졌어. 그 나이 애들 고집 꺾기 힘들다잖아. 그런데 대뜸 내가 마당에 있는 건조대를 보고선 그러더래. "아 그리고 엄마, 아까 널어놓은 저거(빨래) 걷어야 된다. 30분 지나면 비 온다. 나 갔다올게!" 이러고 대문 열고 휙 나가더래. 엄마는 절레절레 무시하고 집안 일 하려는데 내 말대로 얼마 안 있어 장대비가 쏟아져버려서 한동안 멍했다더라.
4 이름없음 2025/09/19 05:19:03 ID : oJVcGr9a9y7 0
그 뒤로도 종종 7살까지는 날씨를 맞추는 기행(?) 같은 게 있었어. 7살쯤 되니 서서히 사라졌지만. 그리고 시대상 우려하던 IMF가 결국 터졌지. 괜찮을 줄 알았던 우리집도 가세가 많이 기울게 됐고 친부와는 어떤 연유로 인해 이혼. IMF나 돈 때문은 아니고 전혀 다른 연유로. 그러다 다행히 지금의 아빠를 8살 때 만나 힘든 시기를 같이 견뎌냈어. 8살 때 우리 식구 셋은 장승포에서 상동으로 이사를 가게 돼. 조금 무리하게라도 이사를 했던 건 새출발의 의미가 컸던 것 같아. 지금은 그곳이 개발이 많이 되어서 아파트 단지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섰다고 들었는데, 그 시절에는 도로 하나 두고 양옆 땅이 죄다 논밭이었다. 정말 시골 중 시골이었어. 아직도 그 풍경이 기억나. 도로 건너편에 쌩뚱맞을 정도로 덩그러니 있던 한전건물.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 도로 옆에 있던 낡은 구멍가게. 가끔 큰 논밭에서 소도 울고, 아침 5시 반만 되면 닭도 울고 그랬지. 개구리 우는 소리도 들리고, 창문 밖에는 호박덩굴이 우거져서 한번씩 실뱀이 덩굴을 타고 꿈틀대는 거도 보곤 했다.
5 이름없음 2025/09/19 05:19:14 ID : oJVcGr9a9y7 0
지금부터는 여태 이사했던 집에 관한 기이한 일들이야. 괜찮을 줄 알았던 우리집도 여러 이유들 때문에 결국 살림이 넉넉치 않아졌던 때라, 부모님이 눈을 낮춰 구했던 셋방들이 죄다 문제가 있었거든. 총 3번이었는데 그 중 처음이 상동에 있던 이 집에 관한 거야. 마당에 커다란 홍시가 열리는 감나무가 있던 집이었어. 시골돌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대문 열고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엄청 큰 감나무가 떡하니 있었지. 이사했던 때는 늦가을~초겨울 즈음.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추운 날씨에도 벌레가 정말 많았던 집이었어. 그저 좀 많은 게 아니라, 샤시로 된 여닫이 문을 열면 불투명하고 볼록볼록한 유리 바깥표면에 떼로 붙어있던 것들이 영화 미이라 풍뎅이처럼 한순간에 쏟아져 들어와서 하염없이 청소기로 빨아들여야 했을 정도로 많았어. 그래서 문열고 출입할 때마다 곤욕이었지. 화장실은 푸세식. 불편하기로는 말할 것도 없지. 주인집과는 마당을 공유하는 형태였고. 옛날 집 보면 안채, 사랑채가 있지? 그 사랑채에 우리가 이사한 거야. 그리고 한번씩 새가 벽이나 창문에 날아들어 그대로 머리를 박고 죽는 일도 더러 있었어. 말했듯 그 시절 시골의 낡아빠진 사랑채라 높지도, 투명한 유리를 쓴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지.
