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이들은 인류의 다음진화는 문화적, 기술적 진화라고도 한다. 틀린말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서 현재는 분명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니까. 15년전까지만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2053년, 세계 각지에서는 알수없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발생했고 그 모든일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초능력' 그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의 모든 과학자들은 도저히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음을 인정했고 공식적으로 초능력의 존재를 알렸다. 사람들 역시 처음엔 믿지못했지만 하나둘 주위에서 능력자들이 나타나자 믿을수밖에 없었다. 서서히 증가하는 능력자들의 숫자는 인류의 절반정도가 변하고나서야 멈췄다.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나 볼수있었던 초능력에 열광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범죄에 능력이 쓰이기 시작한것이다. 서서히 능력자들에대한 증오와 공포가 사람들사이에 자리잡았고 혼란을 틈타 자신들을 '빌런' 이라고 칭하며 악행을 일삼는 이들이 나타나자 서로를 향한 감정은 극에달했다. 그러던 중 영원할 것 같았던 그들의 갈등을 해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느 백화점에 빌런이 나타났는데 사람들은 그저 자신만은 노리지말기를 기도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경찰들이 백화점을 포위하자 빌런들은 꼬마 아이를 인질로 잡은채 경찰들에게 요구했다. '지금당장 옥상으로 헬기를 가져와라! 안그러면 이아이는..' 경찰들은 어쩔수없이 그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총도소용이없는 능력자들을 상대로 경찰들은 손쓸방도가없었기에 헬기를 대령한것이다. 사람들은 아이엄마를 딱하게 여기는 한편, 자신은 무사히 풀려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명을 제외하고서. 빌런들은 훔친 돈과 아이를 데리고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도착하자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방송국 헬기들이 그들을 생중계로 내보냈다. 그러건말건 헬기를 타고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있는 빌런들에게 누군가가 소리쳤다. '아이를 풀어줘라!' 어떤 정신나간 놈이지 싶어서 뒤를 돌아보니 웬 정장을 입은 회사원 하나가 서있었다. 어찌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거친 숨을 내쉬면서 이마를 닦고있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그를보며 빌런들은 비웃었다. '어이, 형씨! 괜히 다치지말고 내려가쇼.' '애는 잘풀어줄테니까. 큭큭' 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외쳤다. '아이를 풀어줘라! 빌런들아!' 아무래도 말이 통하지않자 그들은 그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다가가는 빌런의 옆구리에서 팔이 자라났다.그리고 한손에 한자루씩 4개의 칼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이리저리 피하는 회사원의 동작이 매우 빨랐음에도 전부를 피하지는 못했다. 여기저기 찢어지고 베인 상처에서 피가 흘렀고 회색의 정장은 붉게 물들어갔다. 점점 지쳐가는 그의 모습은 생중계되고 있었는데 누구도 그를 응원하거나 아이를 걱정하지 않았다. 빌런을 향한 증오, 비능력자인 그를 향한 조롱, 경찰의 무능함을 비난하는 목소리만이 존재했다. 오히려 그를 응원하는 사람은 백화점에 있었다. '아저씨! 힘내!' 바로 인질이된 아이였다. 아이의 외침이 회사원의 귀에 들리자 그는 꺾이려는 무릎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물론이지! 거기서 조금만 기다려!' 지쳐서 다리에 힘도 풀린게 뭘하겠어? 라고 생각한 빌런은 4개의 팔을 휘둘러 끝을 내려고했다. 칼날이 코앞까지 왔음에도 피하려는 시늉조차 하지않는 그를보고 끝이구나 싶었지만 팔은 허공을 갈랐다. 조금전까지만해도 다죽어가던 그가 순식간에 뒤로 피한것이다. 그리고 자세가 흐트러진 빌런의 얼굴에 펀치를 날렸고 쾅!!!! 굉음과 함께 날아간 그는 벽을 뚫고나서야 겨우 멈췄다. 전혀 예상치 못한 회사원의 반격에 빌런은 물론이고 tv를 보고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이새끼가!' 빌런은 더이상 그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전력으로 그를 죽이기위해 능력을 사용했다. 옥상에 심어져있는 나무를 껴안고 힘을주자 뿌리째 뽑혔다. 그렇게 뽑은 나무를 휘둘렀고 미처 피하지못한 그는 바닥을 뒹굴었다. 더이상 일어서지 못하리라 사람들은 생각했지만 그는 덜덜 떨리는 오른손으로 땅을짚어서 일어서려고했다. 그의 모습을 보고있던 사람들은 더이상 남을 비난하거나 헐뜯는 말을 하지않았다. '힘내!' '힘내세요!' '힘내라!' '이겨라!'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화점에있던 사람들 역시 소리치기 시작했다. 풀려버린 다리로 힘겹게 일어선 그는 한걸음씩 빌런에게 걸어갔다. '죽어!' 다시한번 나무를 휘둘러서 그를 노려봤지만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우지직!!!!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는 나무를 그는 있는 힘껏 후려쳤고 반으로 쪼개버렸다. 더이상 통하지않자 빌런은자신이 직접 나섰다. 힘이라면 자신있었기에 아까 그가 한것처럼 한방에 날려버릴 생각으로 펀치를 날렸다. 분명 그의 턱에 정통으로 맞았지만 그는 날아가지도, 그렇다고 쓰러지지도 않았다. 그저 얼굴이 돌아간 상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것처럼. '힘내!!!!!' 그리고 아이의 응원이 들려온 순간, 이를 악물고 혼신의 일격을 날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쭉 뻗은 그의 왼쪽 주먹이 빌런의 얼굴에 작렬했고 한참을 날아가다 헬기를 두쪽으로 부수고나서야 멈췄다. 그리고 그는 인질로 끌려온 아이에게 걸어간다음 머리에 손을얹고 쓰다듬으며 씨익 웃었다. '이제 괜찮단다.' 그렇게 첫 히어로가 탄생하게되었다.
  • 사건이 끝나고 한 기자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나선거냐? 능력덕분에 자신이 있었나?' 비꼬는 기자의 질문에도 그는 미소를 잃지않았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왔을뿐입니다.' 실로 간단한 대답에 기자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tv를 통해 보고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열광했다. 마음속으로 바라고있던 영웅의 등장에 기뻐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꼬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구해준 그를 바라보며 나도 저사람처럼 되고싶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 10년후. 바닥에는 온갖 쓰레기들과 옷들이 굴러다니고 벽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포즈를 취한채 찍은 포스터들이 붙어있었다. 이런 난장판에서도 정태는 아랑곳하지않고 꿀잠을 자고있었다. 집을 나온지 올해로 1년이되가는 정태는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자취를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그의 부모님은 완강하게 반대했다. '네가 벌써부터 무슨 자취를해?!' '꼭 거길 가야겠니?' 부모님의 설득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위해서 정태는 반드시 그곳을 가야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르릉! 비닐봉지밑에 파묻힌 자명종을 꺼내 알람을 끄는게 하루일과의 시작이다. 아직 몽롱한 정신으로 힘겹게 일어나자 침대가 삐그덕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 세수를 한뒤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이정도면 적당하겠지?" 두뺨은 마치 풍선처럼 빵빵하게 튀어나왔고 턱은 살에 파묻혀서 턱선조차 찾을수 없었다. 원래 정태는 날씬했다. 그의 능력은 살을 찌워야 유리했기에 능력을 얻은뒤부터 어쩔수없이 살을 찌운것이다. 오늘은 그토록 기다리던 입학식이 있었기때문에 서둘러 준비를 끝낸뒤 학교로 향했다. 초능력이 생기고 처음에는 수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능력자와 같은반에서 수업받는것을 꺼려했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라는게 아예 따로 학교를 지어서 끼리끼리 모이도록 나눠버렸다. 그러다 최초의 히어로라고 불리는 그사람이 나타났다. 그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능력의 유무에 상관없이 모든학생이 같은 학교를 다니도록 바꿔나갔고, 이미 지어진 몇몇 학교는 문을닫는 대신에 히어로협회가 국가에 동의를 얻어 히어로 육성기관으로 만들었다. 정식히어로가 되기위해선 협회가 지정한 교육을 이수해야했고 그교육을 받기위해서 정태는 이곳으로 진학했다. '중앙 히어로 고등학교' 간단한 이름이었지만 세간에는 많은 히어로를 배출한것으로 널리 알려져있었다. 그덕에 경쟁률은 어마어마했고 정태는 겨우 턱걸이로 들어올수 있었다.
  • 재밋어!!
  • >>5 고마워! 필력이 부족해도 재밌게 읽어줘.
