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F를 좋아하게 된 계기부터 말해 볼까. 때는 2017년 가을이었다.(비장)

사실 계기라기보단 같은 반이 되고 서로 친해지고 F와 같이 다니게 되면서 알아가는 과정에서 스무ㅡ쓰하게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니까 그전부터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정작 좋아하는 마음을 알게 된 건 다름 아닌 꿈을 통해서였다. 그게 바로 작년 10월 말이었음.

오홍

그때부터 본의 아니게 나 혼자 의식하기 시작했어. 원래 혼자 아등바등하는 스타일이라 매일매일 마구 삽질하고 나 스스로 감정을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었어. 사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매일 보는 친구고 피할 수도 없으니 더구나 감정 조절 능력이 미숙한 스레주에겐 너무나 버거워.

사소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통에 혼자 기대 아닌 기대를 많이 하고, 공상도 참 많이 한다. 하지만 정작 F는 완벽한 이성애자인걸. 게다가 퀴어에 대한 생각도 나와는 조금 달라.

자세히 얘기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일부 성정체성에 대한 생각이 나와 달라. 나는 내 생각을 F에게 말한 적 없어서 F는 모르지만. 어쩌면 그건 나는 나를 퀴어의 일원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F는 아니라는 데서 오는 차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퀴어들 내에서도 서로 다른 정체성이나 지향성에 대해 배타적인 경우가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쨌든 그런 이유 때문에 F에게 정이 떨어지거나 한 건아님.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니까.

그렇지만... 이 모든 게 다 부질없는 감정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전부 다 때려쳐 버리고 싶어. 그러나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더라. 또 그러나 더 이상은 공허한 기대와 현실의 괴리로 상처받고 싶지 않아. 사실 그런 괴리는 눈 뜨고 있는 매 순간 느끼고 있어. 내 감정이 걷잡을 수 없게 지금 이 순간에도 현실과 격차를 벌려 가며 점점 커지고 있어. 이 감정 없는 나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동시에 이젠 그만하고 싶고 이런 나 자신이 너무 지질하고 비참하게 느껴져.

그냥 F가 너무 좋아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아. 그런데 이 마음을 전할 대상이 없다는 게 마음의 크기와 비례해서 너무 무서워.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어. 하지만 F는 오랜 스킨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물론 사랑하지 않는 상대에겐 모두가 그렇겠지.

으아악 부정 에너지가 너무 커지고 있ㄷ드아!!그리고 자소서 써야 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구만ㅎ

퀴어로서 짝사랑 포기는 보통 상대가 이성 애인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음. 나도 짝사랑 중이던 상대가 SNS에 자기 애인과 같이 사진 찍은 거 올린 거 보고 포기했어

>>13 나도 어쩌면 1년쯤 후에 그렇게 될 것 같아서..ㅠㅠ 그러기 전에 정리하고 싶지만 잘 안 되네 레스주도 맘고생 심했겠다.....

누군가를 이렇게 많이 좋아해본 건 처음인 것 같아. 첫사랑은 아니지만 첫사랑을 좋아했을 때보다 배로 행복하고 배로 괴롭다.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할것 같네ㅠㅠ

>>16 고마워ㅠㅠ 말할 사람이 없어서 더 힘든 것 같기도 하다...

가끔 같이 다니는 친구들 사이에 섞여서 밥 먹을 때 마주보고 앉거나 옆에 앉아서 먹을 때면 그냥 숟가락 놓고 멀리 도망쳐 버리고 싶다. F 앞에 있으면 내 모든 게 다 까발려지는 기분이야. 안전하지 못한 기분. 금방이라도 뭔가 터져나올 것 같은 기분.

가끔은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가끔은 F가 너무 밉다. 하지만 미워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또 복도에서, 교실에서, 학교 산책로에서 F와 마주치길 기대하고 있다. F는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자기 자신을 통제하길 원하는 성격이다. 감정이건 욕망이건간에. F는 가끔 건조하고, 우울해하기도 한다. 그런 F가 변덕을 부리듯 다른 친구가 아닌 내 손을 잡아 주고, 나와 팔짱을 껴 주고, 먼저 다가와 안아줄 때가 있다. 가뭄에 콩 나듯 한 번씩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또 F를 미워하던 순간들을, 좋아하는 마음을 모두 버리자고 다짐하던 순간들을 모두 잊어버린다.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 또 기대하게 만든다.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붙들고 있게 만든다.