6 이름없음 2025/09/19 05:19:31 ID : oJVcGr9a9y7 0
여간 불편한 게 있어도 어쨌든 잘 적응하며 지내기 시작했을 무렵, 한 석달 정도 더 지나서였나. 엄마가 아무래도 우리 셋 중 가장 기가 약해서였을른지 제일 처음 이상한 걸 느끼더라. 난 당시에 12권 혹은 42권 세트 전집 책들이 집에 있어서 그걸 동봉된 교육용 비디오로 보면서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했기 때문에 한번 빠져들면 엄마나 아빠를 부를 이유가 없거든. 혹여 혼자 놀다 부를 일이 생기더라도 꼭 옆에 가서 부르는 애였기 때문에. 그런데 엄마가 주방에서 저녁을 차리다가 한번씩 대꾸를 하더라고. "XX아 왜? 엄마 일한다." 그러면 난 "안 불렀어." 하는 일이 몇 번 반복됐어. 그러던 중 또 어느날은 내 목소리만 듣는 게 아니라 아빠 목소리도 듣더라고. 아빠는 마당에 나가서 담배 태우고 있는데 엄마가 불린 것처럼 반응을 하는 일들이 더러 있었어. 그리고 그게 점점 심해지는 거야. 나는 그 집에선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었지만 나중에는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라 아빠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생겨. 엄마랑 아빠는 맞벌이를 하고 있었어. 엄마랑 같은 음식점에서 일하던 이모가 한분 계셨는데, 두분 나이가 같으셔서 금새 동네친구처럼 친해지신 케이스야. 그래서 엄마가 출근하지 않는 날엔 종종 그 이모가 음식을 싸들고 와선 딸애랑 같이 먹어라 하고 갖다주시기도 하고 그러셨어. 그래서 아빠도 자주 뵙던 분이고. 그런데 아빠 같은 경우는 아무도 부르지 않았음에도 내 목소리, 엄마 목소리에 이어 어느날은 찾아오지도 않으신 그 친구분 목소리까지 들으셨더라고.
7 이름없음 2025/09/19 05:19:42 ID : oJVcGr9a9y7 0
그날은 엄마와 내가 집에 없었어. 오랜만에 장승포에 살고 있는 큰이모를 만나러 외박을 했었거든. 아빠는 쉬는 게 더 좋다 했지만 막상 집에서 혼자 있으려니 심심하니까 비디오 영화 한 편 틀어놓고 소주 두세 잔쯤 마셨대. 그러다 영화도 재미가 없어져서 일찍 누으셨는데 밖에서 "XX야.(아빠이름)" 하고 현관 유리를 똑똑 두 번 노크 하더래. 그 가게 이모 목소리로 말이야. 편의상 가명으로 숙이라고 할게. 아빠는 자려다 비몽사몽 벌떡 일어나서 "숙이 왔나! 잠깐만 거 있어 봐라!" 하고 소리를 질렀대. 그래서 다시 주섬주섬 겉옷을 걸치고 있는데 또 "XX야." 하고 부르더래. 노크 두 번과 함께. 근데 이번에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발뒤꿈치 인대부터 종아리까지 전기가 솟더니 그대로 온몸의 털이 쭈뼛 서버리더래. 애당초 그 이모가 와서 누군가를 부르면 엄마를 불렀지 아빠를 부를 이유도 없거니와, 목소리 톤이 두번째 들으니 그냥 직감적으로 알겠더래. 아 이거 사람년이 아니구나. 그리고 갑자기 진짜 엄청 화가 나더래. 지금 생각하면 아빠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라고 하더라. 진짜 당장 저 잡것을 내 손으로 잡아 족쳐놔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손에 닿는 대로 몽둥이 아무거나 하나 들고 아침 동이 틀 때까지 그 정체도 모를 것을 쫓아 논밭을 헤맸다는 거야. 밤새도록 혼자 논밭에서 구른 통에 갑자기 어디서 닭 우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서 보니 온통 흙물이 튀어서 엉망이 된 몰골로 기진맥진 해서 집에 겨우 왔다더라고.
8 이름없음 2025/09/19 05:19:52 ID : oJVcGr9a9y7 0
그리고 또 한동안은 외박할 일이 없었다가 다시 큰이모를 만나러 가게 되는 일이 생겼어. 당시 큰이모는 출국이 잦았어. 둘째 딸, 막내 아들... 그러니까 나한테는 사촌 형제들이지. 자식들 영어 공부시킨다고 유학 겸 아프리카 가나를 오가는 일이 있었던 때야. 큰이모부 사업처가 가나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여튼 오랜만에 또 입국하면서 나 먹으라고 가나 초콜릿 몇 박스씩 사들고 오곤 했으니 내가 엄마를 안 따라갈 이유도 없었고, 마침 그때는 한동안 못 봤던 사촌 형제를 볼 수도 있었으니 더 좋았어. 아빠는 그날도 혼자 집에서 쉬시기로 했어. 바로 뒷날 출근도 해야 했고.