  • ㆍㄱ
  • 종이에적힌 정태의 반은 3반. 1반, 2반을 지나서 3반의 문앞에 다다르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휴우우우우..." 겨우 진정시킨 가슴을 쓸어내리며 문손잡이에 손을 얹고 열려고했지만 벌써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 특이한 안경을 쓰고있는 남자애였다. 당황해서 가만히 서있는 정태에게 옆으로 비켜서면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뭐해? 어서 들어와." 반에는 이미 절반정도가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정태가 들어오자 웅성거리던 아이들은 정적에 휩싸였다. "왜그래? 새친구야." """"""""안녕""""""""" 다행히 그가 소개시켜주자 어색하던 분위기는 사라졌다. 머리카락을 늘어뜨린채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있는 여자애와 무표정한 얼굴로 정태를 처다보는 남자애를 제외하면 모두가 정태를 반겼다. 자리에앉자 칠판에 적혀있는 글자가 보였는데 다들 어이없어하는데 비해 정태는 '역시 히어로! 다른말은 필요없다는건가.' 칠판에 적혀있던건 단 한단어였다. '환 영' 정태말고도 들어오는 아이들을 그가 환영해주었는데 정태는 그가 반장인줄 알정도로 모든 아이들을 하나하나챙겼다. "우리도 쟤가 인사하더라."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애가 정태에게 말했다. "반갑다. 내이름은 현도야. 최현도" 현도는 사각 뿔테안경을 치켜올리며 자기소개를 해주었다. 악수를 하면서 현도는 정태에게 궁긍한것이 생겼는지 아! 하고 작게 소리쳤다. "너 초능력이 뭐야?" 그의 물음에 정태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 "그게...조금 복잡한데." 정태의 능력은 단순한 육체의 강화가 아니다. 사람들역시 저마다의 특징이 있듯이 초능력도 같은 능력이라 할지라도 특정 조건이나 제약이 존재했다. 그중 정태의 능력은 조건부 신체변화에 속했다. "기분이라고?" 정태의 능력은 감정에 따라 신체가 변한다. 그가 살을 찌운것도 보다 많은 변화를 위해서 그런것이다. "음.. 그렇군. 이제 내 차례지?" 자신의 차례라면서 가방을 뒤지던 현도는 검고 묵직한 무언가를 꺼내서 책상에 올려놨다. 그것은 권총이었다. 정태는 갑자기 그가 총을 꺼내자 깜짝 놀랐지만 총구앞에있는 주황색의 띠를보고 그것이 장난감인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날아가는 총알의 궤적이 보여. 단순히 보이기만 하는건 아니야. 어디로 어떻게 쏴야 목포물에 맞을지 알수있어." 그렇다면 그의 능력에는 제한이 없는것일까? 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했다. "장난감으로 뭘하겠냐." "하긴." 현도는 이후로도 다른 아이들에 대해서 자신이 알고있는것을 설명해주었다. 먼저 문앞에서 모두를 반겼던 그의 이름은 안동현. 능력은 물체투시로 특수제작한 안경을 쓰지않으면 조절하기 힘들기때문에 항상 쓰고있는다고 했다. 그다음은 이주현, 이주한. 둘은 쌍둥이 형제로 각각의 능력은 물과 얼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에서 마치 물총처럼 뿜어내는것, 그리고 근처에 있는것을 얼리는 능력이다. 마지막은 엎드려서 자고있던 그녀였다. 그녀의 이름은 최현서. 능력은 다중인격으로 각각의 인격으로 변할때마다 전부 다른 능력을 가지고있다고 말했다. "와.. 생각보다 자세하게 알고있네?" "당연하지. 같은 중학교였거든." 어쩐지 처음만난것 치고는 자세히 알고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 재밌다
  • >>10 쌩큐! 보기만 해줘도 고마운데 재밌다니!
  • 색다른 첫인상과는 다르게 입학식은 의외로 평범했다. 적어도 이곳을 졸업한 히어로들의 인사정도는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바쁜 하루를 보내는 그들이었기에 어쩔수 없었다. 섭섭한 마음을 뒤로한채 반으로 돌아가자 교탁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누구세요?"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지만 그는 그저 말없이 팔짱을 낀채 서있기만할뿐 미동조차 하지않았다.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고나서야 눈을 뜨고 반전체를 둘러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 "흠...다왔군." 그는 아무말없이 칠판지우개로 칠판에 적힌 '환 영' 을 지웠고 그자리에 다른 글자를 적었다. '영 웅' 대부분이 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그는 친절하게도 설명을 해주었다. "자기소개는 이름과 능력정도만 말하고 나머지는 히어로가 되려는 이유를 설명하도록." 번호순으로 하라는말을 끝으로 팔짱을 낀채 의자에 앉았다. 눈까지 감아버리자 하는수없이 1번인 아이가 앞으로 나갔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걸어오는 그는 교탁에서서 모두를 둘러보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 내 이름은 강현수야. 그리고 능력은 이거." 씹고있던 껌을 손가락으로 집어서 모두에게 보여줬는데 일반적인 껌색깔이 아니고 약간 회색빛을 띄는게 시멘트랑 색이 비슷했다. 그리고 서서히 진한 회색으로 변하면서 돌처럼 변했다. "작은 폭탄이라고 생각해줘. 마지막으로 히어로를 지망한 이유는 멋있잖아? 아무튼 잘부탁해~" 저걸로 괜찮은걸까? 싶었지만 그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다음은 거대한 체구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크흠.. 반갑다, 내 이름은 김형진. 능력은 이거다!" 기운차게 외치며 손을 내밀자 손바닥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그의 왼손은 완전히 물로 변했다. "신체의 일부분을 액체로 바꿀수있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온 이유는 존경하는 형님을 따라서다." 소개가 끝나고 형진이는 젖은바닥을 닦는것을 잊지않았다.
  • "내 이름은 나진성이야. 능력은 이거." 그의 오른팔이 작은 조각들이 되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조각들을 왼팔에 붙이자 그곳에있는근육들이 두배로 부풀었다. "음..히어로를 지망한 이유는..그냥? 한번 해보고싶었어." 그가 들어가고 다음은 특이한 안경을 쓰고있는 그녀였다. "류혜연이야. 능력은.. 거기 너." 그녀는 자기소개 도중에 갑자기 정태를 불렀다. 자신을 부르자 정태는 그녀를 바라보았고 잠시지만 안경을 내린 상태였다. "큭!..." 1초정도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태는 몸을 꼼짝도할수없었다. "내 시선을 받으면 몸이 굳어. 히어로는 내가 하고싶어서 지원했어." 다음은 입에 사탕을 물고있는 그녀였다. "민서희. 능력은 이거." 그녀가 손가락으로 어느곳을 가르키자 그곳에서 새하얀 기둥이 솟아올랐다. 형진이가 그것을 살짝 부숴서 맛을봤다. "이거 설탕이냐?"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는 히어로를 지원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들..돕고싶어..." 그녀가 들어가고 걸어나오는 그의 덩치는 형진이와 비슷할정도로 컸다. "박진태다. 내 능력은 지금은 설명하기 힘들다만 회복이라고 생각해라. 히어로는 소중한 사람의 바램을위해서 지원했다. 잘부탁한다." 다음은 새빨간 머리를 휘날리는 그녀였다. "안녕~ 난 신예은이야. 내 능력은 이거!" 활기찬 그녀의 소개처럼 능력도 그랬다. 온몸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불꽃으로 변했다. "멋지지! 히어로에 어울리는 능력이라 지원했어."
  • 다음으로 걸어온 사람은 현도가 설명해줬던 안동현이었다. "반가워! 내 이름은 안동현이라고해. 초능력은 투시야. 히어로가 되고싶은 이유는 사회에 도움이 되고싶어서야." 그야말로 모범적인 그의 대답에 정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쌍둥이 형제였는데 둘은 같이나왔다. "이주현, 이주한이다." 둘은 곧바로 능력을 보여줬는데 주현의 손에서는 물줄기가 뿜어져나왔고 주한이 가르킨곳은 하얗게 얼어붙었다. "히어로를 지원한 이유는 인기많아, 돈도 잘벌어. 최고잖아? 안하는게 바보지." 그들이 들어가고 정태의 순서가 되었다. 앞으로 나가는 순간에도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교탁에서자 미친듯이 뛰기시작했다. "안녕. 내 이름은 이정태야. 내 능력은...이거야!" 외침과동시에 정태의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고 얼마안가 완전히 돌처럼변했다. "히어로를 꿈꾸게된 이유는 저스티스처럼 되고싶어서야." 저스티스는 어릴적에 정태를 구해줬던 회사원의 히어로명이다. 자신을 구해준 저스티스를 동경했기에 지금 이곳까지 온것이다. 자리로 돌아가는 정태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던 그는 교탁앞에서서 말했다. "최민우." 그는 자신의 이름만 말하고 능력을 발동했다. 교탁앞에 멍하니 서있던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교실뒤에서 나타났다. "저스티스를 넘어서는게 목표다." 말하는동안에도 정태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는 느릿느릿하게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은 민우는 정태를 바라보면서 그가 말했던것을 되뇌었다. '저스티스처럼 되고싶어서야.' 민우는 속으로 그의 꿈을 비웃었다. 그런인간처럼 되는게 뭐가 그렇게 좋다고, 역겨운 놈. 물론 정태는 꿈에도 모르고있었다.