나는 이중사고 속에 갇혀 있다. 두 가지의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사실을 한꺼번에 믿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F가 이성애자이며, 설령 동성을 사랑할 수 있다 해도, 적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편으로 나는 공상 속의 또 다른 F를 만든다. 그 속의 F는 나를 좋아하고 있다. 혹은 좋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 현실의 F이고 무엇이 거짓의 F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나는 모르기 때문이다. 두 가지 중 어느 하나가 더 진실에 가깝다 해도,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말하자면 난 아무 의미도 없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거야.

나와 F의 관계는 갑을관계일 수밖에 없다. 나는 이 관계에서 완전한 을이다. 물론 정작 갑인 F는 모르고 있지만. 나의 행동이나 말은 F에게 어떤 영감도 줄 수 없을 만큼 아무런 힘이 없다. 반면 F는 눈빛만으로도 내 사고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 F는 말하는 것만으로도, 혹은 말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를 절망 속에 빠뜨릴 수 있다. 나는 F 앞에 서면 약해지는 나 자신이 너무 싫다. 그래서 더더욱 F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학교 간다. 마음을 차갑게 다져야지. 사실 난 F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라 내 마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거야. 꼭 도망칠 수 있기를.

엄청나게 커다란 실수를 해 버리고 말았다. 안 그래도 신체적 접촉 엄청 싫어하는데. 망했어. 죽고 싶다.

그래. F는 한 번도 나를 좋아한 적 없었지. 앞으로도 없을 거야. 사랑은 신화고 연애는 발명된 것이지. 그런데 난 왜 F를 꼭 사랑에만 묶어두려 하는 걸까? 그냥 친구로서만 지내도 되는데.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이상하지. 마음대로 안 되지.

참 많이 좋아했어. 지금도 좋아해. 좋아할수록 비참해져. 언제나 나는 내 마음 때문에 상처를 받았지. 착한 사람 콤플렉스 때문에. 이제는 잠시 마음을 닫아 두고 싶어. 다시 눈이 올 때까지.

작년 겨울에, 밤 9시쯤에 F와 함께 눈이 펑펑 내리던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이 나. F도 기억하고 있을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법 같은 날이었는데. 그 시간 속에 너를 영원히 가두고 싶어.

영원의 시간이 주어져도 F는 나를 좋아해줄 수 없겠지. 어떻게 이런 사랑이, 이런 관계가 있을 수가 있니. F와는 친구도 연인도 될 수가 없어. 왜 내 마음은 항상 어려운 길만 골라서 찾아가는 거야. 나 너무 지쳤어. 죽어버리고 싶어. 고3인데, 이런 마음을 가져서, 너무 두려워. F가 두려워. 사람이, 감정이 두려워. 나를 옭아매잖아. 나는 이 상황을, 이 마음을 감당할 수가 없어. 터져버릴 것 같아.

나, 딱 몇 달만 감정 없이 살고 싶어. 입시 끝날 때까지. 사람들로부터 떨어져서 잠시 혼자 지내고 싶어. 내가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곳에서. F보다 더 사랑할 사람을 만날 때까지. 하지만 어떻게 F가 아닌 누군가를 F보다 더 좋아할 수 있을까. 정작 그때가 되면 쉬워질지도 몰라.

고3때 너랑 상황이 비슷했는데 난 이렇게 생각했어 "졸업식날 고백하게 되더라도 대학 잘 가서 걔 앞에서 기죽지 않기." "걘 공부 잘하는 얘라 인서울은 할 테니 걔한테서 덜 멀어지기 위해서 인서울하기" 이렇게 마음 가져보는건 어때... 고3이라고 내가 공부만 강조해서 답답하겠지만 참고해봐...

>>29 고마워...ㅠㅠㅠㅠ졸업식이라도 고백할 용기는 없겠지만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고마워.

F와 나의 관계에는 어떤 주기가 있는 것 같아. 며칠 정도 F가 갑자기 나에게 장난을 치고, 스킨십을 하고 그럴 때가 있어.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인 것 같은데... 그러고 나서 주말 동안 못 보거나 한 다음 다시 만나면 꼭 관계를 0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야. 그럴 땐 서로 복도에서 마주쳐도 어색해. 나 혼자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좀 더 친밀한 시기가 오면 난 멍하니 비참한 분홍빛 꿈속을 걷는 기분이야. F입장에선 전부 다 친구로서 하는 행동이니까 말이지. 그렇다고 어색한 시기가 온다고 해서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야. 둘 중 뭐가 더 비참한지 모르겠다.