9 이름없음 2025/09/19 05:19:59 ID : oJVcGr9a9y7 0
그날 밤에는 간단하게 요깃거리만 떼우고 아빠는 일찍 누으셨대. 일 때문에 새벽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거든. 잠이 막 들락말락 하는데 누가 아빠를 부르더래. "XX야. XX야." 그런데 그 목소리가 방안에서 들리더래. 그것도 천장에서. 또 오한이 확 느껴져서 단번에 눈이 떠졌는데 몸이 안 움직이더래. 뜬눈으로 가위에 눌린 거야. 어두워서 사리분별이 안 돼는 동안 몇 번을 부르더래. 처음 부를 때는 엄마 목소리로, 두번째 부를 때는 내 목소리로, 세번째는 집주인 아줌마의 목소리로. 그렇게 릴레이로 "XX야." 하면서 부르다가 점점 깔깔 웃더래. 그 웃는 소리에 맞춰서 눈앞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웬 희고 이쁘장하게 생긴 새까만 단발머리, 중장머리 여자 둘이 천장에서 모가지만 길게 빼고는 서로 목을 꼬아감고 아빠를 놀리듯 "XX야." 하며 머리를 위아래로 왔다갔다 깔깔거리더란 거야. 어떻게 몸이라도 움직이면 대처라도 하겠는데 손발은 꼼짝도 안 하지, 잡것들은 사람 열받게 눈앞에서 데롱데롱 매달려 놀리고 있지, 시간은 안 가지. 그러다 어느 순간 잠에 들고 겨우 정신 챙겨 출근하셨다더라고. 그날 어쩌지도 못했던 게 분통이 터진다셨지.
10 이름없음 2025/09/19 05:20:06 ID : oJVcGr9a9y7 0
그런 일까지 있은 후 악재라면 악재인가. 가족 셋이서 해돋이를 보기 위해 기차여행을 하고 돌아온 날 우리집에는 도둑이 들었더라. 자개 장롱, 엄마가 진주여고 다닐 무렵 수영으로 땄던 메달 여러 개, 흔하게 볼 순 없었던 내 게임기, 전축 등. 좀 비싸다 싶은 물건들은 죄다 도둑맞게 됐어. 도둑은 잡지도 못했고. 얼마 안 있어 우리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됐는데, 이사 나가는 전날에 집주인한테 아빠가 캐물었대. 내가 이집 살면서 본 여자가 둘 있으니 똑띠 말해라, 어차피 나가는 마당에 이야기나 좀 들어보자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건이 있긴 했더라고. 우리가 들어와 살기 5년 전쯤 술집에서 일하던 이쁘장한 자매 둘이서 살았는데, 남자 하나가 자매를 양쪽에 끼고 놀다가 치정싸움이 벌어져버려서 결국 자매 둘은 다툼 끝에 감나무에다 목 메달고 죽었다는 얘기를 듣게 됐대.
11 이름없음 2025/09/19 05:20:23 ID : oJVcGr9a9y7 0
이게 그 집의 마지막 기억이야. 우리는 이후 진해로 가게 됐지. 이 이야기 적으면서 감나무 집의 주소가 어렴풋 생각나서 위성지도로 살펴보니 아파트 단지네 현재는. 도로를 마주보고 있던 한전건물도 이전했는지 안 보이고. 엄마와 아빠가 가장 많이 무언가를 느낀 집이다보니 내 경험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이야기가 됐네. 그나마 진해에서 급하게 구한 집은 내 경험이 제법 된다. 9살 무렵이었고, 처음 입주한 그날부터 나는 어떤 꿈을 꾸게 돼. 그집은 사용되지 않는 우물과 말라비틀어진 대추나무가 있던 다세대 주택이었어. 화물이 오가는 기찻길 근처에 있던 집이기도 하고. 그래서 하루에도 두어번은 땡땡땡땡 하며 경고음과 함께 진입금지 바가 내려오고 머지 않아 덜컹거리면서 기차가 지나가는 소음이 고스란히 들리는 곳이었지. 현재는 운행되지 않는 거로 알아. 벌써 다섯시가 한참 넘었네. 나머지 이야기는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해보고 마저 써볼게.