  • 다음은 현도의 차례였다. 그는 좀전에 정태에게 보여줬던 권총을 들고나갔고 모두에게 보여줬다. "내 이름은 최현도야. 내 능력은 직접 보여줄게." 현도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서 공중에 던졌다. 그리고 총을 겨눈 그의 눈에는 공중에 떠있는 동전들이 느리게 보였다. 뿐만아니라 희미한 궤적 역시 보였고 날아간 총알은 빗나가지 않았다. "절대로 빗나가지 않아. 그게 내 능력이야. 히어로는 다들 추천해주더라고." 다음은 졸린 얼굴을 하고있는 현서였다. "안녕...내 이름은..최현서야.." 느릿느릿 말하는 그녀는 상당히 피곤해보였는데 그녀의 머리색이 갑자기 흑발에서 갈색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완전히 갈색으로변하자 그녀는 기지개를 키면서 하품을 했다. "흐아아암...잘잤다. 얘 능력은 다중인격이야. 나는 그중 하나고. 다들 잘부탁해! 아참, 히어로는 현서가 어릴때부터 꿈꿨으니까 그렇게들 알고있어." 활기찼던 그녀는 흑발로 변하자 다시 축 늘어진채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돌아갔다.
  • "안녕. 내 이름은 한소미야." 그녀의 손에는 작은 공책이 있었는데 그녀는 그것을모두에게 펼쳐서 보여주며 설명을 계속했다. "내 능력은 그림이야. 어디든 그림만 그리면 그게 실체화되거든." 연필로 거침없이 그려나가던 그녀가 손을 떼자 그곳엔 한마리의 고양이가 그려져있었다. 문제는 그녀의 그림실력이 끔찍했기에 삐뚤빼뚤 선은 엉망이었고 다리의 크기도 모두 달랐으며 고양이라고 적지않았다면 알아보지도 못했을 그림이었다. "음...내가봐도 형편없구나. 히어로는 학교에서 추천해줬어. 모두 잘부탁해!" 마지막으로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에서 한눈 알수있었다. "외국인?" 푸른 눈동자와 어깨를타고 내려온 금발, 그리고 이목구비까지. 누가봐도 그녀는 외국인이었다. "반가워. 내 이름은 샤샤, 러시아에서 왔어."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것은 유창한 한국어였다. "이게 내 능력이야. 다른 언어뿐만이 아니라 동물하고도 대화할수있어." 샤샤가 창밖에있는 새를 보고 이리오라고 말하자 놀랍게도 새가 날아와 그녀의 팔에 앉았다. 샤샤는 자신의 팔에 앉아있는 참새를 잠시 쓰다듬다 다시 밖으로 돌려보냈다. "한국으로온 이유는 이곳에 입학하고싶어서야. 잘부탁해." 그녀를 마지막으로 모든이들의 자기소개가 끝났다.
  • 샤샤가 들어가는것과 동시에 그는 교탁으로 걸어가서 모두를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여러분을 책임질 이상훈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마친 그는 교무실에서 책을 한가득 들고왔다.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히어로 라면' "앞으로 여러분들이 배울 모든 게 이 안에 들어있습니다. 물론 이론과 실천은 다르니 무조건 책처럼되지는 않을겁니다." 생각보다 페이지수가 제법 많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아이들이 받은 책에는 히어로들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1년동안만 다니는 학생들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한 히어로협회의 결과물이었다. 정태는 책을 받고나서야 자신이 히어로의 길로 한걸음 내딛었음을 실감했다. 비록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것임에도 말이다. 첫장에는 개요와 책을 집필하는데 도움을 준 이들의 이름이 적혀있었고 다음장으로 넘기자 그의 사진이 크게 나와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게 히어로다-저스티스' 그의 사진밑에는 저스티스가 생각하는 히어로의 정의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저스티스처럼 되고싶은 정태였기에 마음속으로 그의 말처럼 되기로 다짐했다.
  • 한달간은 이론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게 이곳의 원칙이었기에 아이들이 지루해 하는것은 어쩔수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각자의 능력을 트레이닝하는 수업이 있을예정이었는데 우선은 능력의 최대치를 체크하는것이 먼저라고 상훈은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한명씩 나와서 능력을 최대한 강하게 사용해보세요." 넓은 체육관은 흡사 실내 경기장을 방불케했는데 굉장히 튼튼하게 설계를 해놨기때문에 부서지더라도 무너질 걱정은 하지말라고 상훈은 미리 설명했다. 현수는 자기소개에서 보여줬던 껌같은 그것을 다시 꺼냈는데 이번에는 색이 조금더 진해서 검은색에 가까웠다. 있는 힘껏 던진 폭약은 날아가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벽과 바닥에 균열을 만들었다. 형진이는 이번엔 부분적으로 액체로 변한게 아니라 몸 전체가 액체로 변했다. 다른점이라면 저번엔 손의 형태를 유지못했다면 이번엔 몸의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 액체로 변했다는것이다. 하지만 제한시간이 있는것인지 오랜시간을 유지하지 못했다. 진성이는 이번에 자신의 팔을 완전히 분해시켰다. 그리고 분해되있는 자신의 조각들과 쇠덩어리를 함께 붙이자 평범했던 그의 왼팔은 쇠로 이루어진 금속팔로 바뀌었다. 혜연은 예전보다 조금더 길게 능력을 사용했고 서희는 가로, 세로 10m 정도의 정사각형 설탕덩어리를 만들었다.
  • 한편, 상훈은 학생들의 능력을 적으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누구랑 누가 가장 잘 맞을까?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유는 1년 뒤에 있을 실습을 위해서다. 히어로고를 졸업하면 우선 실습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보통 2,3명씩 조를 이뤄서 보내는 게 원칙이다. 조를 이룸으로써 상대방과 나의 능력을 10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훈련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두 번째는 보호자 히어로들이 붙을 예정이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끝났어요." 샤샤가 끝났음을 알려주자 상훈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파트너를 보여줬다. 강현수-최현도 김형진-민서희 나진성-박진태 류혜연-안동현-최민우 신예은-이주현-이주한 이정태-최현서 한소미-샤샤 "앞으로 대부분의 훈련을 파트너와 함께 받습니다. 1년 이상을 같이 지내게 될 테니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을 겁니다." 정태는 자신의 파트너인 현서를 찾아갔지만 그녀는 꾸벅 꾸벅, 머리를 쉴새없이 떨구면서 졸고있었다.
  • "저기..." 정태가 부르는 소리에도 그녀는 일어날 기색은 커녕 아예 코까지 작게 골면서 자고있었다. 한편, 다른 아이들은 서로 한창 인사를 나누고있었다. 대부분 자신의 파트너를 마음에 들어했지만 전부 그런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왜 너랑 같은 팀인거야?!" 주한과 주현은 자신들의 파트너인 예은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왜냐하면 서로의 능력이 상극이기 때문이다. 물체를 얼려야하는 주한과 물을 뿜어내는 주현에게 불, 그자체인 그녀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그런 둘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은은 신이나서 둘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둘이 서로 쌍둥이야?! 능력도 비슷하고 신기한걸? 부모님도 능력자셔? 아 아니면 할아버지, 할머니? 너희들은 어느쪽이야?" 쉴새없이 떠들고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쌍둥이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벌써부터 피곤함을 느꼈다. 혜연의 팀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러니까 저녀석이 쓸모없다는 소리야." 민우는 안동현을 가리키면서 그를 쓸모없다고 했고 혜연은 그런 민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은 팀끼리 말이 심하잖아. 사과해." 하지만 민우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동현이 둘을 말리기 시작했다. "자 자 다들 진정해. 내 능력이 쓸모없는 건 사실이니까."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던 둘은 그가 나서자 일단은 싸우는 것을 멈췄지만 혜연은 여전히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쓸모 없다고 하지 마. 쓸모없는 능력은 세상에 없어 알겠어?" "하하 알았어. 우리 힘내보자!" 하지만 민우와 혜연의 갈등은 지금부터였다.