F의 별 뜻 없는 행동들은 늘 나를 흔들어. 지난주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꽤 오랫동안 산책을 했어. F는 갑자기 날 안는다거나 손을 잡는다거나 평상에 누워 있을 때 내 다리를 가지고 장난친다거나 했다. 내 비참함은 F의 그런 행동에 의해 더욱 빛난다.

어제는 청소 시간에 반에 있었다. 교탁 위에 머리를 옆으로 올려놓고 멍하니 있었다. 그 때 등 뒤에 누군가 느껴졌다. 나는 F임을 직감했다. 고개를 돌렸고 나처럼 교탁에 머리를 올려놓은 F와 눈이 마주쳤다.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나는 이렇게 노력하는데, 아프지 않기 위해, 마음이 튀어나오지 않게 노력하는데, 너는 왜 나를 자꾸만 흔들고 잔잔히 있을 수 없게 만들어....

-------- 내가 --------------- 싶다고 말했더니 F는 -----------------자고 했다. 우리는 약속을 했다. F는 --------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에 나는 ------------------ 있었다. 졸음이 깨지 않아서였지만... 혹시 나도 뭔가 기대했던 걸까? ------------- 주길 기다렸던 걸까? --------------------도 심장이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어쨌거나 F는 소식이 없었고 나는 F가 ------------음을 직감했다. 조용히 --------- 다음 F에게로 갔다. F는 -------- 잠들어 있었다. 나는 F의 얼굴에 손을 뻗었고 그 때 F가 얼굴을 돌렸다. F는 실눈을 떴다. 그리고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라고 말했다. 그리고 -----을 나왔다. (F가 여기 올 리는 없지만... 왠지 불안해서 자세한 것들을 지웠어. 읽는 데 불편하더라도 미안...)

나는 산책을 했다. 아아...나 혼자 조용히, 외롭게 걷다 사라지고 싶었다. 마음을 멀리 날려 보내고 껍데기만 남은 채로 교실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는 아직 포기할 수 없다. 나는 아직, 나는 아직도 F를 좋아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미안하게도.

공부에 집중 못 하더라도 지금은 딴 생각 할 때가 아니야. 정신 차리자. 냉정해지자. 나 자신에게 위악적인 사람이 되자.

어익후 인코를 까먹었넹 사랑에 빠지면 무조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건 거짓말이다. 충분히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다만 얼마나 비이성적인 생각들을 상상 속에만 붙잡아둘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아, 도망치고 싶다. 난 너무 지쳤어. 차라리 누가 날 맘대로 해 줬으면...날 맘대로 분해하고 조립해도 되는데. 하지만 정작 F는 그럴 생각이 없겠지.

거의 2주만에 올리네.. 요즘 F는 같이 걸어갈 때마다 손 잡아주고 안아주고 볼에 뽀뽀해 주고 그런다. 내가 좋아하니까 자꾸만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근데 이제 지쳤어.

그래도 난 충분히 이성적으로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다행이야. 이제 F 생각을 할 때면 아주 조금 덤덤해진 것 같아. 하지만 슬픈 것에 익숙해진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사람이 무서워. 더 이상 마음을 주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내가 주고 싶지 않다고 해서 마음이 가지 않는 건 아니더라.

현실은 척박하고 냉소적이야. 그런 현실에서 날 버티게 해 주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오늘도 내일도 F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인 것 같아. 비록 그 기대감마저도 죄책감과 열등감 등으로 이상하게 마구 얽혀 있긴 하지만... 그래도 F가 곁에 있어 주는 순간만큼은 좋아. 적어도 그건 분명한 것 같아.

그렇지만 졸업하고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길로 갈라지게 되면 그 때는 어떡할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할래.

스레딕 굉장히 오랜만이다. 마지막 내신이 끝났어. 허탈하네. 후회되는 것도 많고. 하지만 지나간 일은 그렇다치고 이젠 앞에 남은 것들에 집중할래.

지난 2주간 참 많은 생각을 했어. 감정을 조절하는 법에 대해서. 혼자 기대해 버리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냈어. 이성으로 감성을 밀어내는 거야. F에게 설렐 때마다 '이성적인 사람이 되자'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이는 습관이 생겼어.