12 이름없음 2025/09/19 08:46:36 ID : 8lva3xyJVhw 0
간만에 존잼 괴담,,ㅂㄱㅇㅇ,,,,,
13 이름없음 2025/09/26 08:01:32 ID : oJVcGr9a9y7 0
두번째 집은 편의상 우물집이라고 해야겠다. 여기는 자잘하게 사연이 되게 많은 집이라, 가능한 시간순서대로 정리하다보니 며칠 걸렸네. 그럼 이사 직전부터 써볼까. 친할아버지는 오랜 세월 진해에 사셨는데 바로 옆 이웃집인 XX신녀라는 무당집과 친하게 잘 지내셨다. 무속적인 친분이 아닌 이웃주민으로서의 친분에 더 가깝다. 햇수로만 25년 이상을 이웃으로 왕래하며 보셨으니까. 그 집 안주인이 결혼한 무속인이셨는데 내가 알기론 딱히 제자도 둔 적 없으셨고, 젊을 때야 기운이 왕성하니 진해 앞바다에서 해신제 같은 걸 하긴 했다지만 나이들어서는 점차 기운도 꺾여 친하게 왕래하는 몇 분만 간소하게 점사를 봐주거나 첨언하는 정도였다고 했다. 우리 부모님이 바쁘게 이사를 준비하며 알아본 우물집에 대해 친할아버지가 넌지시 여쭈시니 무당 아주머니가 말하기 앞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지만 뭐 어쩔 수 있나. 부모님은 그 시절 그 살림으로 당장 구미에 맞는 셋방 찾기도 힘든 시기였으니 안 좋다고 한들 어쨌든 버티고 다시 이사를 해야겠다 생각하셨대.
14 이름없음 2025/09/26 08:01:49 ID : oJVcGr9a9y7 0
상동에서의 여러 난리 이후 나는 약 두달 쯤을 큰이모네에서 지내고 있었고, 이사가 확정된 날 아빠가 친구분 트럭을 빌려 새벽 일찍 나를 데리러 오셨다. 내가 8~9살일 때 지방에도 오락실에 인형뽑기 기계가 갓 들어오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던지라 중·고등학생이었던 사촌형제들이 집에 인형을 많이 두었는데, 내가 떠나는 날 마음에 드는 봉제 인형 몇 개를 가져가라 해서 품에 안으면 꽉 차는 크기의 허스키 인형과 퍼그 인형을 골라 기분 좋게 진해까지 도착했었지.
15 이름없음 2025/09/26 08:02:01 ID : oJVcGr9a9y7 0
도착하고 보니 오전 8시가 약간 넘어 있었고 오는 내내 트럭에서 뒤척이며 졸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리자마자 곧장 대문으로 뛰어갔는데 집의 정면을 보자마자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있는 촌스러운 초록색 대문. 손잡이는 사자 입에 고리가 달린 것. 그 시절에나 볼 수 있던 대문이었다. 낡아서 대문 경첩과 이어진 부근은 모조리 뻘겋게 녹이 슬고, 조금만 만져도 돌조각이 떨어져 나오고 있는 시멘트 벽돌담 위에는 소주병과 맥주병 조각을 위협적으로 박아놓은 모양새 하며. 그 무겁고 뻑뻑한 쇠로 된 대문을 열고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 때 내 이마에 무언가가 가볍게 스쳐서 머리를 부산스레 털어내며 위는 바라보지 않는 채 발을 내딛었는데, 당시의 나는 거미줄이라고 믿고 넘겼지만 줄곧 생각 한켠에서는 왜 위를 보지도 못하고 집에 들어갔을까라는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었어. 한두 발자국 내딛는 찰나에 내 머리 위로는 절대 존재하면 안 되는 내리꽂히는 시선과 얄쌍한 거미줄보다는 치맛자락 같았던 그 느낌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같아. 촌에서 나고 자랐으니 얼굴에 스치는 거미줄 감촉을 헷갈려하진 않았으니까.
