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스레드
북마크
이름없음 2018/12/27 01:40:30 ID : wk7anCmHzRw
짤막한 소설을 쓰려고 해.
이름없음 2018/12/27 01:42:30 ID : wk7anCmHzRw
첫 번째 글 0 내 삶을 정의내리기는 세 살짜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생채기로 뒤덮인 거적 데기 같은 것. 그것이 나의 삶이었다. 그것으로 뒤덮인 내가 너를 담았다. 난 그저 네가 좋았을 뿐이었다. 너의 모습을 이 눈으로 담고 싶은 마음이 나의 육신을 굴러가게 하는 의지였다. 너는 내 삶의 이유, 죄악, 이 세상의 지평선. 전부였다. 나에게 있어서 너는. 그런 네가 나를 떠나간다. 10월의 쌀쌀한 밤이었다.
이름없음 2018/12/27 01:43:04 ID : wk7anCmHzRw
5 그 사람은 사랑을 몰라. 내가 친구에게 그의 이야기를 하면 항상 듣는 대답이었다. 그렇다. 그는 사랑을 주는 방법도 모르고 받는 법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얼룩져 있는 그를 치료해주는 방법을 모른다. 나는 평범했고 그는 너무 유별나다. 그가 품고 있는 상처의 크기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너무도 유별난 것이었다. 그렇지만, 얼굴에 우울을 덧씌운 그이지만 가끔 두터운 구름을 걷어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나는 너무나도 좋았다. 그가 웃는 일이 더 많았으면 했다. 하지만 나는 지쳐버렸다. 어두운 밤, 가로등 빛이 그의 모습을 비추었다. 마치 그는 텅 비어있는 양철 깡통이었다. 더 이상 아무 감정도 남아있지 않는 그를 이제는 사랑할 수 없었다. 그와 이별한 후 창밖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이별의 고통을 감내하는 일과였다. 그와의 추억을 곰곰이 곱씹어 보았다. 그 사람과 뭘 했더라, 사랑을 나눈 적은 있었나, 손의 온기는 어떠하였지… 그에게선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고, 그래서 떠났지만 마음의 끈을 잘라낸 고통은 신기하게 여기 남아 있다. 단지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아물 뿐인 고통이지만.
이름없음 2018/12/27 01:43:29 ID : wk7anCmHzRw
0 나는 다시 내 방에 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외부의 고통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곳이자, 다시는 돌아오기 싫은 곳이었다. 나는 이불을 덮어쓰고 한참을 있었다. 그러면서 너의 품을 생각했다. 자아와 자아의 경계가 없어지는 너의 품 안. 네게 안길 때 나는 어린 아이처럼 너를 끌어안고 하나가 되는 기쁨을 만끽했었다. 그래, 그것이 나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느꼈던 기쁨이었다. 나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미 너는 희미한 기억 저편에 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가. 왜 살아가는가. 그야말로 무지의 상태였다. 이건 죽음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나는 죽음이란 형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너는 떠나가면서 나의 존재도 가져가 버렸다.
이름없음 2018/12/27 01:44:26 ID : wk7anCmHzRw
5 그는 지금도 간간히 생각나는 사람이다. 그렇게 우물 밑바닥에서 빌빌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외모는 번듯하니 나쁘지 않았고 특히 콧날이 날카로운 점이 맘에 들었는데… 지금은 뭐 하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자니 그에게서 아득한 죽음의 냄새가 느껴졌다. 자살. 떠올릴 수 있는 최선의 단어였다. 이제는 정말 그를 동정할 일말의 기억도 남아있지 않았다. 완벽한 분리였다. -끝

레스 작성
23레스파워N인 스레주가 쓰는 이야기!new 22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9시간 전
1레스노트new 3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10시간 전
227레스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 31094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6
2레스소설 쓸 때 제일 먼저 구상해야 할 건 뭐야? 45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5
410레스If you take these Pieces 24801 Hit
창작소설 이름 : ◆PfTQoNteNvA 2024.04.25
31레스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 523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5
907레스소설 제목 기부하는 스레 3992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5
13레스읽는 사람들이 만드는 소설 1570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4
7레스너무 특이한 이름 별론가 1323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6레스로판에 등장인물 이름 고증 어떻게 해? 990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59레스☆☆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33530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400레스첫문장/도입부 적고가는 스레 10999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48레스마음에 드는 문장 모으는 곳 37935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0
6레스이과와 문과의 고백법 1140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8
3레스웹소설에서 좋아하는 부분 각자 얘기하고 가자 2473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42레스'사랑'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보자! 1008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71레스패러디 소설 창작자+독자 잡담판 17669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5
5레스과거의 흑역사 쪼가리들을 읽어보는 스레 1074 Hit
창작소설 이름 : 수치사하기직전 2024.04.14
3레스소설 주제 좀 추천해줄 사람..?ㅠㅠ 1075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4
1레스어른이 되고 깨달은 것은 113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