  • 한편, 정태의 조에서는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도저히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녀를 정태는 흔들어 깨우려고했다. 하지만 정태의 손이 현서의 어깨에 닿기전에 누군가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흐아아아암... 누구야?" 현서 본인이었다. 그녀는 하품을 하면서 자신이 붙잡고 있는 게 정태의 손이라는 것을 깨닫고 허둥지둥 놓아주었다. "아 미안, 내가 자는 동안에 다른 애들이 지켜보고 있거든. 그런데 무슨 일이길래 다들 모여있어?" 정태는 상훈이 설명했던 부분을 전부 그녀에게 말해줬고 현서는 그저 묵묵히 설명이 끝날 때까지 듣고만 있었다. "..그래서 우린 한팀이야." 정태의 설명이 끝나자 갑자기 현서는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왜...왜그래?!" 갑작스러운 현서의 행동에 정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고개를 들어달라고 부탁을 해도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미안." 어째서 자신에게 사과하는것인지 궁금했기에 정태는 그이유를 물었다. "갑자기 왜 사과하는거야? " "내가 팀인 게 미안해서... 있어봤자 잠만 잘 거고 도움은 안 되잖아..." 즉, 잠만 자는 자신이 정태에게 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정태는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다만 이번엔 악수였다. "걱정마, 난 괜찮으니까. 정태가 내민 손과 그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잘부탁해 파트너."
  • -그시각 어느 폐공장 "모두 모였나?" 리더로 보이는 남자 앞으로 10명의 인물들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그에게 예의를 갖추고있었다. 숫자를 세어보고 모두 모인것을 확인한 그는 그들에게 종이를 나눠줬는데 거기에 적혀있는것은 어떤 일정표였다. "이게 뭐죠?" "1급죄수들의 이감 일정이다." 그의 말에 모든이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떤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이기 시작했고 또 어떤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럼 드디어 보스를?!" "그래" 푸른 색의 불꽃이 피어오르며 어둡던 공장 안을 밝게 비췄고 오른쪽 눈에 커다란 상처가 있는 중년의 모습이 불빛에 일렁였다. "호송차를 습격해서 보스를 빼내는거다." -며칠 후 "선배님. 지금 저희가 데리고가는게 진짜 그 임상혁입니까?" 젊은 후배의 물음에 그의 선배는 주위를 살피며 입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쉿!!! 너 그러다 오래 못살아 인마. '저스티스가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빌런' 그게 저놈이라고." 그러자 후배는 경악하며 그가 갇혀있는 뒤쪽을 바라봤다. "그럼 그냥 저놈을 사형시키면 그만 아닙니까?" 단순한 그의 물음에 선배는 한숨을 푹 쉬었다. "에휴. 이놈아 그게 가능하면 진작에 했을게다." "하긴..그렇겠죠?" 다시 운전에 집중하려는 그의 시야에 사람처럼 생긴무언가가 도로 한복판에 서있는게 보였다. 경적을 울려도 꿈쩍도 하지않자 그는 이상함을 느꼈고 후배에게 말했다. "저사람좀 치우라고 도로 통제팀한테 말해!" 하지만 무전기에서 나오는것은 잡음밖에 없었다. "선배님 아무래도 무슨..."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호송차의 운전석이 완전히 박살 나버렸다. "휴~ 오랜만에 써서 그런가 상쾌하네." 찌그러진 차량에서 손을 빼내는 그의 모습은 도저히 정면에서 트럭과 부딪혔다고는 생각되지않았다. "휴고, 문을 열어라." 리더인 그의 명령에 휴고는 두꺼운 철문을 붙잡고 마치 종이처럼 강철을 찢어버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걸어나오는 남자에게 휴고는 물론이고 리더처럼 행동하던 중년마저 예를 갖추었다. "오랜만입니다. 보스" 그러자 보스라고 불린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보스가자신에게 걸어오자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째서 다른 간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 "그들은 지금..." 대답을 주저하는 그에게 보스는 자신의 능력을 발동시켰다. 바닥에 있던 콘크리트가 마치 자아를 가진 생명체처럼 움직여 그를 짓눌렀다. "다시 묻겠다. 다른 간부들은 어디있나." "대...대부분 보스가 잡히면서 조직을 탈퇴했습니다. 나..남아있는 간부는 저희를 ㅍ..포함해서 10명입니다." 그의 대답에 콘크리트가 더욱 강하게 그를 조여왔다. 보다못한 휴고가 보스를 말리려고 했지만 자신을 쳐다보는 보스의 눈빛에서 휴고는 알수있었다. 다가가면 죽는다는 것을. "그들이 탈퇴하게 내버려둔건가." "보...보스를 빼내기 위해서..전력을..보존..." 앞이 흐려지며 기절하기 직전에야 그는 능력을 풀어주었다. "나중에 다시 책임을 묻겠다." 그렇게 임상혁이 탈옥한 이사건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각지에있는 빌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다음 소식입니다. 빌런들을 호송중이던 차량이 습격을 당해 1급죄수인 임상혁이 도주했다고 합니다. 그는 저스티스를 비롯한 여러 히어로들에게..." 더 이상 보고싶지 않은 정태는 tv를 꺼버렸다. "임상혁이 풀려났다니..." 저스티스는 무적이라고 생각하던 정태에게 그의 패배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tv 속 화면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저스티스와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는 임상혁의 모습이 나왔던 그 순간을 정태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히어로들의 협동과 그의 조직에서 그를 배신한 이가 나온덕이었다. 하지만 임상혁이 다시 세상에 풀려났으니 정태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이목이 집중된 곳은 역시 히어로 협회였다. 한번 잡은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잡으면 그만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히어로 협회의 답변을 요약하자면 '무리' 였다. 애초에 그를 잡았던 그당시에도 간부의 결정적인 제보가 없었더라면 임상혁을 잡기는 커녕 그의 위치조차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다들 절망에 빠지려는 순간, 누구보다도 그들에게 필요한 그가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히어로명 저스티스, 임태진입니다. 최근에 벌어진 습격사건과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자리에 섰습니다. 먼저, 현재로썬 그를 찾을 방법이 없다고 들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저스티스는 자신을 찍고있는 카메라를 향해서 자신있는 얼굴로 말했다. "찾았습니다, 그의 본거지를." tv를 보고있던 시민들은 물론이고 카메라로 그를 촬영하던 방송국 직원들마저 그의 발언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데 저스티스. 그걸 말해도 괜찮은가요?" 누군가 그에게 질문을 했고 그는 미소지으며 괜찮다며 걱정말라고했다. "걱정마세요. 이미 그곳에 도착했으니까요." 그순간 저스티스의 모습이 오래된 tv화면처럼 이상해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어리둥절해하는 그들을 뒤로한채 비전은 자신의 능력을 풀었다. "야자빼먹기 좋은 능력이네요." 남의 모습을 복사해서 분신처럼 소환하는 그에게 저스티스가 종종하는 농담이었지만 이번엔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후... 집중해라. 이번에도 지기 싫다면." 이번 작전의 지휘관이자 히어로 번호 no.2인 드렉스가 저스티스에게 경고했다. "알고있다. 이번엔 반드시 이길꺼다." 평소엔 실없는 그였지만 저스티스로 변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지해졌기에 드렉스는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 맨 앞에 서있던 히어로의 손짓과 함께 드렉스는 입구를 막고 있는 거대한 철문을 붙잡고 그대로 뜯어내서 뒤로 던져버렸다. 엄청난 힘이 능력인 그였기에 종이 상자처럼 가볍게 뜯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들어가자 그들을 반긴 것은 누군가가 묶여있는 드럼통 하나밖에 없었다. 히어로들이 들어옴과 동시에 어둡던 창고를 환하게 비추는 조명들이 켜졌고 묶여있던 사람이 누구인지 히어로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칸이잖아 저녀석이 왜.." 임상혁을 배신하고 보호시설에서 지켜지고 있을터인 그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는 금방 알수있었다. "내가 배신자를 살려둘것같나 히어로나으리?" 그순간 공장의 천장이 마치 종이처럼 일그러지면서 한곳으로 모였고 마치 거대한 말뚝처럼 생긴 그것의 위에는 그가 서있었다. "임상혁!" "이런 히어로라면서 시민을 지켜야지 빌런만 보고있으면 쓰나." 아차 싶었던 저스티스가 칸에게 달려갔지만 이미 철근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을 부탁한다 히어로." 간발의 차이로 저스티스의 손보다 철근이 먼저 그에게 도달했고 칸의 몸은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이번에도 늦었군." 바닥에 주저앉은 저스티스를 제외한 모든 히어로들이 그에게 달려갔지만 누구도 임상혁에게 닿을 수 없었다. "어딜 잔챙이들이!" "호호호~ 너무 느려요~" 휴고의 주먹과 소녀의 손짓에 대부분의 히어로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드렉스를 비롯한 소수의 인원만이 그들의 공격을 견뎠다. "큭.. 저 녀석도 힘이 능력인가 보군. 어이 저스티스! 언제까지 자빠져서 징징댈 거냐!! 당장 일어서서 싸워라!" 드렉스의 외침에 저스티스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그리고 임상혁을 바라보면서 드렉스에게 말했다. "두 명을 부탁한다." "그래." 자신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무방비하게 걸어오는 저스티스를 보자 휴고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고 그를 향해서 맹렬히 돌진했다. "아무리 너라도 이건 좀 아플 거다!!" 하지만 그의 주먹이 닿은곳은 저스티스의 얼굴이 아닌 드렉스의 손바닥이었다. "이걸 주먹이라고 날린거냐?" 휴고의 손을 붙잡은 채로 드렉스가 반대편 팔에 힘을 주자 그의 팔에서 뼈와 근육이 우두둑, 뿌드득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동시에 힘이 압축되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휴고가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써도 드렉스의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게 진짜다 애송이." 드렉스의 주먹이 휴고의 얼굴에 작렬하자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그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더럽게 단단하네." "크으...역시 저스티스의 라이벌답군!" 손을 풀고있던 드렉스는 그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무리 단단해도 설마 자신의 주먹을 제대로 맞고도 멀쩡할리가 없었다. "네짓이구나 꼬맹이." 좀전에 느껴졌던 딱딱한 그것은 휴고가 아니라 그녀의 능력이었다. "제이름은 유리랍니다. 꼬맹이가 아니라."