16 이름없음 2025/09/26 08:03:42 ID : oJVcGr9a9y7 0
집의 전체적인 구조가 정말 독특하다 말로만 설명하기엔 턱없겠다 싶어 대략적인 전체 구조를 그려봤어 특이사항으로는 화장실은 푸세식이었다가 개월 정도 수세식으로 바뀐 우물은
집의 전체적인 구조가 정말 독특하다. 말로만 설명하기엔 턱없겠다 싶어 대략적인 전체 구조를 그려봤어. 특이사항으로는 화장실은 푸세식이었다가 8개월 정도 후 수세식으로 바뀐 것, 우물은 미사용된지 한참된 듯 네모난 콘크리트로 사용하지 말라고 입구를 봉해놓았다는 것. 집 앞 도로를 따라 길고 긴 기찻길이 있어 하루에 두세 번은 기차 지나가는 소리를 들은 것. 사실 지금보면 숨막힐 정도의 협소한 공간이었던 우리집 현관만 떠올려도 안 특이한 게 없다 싶지만 말야. 어쨌든 대문을 다 열기도 전에 바로 한발자국 앞이 여닫이 샤시 현관이었고, 마찬가지로 있으나 마나인 현관마루에서 부모님 방으로 쓰였던 공간에서는 웃기게도 토대를 올려 단차가 있었다. 말이 토대지 나무 기둥을 세워놓은 형식이라 장판 아래쪽이 떠 있어서 이 집이 지어진 최초에는 아마도 대청마루로 사용된 게 아닌가 싶었어.
17 이름없음 2025/09/26 08:05:49 ID : oJVcGr9a9y7 0
다른 세대1, 2는 이미 우리가 이사 들어오기 전부터 살던 사람이 있었는데 소란이 없던 적이 없는 것 같아. 누군가가 마당에서 목소리를 내거나, 집안에서 다투거나 하는 소리가 종종 들렸지. 다른 집 사람들의 사정이야 뭐, 어린 내가 관심을 둘만한 사항은 아니라서 별로 기억에 남는 건 없네. 전반적인 설명을 했으니 다시 얘기로 돌아가서, 비몽사몽 도착했었다고 했지. 짐을 풀고 간단하게 밥을 먹고 나서 나는 또 낮부터 잠을 자기 시작했어. 그림에서는 책상을 그려놨지만 아직 책상은 준비되지 못한 상태로 나 피곤하겠다고 엄마가 얼른 대충 방만 닦고 이부자리를 펴주셔서 곧장 누웠지. 난 잠이 들기 전까지 내 머리맡의 창문을 보면서 생각에 빠져들어 있었어. 말 그대로 독방 감옥 창문 같았거든. 그 정도로 창으로서의 기능을 다 하지 못할 크기의 창문이었고, 빛도 전혀 안 들었고, 바람이 드는지조차 모르겠고. 그러다 어느 순간 꿈을 꾸는데, 첫날부터 꿈자리가 사납더라.
18 이름없음 2025/09/26 08:06:02 ID : oJVcGr9a9y7 0
꿈에서도 나는 같은 방향으로 누워있었고 창문틀에서부터 물기가 느껴지더라고. 그러다 서서히 더 많은 물이 밖에서부터 차오르듯 창틀을 넘어 흘러들어오기 시작하고 창틀 아래의 벽지가 점점 번지듯 젖어가는데 붉어지는 거야. 곧이어 내 이불은 젖지 않았는데 장판도 붉어지고, 장판과 이어지는 벽 아랫면부터 다시 위로 붉게 번지는데 어? 하는 찰나 몸이 짓눌리듯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돼. 이윽고 나와 내 이부자리를 제외한 모든 내 방의 공간이 천장까지 붉어지는 걸 보면서 한참을 식은땀 흘리며 앓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이게 내 인생의 첫 가위 경험이었지. 엄마부터 찾는다고 덜커덩거리는 목재 창호지문을 열고 나와보니 한창 저녁 식사를 준비중이셨어. 아직은 무서움이 뭔지 잘 모르던 간큰 9살이었기 때문인지 그 꿈을 무서운 것이라고 인식하기보다 신기한 꿈이라고 인식했던 것 같아.
