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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5/18 20:17:33 ID : bu3xBgnO9xW
"긴급 속보입니다. 한국시각으로 오전 7시 30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착륙예정이던 대한항공 747여객기가 공항근처에서 갑작스럽게 추락했습니다. 이 사고로......." 2017년 8월 28일. 나는 오전 7시 30분에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고, 그 비행기는 추락했다. 엔진이 폭발하고, 비행기의 몸체가 찢겨지고 사람들이 튕겨져 나갔다. 나 역시 공항의 일부로 보이는 그 포장도로에 나뒹굴었다. 온 몸의 뼈가 조각조각 난 것같았다. 숨쉬기가 몹시 고통스러웠으며, 숨을 한 번 쉴때마다 고통스러운 기침을 수차례 내뱉어야 했다. 기침을 할때마다 피거품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사고 당시의 나이는 겨우 17살. 억지로 등 떠밀려 온 하고싶지 않았던 어학연수에 지금 내가 이 바닥을 기고 있어야 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죽기엔 너무 어렸다. 대학생활도 해보고 싶고,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고, 섹스라는 것도 해보고 싶었다. 나는 고통스러운 숨을 마셨다 내뱉으며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살고 싶다고.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만 이런 사고를 겪고 살아난다는 것이 사치였을까? 시야는 점점 흐려지고, 호흡도 느려지고 있었다.
이름없음 2019/05/18 20:19:06 ID : bu3xBgnO9xW
"살고 싶은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환청을 듣는 줄 알았다. 나는 이미 시야도 흐려지고 고개를 들 힘도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힘까지 다 짜내어 대답했다. "사, 살고 싶......." "죽지도 못하고 평생 저주 받은 괴물로 살아야 하는데도?" 나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팔을 뻗었다. "좋아, 살고 싶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겠다." 그 이후 내가 정신을 차린 곳은 어느 여관방이었다. "여, 여기는?" "코리아타운의 어느 여관방." 날 구해준 사람과 똑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내 몸을 내려다 보았다. 옷은 잠옷으로 갈아 입혀졌고, 내 몸은 한군데도 다친 곳이 없이 말끔해져 있었다. "당신은 누구시죠? 누구신데 중상을 입은 저를 이렇게......." 아무도 보이지 않던 침대앞에 한 남성의 모습이 홀연히 나타났다. "으악!" 나는 깜짝 놀랐다. 그는 놀란 나는 아랑곳않고 무언가를 내밀었다. 받고 보니, 헌혈원에서 헌혈할 때 쓰는 팩이었다. 거기에는 피가 담겨 있었다. 왜 그걸 나에게 주는 지 몰라서 눈만 껌뻑이고 있었더니,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간절히 살고 싶어 했다. 혹시나 내가 오해해서 널 살린 거라면, 정말 미안하구나." "아, 아니예요. 살고 싶었어요." 나는 그를 쳐다봤지만, 사람이라는 실루엣만 보일 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살고 싶었다는 나의 말에 그가 희미하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름없음 2019/05/18 20:19:59 ID : bu3xBgnO9xW
"다행이구나." 사람의 실루엣이 소파에 앉았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네가 무엇이 되었는지 알게 된다면 나를 원망할지도 몰라." "그럴리가요. 살아 났다는 것 자체가 행복인걸요." "아니. 나는 네 삶을 저주했다." "네? 저를 살려주셨는데 그게 저주라고요? 이해가 안 돼요." 보이지 않던 그의 얼굴이 보였다. 매우 잘 생긴 외모였다. 하지만 그런 얼굴에 묘한 위화감이 있었다. "내이름은 드라큘라 드 빅터. 지금부터 800년 전. 빅터공국의 공작성에서 태어났다." "네?" 그의 말은 나를 패닉으로 빠트렸다. 그는 나의 혼란에는 신경쓰지 않고 자신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이름없음 2019/05/18 20:24:17 ID : bu3xBgnO9xW
신은 자신을 향한 믿음을 이유로 충성 하기를 요구했다. 남자는 기꺼이 응했다. 자신이 믿는 신에게 충성을 다할 것일 맹세했다. 하지만 신이 충성을 댓가로 그에게 준 것은 참혹한 것이었다. 서부 전선을 막으러 출전한 사이 적들은 동쪽으로 돌아 남자가 다스렸던 공국을 지났던 것이다. 그 이교도들은 포로를 남기지 않았다. 군인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목을 베어 꼬챙이에 꿰어 두었다. 그리고 공작성엔 이교도들의 상징문양이 그려진 커다란 기가 덮고 있었다. 남자는 허탈한 마음으로 허공을, 아니 정확히 자신의 부인의 머리가 꿰어진 꼬챙이를 바라보았다. “시, 신이시여.” 그의 눈에 예수의 상이 보였다. 예수상을 보자 남자는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분노를 느꼈다. “나에게 충성을 요구한 댓가가 겨우 이것이란 말입니까??” 분노를 느끼는 것치고 남자는 매우 차분했다. “신이시여. 그대는 나의 충성을 이런 식으로 배신하셨으니, 저는 당신에 대한 믿음을 이렇게 배신하겠습니다.” 그의 검이 예수의 상을 찔렀다. 그 예수상은 대리석으로 만든 것이었으나, 어떤 파찰음도 들리 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람을 찌른 것처럼 부드럽게 들어갔다. “하하. 크하하하. 신이시여. 아프십니까?? 크하하하하 신이시여 화가나셔서 분노의 피눈물을 흘리시는 겁니까??” 신기하게도 그가 검을 찔러 넣은 곳에서 피가 콸콸 쏟아졌다. 그리고 예수의 두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신이여. 나는 그대를 저주할 것이다. 지옥의 아랫목에 앉더라도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예수상에서 쏟아지는 피를 받아 마셨다. “내가 믿었단 신은 죽었다.”