  • 그녀의 손가락끝에서는 가느다란 실이 뿜어져 나오는데 드렉스의 공격에도 견딜정도로 강도가 엄청나서 그녀의 실이 끊어진 적은 살면서 단 두 번 있었는데 아직 능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렸을 적에 한번, 그리고 임상혁을 만났을 때가 전부다. "고맙다." 비록 드렉스의 공격을 막아주었다고는 하나 충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휴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한편, 저스티스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임상혁은 그에게 아까 칸에게 날렸던 철근들을 비틀고 구겨서 날카로운 창으로 바꾼 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렸다. 굉음과 함께 먼지를 일으키며 그가 서있던 자리는 마치 선인장을 연상케 할정도로 철근들이 빼곡하게 박혀있었다. "겨우 그게 다냐?" 갑자기 등뒤에서 저스티스가 나타났음에도 임상혁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올것을 예상하고있었다. "설마. 이제 막 애피타이저가 나왔다고? 천천히 음미해봐." 그가 손짓하자 공장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철골 구조물부터 바닥을 이루는 콘크리트들까지 모든 게 임상혁의 의지대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저스티스에게 향했다. "후우..." 가볍게 쉼호흡한 저스티스는 지금 느껴지는 자신의 힘에 집중했다. '이정도면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어. 해볼만 하다!' 그의 능력은 응원,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신체능력이 10배, 100배, 1000배까지 늘어난다. 백화점에서 정태를 구했을때도 위기에 빠진 저스티스를 응원했던 정태덕분에 무사히 빌런들을 이길 수 있었다. "그래서 방송에 나왔었군." 방송에서 굳이 임상혁을 언급하며 그의 위치를 찾았다고 국민들에게 말한것도 사람들의 응원이 필요해서였다. "흐흐흐흐 이제야 싸울만하네" 방해물을 하나하나 없애가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저스티스를 바라보면서도 임상혁은 여유로웠다. 유리는 그런 그를 존경에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아...우리의 구원자시여..' 유리가 임상혁을 처음 만난것은 어느 기업의 실험실이었다. '다음 능력자, 들어와라.' 차가운 금속침대의 감촉이 그녀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느낄 감각이었다, 임상혁이 그곳으로 찾아오지 않았다면. 문도, 창도 없던 벽이 마치 원래 그랬던것처럼 갈라지면서 누군가가 걸어들어왔다. '이거 참...빌런은 이쪽인데 하는짓들은 그쪽이 빌런같군. 안그런가?' 유리가 마취약에 취해서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기만하자 그는 재미없다는듯이 연구원들에게 다가갔다. '이중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누구지?' 그의 물음에 서로 눈치만보다가 한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나...나요. 알렌이라고 합니다.' 손을 들고있는 그를 바라보던 임상혁은 씨익, 환하게 웃었다. '흐흐흐흐..그럼 나머지는 필요없겠지?' 알렌을 제외한 나머지이들은 그의 말을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고 알렌은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자..잠깐만!' 하지만 이미 그의 능력이 발동된 후였다. 그들이 밟고 있던 바닥은 위로 솟아올랐고 머리 위에 있던 천장은 아래로 내려왔다. 살과 뼈가 으깨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4명의 연구원이 핏자국만을 남긴 채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꼬마야.' 유리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손을 내밀고있는 그를 바라봤다. 환한 전등의 불빛이 그의 등뒤에서 비치는게 마치 눈부신 후광과도 같았다. '나를 따라서 가자. 세상을 바꿔주마.' 그렇게 실험실에서 이름모를 실험체로 죽을 운명이었던 유리는 자신을 구해준 그를 구원자라고 여기게 되었다.
  • '너말고 다른 애들은 어디있지?' 그의 물음에 유리는 벽에 전시된 유리병들을 가르키면서 그들의 이름을 한명씩 말했다. '소피아, 진호, 성규, 향란, 세라, 미유키, 이반, 메이. 계속 할까요?' 사람의 장기들이 들어있는 병에는 그들의 이름 대신 실험 번호만이 적혀있었다. 상혁은 유리의 말을 무시한채 유리병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서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미안하군. 다음생엔 반드시 구해주마.' 상혁의 모습을 지켜보던 박사의 목에 콘크리트가 모여들어서 그의 목을 조여왔다. 상혁이 더욱 세게 손을 움켜쥘수록 박사의 숨통을 조여왔고 그는 다죽어가는 목소리로 상혁에게 빌었다. '끄..끄으으윽...사..사려..주..세요..' 하지만 상혁은 그를 살려줄 마음이 없었다. '아이들도 그렇게 빌었을텐데 너희들은 그런 아이들을 어쨌지?' 박사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축 늘어졌다.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더한 장면도 숱하게 봐온 유리였기에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을 괴롭힌 인간이 죽었다는 기쁨에 절로 미소를 지었다. 복도를 걸어가던 그들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기괴한 문신이 몸 곳곳에 그려진 그를 보고 유리는 무의식적으로 공격하려 했지만 상혁이 그녀를 말렸다. '멈춰라, 아군이다.' 그는 유리를 보더니 상혁에게 물었다. '이아이 한명만 살아남은건가요?' 상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낯빛이 어두워지면서 어깨가 축 처졌다. '저희쪽은 이미...' 그때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균형을 잃고 쓰러지려는 유리를 잡아주며 상혁은 그에게 소리쳤다. '바르고! 올라가서 나머지 녀석들을 도와라!' 그다음 상혁은 유리의 어깨를 붙잡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신중하게 말했다. '잘들어라 꼬마야. 나를 따라서 이곳을 빠져나가면 그순간부터 너에겐 빌런이라는 꼬리표가 붙을꺼다. 그렇게되면 매일 히어로들이랑 죽을 각오로 싸워야한다. 그래도 나를 따라올테냐?' 그의 말에 유리는 대답 대신 손에서 실을 늘어뜨리는 것으로 답했다. 밖으로 나온 상혁을 맞이한 것은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경찰차들과 헬기, 그리고 히어로들이었다. 그들을 둘러보면서 상혁은 아까 자신이 죽였던 알렌의 시체를 던져주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능력자라는 이유로 죽이고 해부해서 유리병에 담아뒀더군. 이게 너희들이 말하는 능력자와 비능력자들의 평화인가!! 그렇다면 나는 너희가 지껄이는 그평화를 짓밟고찢어서 부숴주마.' 그의 손짓에 땅이 뒤집어지면서 마치 믹서기처럼 경찰들과 히어로들을 갈아버렸다. 공중에 떠있던 헬기들이 그를 조준하고 공격하려했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한대씩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일이..' 특이하게도 그들이 폭발하면서 나타난 화염은 주황빛이 아닌 푸른색이었다. 하늘을 푸른색 화염으로 물들인 그를 향해서 상혁이 명령했다. '태수! 꼴도보기싫은 건물이다. 모조리 박살내라!' '예!' 그가 걸어들어가고 잠시뒤, 건물에있는 창, 환풍구, 문을 포함한 모든 구멍에서 푸른색 화염이 치솟았고 거대한 건물이 말그대로 주저앉았다. 이후로도 상혁은 능력자들을 끌어모아서 거대한 하나의 조직으로 만들었다. 비록 그가 잡힌이후로 흩어졌으나 그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이번엔 제대로 한방을..!" 뒷골이 서늘해진 드렉스가 고개를 숙이자 그의 목이있던 자리로 칼이 지나갔다. 자칫 잘못했으면 그대로 목이 잘렸을정도로 간발의 차였다. "너!..." 칼을 쥐고있던것은 비전이었다. 그는 드렉스가 피한것이 아쉽다는냥 혀를찼다. "쯧..그냥 좀 맞아주지 그랬어요? 사람 귀찮게!" 태연하게 유리와 휴고의 곁으로 걸어가는 비전을 보면서 히어로들은 지금 이상황이 이해가 가지않았다. "배신한거냐!! 우리를, 사람들을!!" 드렉스는 그의 배신에 분노해서 소리를 질렀지만 비전은 그런 드렉스를 바라보면서 비웃었다. "킥킥킥..선배,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진작에 배신했었다구요!? 그리고..짜잔~" 그가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바닥에 쓰러져있던 칸의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모습에 한눈을 팔고있는 저스티스를 임상혁은 놓치지않았고 철근들이 그의 어깨와 허벅지를 관통했다. 바닥에 쓰러졌음에도 저스티스는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기를 썼지만 한쪽 팔로는 도저히 일어설수 없었다. "크윽...칸을 어쩐거냐!" 상혁은 그런 그를 무시한채 휴고와 유리, 비전을 데리고 자리를 뜨려고했다. 히어로들은 그들을 막으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드렉스 역시 상혁에게 달려들었지만 휴고와 유리를 혼자서 상대하기엔 버거웠다. 상처투성이로 쓰러져있는 히어로들을 뒤로한채 빌런들은 유유히 공장을 빠져나갔다. "다음에 보자고 히어로들" 상혁의 말이 공장을 맴돌았고 그렇게 임상혁을 잡으려는 작전은 대실패로 끝이났다.
