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5/10/14 00:34:49 ID : pQrdV81bfO4 1
니들 도깨비 아냐. 뿔 달린 일본 도깨비 말고 우리나라 민간신앙에 나오는 오래된 물건같은게 변해서 만들어진다는 그런 도깨비. 나는 내가 본게 도깨비라고 믿고싶음. 대충 20년 전 이야기라 좀 아리까리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적어본다. 일단 우리가족 본가는 저기 동해안 쪽 산골마을이었음. 집과 땅은 원래 할아버지 소유셨고, 기왓장 올라간 한옥을 이리저리 개조하면서 살아서 전기 들어올 건 다 들어오는 그런 곳이었음. 나 태어나기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 사시면서 지켜오던 집이었는데, 할머니 말로는 6.25 전에 광복 하자마자 고조 할아버지가 지었던 집이라고 했음. 지금은 돌아가셨으니 자세한 건 나도 모르겠고. 할아버지도 거기서 태어났고, 아빠도 거기서 태어났을 정도로 오래 살았던 집이고, 그만큼 100년 넘은 물건들도 수두룩 했던 집이었음. 내가 밥 먹던 도자기 그릇이 100년된 그릇이란 말 듣고 놀란 기억이 있다. 때는 20년 전, 당시 10살이던 나는 2년동안 소아암 때문에 병원치료 받다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쉬라는 가족의 권유에 할머니랑 3개월동안 이 집에서 살았었음. 물론 그 때는 다 나아서 아프기 전보다 그냥 살 빠지고 머리만 빡빡 밀었던 상태라 가기 싫었는데 할머니 혼자 계신다는 말에 슬퍼서 살러 갔었음.
2 이름없음 2025/10/14 00:38:25 ID : pQrdV81bfO4 0
근데 산 속이라 해는 빨리 지고, 밤에 춥고, 산짐승 소리에 벌레도 많지, 전기 들어온다 해도 전등불만 켜고 끄는 수준에 냉장고 작은거 덜렁 있고, 전파도 안 잡혀, 화장실은 밖에 있는 푸세식에 아직도 부뚜막 쓰는 곳이었어서 나는 그 집이 진짜 싫었음. 할머니한테 여기 살지말고 나랑 같이 우리집 가자고 떼도 쓸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할머니가 귀신 얘기 많이해주셔서 나는 그 집이 더더욱 싫고 무서웠음.
3 이름없음 2025/10/14 00:42:13 ID : pQrdV81bfO4 0
그러다가 할머니가 해주신 얘기가 도깨비 얘기였다. 옛날부터 오래된 물건에는 사람이나 동물의 혼이 들러붙어서 도깨비가 된다는 얘기였음. 근데 당시 내가 알던 도깨비는 머리에 뿔 달리고 방망이 들던 놈들이라 물건이 어떻게 그렇게 변하냐고 생각했었음. 그러니까 할머니가 그건 일본 도깨비고, 우리나라 도깨비는 다르다고 말해주시더라. 물론 난 안 믿었지.
4 이름없음 2025/10/14 00:46:13 ID : pQrdV81bfO4 0
어느날 밤이었음. 내 기억상으로는 8월달이었을거다. 산속이라 선선하고, 할머니는 막걸리 드시다가 일찍 주무시고, 난 거실에 앉아서 만화책 보고 있었다. 아마 일본만화 해적판인가 그랬을거다. 근데 그날따라 뭔가 진짜 쎄한 느낌이 들더라. 문뜩 마당 보는데 대문 너머로 누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거임.
5 이름없음 2025/10/14 00:53:18 ID : pQrdV81bfO4 0
무시하고 싶은데 무시할 수가 없었음.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 서 있는 듯한 그 기분, 공포, 섬뜩함. 이루 말도 못했다. 근데 그게 기분이 아니었다. 한 1분쯤 가만히 있으니까 땅바닥 밟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더라. 자부작, 자부작, 하는 그 소리가 들리니까 너무 무서워서 오줌 쌀 번 했다. 이 밤에, 이 외딴 마을에서도 거진 산 속에 위치한 이곳에 올 사람이 있겠냐. 그런데 더 무서운게, 발 소리는 들리는데 멀어지지가 않더라. 문 앞에서 계속 맴도는 것 처럼. 내가 조금만 움직이면 멈칫, 그리고 조용히 있으면 다시 들리고. 이게 반복되니까 너무 무서워서 눈물 뚝뚝 흘렸다.