이름없음 2019/05/18 21:31:46 ID : 4MjjtfWlCpf
스레주 진짜 잘쓴다....
이름없음 2019/05/18 21:50:43 ID : bu3xBgnO9xW
칭찬 고마워 ㅎㅎㅎㅎ
◆E7fe1wskq6m 2019/05/18 21:56:12 ID : bu3xBgnO9xW
인증코드 테스트
◆E7fe1wskq6m 2019/05/18 22:03:18 ID : bu3xBgnO9xW
“나는 신을 저주 했고 신은 나를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가도록 저주했다. 그리고 그 예수상에서 쏟아진 피를 마신 이유로 인간의 피를 마시며 살아야 하는 저주 또한 받았다.” 내 팔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드라큘라. 드라큘라 드 빅터. “그렇다면 당신은.......” 뱀파이어. 인간의 피를 섭취하며 살아가는 존재. 그에게 물린 사람은 약시 뱀파이어가 되며 또 다른 사람을 슬픈 운명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간절하게 살고 싶었으니까. 누구보다도 간절한 마음으로 살기를 빌었으니까. “뱀파이어. 나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나는 뱀파이어가 되었다.
◆E7fe1wskq6m 2019/05/19 17:35:47 ID : HA5bzSIHvjA
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나는 영원한 삶을 살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오스만제국의 침략을 받아 스러진 나라의 국왕을, 1차세계대전에서 포탄을 맞아 몸이 두동강 난 청년병사. 2차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중상을 입은 미국군 장교. 나는 간절히 살고 싶다는 부름에 응답했지만 그들의 악함은 보지 못했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네가 선한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 나는 몰라. 그저 살고 싶다고 간절히 외치는 네 부름에 응답했을 뿐이다.” “당신이 살려준 사람중에 악한 사람이 있었나요?” 나의 질문에 남자가 웃었다. “그래. 내 손으로 직접 죽였지.”
◆E7fe1wskq6m 2019/05/19 17:44:15 ID : HA5bzSIHvjA
“그 남자는 나치군 장교였다. 지독하고 정통적인 나치주의자였지. 그는, 내가 살려주자 뱀파이어의 능력으로 유대인들을 마구 살육하기 시작했어. 독일 내부에 비정상적으로 흡혈귀가 늘어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중심에는 그가 있었지. 피해자들은 전부 유대인이었어. 그리고 그 피해자들은 유대인들만 공격하도록 세뇌되어 있었지.” 남자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모습은 그저 피에 굶주린 괴수였어.”
◆E7fe1wskq6m 2019/05/19 17:53:35 ID : HA5bzSIHvjA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사람을 덮쳐 짐승처럼 물어뜯는 그것들의 모습.” 그는 말하다 말고 나의 표정을 보았는지 말을 멈추었다. “걱정하지마. 너는 안 그래. 너에겐 내 피를 주입했으니까.” “네? 주입?” 주입이라니 처음 들어봤다. 보통 뱀파이어라고 하면 물어서 동족들을 늘리는 것 아닌가. 그는 내 궁금증을 읽었는지 말을 이엇다. “내가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나에게 순혈 뱀파이어라고 불렀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순수함 혈통이란 뜻이래. 나도 뱀파이어기 때문에 피를 안 마실 수 없어서, 지금까지 많은 피를 마셔왔다. 하지만 나는 피를 마셨다고 해서 미쳐 날뛰지 않았어. 단 한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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