  •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의 작전 실패는 다른 사건덕분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협회로 돌아온 히어로들은 사건 수습으로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과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서류들을 보고 작전이 실패했다는 것에 분함과 치욕감을 느꼈다. 그때 그들에게 누군가가 다급히 뛰어왔다. "자네들! 지금 이럴때가 아니네! 어서 이것좀 보게나" 그가 tv를 키자 뉴스에서 긴급 보도라는 자막과 함께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히어로들을 믿고 따르는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오늘 나를 잡으려는 멍청한 계획은 아쉽겠지만 실패했다." 임상혁은 자랑스럽다는듯 양손을 펼친채로 어딘가에 서있었다. 그를 비추는 카메라의 초점이 그의 밑을 보여주자 히어로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락다운' 빌런중에서도 극히 위험한 인물들을 가두기위해서 심혈을 기울인 특별한 감옥이었는데 그곳에 그가 모습을 나타낸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내 계획은 성공했지." 그의 능력으로 벽이 허울어지고 사이렌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며 영상은 끝이났다. 충격적인 영상에 히어로들은 물론이고 아나운서마저 진행을 잊은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다들 정신차리게!" 협회의 지부장만이 겨우 제정신을 유지한 채 상황을 수습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다독였고 덕분에 이곳만은 어느 정도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 협회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네...네...예...알겠습니다." 전화를 받은 지부장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고 끊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신이시여..." 방금 전의 통화로 파악된 피해는 사상자 200명과 1급 죄수 30명의 탈옥이었다. 도저히 자신의 입으로는 히어로들과 직원들에게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일단은 다들 비상체제로 돌입하고, 그리고 자네들" 히어로들에게 다가간 지부장은 그들의 손을 두손으로 꼭 쥐면서 그들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쳤다. "비록 여기서 서류나 만지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자네들도 희망을 잃지 말게나! 부디 사람들을 지켜주게!" 그의 격려덕분에 히어로들의 꺼져가던 의지가 다시 한번 맹렬하게 불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렉스에게 기댄 채 듣고 있던 저스티스는 그의 행동과 분위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 "지부장님은 두렵지 않으십니까?" 저스티스의 물음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른 저었다. "물론 두렵다네. 그래도 아무리 절망적인 이런 상황이라도 우리는 희망을 잃어서는 안되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유일한 희망일테니까." 지부장의 말에 저스티스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그리고 주먹을 굳게 쥐면서 절망에 빠져서 해이해진 마음을 다시 한번 굳게 바로잡았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는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임상혁에다 설상가상으로 죄수들까지 풀려나는 일이 일어났으니 아무리 히어로들이 지켜준다고한들 걱정이 될수밖에 없었다. "다들 알다시피 임상혁과 1급 빌런들이 풀려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태 반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대부분 입을 굳게 닫은채 지금 이상황이 자신의 악몽이기를 바랬다. "한마디로 절망적인 상황이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여러분은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그때 한소미가 손을 들었다. "저기 선생님...저스티스랑 다른 히어로들도 실패했는데 저희가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는데 누군가 소리쳤다. "헛소리하지 마라!" 형진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서 모두를 향해서 소리쳤는데 어찌나 컸던지 현서가 깰정도였다. "저스티스가 진거지 우리가 진게 아니잖아!" 그리고 또 한명, 그에게 동의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 난 아직 임상혁이랑 싸우지 않았다. 진건 저스티스랑 다른 히어로들이지 나는 아니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민우가 형진이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정태도 일어서서 한마디했다. "그래 맞아! 이럴 때일수록 히어로라면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셋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상훈은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그렇죠, 여러분들은 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싸운다면 지겠지만 그럴일은 없을겁니다. 하지만.." 상훈은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봤다. 만약 지금 아이들이 빌런을 만난다면? 아마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당할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학교측도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각반의 담임들에게 능력의 훈련과 동시에 파트너와의 결속력을 높이라고 지시를 내렸다. 덕분에 몇달이 앞당겨진 수업은 내용이 완전히 바꼈다.
  • "저기..선생님? 이게 뭐죠?" 아이들의 손에는 저마다 종이가 한장씩 쥐어져 있었는데 상훈은 나눠주면서 이것이 앞으로 훈련할 내용이라고 말했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그건.." "아뇨! 그게 아니라 여기 적힌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현도의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최소한의 탄환으로 최대한 많은 표적을 명중시킬것' 현도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이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금 장난하는건가요??" 민우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종이를 구겨버렸고 그모습을 상훈은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따위 애들 장난이나 하자고 여기온게 아닙니다."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그의 분위기에 모두가 긴장한채 지켜보는 가운데 상훈은 졌다는듯이 두손을 들었다. "좋아. 그렇게 실전을 원한다면야..여러분!" 상훈이 외치기 무섭게 누군가가 체육관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왔다. 3명이 아이들을 향해 걸어왔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제일 앞에서있는 남자였다. 2미터는 거뜬히 넘을듯한 체구에 온몸이 근육투성이지만 머리 위에 있는 귀여운 토끼 머리띠가 너무도 안 어울렸기에 아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도 그것을 의식했는지 재빨리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의 뒤에있는 사람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알고있는 인물이었다. "클라라잖아!" 아이돌겸 히어로로 활동하는 그녀는 왠만한 히어로보다 인기가 많았는데 특유의 분위기와 무엇보다도 그녀의 능력이 크게 한몫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인물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있는 남자였는데 그의 양팔에는 쇠로 만들어진 장갑이 팔꿈치까지 덮고있었다. "저분들은 여러분을 위해서 협회에서 파견된 정식 히어로분들입니다. 지섭씨? 아이들에게 소개를.." "인사는 생략하고 아까 건방진 소리를한 꼬맹이가 누구지?" 지섭의 물음에 민우가 손을들자 세사람은 동시에 상훈을 쳐다봤고 상훈은 그것이 동의를 구하는 의미라는것을 깨닫고 허락했다. "살살해주세요. 아직 어립니다." 그의 허락에 저마다 몸을 풀기 시작했고 다들 민우를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봤지만 정작 민우는 그러건말건 몸을 풀고있었다. 품에서 머리띠를 꺼내던 지섭은 대뜸 두사람에게 자기 혼자서 상대할것이라고 말했다. "에반, 클라라. 저녀석은 내꺼야 나서지 말라고." 두사람은 그런게 어딨냐며 자기들도 하고싶다고 말했지만 지섭은 일부러 못들은채했다. "전부 오시죠. 귀찮으니까" 그모습을 보고있던 민우는 일부러 선심쓴다는듯 세사람을 도발했고 효과는 제대로였다. "좋아 소원대로 해주마." 지섭은 물론이고 클라라와 에반까지 세사람을 상대해야하건만 민우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바없었다. 오히려 세사람이 투지를 활활 태우고있었다. "본때를 보여주자!" """아자!!!""" 