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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3/14 17:13:31 ID : 7bBdQk2pRwq
레스주들이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읽으며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어서 만든 스레야! 피드백도 좋고 이어서 쓰는 것도 좋으니까 레스 많이 남겨 줘 😌❤️
이름없음 2019/03/14 17:27:31 ID : 7bBdQk2pRwq
눈이 마주친 순간 불행해졌다.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으니 뭣도 가질 수 없는 운명으로 태어난 걔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었다. 팔뚝을 쥐어도 손아귀에서 모래알처럼 바스라지는 감각을 느낀다. 흐르는 게 싫어서 손바닥에서 손바닥으로 모래알을 옮기며 연명했으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발치에 쌓인다. 그래서 걔는 한 걸음 옮기는 게 어려웠다. 눈먼 걸음에 소중히 여겼던 것들이 치여 흩어질 것 같아서. 생의 끝자락, 호흡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불안함을 표현하려고 해도 혀뿌리가 떨려 발음이 잇새로 새어나갔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걔는 그런 멍청한 말을 반복하다 무너진다. 종내에는 전부 모래알이 되고 만다. 뭉치지 않고 퍼석해서 센 바람이라도 불면 허공을 유영하는 같잖은 것들. 엄지와 검지의 지문으로 더듬는다. 사각, 사각, 남의 불행을 기록하는 소리가 났다. 혓바닥에 모래가 구르는 것 같애...... 처참한 꼬라지의 말로였다.
이름없음 2019/03/14 22:28:06 ID : Y2snSE3BhAi
난 항상 당신의 지척에 있어요 흐르는 촛농마냥 음침한 얼굴을 하고. 코너만 돌면 날 발견하겠지만 그런 것 따위는 원치 않아 모자를 푹 눌러썼죠. 날 알아봤나요? 아마 당신은 평생 날 찾지 못하겠지 설령 내가 여기 좀 봐달라고 애걸복걸한들. 길을 걷다 지나는 이름 모를 풀도 제 이름 불리지 못해도 누군가는 알아주겠지, 살랑살랑 머리만 흔드는데 난 뭐가 이리 서러울까. 둘 만의 우주. 마땅한 경로도 없는 당신의 궤도에서 악착같이 비뚤비뚤 연명하는 나 그리고 알아도 모르는 당신, 그건 하늘이 땅이 알고 밤에 뜬 조막만한 별조차 뻔히 아는, 스러질 듯 명멸하는 그저 하찮은 우주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불문율 아··· 내 사랑은 이렇게 비참하다 매일같이 진창에서 구르고 구렁텅이에 처박혀 얼룩덜룩 지저분해진 얼굴로 종내 처연하게 입을 찢어 팔푼이처럼 깔깔 웃는다 당신. 부디 마개를 빼주시겠어요 깊고 어둠이 그득한 마침표를 찍는 것처럼. 그럼 작게 소용돌이치는 수챗구멍으로 몸을 내던진 나는 뽀글뽀글 잘게 숨을 내뱉으면서, 빨려들어가는 오물과 함께 한 치 망설임없이, 이번이 정녕 내 말로인 것처럼···
이름없음 2019/03/16 11:25:46 ID : 7bBdQk2pRwq
우물이 주저앉았다. 새까만 구덩이가 생겼다. 버려진 우물은 찾는 사람이 드물어서 종종 그 속에 비밀을 가져다 던진다고 했다. 너는 그 이야기를 듣고서 손을 잡아끌었다. 두려움에 떨어지지 않던 걸음도 네 채근 몇 번이면 지면을 떠나서 다시 딛었다. 돌로 쌓아올린 우물의 벽에 걸터앉아 초콜릿과 사탕을 입에 넣는다. 포장지는 새까만 우물로 밀어넣는다. 한참 귀를 기울이고 있어도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너무 깊은 우물에 너무 가벼운 비닐이라 그래. 나는 네 말이면 밤이 낮이고 낮이 밤이래도 믿었다. 나무에 요정들이 집을 짓고 산다는 이야기도 새는 우리의 전생을 등에 지고 난다는 이야기도 전부 믿었다. 그래서 나무의 가지를 흔들지 않았고 나는 새와 눈물 마주치지 않았다. 우리는 우물의 앞에서 만났다. 작은 발자국이 젖은 나뭇잎을 짓이기고 흙바닥에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우물이 주저앉았다. 새까맣고 깊은 구덩이. 너는 여전히 그것을 우물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도 우물이라고 불렀다. 우물이 너무 깊어서 지구 반대편까지 뚫려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만물의 결을 읽는 너도 우물에 낙하하는 비밀들이 어디로 떨어지는지 모른다고 했다. 본 적 있어? 삼촌이 우물에 사람을 밀어넣는 거. 나는 봤어. 나는 봤어. 흙에 고개를 처박고 네가 말했다. 그러면 나는 사탕 포장지의 등을 떠밀어 구멍에 넣고 귀를 기울인다. 그 새까만 구덩이는 조용하고 은밀하게 삼켰다. 있잖아, 우리 엄마는 어디 갔을까? 너는 우물을 눈물로 채운다. 어느 밤, 우물이 새까맣게 무너졌고, 비밀을 삼키는 구덩이는 침묵한다.
이름없음 2019/03/17 02:37:42 ID : 5XupXAnWnQr
삶에서 죽음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고층 옥상에서 몸이 떨어지는 몇 초 칼날이 동맥을 끊는 몇 초 심장이 멎는 몇 초 난 네가 몇 초의 시간에 영영 갇힌 줄 알았어 자동차 소리도 사람들 소리도 전부 들리는데 네 목소리 하나만 들리지 않아서 너만 몇 초로 훌쩍 떠난 줄 알았어 있잖아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는 거 인정하지 못해 나한테 너 없는 하루는 딱 사십팔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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