F를 향한 마음이 아주 조금 달라진 것 같아.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자기연민에는 빠지지 않게 된 것 같아. 집착도 덜해졌고. (물론 집착적인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길 만큼 비이성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F를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야...가끔은 비참한 생각들이 물밀듯이 덮쳐 오기도 하고....

나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시험기간에 F가 우리 방에 찾아온 적이 있었어. 마침 룸메가 자고 있어서 불이 꺼져 있었고 나랑 F는 침대에 껴안고 같이 누워 있었어. F는 원래 그 때 자는 습관이 있어서 조용히 조금 얘기하다가 잠이 들었어. 하지만 난 잘 수가 없었지. 이런 순간이 또 언제 오겠냐는 생각으로 그 순간에 있는 모든 걸 최대한 잘 기억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렸어. 포근한 표정으로 잠든 F의 얼굴을 보면서, F의 머리를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쓰다듬을 수 있다면, 좀 더 쉽게 먼저 안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어.

좀 더 가볍게 웃고 장난도 더 많이 치고 그러고 싶은데 왜 이렇게 진지해지고 우울해지고 자꾸만 재미없는 사람이 될까. 그냥 F가 잘되길 바라고 F에게 잘해주고 싶은 걸로만은 안 되더라. 자꾸만 더 안아주고 싶고 보고 싶은데, 매 순간, F와 스킨십할 때나 F네 반에 찾아갈 때 내 행동이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는지 선을 지켜야 하고, 긴장해야 하니까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생각이 깊어지더라. 이렇게 해야 F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겠지.

F를 좋아하면서 내가 아주 조금 더 성숙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여전히 어린애긴 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놓는 법도 배웠고.

F는 완벽히 이성애자는 아니고 최근에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양성애자에 가까운 것 같아. 그 말을 들어도 뭔가 기대된다거나 고백할 생각은 들지 않았어. 어차피 나는 아니니까 변하는 건 없다는 생각뿐이야. 다만 F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하긴 해. 난 F를 좋아하면서 스스로가 바이라는 걸 받아들였는데. 이 사실은 앞으로도 절대 말할 수 없겠지.

이게 자학적 성격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갑을관계에 있는 짝사랑이라 그래 나도 해봐서 알아 그리고 아직도 좋아해서 그래 이건 어쩔수가없어 그렇게 자신을 작게 만들어야 겨우 잊어지는 거라서 근데 난 실패했어 아직도 좋아하거든

>>50 공감해줘서 정말 고마워...ㅜㅜㅠㅠㅠㅠ나도 나 자신을 얼마나 더 비참하게 만들어야 좋아하는 마음을 덜어낼 수 있는지 모르겠어 마음이 정말 마음대로 안 되더라. 어쩌면 모든 짝사랑은 자진해서 을이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동지여 힘내자.

F는 점점 모래알처럼 내 마음을 빠져나가고 있어. 쓸쓸하긴 하지만 F를 좋아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 졸업까지 남은 시간은 그냥 대입 준비하면서, 내 마음 죽이면서 그렇게 조용히 보내고 싶다.

학교에서 F가 에어캡 포장지에 싸인 검은 무언가를 비장한 표정으로 건네줬어. 생일 선물이라며 집에 가서 보라고, 다른 애들이 물어보면 그냥 먹을 거 줬다고 하라더군. 너무 너무 너무 고마웠어. 하여튼 선물은 일단 가방에 넣었어. 얇은 노트같은 그립감... 뭔지 짐작이 가지 않았어.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가방을 열었어. 그리고 포장지 안을 들춰 보았지. 그 순간 두근거리던 심장이 멈추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듯했어. 그건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기념비적인 1집 앨범이었어.

문득 전에 말했던 F와 같이 잤던 날이 떠올랐어. 그날 어두운 방안에서 F가 그 밴드 얘기를 꺼냈어. 그리고 나에게 그 밴드의 앨범 중 몇 집이 제일 좋냐고... 난 전부 다 좋지만 늘 들을 때마다 바뀐다고 했어. 그래도 역시 1집은 넘사벽이라고 했던 것 같아. 어쩌면 이미 그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선물이 아니었을까... 정말 F다워. 지극히 섬세하고 늘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지.

F가 써준 편지도 몇 번이나 정독했어. 마지막의 '정말 사랑해'. 감사하게 받아들였어. 나도 정말 사랑해, 라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어려워. 너무 무거운 말이야. 사랑과 절망이 이토록 가까이 있을 수 있구나 싶었어.