19 이름없음 2025/09/26 08:06:25 ID : oJVcGr9a9y7 0
그 꿈 이후로 나는 한동안 괜찮았는데 엄마랑 아빠가 번갈아 가위에 눌리거나 잠을 설치거나 했어. 감나무 집에서처럼 아무도 부른 적 없는데 엄마가 내게 왜 불렀냐고 묻는 일도 여전했고. 그렇게 두어달 나는 별 이상한 걸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잘 놀면서 지내다가 진짜 말 그대로 문득 무서움이 뭔지 조금 느끼게 돼. 진짜 별 거 아니거든. 사촌형제가 가져가라 했던 인형 말이야. 집에서 혼자 놀 때는 이 인형들로 소꿉놀이를 했고, 잘 때도 끌어안고 자거나 아니면 인형이 나를 바라보게끔 바닥에 앉혀서 한참 인형을 쳐다보다 잠들곤 했었어.
20 이름없음 2025/09/26 08:06:35 ID : oJVcGr9a9y7 0
그런데 하루는 어떤 징후 같은 것도 전혀 없었는데, 인형이 너무 이상하게 보이더라고. 그날도 평소와 다른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 감나무 집에서 갖고 놀던 전집 세트를 이 집에 올 때도 그대로 가져왔었기 때문에 낮동안에는 그걸 갖고 놀다가 잘 시간이 되어서는 자리에 누워 인형을 보면서 내일은 뭐하고 놀지, 같은 동네 걔랑 놀까, 아니면 누구야랑 놀까 등. 눈뜨면 그새 새로 사귄 동네 친구들과 놀 생각을 하면서 허스키 인형과 퍼그 인형의 눈을 주욱 바라보는데 이상한 게 나랑 시선이 맞닿더라. 그 인형들한테서 사람같은 쌍방의 시선이 느껴지더라고. 사람 눈동자처럼 느껴지자마자 갑자기 소름이 돋아버리고, 굉장히 이질적이면서도 기분 나쁜 시선이 나한테 꽂혔다는 걸 깨달았어. 바로 벌떡 앉아 인형 머리를 잡아채 벽을 보게끔 죄다 돌려놓고서는 나도 등을 돌린 채 벽을 보면서 잠들었던 게 기억나.
21 이름없음 2025/09/26 08:06:43 ID : oJVcGr9a9y7 0
초조하게 눈을 감고 있는데 대문을 처음 지났을 때 내 머리 위에서 웃돌던 그 이상한 시선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었어. 인형한테서 알 수 없는 압박적인 시선을 느낀 거야. 그래서 이날 이후 그 인형들 취급은 그냥 찬밥이 되어버려. 그렇게 평소에 아끼다가도 한순간에 기분 나쁜 무언가가 되어버렸으니까. 내가 인형 눈만 보면 그냥 따지지도 않고 기분만 나빠하니, 엄마랑 아빠도 가뜩이나 뭔가를 자주 느끼고 있었는데 혹시 안 좋은 영향이라도 있을까 싶어 하루는 두분이서 이제 이사오면서 안 쓰게 된 물건들 버리는 김에 인형도 내다버릴까 하는데 괜찮겠냐 물으셨고 나는 그러길 반기듯 가뿐하게 그래도 된다고 허락했던 것도 기억나.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형과 소꿉놀이 하던 것도 멈췄지. 인형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놀기 시작했고. 그 시선 때문에 인형놀이를 뗐다고는 하지만 모든 인형에 대한 공포심 같은 건 다행히도 전혀 없다. 내 어린시절의 그 인형들만 그랬어.
22 이름없음 2025/09/26 08:06:52 ID : oJVcGr9a9y7 0
그렇게 다시 며칠 별 일 없이 지내다 또 하나의 사건이 생기게 돼. 이건 내 기억에는 전혀 없는데 나, 부모님 셋이 전부 겪은 일이야. 창호지문 바로 옆 벽면에는 똑딱이 스위치가 있었어. 다들 잠든 불 다 꺼진 조용한 새벽에 갑자기 똑딱 소리가 나더래. 창호지가 발린 목재 문이다보니 불을 키면 키는대로 빛도 새어들어오거든. 잠귀가 밝은 편인 엄마가 먼저 정신을 차렸는데, 또 똑딱하고 내 방 불이 꺼지더래 이번엔. 애가 잠깐 깼다가 다시 자려나보다 싶어 다시 누우셨는데 또 켜지더래. 그리고 문을 바라봤더니 내가 아닌 것 같은 키 큰 실루엣이 스위치에 손을 가져간 상태로 똑딱, 똑딱, 똑딱, 켰다가 껐다가 스위치로 장난을 치고 있더라는 거야. 엄마는 평소 우리집의 다른 불편한 문제들보다 보안이 좋지 못하다는 것에 훨씬 신경이 곧두서있으셨던 지라 혹시나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저 문이 애 방이랑 바로연결이 되는데 그쪽으로 도둑이나 강도가 들었나 싶어 아찔해지셨대. 왜냐면 우습게도 보일러실과 내 방을 연결해주는 문도 창호지문이었고, 그마저도 자물쇠가 떨어져나가 걸고리만 남은 상태라 숟가락만 하나 꽂아둔 상태였거든. 그래서 곧장 아빠를 깨우려는 찰나 보일러실로 이어진 그 창호지문쪽이 달그락달그락 하면서 열리는 소리가 나더라는 거야.