6 이름없음 2025/10/14 00:57:34 ID : pQrdV81bfO4 0
와 이게 귀신이구나 싶더라. 진짜 귀신이구나. 산짐승이라면 짐승 소리라도 낼텐데, 그거 하나 없이 발자국 만으로도 압도되는 기분이 들더라.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있는 안방이 아니라 반대쪽 작은 방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더라. 무서워서 고개도 못 돌려봤다. 옆눈으로 슬쩍 보니까 창문이 열려있더라.
7 이름없음 2025/10/14 01:05:12 ID : pQrdV81bfO4 0
그때 갑자기 대문이 쾅 소리 내면서 개 크게 흔들렸다. 난 너무 놀라서 비명 지르고, 할머니도 놀라서 우당탕 하시더니 나오시더라. 뭔일이냐고 하면서. 나는 진짜 숨 넘어갈 것 처럼 꺽꺽대면서 울면서 문 앞에 누가 있다고 막 말했다. 작은 방에도 누가 있는것 같다고 막 말했다. 할머니도 빗자루 들고 작은 방 확 열었는데 아무도 없더라. 원래 아빠 방으로 쓰다가 창고로 바뀐 곳이라 물건만 엄청 쌓여있었다. 근데 창문이 열려서 달빛이 들어오는데, 무섭다기보다는 뭔가 안심되더라. 이상하게 안심되는 그 느낌이 있었다. 그 이후에 랜턴 들고 대문도 열었는데, 대문 앞에 웬 막대기가 떨어져 있더라. 자세히 보니까 막대기가 아니라 지팡이였다. 엄청 오래된 나무 지팡이. 할머니가 이게 왜 여기있냐고 하시면서 뒤 돌아보는데 나랑 같이 비명을 질렀다. 당시 우리집 대문에 부적이 붙어있었다. 할머니가 오래전에 오래된 물건 많으면 귀신이 들어오기 쉽다고 알고지내던 무당한테서 공짜로 받아오신 부적이었는데, 그게 떨어져서 너덜너덜하게 구겨져 있더라.
8 이름없음 2025/10/14 01:13:28 ID : pQrdV81bfO4 0
다음날 아침에 보니까 대문에도 누가 박은 것 처럼 찌그러진 자국이 있더라. 딱 사람 머리 높이에. 그 뒤에 지팡이도 확인했는데 나랑 성은 같은데 모르는 한자 이름이 쓰여있더라. 할머니는 내 고조 할아버지 성함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재서야 할머니가 고조할아버지가 널 지켜주셨다. 아이고, 아이고 하시면서 날 안아주는데, 나는 도깨비 이야기가 생각나더라. 나는 그때 날 구해준게 도깨비였던 거라고 믿고싶다.
9 이름없음 2025/10/14 01:17:52 ID : pQrdV81bfO4 0
그 후에 엄마아빠가 이 이갸기 듣고 1개월정도 더 있다가 할머니랑 같이 우리집으로 갔다. 그때부터 할머니랑 10년동안 같이 살다가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그 후에 아빠가 말하기를 안에 있던 물건은 대부분 처분하고 집 포함해서 땅을 파셨다고 했다. 태우진 않았다고 했으니까 아마 어딘가 떠돌거나 아니면 산에 묻혀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당시 나무 지팡이 같은거는 땅에 묻었으니까.
10 이름없음 2025/10/14 01:18:21 ID : pQrdV81bfO4 0
끝임. 생각보다 싱겁네...
11 이름없음 2025/10/14 09:23:31 ID : cK3Pg2K4Y1g 0
삽존잼
12 이름없음 2025/10/14 10:48:34 ID : u60slu1eINy 0
와 미츳다... 근데 레주 맞춤법이 더 미침
13 이름없음 2025/10/15 16:14:36 ID : 88i1cskpSMp 0
존재미...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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