나는 F에게 무엇일까. 적어도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는 걸 확인했어. 어쩌면 이걸로 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F와 아무렇지 않게 서로 우정을 거래하는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앞으로도 쭉 F의 손을 놓지 않겠어. 이 관계를 좀 더 조심스럽게 다루고 싶어. 내 마음이 닿는다면 깨질지도 모르는 관계.

F는 어둠 속에 조용히 잠든 별같은 사람이야. 적어도 내게는 그런 사람이야. 나도 이제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많이 좋아해.

F가 죽는 꿈을 꿨어. 난 좋아한다는 말 한 번 못 해봤다고 혼자 슬퍼하고 있었어.

기분 이상했겠다..

>>60 응.. 진짜 이상했어...ㅍㅅㅍ 근데 꿈꾸는 시점에서는 F가 죽은 지 좀 된 상태였던것 같아. 슬픔이 많이 희석돼 있었어. 꿈은 잠재적 욕망이나 집착의 표출이라는데 F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 안에 있었나 봐. 실제로 잃을 뻔한 적도 있었고.

또 인코를 까먹어버렸군 지난 몇 달간을 생각하면 정말 아득해지네. F가 많이 힘들어했던 시절을 지나서 지금 많이 안정된 걸 보면 너무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잘 이겨내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커. 정말이지 고3은 겉으로 안정되어 보이는 사람도 아구 흔드는 마의 계곡이다...

수시로 쓸 대학 정하는데 현타 왔다. ^.^.... 남들이 내 속마음을 안다면 정신나갔다고 할 정도로 F 생각을 많이 해. 근데 오늘은 좀 괴롭다. 이제 그만 현실로 돌아와. 꿈도 희망도 없던, F를 사랑하지 않던 시절로 돌아오란 말이야. 물론 이제 그럴 수는 없어. 너무 멀리 와 버렸어.

요즘 F랑 같이 자는 빈도가 늘어났어.. 내가 먼저 F방에 가거나 F가 내 방에 오거나. 지난주에는 왠지 꼭 오늘은 F가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방에 처박혀 있었는데 정말로 와서 기분이 좋았어. 원래는 소등 전에 F방에 가서 누워서 얘기하다가도 소등하면 바로 돌아왔는데, 요즘은 소등해도 신경 안쓰고 조용히 껴안고 자곤 해. 이럴수록 선을 지켜야겠지. 그래도 F가 손 깍지껴주는 거랑 팔배게해 주는 게 너무 좋아..포근해...F방 앞에서 나는 냄새도 좋아. 이러니까 변태같다잉

스레 제목은 짝사랑포기선언인데 짝사랑 포기는커녕 더욱 더 심화시키고 있는 듯.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내 마음이 더 편안해졌어. F랑 더 가까워져서 그런가 봐. 앞으로도 F랑 평생 친구하고 싶다.

자랑 좀 해도 되겠니 F가 팔배게하고 안아줬는데 볼이 이마에 닿았어. 너무 말랑말랑한거임. 눈을 뜨고 올려다봤는데 턱살 접힌게 너무 귀여운거임. 그래서 몽롱한 상태에서 말랑말랑해..하고 중얼거렸더니 F가 뭐가? 그러더라고 그래서 '네 볼'...그러고 자세를 고치곤 얼마 안 있어 불끄고 잤다.

같이 자는 거 처음에는 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팔을 지금 올려야하나..안아도 되나..그랬었는데 갈수록 편안하고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기적으로 굴어선 안 되겠지. 비참함은 그저 자의식의 산물일지도 몰라.

F의 마음을 확인했어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 좋아해본 지 몇 년 됐대. 나한테도 누구 좋아해본 지 얼마나 됐냐고 묻길래 중3때가 마지막이라고 했어

그리고 며칠 뒤 또 F가 나오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난 F에게 입을 맞췄고 감은 눈꺼풀 사이로 햇살이 비쳐 들어왔다 솔직히 기분이 째졌다. F에게 내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속여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겠지만 애초에 그런 기회조차도 만들지 말아야 해.

이젠 죄의식도 자괴감도 신물이 나. 그냥 편해지고 싶어. 그냥 F를 보면 행복하고 좋아. 이젠 친구로서의 역할행동을 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됐어.