상훈의 신호와 함께 먼저 움직인 것은 민우였다. 지금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스피드로 우선 클라라를 노릴 생각이었지만 세 사람은 민우의 행동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쇼크 웨이브" 에반이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은채로 작게 속삭이자 그를 중심으로 체육관의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달려가던 민우의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속도가 느려졌고 그순간만을 기다린 지섭이 민우를 그대로 집어던졌다. "크헉!!" 온몸으로 벽에 부딪힌 민우는 터져나오는 신음을 참을수 없었다. 아무리 지섭이 힘조절을 했다고는해도 날아가서 벽에 처박혔으니까. 비틀거리며 힘겹게 일어나면서도 전혀 꺾이지않은 민우의 눈빛을 보고 지섭은 그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번엔 자신이 먼저 다가갔다. "이번엔 이쪽 차례구나. 진심으로 덤벼라!" "후회하실텐데" 지섭은 다시 한번 민우를 붙잡으려고 손을 휘둘렀지만 보이지않는 무언가가 그의 손바닥을 강하게 쳐냈다. 당연히 민우라면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줄알았기에 예상치 못한 그의 방어에 놀라 잠시 멈칫했고 민우에게 잠시란건 충분한 시간을 뜻했다. "바디" 무방비 상태인 지섭의 옆구리에 민우의 바디 블로가 제대로 들어가자 아무리 그라고해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 "크흑...제법 아프구나!" 욱씬거리는 옆구리를 붙잡은 지섭은 일단은 한발 물러서려고 했지만 민우에게서 벗어날수는 없었다. "이제 시작인데 어딜 가세요?" 쉴새없이 퍼붓는 민우의 공격을 지섭은 가드를 통해서 겨우 막고만있었다. 아이들은 프로를 압도하는 민우의 모습에 감탄했지만 클라라와 에반은 뚱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있었다. "쟤한테는 진심으로 하라면서 자기는 놀고있으면 어떡해!" "그게 무슨 소리죠?" 정태의 물음에 클라라가 답하려는 그순간 "커헉!" 지금껏 지섭을 몰아붙이던 민우가 배를 붙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지섭은 그런 민우를 내려다보면서 몸을 풀고있었다. "쳇...느긋하게 하고싶었는데.." 바닥에 엎드려서 기침을 하면서도 민우는 방금 상황이 이하가 가지않았다. 분명히 자신이 그를 일방적으로 공격했고 그는 막는게 전부였는데 갑자기 그가 자신의 손을 보고 처낸것이다. "...이제는 고양입니까?"  지섭의 머리에는 또 다시 머리띠가 씌여있었는데 이번엔 복슬복슬한 고양이였다. "냥~"  손을 둥글게만 상태로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그의 모습에 민우는 지금까지 지섭이 자신을 가지고 놀고있었음을 깨달았다. "...후회할겁니다." 하지만 그는 민우가 경고를 하건말건 태연하게 스트레칭을 하고있었다. 빈틈투성인 지섭의 모습에 민우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고 그답지않게 감정적으로 움직였다. "냥 냥" 그런 민우를 보면서 지섭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아까는 통했던 공격이 지금은 하나도 맞지않았다. 속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도 지섭은 자신의 주먹에 반응해서 피하거나 카운터를 날렸다. "보기엔 저래도 저게 저아저씨 능력이야." 클라라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아예 의자에 앉아 지섭의 능력에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본인말로는 어떤 동물이던간에 머리띠만있으면 가능하다나 뭐라나~ 아무튼 머리띠를 쓴 이상 네친구가 이길가능성은 없다고 봐야지. 어이~! 이제 슬슬 끝내요!" 그러자 방어만하던 지섭이 순식간에 파고들었고 미처 민우가 반응하기도전에 자신이 아까 당했던 바디 블로우를 그의 옆구리에 꽂았다. 쓰러진 민우를 보면서 지섭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머리띠를 벗으려고 손을 올렸지만 어깨까지 올라간 그의 손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이..야" 언제 다가왔는지 민우가 지섭의 손을 붙잡고 간신히 서있었다. 결국 상훈이 직접 나서서 둘을 말렸다. "이제 그만하세요. 지섭씨도 마지막에는 조금 심했습니다." 상훈이 무섭게 노려보자 지섭은 어깨가 축 처졌다. "냥 냥 냥..." " '클라라가 시킨건데...' 라고 말씀하시네요." 샤샤가 통역을 해주자 어둡던 지섭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걸 알아듣다니 뭘좀 아는 친구네!" 흉내라고 생각했던 그의 소리가 사실은 정말로 고양이의 언어라는 사실에 아이들보다 에반과 클라라가 더놀랐다. "그게 진짜 고양이 소리였어?" "변태인줄 알았는데, 이거 미안하다." 다들 웃고 떠들고있었지만 민우는 떨고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물론 마지막에 자신이 성급하게 행동한 것은 맞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애초에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뭐가 저스티스를 넘는다는거야...병신같은 놈..." 그때, 누군가가 민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기운내세요." 상훈이 손을 얹은채 민우를 위로했다. "아까는...죄송했습니다..." 그리고 말할지 말지 망설이던 민우가 입을열었다. "정말로 훈련을 하면 강해지는 겁니까?" 이번에는 또 다른 손이 민우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당연하지 꼬맹아." 머리띠를 벗은 지섭이 진지한 표정으로 민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섭뿐만이 아니라 반 전워이 그의 곁으로 모여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민우는 고개를 푹 숙였지만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이제 훈련을 시작해보죠." """"""""예!!!""""""""
  • "헉...헉...헉..." 거대한 실내수영장을 가득 메운것은 주현의 거친 숨소리와 물소리였다. 초능력자들이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능력을 오래 유지할 수 없는 체질들이 존재했고 주현 역시 그중 하나였다. "쉬엄쉬엄하지그래?" 그런 그에게 물을 건네면서 주한은 그가 쓰리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주현은 물 한 통을 그 자리에서 전부 비우고 다시 수영장에 손을 집어넣었다. "벌써 끝냈냐?" 주현보다는 비교적 쉬웠던 터라 금세 끝내고 그에게 왔지만 주한은 그것을 일부러 숨겼다. "쉬는 시간이라서. 그나저나 걔는 어쩔 거야?" 주한의 물음에 주현은 누구를 말하는것인지 잠시 생각했고 이내 자신들의 고민거리인 그녀를 떠올렸다. "신예은 말이지? 더 이상 방법이 없잖아? 선생님도 허락 안 해주는데 뭘 어째." 딱히 두 사람이 그녀를 싫어하거나 하는것은 아니다. 단지 둘과 그녀의 상성이 극과 극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한에게 그녀의 능력은 최악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걔랑 무슨 협동을 하라는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자 결국 주한은 화를 터트리고는 뛰쳐나갔다. 그렇게 뛰쳐나간 그가 향한곳은 상훈이있는 곳이었다. "무슨 일이죠? 벌써 끝.." 서류를 읽고있던 상훈은 씩씩거리는 주한의 모습을 보고 대충 무슨 상황인지 깨닫고 일단 그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선생님 왜 저희랑 신예은이 같은 팀인 거죠?! 서로 능력도 어울리지 않고 방해만 될 거예요!" 열변을 토하는 주한을 앞에 두고 상훈은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았다. "쓸모없는 걔보다는 차라리 다른 애들이 저희들에게 더..!" 탁, 상훈은 자신이 읽고있던 서류다발을 테이블 위에 던지고 주한에게 물었다. "상성? 방해? 지금 장난하는건가요?" 입학한 이후로 지금껏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는 상훈이 처음으로 주한에게 인상을 쓴 채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 "제가 세 사람뿐만이 아니라 여러분 모두를 생각해서 짠 게 지금 이 팀입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조합이라는 뜻이죠." 상훈이 눈짓을 주자 주한은 맨 위에 있던 종이를 집어서 천천히 읽었다. 그것은 자신의 성격에 관한 보고서였다. 주한이 들고있는것을 다 읽자 상훈은 다음것을 읽으라며 다른 종이를 내밀었다. 그렇게 한동안 종이를 읽고있던 주한은 지금까지 읽었던 보고서와는 다른 것을 하나 발견했다. "그건...뭐 좋습니다 읽어보시죠." 상훈이 주저하길래 뭔가 대단한 것인 줄 알았지만 그건 그냥 평범한 누군가의 편지였다. "....! 이건.." 편지의 주인은 다름 아닌 예은이었다. 그리고 내용을 요약하자면 자신을 주한, 주현과 같은 팀으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주한은 그녀의 부탁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이런 부탁을 한 거죠? 그건 여기 나와있지 않은데요?" 하지만 상훈은 답하지 않았다 "그건 직접 물어보시죠. 아무튼 팀에 관해서는 이걸로 마무리 지은겁니다 나중에 딴 소리하지마세요." 결국 주한은 주현을 데리고 예은에게 직접 찾아갔다. "어? 뭐가 궁금하다고?" 주한이 상훈과 나눴던 대화, 그리고 자신이 읽었던 편지까지전부 그녀에게 말하자 예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도 참! 그걸 보여주시면 어떡해요. 하하하" 이 자리에는 있지도 않은 상훈을 탓하며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두 사람에게는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 "왜 하필이면 우리야?" 