23 이름없음 2025/09/26 08:07:15 ID : oJVcGr9a9y7 0
나한테 큰일이라도 났을까 싶어 아빠를 깨우고 두분이서 같이 내 방에 들어오셨는데 내가 눈을 까뒤집은 상태로 보일러실 문을 열기 위해 문만 달그럭거리고 있었대. 숟가락이 고리에 걸려 있어서 열리진 않았지만 그걸 열려고 전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팔동작으로 창호지를 긁고, 목질부분도 양손톱으로 긁고 있더래. 무슨 정신이셨는지는 몰라도 엄마가 그걸 보고 놀란 것도 잠시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엉덩이를 세차게 때리고 흔들고 윽박치고 있는데 그러는 사이에도 악 쓰듯 나가야 한다고 경기를 일으키던 내가 맥이 탁 풀린 것처럼 주저앉더니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고는 그대로 곯아떨어졌었대. 우왕좌왕 얼굴을 살피니 눈이 제자리로 돌아가 제대로 감긴 걸 보고 그제야 안도하셨다나. 새벽에 그 난리가 있었다는 건 당장 뒷날엔 듣지 못했어. 난 진짜로 기억에 없거든. 지금 표현으로 치면 요즘의 무속인들이 말하는 블랙아웃이 맞겠지. 내가 기억하는 건 그냥 '어? 내가 이 내복을 입고 잠들었었나? 이불도 바뀌었네.' 이게 전부였어. 잠버릇이 있는 애긴 했지만 몽유병은 아니었고.
24 이름없음 2025/09/26 08:08:05 ID : oJVcGr9a9y7 0
그리고 저때 이후 난 특별히 뭘 먹지 않아도 자주 체하기 시작했어. 아빠도 체기가 항상 있었고. 또 체해서 엄지 손가락을 따게 됐는데 검붉게 부풀어 오르는 내 피를 보는 게 너무 기분 좋아서 체하지 않은 날도 따 달라고 보챘던 적이 있어. 피를 보는 거에 흥미가 생겼다? 피를 내고 싶다는 아니었던 것 같아. 난 집에서 가만히 앉아 노는 것만으로는 에너지 해소가 되지 않았던 천둥벌거숭이 그 자체인 엄청나게 활발했던 유년기를 가졌다보니 바깥에서 골목대장 노릇하며 온천지를 쏘다니고 다닌 터라 안 다쳐 오는 날이 더 적었거든. 그래서 다치는 것, 상처가 나는 것에 특별히 무서움을 가지고 있진 않았어. 오히려 다치면 무덤덤했지. 걱정이라고 해봐야 엄마한테 혼나겠네, 그냥 집 가서 밴드나 바르고 다시 놀아야겠다 정도. 근데 저렇게 블랙아웃을 경험한 날 이후로는 피를 보는 쪽에 흥미가 생겼던 걸 기억하고 있어. 부러 더 위험하게 놀았던 것 같기도 해. 지금은 전혀 그 마인드를 이해할 수 없다마는.
25 이름없음 2025/09/26 08:08:14 ID : oJVcGr9a9y7 0
엄마 같은 경우는 평소에 겪던 헛소리 듣는 일 같은 거나 꿈이 사나워 잠자리 불편해 하시는 거 외엔 집에서 가장 현상 같은 걸 적게 느끼셨고, 아빠도 나처럼 체하는 횟수가 늘어났는데 안주로 드신 오징어회가 급체를 일으켜 응급실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나신 후 계속 위장에 탈이 나셨고, 단순 위염이었던 게 갑자기 위궤양으로까지 갔다가 한동안 엄청 고생하셨었지.