그래도 F가 나를 좋아해줘서 다행이야. F의 무한한 신뢰에 보답하는 길은 F의 곁에 친구로서 계속 남는 것뿐이야.

아 망했어 F가 너무 좋아.....인생 진짜.....내인생ㅠㅠ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짝녀를 F라고 이름붙인 이유가 있어.. 일단 짝녀 이름 이니셜로 하기는 그냥 싫었어. 그래서 잠깐 생각해본 결과.. F를 보고 있으면 한 마리 검은 고양이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는 게 떠올랐고 그래서 고양이 학명의 첫 글자를 따서 F라고 했어!

아 너무 우울하다ㅋㅋㅋ 가슴이 또 죄어드는 것 같고 학교 가기 싫은 건 또 오랜만이네. 학교가 아무리 뭣같아도 오직 F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늘 학교 가는 게 기다려졌는데... F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지난 10월 말 이후로 처음, 학교 가는 게 두렵다.

모르겠어 학교에서는 실없는 장난도 많이 치고 밝게 지내는데 가끔 이러네

내가 F한테 요즘 너무 앵겼나 봐 물론 또 내 지나친 자의식으로 인한 스트레스겠지만 어쩌면 F가 의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이제 몸을 좀 더 사려야겠다 애초에 수시철이라 한창 바쁜데 감정은 맘대로 안 되네.

내가 F를 좋아한다는 걸 말한 지구상에 유일한 사람은 바로 정신과 의사뿐이다ㅋ 친구를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멋진 친구인가 보구나.라고 해주셨다 네 맞아요.

입시 끝나고 사귀라고 조언해주셨음 애초에 짝사랑인데욜..,..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을 너무 이상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 한쪽이 너무 일방적으로 상대를 우상화하면 그 관계엔 결국 상처밖에 남지 않는다고...

의사선생님께서 몇 번 안 만나보고 내 성격을 잘 캐치하셨는데(역시 정신과 의사 아무나 하는 게 아님) 내가 지금까지 짝사랑한 상대는 모두 나보다 성숙한 인격을 가진(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었어. 사랑과 동경심이 섞인 형태.. 처음에 F에게 가진 감정도 그랬고.

하지만 이번 해 들어서 F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깊은 감정적 교류를 하다 보니 내 마음속에서 우상화는 사라졌어. 대신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F를 좋아하게 됐어. 근데 F가 나보다 생각이 깊은 면이 있는 건 사실이긴 해.

이제 진짜로 안 좋아할 거야. 너무 지친다. 다 때려칠래. 이 감정도 다 없었던 걸로 할래. 지금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감정을 떼어내는 건 아주 어렵지. 내 머릿속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생각을 몰아내기도 어렵고. 그런데 이제 내가 미쳐버리지 않으려면 진짜 그만둬야 할 것 같아.

비참하고 우습다.

아 진짜 힘들다. 어제는 혼자 침대 위에서 짰어

내일 9월 모의고산데 자소서도 마무리 못 지었는데 아 정말 너무 비참하고 비참하다. 무섭고 외로워 아무한테도 티도 못내고 말도 못 하겠어서 더 그래. 진짜 그만하고 싶어 난 왜 이 모양일까

나랑 비슷해서 진짜 너무 공감된다... 울뻔했다잉...나도 지금 마음 접기로하고 최대한 얼굴 안보고... 원래 잘챙기고 그랬는데 지금은 왠만해선 안그려려고 노력중..ㅜㅜㅜㅜㅜㅜ 진짜 너도 너무힘들거같아 ...

>>87 고마워..우리 같이 힘내자!!!! 여기에라도 쏟아놓고 공감받을 수 있는 게 정말 행운인 것 같아 정말 다행이야

아...F가 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제발 울지 말았으면 좋겠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왜 세상이 마음대로 되질 않아? 이런 말조차도 못하는 내 성격을 탓해줘.

내가 힘든 건 결국 내가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고 피했기 때문이야. F를 좋아하면서도 표현도 안 하고 숨어 있었던 내 잘못이야. 내가 한 행동의 결과에 대한 감정적 후폭풍을 맞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변명할 자격도, 울 자격도, 사랑을 논할 자격도 없는 거 잘 알아. F가 정말 힘들 때도 받은 만큼의 친절을 돌려주지 못하는 내가 멍청이인 거 알아.

이젠 늦었어. 난 그냥 비겁한 사람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