주한의 물음에 예은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봤다. 두 사람 역시 그녀의 시선을 따라서 활짝 펼쳐진 양손을 쳐다보고 있자 새하얗던 그녀의 손이 순식간에 불에 달군 쇳덩이처럼 달아올랐다. "부탁이야." 평소 활기차던 예은이 아닌 무언가 굳은 결심이 선듯한 그녀의 분위기에 두 사람은 그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능력을 조절할수있게 도와줘..!" 온갖 비난을 받을생각에 고개를 숙이고 눈까지 질끈 감았지만 혹시나하는 기대를 품게되는것은 그녀도 어쩔수없었다. "하 참나..야 우리가 왜 너를 도와줘야해?" 주현은 어이가 없었다. 안 그래도 훈련하기도 바빠죽겠는데 남을 돕는다? 어처구니가 없는 나머지 화는커녕 실소가 절로 나왔다. "능력을 조절 못하면 히어로는 때려치우던가? 그리고 겨우 그런 걸로 우리랑 팀을 맺어달라고 편지를 쓴 거야? 그럼 어울리지도 않는 네 능력 때문에 피해볼 우리는 어쩔 거야?"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없는 예은은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미안...미안..." 그 모습이 답답했는지 주현은 그녀를 다그치려고 했지만 주한이 나서서 그를 말렸다. "뭐야...왜 그래?" 주현이 본 주한의 표정은 상당히 복잡했다. 그렇기에 자신을 말리는 것도 뭐라고 따지지 못했다. "트라우마가 있는 거지?" 주한의 한 마디에 주현은 물론이고 예은마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다. "그걸 어떻게..."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본 주한은 역시나 라고 생각했다. "자기소개할 때나 지금은 멀쩡히 잘만 쓰는데 무슨 트라우마라는 거야." 지금 주한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주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저 밝아 보이기만 하는 애가 어딜 봐서 그렇게 보이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을 봐서는 주한의 말이 사실인듯했다. "쓰는건 문제 없지만 능력을 멈추는게 문제지?" "멈추는게 문제라고?" 주현은 그게 가능한 일인지 싶었다. 능력이란게 어느 정도껏 사용하면 지쳐서 멈추는게 정상아닌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만 예외인 경우도 존재했다. 예은의 경우처럼 말이다. "선천적으로 조절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랬으면 여기로 못왔겠지. 남은건 후천적인 원인, 트라우마같은게 이유일테고 그렇지?" 예은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한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활짝 펼쳐져 있던 그의 손은 어느새 꽁꽁 얼어붙은 사탕을 꽉 쥐고 있는 작고 여린 손으로 변해있었다. '무서워 한아...' 그리고 그런 자신을 보며 잔뜩 겁을 먹은채 울먹이는 한 여자 아이를 끝으로 오래된 기억은 끝이났다. "...도와주는데 대신에 조건이 있어." 주한이 수락을 해버리자 가만있던 주현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너 지금 뭔 소리 하는거야? 돕긴 뭘 돕는다는거야." 조금 전만 해도 선생님한테 따지러 갔던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태도를 180도 바꿔버리니 그로써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저,정말이야? 고마워! 진짜로 고마워!" "하...이주한, 너 진짜 미쳤냐?! 방금전까지 지가 나서서 지랄 염병을 하더니 이제는 뭐? 도와준다고?" 주현이 화가 단단히 났음에도 주한은 아랑곳하지않고 차분하게 그를 진정시켰다. "진정해, 나도 생각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냥 도와준다고는 안했어." 그렇다면야 하고 일단은 넘어갔지만 여전히 주현은 불안했다. 물이 능력인 자신보다도 얼리는게 능력인 주한이 더욱 그녀가 달갑지 않을텐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걱정이 되었다.
  •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아까는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하지만 지금 주한은 주현이 옆에서 뭐라고 떠드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상훈이 자신에게 건넸던 종이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휴... 듣고 있지도 않네" 다음날 예은을 찾아온건 주한 혼자였다. 혹시나 주현이 오지나 않을까 주한의 뒤를 쳐다봤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걔는 아마 당분간 여기로안올거야 자기 훈련하기도 바쁘다더라고, 그러니까 괜한 기대는 하지마." "너도 훈련하기 바쁠텐데..." 몸을 풀고 있던 예은은 미안함에 풀이 죽었지만 주한은 괜찮다고 말했다. 애초에 그는 이미 자신의 훈련을 끝낸 뒤였기 때문에 시간이 여유로웠다. "일단 능력을 발동해봐." "하지만..." 몇 번을 주저하던 예은이 서서히 몸의 온도를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근처에 서있던 주한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찰랑이던 머리결은 일렁이는 불꽃으로, 새하얗던 피부는 붉은색으로 변했다. "으으....으.." 역시나 예은의 걱정대로 처음에는 멀쩡했던 그녀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싫어...가지 마..." "진정해. 일단은 내가 도울테니까.." 그리고 그녀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자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쯧..." 그녀를 이대로 방치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한 주한은 그녀의 주변부터 얼리기 시작했다. 한쪽 팔로는 얼굴로 오는 열기를 막고 반대쪽 팔로는 얼리면서 느리게나마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아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게 다가가는 속도가 줄어들더니 어느샌가 완전히 멈춰 섰다. 순식간에 얼려버리는 주한의 능력도 모든 걸 녹여버릴 듯한 기세로 타오르는 예은의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심지어 학생들의 훈련을 위해 설계된 훈련장의 바닥조차 검게 그을리고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정도로 괴로워하면서 왜 히어로를 하고싶은거야?" 이미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만 주한은 개의치 않았다. "능력이 무서우면 평범하게 살면그만이잖아?" 한걸음. 얼굴을 가리던 팔을 내렸다. "그럼 트라우마고 나발이고 잊을 수 있잖아?" 한걸음. 능력을 쓰고있던 팔을 거뒀다. "왜 그렇게 필사적인거야?" 그리고 주한의 몸이 서서히 얼어붙었다. 예은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에 얼리자마자 곧바로 녹아내렸지만 그때마다 주한은 얼리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예은의 앞에 서게된 주한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봤다. "아..." 뜨거운 열기 탓에 눈물은 볼 수 없었지만 주한은 지금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크으윽..!" 얼어붙은 손으로 예은의 이마를 짚자마자 손바닥을 통해서 엄청난 열기가 전해졌다. 그녀의 이마와 닿고 있는 팔에 능력을 집중한 탓에 온몸을 감싸고 있던 얼음들 이 녹아내렸지만 주한은 손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필사적으로 한계치까지 능력을 끌어올렸다. "정신차리라고!!!" 주한의 목소리가 들린건지 아니면 이마에서 느껴지는 차가움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눈이 그를 향했다. 예은이 주한을 바라본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래..내말이 들리긴 하는구나." 완전히 깨어난건 아니지만 그녀가 작게라도 반응을 보이자 주한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포기하지 마. 네가 말했잖아 도와달라고, 근데 네가 포기하면 어쩌자는 거야? 싸워서 이겨, 그깟 능력 따위 이겨버리라고!" 예은은 끝없이 펼쳐진 공간을 걷고 있었다. 사방이 온통 붉은색과 주황색이 알록달록 섞인 공간, 그녀는 정신을 잃으면 항상 이곳에서 눈을 떴다. '주한이한테 미안해지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부탁했었지만 역시, 능력을 조절하지 못하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역시 나는 안되는 걸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부탁한 만큼 이제 그녀의 좌절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예은에게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정신 차리라고!" 그리고 주한의 목소리 역시 들렸다. '주한이?..주한아!' 예은은 목이 터져라 그를 불렀지만 이곳에서 불러봤자 그녀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서 어떻게하면 빠져나가는거야!' 예은의 능력이 폭주할때마다 그녀를 멈춘것은 언제나 다른 능력자들이었다. 강제로 수면 상태로 만들거나 아예 기절시키는 방법까지 써서야 겨우 몀출수있었지만 지금 이곳엔 주한밖에 없었다. '이러다가 큰일나겠어! 어쩌지...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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