26 이름없음 2025/09/26 08:08:52 ID : oJVcGr9a9y7 0
내가 저런 증상을 보인 후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XX신녀 아주머니가 소개해준 절에 온가족이 다같이 가게 돼. 절이라는 곳 자체가 나한테 그렇게 신선한 장소는 아니었어. 큰이모가 인근 절에서 음식 돕는 보살님이시기도 하고 종종 따라서 절에 놀러가곤 했었거든. 여튼 도착해서 내가 승용차에서 내려 절의 주차장 자갈밭을 밟고 있었던 것. 큰이모에게서 일찍이 배워뒀던 합장을 스님 만났을 때 곧잘하니 칭찬 받은 것. 그리고 부모님과 스님이 대화를 시작하고 이야기가 길어지자 끼어들긴 뭣하니 나는 근처에서 자갈 몇 개를 주워 공깃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 여기까진 기억나. 이 이후가 기억이 안 나.
27 이름없음 2025/09/26 08:09:51 ID : oJVcGr9a9y7 0
집에 돌아가기 위해 다시 그 주차장에 모였을 때는 이미 날이 조금 어두워진 늦은 오후였고, 집에 도착하려면 세시간 정도 가야 하니 피곤하면 먼저 올라타서 눈 좀 감고 있으라던 엄마의 말도 기억나. 온가족이 탑승한 상태로 스님과 인사하는데 그 스님이 나를 향해 "아야, 고생했다. 금방 까먹겠지만 니 이마에 날이 세 개가 서 있어 니 고생이 더 많았겠다, 집 가서 푹 쉬그라." 하며 내게 말 거시던 것도 지금도 토씨 하나 안 빼먹고 기억을 하는데 그 중간 과정이 통째로 안 떠올라. 이야기 앞서 말했듯 난 내 과거 기억을 되짚어보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기억력이 정말 좋은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28 이름없음 2025/09/26 08:10:10 ID : oJVcGr9a9y7 0
내가 성인이 되고 얼마 안 지나 이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내가 궁금하다고 캐물은 적은 없었고, 얘기를 듣게 됐던 날에도 그냥 온가족이 모여서 식사하던 중에 문득 옛날 얘기 꺼내다가 듣게 된 거야. 간략히 하자면 여태까지 부모님도 겪은 이상한 현상들이 무속적인 의미에서의 집 문제라기보다는 스트레스성 증상일 것이라고 가볍게 넘기고 말려 하셨지만, 내가 눈을 까뒤집었던 증상과 피 보는 걸 좋아하게 된 것 같음을 직감적으로 눈치 채신 부모님이 그 집에 문제가 있음을 확실히 인지한 계기가 됐고, 오히려 귀기를 잘 타는 엄마와 달리 가장 괜찮을 것 같았던 내가 증상이 생기자 XX신녀 아주머니를 통해 소개 받은 어느 절의 스님을 만나 불교에서 행하는 간소한 의식을 진행했대. 의식 중에 가마불에 볶은 붉은 팥을 내 등 뒤에 던졌다는데 팥은 갓볶으면 열이 식은 후 단단해져서 쉽게 깨지지 않지만 내 등에 닿은 것들이 그대로 죄다 깨졌다나. 그래서 스님이 경을 외며 진땀을 빼셨다고. 더 자세히 얘기하고 싶어도 할 게 없는 게, 내가 부모님께 들은 것도 이게 전부였거든. 여전히 내 기억은 왜 중간만 통째로 없는지 알 수가 없지. 이것도 블랙아웃인 건지. 이마에 칼이 세 개나 서 있더라 라는 말도 의미를 잘 모르겠고. 뉘앙스만으로는 대충 무슨 말을 하려 하셨는진 알 것도 같은데, 아무리 곰씹어봐도 여전히 아리송할 뿐이야.
29 이름없음 2025/09/28 05:00:24 ID : vvbeK2Mjcmr 0
와 존잼 ㅇㅈ 필력 좋아서 술술 읽혔어 무섭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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